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93)
너희들은 변호됐다-393화(393/641)
[현직 부장검사, 재벌 W그룹 사주받고 납치, 감금 저질러……부장검사 황씨, 지속적으로 혐의 부인해 → 경찰, 명확한 증거 있으니 상관없어
현직 부장검사, 여태까지 W그룹 감싸기로 사법농단…… 네티즌 “도가 지나쳐”
W그룹 대놓고 봐주기 한 현직 부장검사, 모르쇠로 일관해……]
최종현과 조봉준의 방송이 나가기가 무섭게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간 기자들 사이에서도 황영찬의 형사3부가 우신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 대하여 미적지근하게 반응하고, 또 감싸왔다는 소문이 돌았던지라 봇물이 터지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내가 형사3부와 붙을 때마다 그들은 늘 고상준의 자식들을 피해자로 만들거나 숨겨 주지 않았던가.
재판 결과 가해자는 늘 우신이나 고상준의 자식들이었고, 기자들도 그쯤 되면 형사3부가 대놓고 우신을 감싸 주었다는 것을 눈치채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하지만 이제는 최종현과 조봉준이 먼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를 저격하며 황영찬의 이름을 입에 올렸으니, 기자들도 안심하고 최종현과 조봉준의 뒤에 숨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대놓고 황영찬이라는 이름을 기사에 사용한 곳은 없었지만, 기사 댓글을 보면 네티즌들이 이름을 적어놓기도 하고, 최종현과 조봉준의 방송 링크를 올려놓기도 했다.
“황영찬의 만행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나네요.”
박영기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내내 휴대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던 강민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쌤통이다.”
“이제 시작이지.”
“감방까지 보내야죠. 이 정도 해 줬으면 검찰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자기들 얼굴에 똥물을 튀겼는데.”
검찰은 위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이다.
자신이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검찰총장 운운하던 그의 모습이 문득 생각났다.
검찰총장?
뭐, 과거에는 됐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검찰총장 청문회가 열리기 전날 납치돼서 죽었기 때문에 결과는 모르지만, 어쨌든 검사장의 자리까지 올랐던 사람이니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번 삶에선 다르다.
다시는 검찰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었고, 이런 죄목으로는 법조계를 기웃거리지 못할 것이다.
황영찬의 법조인 인생은 부장검사에서 끝났다는 뜻이다.
“어서 와.”
박영기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고, 박영기가 우리를 맞았다.
“안녕하십니까. 사모님도 계셨네요. 안녕하셨어요?”
확실히 박진성의 모친은 전보다 한결 혈색이 좋아졌다.
우리가 따로 브리핑해 주지 않아도 박영기가 현직 차장검사라 이런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제 박진성이 곧 풀려나게 될 거라고 안심시켜 준 게 아닐까 싶다.
거실로 들어서자,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허민우가 과일이 꽂힌 포크를 들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아, 차 변호사님 강 변호사님 오셨네요.”
“일찍 오셨네요.”
강민재가 그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나 역시 강민재 옆에 앉으며 허민우를 바라보았다.
지금 조사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두 분 오셨으니까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비서실장은 묵비권을 행사 중입니다. 한마디도 안 해요. 변호사가 이따 온다고 해서, 그때 조사실 들어가 봐야 뭐라고 할지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황영찬은 계속 본인도 거기서 일이 일어날 거라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가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상한 대로다.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인 황영찬이 그곳에 있었던 까닭을 설명하려면 할 수 있는 말이 몇 없으니까.
“그래서 황영찬하고 깡치하고 대질을 했더니, 황영찬은 마약 수배범이라는 사실만 알 뿐, 사적으로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오리발을 내밀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내가 허민우에게 넘겨준 사진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으니까.
“계속 그런 식이길래 차 변호사님이 주신 사진을 보여 주고 이래도 깡치를 모르냐고 했더니 입을 꽉 다물었고요.”
“그렇군. 그러면 차 변이 위치 확보해 놨던 그 택시 기사하고 정비소 사장은 어떻게 됐나. 참고인으로 불렀어?”
“아, 네. 황영찬을 잡는 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황영찬이 직접 컨택해서 일을 시킨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아무래도 겁을 먹은 것 같더라고요. 사건이 커지니까 본인들이 크게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꼬드겼더니 바로 불었습니다. 황영찬 사주받아서 한 짓 맞다고요.”
“세관 팀장 김기철은 어떻게 됐습니까. 출국 금지돼서 지금 한국 어딘가에 있을 텐데.”
“김기철을 봤다는 사람이 있어서 추적해 본 결과 여관방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오늘 검거하러 갈 예정입니다.”
박영기는 긴장이 탁 풀렸는지 소파에 늘어지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우리 진성이는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박진성의 모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허민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박진성 씨는 오늘 오후쯤에 풀려날 겁니다. 죄가 없다는 게 입증됐으니까요. 사모님, 준비하시죠. 박진성 씨 데리러 가셔야죠.”
“하, 세상에…….”
박진성의 모친은 눈물을 보였다.
옷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흐느끼는 그녀에게 박영기는,
“왜 좋은 날 울고 그래요.”
하고 핀잔을 줬지만, 오랜 시간 마음고생한 만큼 눈물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차장님, 이제 철퇴를 휘두르실 때가 됐습니다.”
박진성도 풀려났고, 박진성의 무고를 증명할 가해자들도 입을 열었다.
김기철도 황영찬이 구속된 마당에 자신의 죄를 늘리고 싶지 않다면 황영찬에게 사주받았을 뿐이라고 말하며 황영찬에게 전부 몰아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기철이나 기타 관계자들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황영찬을 확실히 찍어 낼 수 있도록 그들이 황영찬 쪽으로 증언을 몰아주는 것은 우리에게 꽤 바람직한 상황이다.
이렇게 됐다면 검찰은 황영찬에 대한 내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고검 감찰부가 움직일 거야. 오늘 아침에 통화했거든.”
“황영찬이 여태까지 우신의 일을 받아서 했다는 증거까지 넘겨서 완전히 파면시켜야 합니다.”
“그래. 압수수색 하면 뭐라도 나오겠지. 우신하고 묶어서 처벌하게 되면 파장이 아주 커지겠는데.”
“바라던 바입니다.”
* * *
“황영찬이 먼저 아이디어를 줬습니다.”
내내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있던 비서실장은 이틀 뒤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뜻이죠?”
태광의 변호사와 몇 차례 접견을 마친 다음이었기에, 아마 위에서 비서실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모양이었다.
“제가 모시는 회장님이 고윤호 대표, 고윤석 대표 두 아드님의 일로 근심하시는 것을 알고 검찰 내부에 안면이 있던 황영찬 부장에게 상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지 정해졌으니, 비서실장 입에서 나올 말은 뻔했다.
황영찬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려 할 것이다.
“그런데요?”
“황영찬 부장은 지금 수사에 압박을 넣고 있는 것이 박영기 차장검사라고 하면서, 박영기 차장검사를 제치면 두 아드님을 집유로 빼낼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이번 사건을 계획해서 저에게 알려 준 겁니다.”
허민우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비서실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표정 없이 차분히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마치 결심을 마친 사람의 기색이 느껴졌다.
* * *
며칠 뒤, 박영기의 말대로 황영찬은 고검 감찰부로 넘겨졌다.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서 진행하고, 고검 감찰부에서는 황영찬이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없는지 확인하는 식인 듯했다.
고검 감찰부에 넘어간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들려오는 풍문에는 황영찬에 대해 아주 강력한 수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박영기에게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 황영찬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느냐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나 역시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황영찬에 대한 기사가 뜬 게 없는지 확인해 볼 생각이었는데,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잠깐 봤으면 하는데. 자네 집 앞 공원이야.]황영찬이었다.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를 만나려고 할 줄은 몰랐다.
지금쯤이면 내가 배신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황영찬을 속이기 위해 그의 편이 된 척했다는 건 그 역시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굳이 날 만나려는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미운 놈 얼굴이나 보겠다는 건지.
뭐가 됐든, 황영찬의 초라한 모습은 꼭 보고 싶다.
내가 이전 삶에서 초라하게 특검 팀에서 빠졌듯이, 그 역시 초라하게 나가떨어지는 걸 봐야 공평한 것 아니겠는가.
나는 공원으로 향했다.
“부장님.”
공원 으슥한 곳 벤치에 황영찬이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 떨어진 꽁초 개수가 꽤 많은 것을 보면 오랫동안 기다린 것 같았다.
“왔나.”
오랜 조사로 인한 것인지, 그는 꽤 초췌해져 있었다.
늘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는데, 넥타이도 하지 않고 셔츠 윗단추를 푼 채였다.
“여러 말을 하러 온 건 아니야. 그냥 자네가 이상하게 보고 싶더군.”
“네, 이상하군요.”
보고 싶었다니, 좀 징그러운데.
조사받으면서 계속 나를 떠올리며 분노했을 거라 생각하니……. 흠, 이건 좀 통쾌한 것 같다.
“자넨 내가 이대로 검찰에서 쫓겨날 거라고 생각하겠지.”
“검찰에 더 붙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집, 차, 사무실에 모두 압수수색이 있었어. 내가 우신에 받은 부정한 돈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겠지.”
“부정한 돈 많이 받으셨잖습니까.”
황영찬은 제보를 받고 폐공장으로 갔다고 주장했지만, 비서실장은 황영찬이 박진성의 사건 전체를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황영찬을 가리켰다.
압수수색을 했으니 그 안에서 부정한 돈의 움직임 정도는 캐치했을 것이다.
“아니, 받지 않았어.”
[거짓]황영찬은 자신의 머리 위에 거짓 글자를 단 채로 뻔뻔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
내가 그의 밑에서 일했던 시절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전 삶에서 황영찬의 본모습을 죽기 직전에야 볼 수 있었다.
그 전의 그와 나는 성격이 다를 뿐, 같은 곳을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황영찬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그 순진함이 나를 결국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는 모든 순간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한순간이라도 진실할 순 없는 겁니까.”
“……난 언제나 진실했어.”
[거짓]“우신의 개로 살았으면서, 어떻게 그걸 진실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우신의 개로 산 적 없어.”
[거짓]“아뇨. 당신은 매 순간 우신의 개였습니다.”
“내가 개였다면, 그건 우신이 아니라 정의의 개였어.”
[거짓]가증스러운 거짓이 난무했다.
이렇게 된 마당까지 솔직해지지 못하는 그의 반질반질한 낯짝을 보니 역겨워졌다.
“압수수색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거야. 그럼 징계로 그치겠지. 검사 파면이 어디 쉬운 줄 알아?”
“목진동 사설 금고. 우신에게서 받은 돈과 장부는 거기 있습니까?”
“…….”
이전 삶에서 황영찬이 중요한 것을 보관하기 딱이라며 알려 준 사설 금고다.
내가 입을 열자, 황영찬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고검 감찰부에 제보 넣었습니다. 지금쯤 압수수색이 끝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길 네가 어떻게…….”
“그게 중요합니까. 부장님이 끝났다는 게 중요하죠.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나는 인사를 생략하고 뒤돌아 공원 바깥을 향해 걸었다.
“차주하아아안!”
절규 섞인 목소리를 BGM 삼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