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81)
너희들은 변호됐다-381화(381/641)
이튿날, 허민우는 세관 팀장 김기철이 아직 출국 전이라 출국 금지 처분을 내렸다고 알려 왔다.
그리고 주요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구했는데, 전화는 받지 않았고 출석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제 출국 금지한 뒤 연락했다면 아직 시간은 있지만, 곱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하지만 그래 봤자 본인에게는 손해다.
주요 참고인 신분이니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수배까지 갈 수 있다.
김기철도 그걸 알 테니,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깡치에 대해 알아본 바를 알려 주었는데, 윤세연이 알려 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처음 택시 기사와 정비소 사장을 따라갔던 준범에게는 주기적으로 연락이 왔다.
바다가 보이는 지방의 어느 모텔에 숨어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식사는 주로 배달로 때우는 듯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 둘은 사건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으라는 지령을 받은 것 같다.
담배나 한 대 피울까 싶어 담뱃갑을 들고 일어났을 무렵이다.
태식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아 참, 태식에게 깡치를 찾았다는 말을 안 했구나.
-변호사니이이이이임!
받기가 무섭게, 태식이 소리쳤다.
하마터면 귀가 멀 뻔했다.
나는 휴대폰을 조금 멀리 두며 대답했다.
“왜.”
-깡치 찾았습니다!
“강남 메이든에 있지?”
-강남에 메이든이라는 클럽 소유……. 엥,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제 아는 기자한테 들었어.”
-그럼 저한테 말씀을 해 주셨어야죠! 괜히 뺑이 쳤네!
“어제 늦은 시간에 알게 돼서 너한테 연락 안 한 것뿐이야. 오늘 말하려고 했어.”
-진짜 말씀해 주시려고 했던 거죠? 저 뺑이 치게 하려고 하셨던 거 아니죠?
“아니야. 그건 그렇고, 너 옛날에 알던 사람 중에 마약 사고파는 사람 없냐.”
-예? 그걸 갑자기 왜……. 저 갈구려고 그러시죠?
“아니, 그쪽 도움 좀 받게.”
-무슨 도움이요?
“마약 대량으로 산다고 하고 깡치 만나 볼 건데, 그냥 가면 안 만나 줄 것 같아서. 너 주변에 아는 사람들 있으면 그쪽 소개로 연락드렸다고 하면 신빙성이 있잖아.”
-아, 그거라면……. 흠, 변호사님이 나쁜 짓 하지 말라고 해서 연락 끊었는데, 한번 다시 연락해 보겠습니다. 연락처가 안 바뀌었으려나.
이럴 땐 또 칼같이 말을 잘 듣는다.
“알았어. 연락해 보고 다시 전화 줘.”
-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식에게 전화가 왔다.
“벌써 찾았어?”
-진짜 어렵게 찾았습니다. 진짜, 진짜 어렵게요. 수당 잘 쳐주셔야 합니다, 이번 사건.
“그러기엔 20분 만에 연락 왔는데? 강 변한테 말해 주기도 전에.”
-제가 워낙 친화력도 좋고 애교도 많고 하다 보니 형님들이 연락을 오랫동안 안 해도 예뻐해 주십니다, 하하.
“믿을 만한 사람이야?”
-네. 공교롭게도 깡치하고 오랫동안 마약 매매를 해 와서 깡치한테 신뢰받고 있는 형님입니다. 오랜만에 연락했는데도 흔쾌히 알았다고 해 주시더라고요? 역시 제가 또 한 건 하네요, 하하!
원래대로라면 그 사람까지 감옥에 처넣어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수사에 도움을 준 사람을 그렇게 할 순 없어서 일단 조용히 태식에게 안내를 받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강 변의 방으로 향했다.
“어, 변호사님. 웬일로 제 방에 왕림을 이렇게 해 주시고……. 저 감동받았습니다.”
지뢰 찾기를 하고 있었던지, 화면에는 지뢰 찾기 창이 떠 있었다.
내 시선이 거기로 향하자, 강민재가 모니터를 끄며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 당장 할 일이 없잖아요, 하하.”
“누가 뭐랬나. 어제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
“아, 저 피곤해서 일찍 잤어요. 근데 전화 왜 하신 거예요?”
“윤세연 기자가 깡치를 알더라고.”
“헉, 정말요?”
강민재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야근해야 할 것 같아.”
“야근요? 깡치 찾으러 가는 거예요?”
“맞아. 강남 메이든 소유주래.”
“강남 메이든이요?”
“오늘 밤에 거기 갈 거야.”
내 말에 강민재는 팔짱을 끼며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무작정 간다고 만나진 못할 것 같은데요?”
보통 수배 중이어도 수배범들은 본인 할 일은 다 하고 다닌다.
평소 바깥 다닐 때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자신들의 본진에서는 수배당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며 본인의 이익을 챙기느라 바쁘다.
검찰에 있을 때도 저런 놈들을 수도 없이 봤다.
“마약을 대량으로 구매한다고 거짓말하고 만날 거야. 태식이 통해서 깡치랑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을 찾았어.”
“오…… 그럼 만나 줄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까 오늘 준비해.”
“넵. 와, 클럽 오랜만이다. 전에 클럽에서 찬영이네 무리 만나서 개싸움한 거 생각나네요.”
그때 나를 변호사랍시고 새벽에 불러낸 걸 생각하면 짜증이 치민다.
김찬영이라는 대어를 낚지 못했다면 그 일을 두고 강민재를 오랫동안 갈궜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켰다.
전화번호부를 뒤지다가, 허민우의 이름 앞에서 멈췄다.
엮이기 싫다고 계속 생각해 왔으면서, 지금 당장 필요한 사람이 허민우라는 생각에 스스로 우스웠다.
[검사님, 전 제 할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 너무 걱정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러니까…… 잔소리하지 마라, 이런 건 아니고요, 하하. 검사님 말씀은 너무 감사하지만, 저도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이전 삶에서 허민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한 번은 괜찮겠지.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허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차 변호사님,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깡치 말입니다.
“제 쪽이 조금 더 빨랐던 것 같습니다. 클럽 메이든 소유주라고 하던데.”
-아, 네. 맞습니다. 근데 수배 후에는 나타나질 않아서,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오늘 깡치가 나타날 겁니다.”
-네? 어디에요?
“계획대로 된다면 메이든에 나타날 겁니다. 그때 경위님이 경찰들을 데리고 급습해서 체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저희가 할 일을 변호사님이 대신해 주시네요. 이거 부끄럽습니다.
“저희는 밤 11시에 메이든에 갈 겁니다. 깡치가 나타나면 바로 연락드리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얼른 브리핑하러 가야겠네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깡치까지 무사히 체포할 수 있다면 박진성의 무고를 입증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다.
아무리 김기철과 사전에 합의를 봤다고 해도, 그건 자신이 체포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합의였을 터다.
체포된 마당에 박진성에게 마약을 받기로 했다고 거짓 자백 해서 자신의 죄를 늘리려 하진 않을 테니까.
깡치가 박진성을 모른다고 순순히 자백만 해 준다면, 여태까지 모인 단서들을 취합해 박진성의 무고를 입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
클럽 바깥부터 시끄러운 음악이 고막에 고여 흘러내릴 줄을 몰랐다.
주말을 맞아 바글바글한 클럽에 오는 건 처음이다.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곳이고, 또 좋아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흔드는 광경은 가끔 보면 엽기라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강민재는 익숙한지 신나는 듯 박자에 맞춰 꿈틀거렸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입장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지나쳐 기도에게 바로 가자, 기도가 우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은근히 몸으로 클럽 문을 막았다.
“강치현 씨 만나러 왔습니다. 오상문 씨 소개로요.”
가짜로 만든 명함까지 건네자, 기도는 명함을 보고 미리 이야기를 전달받았다는 듯 우리를 클럽 안쪽으로 안내했다.
테이블이 늘어선 2층으로 올라가, 맨 끝 쪽으로 가니 그곳에 다시 기도들이 서 있는 구역이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기도는 그곳의 기도들과 가까이 붙어 잘 들리지 않게 무어라 대화를 나눴고, 그곳의 기도는 우리에게 명함을 달라고 했다.
“상문이 형님 고객이야.”
“아, 얘기 들었다. 사장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명함을 주긴 했지만, 이름 한 번 대니 칼같이 비켜 주며 안내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오상문이라는 사람이 깡치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태식의 말대로, 태식이 한 건 한 것이다.
기도가 안내한 룸으로 들어가자, 팔뚝에 문신한 남자가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상문이 형님 연락받았습니다.”
그는 내게 악수를 청했고, 별로 내키진 않지만 나는 악수를 받아 주었다.
테이블을 앞에 두고 마주 보면서, 강민재는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 보였다.
안에는 오만 원짜리 지폐가 잔뜩 들어 있었다.
물론 여기서 진짜로 마약을 살 생각도, 돈을 줄 생각도 없다.
단지 우리에게 큰돈이 있고, 이것을 그들에게 넘겨줄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고기하고 캔디, 작대기 사신다고요.”
고기, 캔디, 작대기는 마약을 뜻하는 은어다.
그럴듯하게 보이려면 이렇게 불러야 한다며 태식이 알려 주었던 것이다.
“네. 그런데 강치현 사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아, 형님은 지금 볼일이 있으셔서 잠깐 나가셨습니다.”
“저희는 강 사장님 믿고 사러 온 건데 안 계시니까 좀…… 거래하기가 불편하네요.”
강민재가 다시 가방을 닫으며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문신을 한 남자가 당황한 듯 손을 허우적거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아시겠지만 저희 사장님이 지금 일이 있으셔서 클럽엔 잘 안 오십니다.”
“오 사장님한테 수배 중이시라고 듣긴 했는데, 저희는 오 사장님 소개받고 온 거고……. 들리는 소문에는 강 사장님 수배되고 나서 중간에서 돈 슈킹하는 직원들이 늘었다고 들어서 강 사장님하고 직접 거래하고 싶습니다.”
“아, 슈킹 건은 그때 그 직원이 미쳐 가지고……. 그 직원은 내보냈습니다.”
“그래도 강 사장님과 직접 거래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라……. 저희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잠깐 얼굴 비치시고 물건 주시고 돈 가져가시라고 전해 주세요.”
직원은 난감하다는 듯 고민하더니, 다른 직원과 상의하기 시작했다.
거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지만, 잠깐잠깐 ‘큰 고객 놓치면 사장님한테 죽음이야’라는 말은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힐긋힐긋 바라보며 긴 대화를 나눴고, 또 다른 사람을 불러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상의를 하다가, 곧 결심이 섰는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형님. 지금 오 사장님 소개로 고기랑 캔디랑 작대기 사신다는 분 오셨거든요. 근데 중간에 돈 슈킹하는 애새끼들 사건 때문에 형님 직접 뵙고 거래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예. 아, 월화정요? 중요한 말씀 나누고 계십니까? 예……. 2시간 정도 걸리신다고요. 알겠습니다.”
문신한 남자는 전화를 끊으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형님이 지금 중요한 분을 만나고 계셔 가지고,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시는데.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날짜로 잡을까요?”
문신한 남자가 물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의 전화를 들으면서 나왔던 ‘월화정’이라는 단어에 머물러 있었다.
월화정은 황영찬이 자주 찾는 음식점 이름이다.
이 사건이 누구와 연관되어 있는지, 이제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