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90)
너희들은 변호됐다-390화(390/641)
그야말로 난장판이 벌어졌다.
도주하는 황영찬과 비서실장을 지키기 위해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뒷문을 둘러싸고 줄줄이 경찰특공대의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경찰특공대의 맹공에 밀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벽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경찰들은 줄줄이 그들을 체포했고, 경찰특공대는 뒷문으로 나가 비서실장과 황영찬을 쫓았다.
“차 변호사님, 괜찮으십니까?”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확인한 허민우가 전기톱 앞에 서 있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내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내가 전기톱에 사지가 절단된 적은 없었지만, 내가 겪은 사건을 방불케 하는 일을 목도하니 불안이 확 올라왔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약을 먹어 두지 않았더라면 분명 발작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허민우에게 티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강치현 씨 쪽이 더 놀란 것 같은데요.”
나는 깡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깡치는 여기저기서 신음과 욕설이 난무하는 폐공장 안에서 묶인 채로 방치되어 꽤 겁먹은 것 같았다.
허민우는 그제야 깡치를 확인하고는 그를 의자에서 풀어 주었다.
“하, 형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제가 뭐랬습니까. 어차피 경찰서 나가면 황영찬이 가만히 안 둘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 변호사인지 하는 분이 제가 전부 다 불었다고 거짓말해서 잡혀 온 거 아니었어요?”
깡치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변호사님 아니었으면 안 잡혀 왔을 것 같은데…….”
“하, 하하, 그건 그렇고 강치현 씨. 어디, 생각이 좀 바뀌었나요? 사실대로 전부 털어놓는 거 말입니다.”
“해야죠! 다 털어놔야죠! 제 팔까지 자르려고 했던 놈들인데……. 대신 확실히 잡아 주시는 거죠? 황영찬 말입니다. 나중에 보복하면 어떡해요. 저 진짜 무서워서 오줌 지릴 뻔했습니다.”
“그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허민우의 수신호를 받은 경찰들은 깡치에게 모포를 덮어 주며 그를 경찰차에 실었다.
깡치는 유치장에 있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구속 영장 없이 풀어 준 피의자를 다시 구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경찰이 따로 보호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시작될 황영찬과 비서실장을 잡기 위한 핵심 증인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나와 허민우는 깡치가 탄 차가 출발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허민우는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변호사님 말씀처럼 됐네요.”
“다행인 일이죠.”
다소 어색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더니, 마치 그 어색함을 깨듯이 허민우의 전화가 울렸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허민우는 전화를 끊고 나를 바라보며 환히 웃었다.
“황영찬과 고상준 비서실장까지 전부 체포했답니다.”
“잘됐습니다.”
“변호사님의 공이 큽니다. 아니, 전부 변호사님이 하신 거나 다름없죠.”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오늘을 위해서 며칠 동안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꽤나 고생했으니까.
게다가 황영찬과 비서실장의 비위를 맞출 땐 토가 나올 뻔했다.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 * *
“깡치 잡았으니까 이제 만사형통이겠죠?”
깡치와 황영찬이 월화정에서 만났던 날, 집으로 향하는 강민재의 차 안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문득 강민재를 돌아보며 말했다.
“강 변.”
“네?”
“깡치를 잡는다고 능사는 아니었던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깡치는 처음부터 경찰에 잡히기로 준비된 사람인 것 같아. 그때 정용만도 그런 말을 했잖아. 만일의 상황이 오면 박진성 씨가 깡치한테 마약을 넘기기로 한 거로 얘기 끝났다는 거.”
“……그랬죠?”
“깡치는 결국 잡혔어. 그 말은 뭐겠어. 박진성 씨가 깡치한테 마약을 넘기기로 했다고 거짓 진술 하는 것만 남았잖아.”
“……그러네요.”
“애초에 이번 사건을 형사 3부에서 맡을 것 같은데, 황영찬이 연관된 걸 보면. 분명히 사법 거래를 통해서 깡치는 집유로 풀어 주고, 박진성 씨를 잡을 생각이었던 것 같아.”
“그럼 깡치가 잡혀선 안 됐던 거잖아요. 우리가 덫에 걸린 거예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강민재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그럼 진짜 어떡해요?”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있는데.”
“아, 그새 또 타개책을 마련해 놓으신 거예요? 그럼 진작 말씀하셨어야죠. 심장이 벌렁벌렁했잖아요.”
강민재가 가슴팍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까 내가 황영찬하고 둘이 있었을 때 말이야.”
“네.”
“황영찬이 나한테 그러다 죽는다면서 협박을 하더라고.”
“와아~ 아이고 무셔라~.”
강민재는 황영찬을 비꼬았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나도 비꼬고 싶었지만, 나는 진지하게 듣는 척했다.
사실 죽는 게 조금은 무섭기도 했고, 그들이 나를 죽일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도 하고 싶었다.
“황영찬은 내 공포를 자극해서 나를 자기 편으로 끌어오려는 것 같았어.”
“지랄 똥을 싸고 있네요.”
“그래서 내가 진짜 황영찬의 편이 되면 어떨까 해.”
“네?”
강민재가 기함을 하듯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휴대폰을 꺼내 허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 경위님, 저 차주한입니다.”
-아, 예.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전화를 주시고.
“너무 늦은 시간이긴 한데, 저희 집으로 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심각한 일입니까?
“경위님의 도움이 필요한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주소 찍어 주시면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곧바로 오 사무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왠지 모를 피곤감에 절어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웠다.
“뭐예요? 황영찬의 편이 되는데, 그다음은요. 왜 말씀 안 해 주세요?”
“다들 모이면 같이 들어.”
“와, 궁금하게 해 놓고. 저 이런 거 진짜 싫어하거든요?”
“강 변이 뭘 싫어하든 관심 없거든.”
“와, 진짜 너무하다.”
“나 원래 너무해.”
집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민우와 오 사무장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강민재는 자신에게 먼저 알려 주지 않는다고 삐친 듯했지만, 손님들이 오니 냉장고를 열어 주스 네 잔을 따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집주인인 듯했다.
“어쩐 일로 이 시간에 모이라고 하신 겁니까?”
나는 그들에게 강민재에게 미리 설명했던 사실들을 알려 주었다.
“깡치가 잡히는 것 자체가 그들의 목적이었다, 이 말씀이십니까?”
“그럴 겁니다. 깡치 조사 시작하시면 확실해지겠죠. 박진성 씨를 배후로 지목하면 백 퍼센트고요.”
“……하아, 난감하게 됐네요.”
“그래서 제가 황영찬의 편이 되면 어떨지 논의드리기 위해 이곳으로 와 달라고 한 겁니다.”
“네? 황영찬의 편요?”
오 사무장이 놀란 듯 크게 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영찬이 저에게 죽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을 때, 저는 조금 불안한 티를 내고 왔습니다. 황영찬은 저에게 검찰로 돌아오라고 하더군요. 우신에 더는 덤비지 않겠다는 약속 같은 의미로요. 아마 제가 고민한 뒤 어떤 결정이든 내릴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황영찬은 저를 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검찰을 나온 이래 저를 대체할 사람을 찾고 있지만, 그게 녹록지 않은지 못 찾고 있거든요.”
“……그럼 변호사님이 검찰로 돌아가신다는 말씀이세요?”
“아뇨. 지원만 하고 시험은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어차피 시험 보기 전에 사건은 마무리될 거고요. 제가 경력 검사 모집에 지원하면, 황영찬은 안심하고 저를 신뢰할 겁니다. 죽음으로 협박했고, 제가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고, 힘들게 차린 법무법인을 버리고 지원했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진심이라고 여길 테니까요.”
“그다음은요?”
“깡치는 경찰에서 배후가 박진성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여기서 저는 허 경위님에게서 정보를 캐는 스파이인 척하며 깡치가 모든 걸 다 불었다고 거짓말할 겁니다. 허 경위님이 여기서 가짜 조서를 만들어 주시면 황영찬에게 보여 줬을 때 깡치가 배신했다고 여길 겁니다. 어차피 아직 검찰에 송치된 건이 아니라, 진짜 조서는 보지 못할 테니까요.”
허민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오 사무장과 강민재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여세를 몰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깡치가 모든 사실을 진술해 주었다는 이유로 구속 해제하면, 우신과 황영찬은 그들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깡치를 죽이려 들 겁니다. 그때 경찰이 덮치면, 깡치를 움직인 배후가 황영찬과 우신이라는 것을 한꺼번에 밝힐 수 있습니다.”
“그렇겠네요. 어차피 깡치가 거짓 증언 하면 저희는 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차 변호사님이 다소 수고로우시겠지만, 이 방법이 가장 최선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찬성합니다. 황영찬을 잘라 낼 좋은 기회 같습니다.”
오 사무장이 말하자, 강민재가 고개를 기울이며 입맛을 다셨다.
“근데 황영찬이 그렇게 쉽게 믿을까요? 전 그게 좀 걱정이에요. 변호사님이 위험해지실 것 같아서.”
“아마 황영찬은 우리 사무실하고 집에 도청 장치를 깔아 둘 거야.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이토록 확신하는 까닭은 황영찬 밑에서 굴렀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 삶에서.
그와 완전히 갈라진 것은 특검에서 배제되었을 때였지만, 본격적으로 우신을 수사하면서 나는 내 방 곳곳에서 도청 장치를 발견했었다.
처음엔 누구 소행인지 궁금했는데, 특검에서 배제되었을 때 깨달았다.
전부 황영찬의 소행이라는 것을.
“내가 경력 검사 모집에 지원하면 아마 삽시간에 소문이 퍼질 거야. 그 소문을 강 변이 전해 들은 뒤에, 나한테 먼저 따져. 그리고 한바탕 싸우고 냉전으로 접어들면 황영찬도 더는 의심하지 않겠지.”
“저, 저더러 변호사님하고 싸우라고요?”
“그럼 강 변 말고 누가 있어. 사무장님은 그런 캐릭터 아니시잖아.”
“저도 아닌데요! 제가 얼마나 변호사님을 존경하는데요!”
“존경하는 변호사가 갑자기 배신 때렸으니 화가 나는 거죠.”
허민우가 강민재의 등을 팍 치며 말했다.
그러자 강민재가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노력은 해 볼게요.”
그리고 강민재는 그 누구보다 나와 싸우는 연기를 잘 해냈다.
매몰차게 싸우고 헤어지는 순간, 늘 강민재에게 문자가 잔뜩 도착했지만 말이다.
[ㅠㅠ] [죄송해요 변호사님ㅠㅠ]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ㅠㅠ] [저 너무 오바했나요?ㅠㅠㅠㅠㅠㅠ들키면 어쩌죠?ㅠㅠㅠㅠㅠㅠㅠ] [아닌가? 연기 잘한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