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83)
너희들은 변호됐다-383화(383/641)
찰칵.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내 휴대폰에 담겼다.
“에이, 씨발!”
그러자 깡치가 눈치챈 듯 나와 강민재 사이를 어깨로 밀치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강민재는 그 자리에서 깡치를 쫓아 달렸고, 나는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한 뒤 무전을 쳤다.
“깡치가 출구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습니다.”
깡치를 잡는 것은 이제 경찰이 해 줄 것이다.
이제 내가 볼일이 있는 쪽은 황영찬이다.
황영찬은 박진성 마약 유통 누명 사건에서, 이 사건이 우신의 지시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핵심 중추이다.
“하하…….”
황영찬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더니, 식탁 위에 올려진 술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그리고 자신의 맞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앉아, 차 프로.”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응수했다.
“차 변호사입니다.”
“그게 중요한가.”
“중요합니다.”
내가 그 썩어 빠진 집단에서 나왔다는 것과 더는 황영찬의 새끼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마약 유통으로 수배된 강치현과 함께 이 자리에 계셨다는 사실 자체로 부장님은 책임을 면키 힘들 겁니다.”
“강치현? 아, 방금까지 함께 식사하던 친구 이름이 강치현이었나? 우연히 오다가다 만난 친군데 마약 유통으로 수배 중이었다니……. 나는 전혀 모르는 사실인데.”
잡아뗄 줄 알았다.
실제로, 황영찬의 대처는 나쁘지 않았다.
만일 깡치처럼 도망쳤다면 그는 스스로 자신이 마약사범으로 수배 중인 깡치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며, 부장 검사 신분으로 신고하지 않고 식사를 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서 한갓지게 술이나 처먹는 것이 ‘일단은’ 아무런 잘못도 없어 보이지 않은가.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사진은 잘 나왔나?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건지, 우리 딸내미가 사진 찍어 주면 영 늙어 보이게 나오더라고.”
“아주 잘 나왔습니다. 스마일은 안 하셨지만.”
“어쨌든, 그 강치현이라는 친구는 체포되겠구만. 잘됐어. 수배범이라면 잡아야지.”
황영찬은 내 손에 들린 무전기를 보며 말했다.
내가 경찰과 함께 이곳에 온 것을 추측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다가다 강치현과 알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내가 자네한테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 마치 신문이라도 하는 것 같군. 일개 변호사가 부장 검사인 나에게 말이야. 안 그래, 차 변호사?”
황영찬은 ‘변호사’에 방점을 찍으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한테는 수사권이 없으니까.
하지만 황영찬을 엿 되게 하는 방법은 알고 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
나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러자 황영찬은 다시 한번 끌끌 웃으며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어차피 수배범과 함께 식사하셨으니, 무슨 대화를 나누셨는지는 몰라도 경찰에 출석하셔야 할 겁니다. 그럼 이만.”
“차 프로.”
“차 변호사입니다.”
“내가 충고 하나 할까? 옛정을 봐서.”
황영찬은 의자에 기대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전 옛정 따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난 남아 있어. 그래서 해 주는 말이야.”
별로 듣고 싶진 않았지만, 나는 황영찬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황영찬이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 그러다 죽어.”
이런, 예고까지 해 주시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전 삶에서도 예고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라고는 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황영찬이 우신에게 받은 지령은 박영기의 아들, 박진성을 마약 수배범으로 만들어 박영기가 옷을 벗게 하는 것이다.
처음 나는 이 사건은 마약 수사를 맡은 반부패, 강력수사부로 배정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황영찬이 이 사건에 끼어 있다면, 마약 수사가 형사3부로 배정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황영찬이 부장으로 있는 형사3부로 배정될 예정이었던 듯하다.
황영찬은 만일 깡치가 잡히면 박진성에게서 여태 마약을 받아 왔다고 자백한 뒤 사법 거래를 통해 집행유예를 받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겠지.
넌 형량을 줄여 줄 테니 배후에 있는 사람 이름 대 보라고 말하면, 깡치는 박진성의 이름을 대는 것이다.
그러면 박진성은 순식간에 마약 유통 쪽 거물이 되어 버린다.
황영찬은 그런 박진성에게 무조건 최대 형량을 구형하라 지시할 것이고, 우신에게 돈을 먹은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박영기의 옷을 벗기는 게 그들이 짠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
여기까지 생각한 순간, 싸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깡치는 처음부터 잡히는 게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세관원 정용만이 말했던,
[강남 클럽 쪽에서 마약 유통하는 놈인데……. 만일의 상황이 오면 박진성이 깡치한테 마약 넘기려다가 걸린 걸로 하면 된다고 김기철이가 말했습니다.]이 말도, 어쩌면 그런 뜻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수배 중이었던 깡치를 잡은 것은 분명 좋은 성과지만, 그런 깡치가 박진성의 이름을 말하면 곤란해진다.
이거 어쩌면 함정에 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모양인데,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특히 차 프로처럼 이뤄 놓은 게 많은 사람이 말이야. 아직 늦지 않았어. 경력 검사 지원해서 다시 검찰로 돌아와. 마침 모집 중이니까. 일각에선 반발이 좀 있겠지만, 그 정도는 내가 커버해 줄 수 있어.”
황영찬이 차분하게 말했다.
“처음엔 차 변 수법에 계속 당하니까 재밌었겠지. 하지만 그걸 그쪽에서 언제까지 지켜볼까? 그냥 죽여 버리는 게 더 손쉬운 방법인데. 이제 슬슬 참는 데도 한계가 오지 않았겠어?”
“…….”
“진심으로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난 옛정에 약하거든.”
나는 오랫동안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 * *
“하, 씨발. 허억, 짭새들이, 허억, 갑자기 들이닥칠 줄은, 허억, 몰랐네.”
한편, 깡치는 입구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기둥에 몸을 숨긴 채 출구를 확인했을 땐 출구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사복 경찰들이 보였다.
그래서 다시 월화정 복도를 달려 입구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고!”
그때, 카트를 밀고 음식을 서빙하던 직원과 부딪혀 버렸다.
우당탕, 카트는 옆으로 넘어지고, 그릇이 깨져 음식이 바닥에 쏟아졌다.
하지만 깡치는 성의 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는 다시 입구 쪽으로 향했다.
“저 사람들 뭐야?”
“모르겠어요.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요.”
입구 앞 벽 뒤에 서서 바깥을 확인하려는데, 지배인과 직원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에도 경찰이 깔린 것이다.
출입구에서 잡히면 그건 하수다.
도망치려다 잡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면 창문으로 나가다 걸리는 성의 정도는 보여야 한다.
깡치는 뒷걸음쳐서 다시 음식물 잔해를 주워 담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네?”
음식물을 치우던 직원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가, 깡치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짜증이 나지만 뭐라 할 수 없는 듯했다.
“여기 큰 창문 같은 거 없어요?”
“네? 창문요?”
“네. 사람이 나갈 수 있는 정도의…….”
“에휴, 화장실로 가 보세요.”
직원은 큰 한숨과 함께 성의 없이 대답하곤, 다시 음식을 주워 담았다.
깡치는 직원의 말대로 복도를 가로질러 화장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과연, 룸과 달리 옆으로 밀어서 여는 커다란 창문이 달려 있었다.
깡치는 라디에이터를 밟고 올라가 창문에 상체를 밀어 넣었다.
그렇게 몸이 반쯤 창문 바깥으로 넘어간 순간.
“강치현 씨, 당신을 마약 유통 혐의로 체포합니다.”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깡치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손을 거두었지만, 누군가 다리를 붙잡는 감각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그 유명한 강치현 씨를 여기서 보네요.”
처음 차주한과 함께 룸에 들이닥쳤던 강민재였다.
“씨발, 놔!”
“못 놓겠는데요.”
강민재는 뒤에서 밀고, 경찰들은 수갑을 찬 깡치를 창밖으로 끌어내렸다.
창 밑으로 곤두박질친 깡치는 그대로 일어나 달려가려 했지만, 세 명의 경찰이 그를 붙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의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셨죠?”
깡치는 미란다 원칙을 읊는 허민우를 씩씩대며 노려 보았다.
“갑시다.”
갑작스러운 난리에 월화정 직원들이 빈 룸에 모여 창밖을 내다보았고, 경찰들은 그대로 깡치를 연행해 승합차에 태웠다.
“강치현 신병 확보했습니다.”
그는 차주한에게 무전을 치며 깡치가 탄 승합차 문을 닫으며 말했다.
“먼저 출발해. 나는 뒤따라갈 테니까.”
“넵.”
허민우는 멀어지는 승합차를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수배된 지 3년이 지난 마약 유통계의 거물 깡치를 체포한 것은 마약 수사를 맡은 형사에게는 큰 성과였다.
월화정 바깥 전봇대 아래서 담배를 피우며 허민우는 차주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다 마침 월화정 바깥으로 나오는 차주한과 강민재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차 변호사님! 강 변호사님!”
차주한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허민우에게 다가왔다.
“깡치랑 같이 있던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건,”
“어디서 정보를 입수한 건지 미리 도망치고 없었습니다.”
강민재가 대답하기 전에 차주한이 말허리를 자르며 대답했다.
강민재는 희한한 것을 보았다는 얼굴로 차주한을 돌아보았다.
분명히 황영찬이 있었고, 황영찬과 깡치가 함께 있는 사진까지 찍었는데 도망치고 없었다니.
“아쉽네요.”
허민우는 그 말을 순순히 믿는 듯했다.
강민재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꾹 닫았다.
차주한이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였다.
차주한의 행동에는 늘 그럴 수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겠지.
“도망 나온 사람은 못 봤는데. 아직 안에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순경들하고 같이 내부 수색 한 번 더 하고 가겠습니다. 같이 온 사람이 누군지 직원에게 물어보기라도 해야죠.”
황영찬이라면 이미 지배인에게 돈을 찔러 주고 자신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없던 것으로 해 달라고 말해 뒀을 것이다.
경찰이 깡치를 잡으려고 화장실 창문 밑에 모여 있는 동안, 유유히 월화정을 빠져나갔을 터였다.
“그러시죠. 그럼 저흰 먼저 가 보겠습니다.”
강민재는 주차를 맡긴 차량을 인도받으러 발렛 직원에게 다가갔고, 차주한은 허민우에게 받은 무전기를 건넸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앓던 이를 뺐네요. 감사합니다, 차 변호사님.”
“허민우 경위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허민우는 마지막 수색을 위해 월화정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차량을 인도받은 강민재는 차주한 앞에서 멈추고 클랙슨을 울렸다.
차주한이 조수석에 타자, 강민재는 못 참겠다는 듯이 바로 입을 열었다.
“허민우 경위님한테 왜 황영찬 있었다는 말씀 안 하셨어요? 사진도 찍으셨잖아요.”
차주한은 강민재를 흘긋 바라보고는 다시 정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천천히 말해 줄게.”
“아, 궁금한데.”
“천천히 말해 준다고.”
“알겠습니다. 하, 진짜 변호사님 사람 궁금하게 하는 데는 뭐 있다니까요.”
투덜거리는 강민재의 목소리와 함께 월화정 골목으로 흰색 세단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
차주한은 생각에 잠긴 듯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