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96)
너희들은 변호됐다-396화(396/641)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전단지 다발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울음을 참고 있던 예림의 모친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까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예림이 데리고 놀이터에 나왔어요. 예림이는 놀이터에서 놀고, 저는 벤치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중요한 전화가 와서, 아주 잠깐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놀이터는 애들 노는 소리 때문에 전화가 잘 안 들렸거든요. 그게 아주 잠깐이었는데 다시 돌아오니까 애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혹시 얘가 집으로 갔나 싶어서 집에도 가 보고, 집에도 없어서 다시 놀이터로 나와서 그 주변은 다 뒤져 봤죠. 그런데 애가 하늘로 솟은 건지, 땅으로 꺼진 건지 보이질 않는 거예요……. 제가, 그때, 흑, 전화만, 전화만 안 받았어도……. 다 저 때문이에요. 전부 저 때문에…….”
예림의 모친은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허민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 쉬었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사람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자식처럼 아끼는 조카의 친구라고 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럼 그게 3일 전이라고 하셨는데, 몇 시 경의 일입니까?”
“3시 정도예요.”
“그때부터 아파트 앞에서도 전단지 돌려 보고, 예림이가 갔을 만한 곳에서 전단지 돌렸는데 아무도 봤다는 사람이 없어요.”
72시간이 지났다.
만일 유괴라면 유괴범에게서 바라는 게 무엇인지 진작 연락이 왔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거나 친척 집에 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네, 아니에요……. 애가 저랑 남편 전화번호까지 외우는데, 대체 왜 전화 한 통 없는 건지…….”
“혹시 평소에 원한 관계에 있다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아이를 데려가 나쁜 짓을 할 만한 사람은 없습니까?”
“전혀, 전혀요……. 저희도 혹시나 해서 애 아빠한테도 물어봤는데 도무지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경비 아저씨한테 말해서 아파트 CCTV도 확인했는데, 애가 작아서 그런지 아파트에서 나간 것까지는 보이는데 차에 가려져서 어디로 향했는지 확인을 못 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은 허민우가 속한 강남경찰서 관할 구역이라는 사실이다.
예림이 아직 관할지를 떠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신고가 들어오면 강남경찰서로 연락이 올 것이고, 어른이 발견한다면 동네를 헤매는 아이를 파출소에 데려다줄 것이다.
고작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인 데다, 시간이 그리 오래 지나지는 않아서 아직 멀리 가진 못했을 것 같은데…….
“어머님, 일단 제가 서로 들어가서 파출소나 경찰서로 신고 들어온 건 없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이고, 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민이 삼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예림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허민우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림의 모친은 허리를 깊숙이 숙여 허민우를 향해 인사했다.
“저희 예림이 좀 찾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제발…….”
허민우는 그 길로 서로 들어갔다.
그리고 관할 파출소에 연락을 돌려 예림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는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 데도 없었다.
“뭐가 그렇게 바쁘세요?”
허민우가 부지런히 전화를 돌리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 한 명이 물었다.
허민우는 그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러게요. 놀이공원도 아니고 놀이터에서 실종이라니……. 유괴도 아니고, 이상하네요.”
“그러니까, 대체 어디로…… 아!”
허민우는 말하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혹시 사고라도 난 건 아닐까 모르겠네.”
“사고요?”
문득 허민우의 영민이 말했던 문방구가 뇌리에 스쳤다.
문방구는 대로변에 있다.
만일 예림이 대로변으로 갔다면?
그러다가 사고라도 났다면?
“혹시 7살짜리 여자애 교통사고나, 뭐든 사고 신고 들어온 거 없어?”
“3일 전부터 지금까지요?”
“응.”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컴퓨터 앞에 앉아 타이핑을 하던 동료 경찰은, 다시 허민우에게 다가와 말했다.
“없는데요?”
“강남구 전체에 다 없어?”
“네. 근데 그럼 사고는 아닌 거 아닐까요? 아무리 구 단위라지만 어린아이 혼자라도 3일 동안 강남구를 벗어나긴 힘들 것 같은데. 특히 그 예림이 집도 강남구 정 가운데에 있잖아요.”
“그렇지. 하,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정예림이라고 했죠? 실종 신고는 들어온 거 있는데, 다른 파출소에서도 딱히 신고나 목격담 들어온 건 없는 것 같고.”
“일단 알았어. 땡큐.”
블랙박스에 CCTV에, 눈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갑자기 사라져 버리다니.
아동 실종 사건에서 골든타임은 48시간이다.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
허민우는 벌떡 일어났다.
아파트 CCTV부터 차근차근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하, 돌겠네.”
운전하면서도 예림이 어디로 갔을지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어린아이라 그런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어, 가까운 데 파출소가 있잖아.’
아파트 입구를 향하던 허민우는 저 멀리 보이는 파출소를 발견하고는 차를 돌렸다.
신고 들어온 건은 없다고 해도, 혹시 그사이에 목격자라도 다녀가진 않았을까 싶어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고생하십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 저는 강남서 허민우 경위라고 합니다.”
허민우는 신분증을 보여 주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름이 아니라, 저기 다다음 블록에 오성 아파트 아시죠?”
“아, 예. 알죠.”
“거기서 7살짜리 여자애가 실종돼서요. 이름은 정예림이고요.”
“아, 예림이. 예림이 어머님이 몇 번이나 다녀가셨어요.”
“따로 목격하신 건 없으신 거죠?”
“저희야 뭐, 없죠. 애 처음 사라진 날 순찰도 돌아보고 했는데 없었어요.”
허민우는 한숨을 쉬었다.
혹시 몰라 온 것이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실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아.”
파출소를 나가려다, 허민우는 다시 뒤돌았다.
경찰서에서 사고 신고 들어온 게 없다는 건 확인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사고 신고 들어온 건 없습니까? 교통사고라든가…….”
“없었죠. 이 반장, 없었지?”
“없었죠. ……아.”
경찰 한 사람이 손사래를 치며 단언하다 갑자기 탄성을 내자, 허민우가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뭐 있으십니까?”
“아니, 신고라고 할 게 있긴 있었는데…….”
“있었다고요?”
“근데 신빙성이 없긴 합니다. 신고자 상태가…….”
“신고자 상태요?”
신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고자 상태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이거예요.”
나이 든 경찰 한 사람이 머리 옆으로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동네 유명한 미친ㄴ…… 아니 정신이 좀 그런 사람. 맨날 허위 신고해서 얼마나 허탕을 많이 쳤는데요.”
“그래도 정말로 사고가 났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우리도 처음엔 그런 생각으로 계속 출동했지. 그렇게 한 몇 달 속았어요. 믿을 게 못 돼, 믿을 게.”
“그래도 이번엔 진짜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도 그런 생각으로 몇 달을 뺑이 쳤다니까 그러네.”
그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허위 신고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 정신이상자의 신고는 예림의 실종에 있어서는 유일한 단서였다.
“그래서, 그 정신이상자가 뭐라고 신고했습니까?”
“아니, 저기 뭐야. 아파트 앞에서 누가 애를 치고 튀었다고, 뺑소니범 잡으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CCTV는 확인해 보셨습니까?”
“아니, 우리는 허위 신고일 게 뻔하니까 안 봤죠…….”
경찰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기엔 시간이 모자랐고, 어느 정도 이해도 되었으니까.
“여기서 제일 가까운 병원이 어딥니까?”
“강남 우신 병원이죠.”
“만일 그 신고자 말이 맞다면, 피해 아동도 강남 우신 병원으로 이송됐겠네요?”
“네, 그렇죠.”
“감사합니다.”
허민우는 까딱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파출소를 달려 나왔다.
그리고 잽싸게 차에 올라타 우신 병원을 향해 몰기 시작했다.
“저쪽에서 대기표 뽑고 기다려 주세요.”
응급실에 달려 들어가자, 간호사 한 명이 번호표 기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강남서에서 나왔습니다.”
허민우는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혹시 요 사흘 사이에 응급실에 교통사고로 실려 온 아동 없었습니까?”
“있었죠. 한둘이 아니었죠.”
“혹시 보호자 없이 실려 왔다거나, 부모가 아닌 사람이 보호자였다거나 한 아동은 없었습니까?”
“아, 있었어요.”
“지금 병원에 있나요?”
“아뇨, 지금은 퇴원했어요.”
“퇴원이요? 보호자가 없는데 병원비는 어떻게 하고 퇴원을 합니까?”
“복지 재단에서 대납해 줘서 퇴원이 가능했어요.”
“그럼 그 애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이름이 정예림인데, 혹시 맞나요?”
간호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환자는 본인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보호자한테 연락을 못 한 거였고요. 다행히 복지 재단 덕분에 치료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보호자가 없으니, 보육원으로 보내졌죠.”
“고작 사흘 지났는데, 보육원요?”
“환자가 크게 다친 게 아니어서 퇴원이 가능한 상태였어요. 근데 갈 곳이 없으니, 보육원으로 보내지는 수밖에요.”
그 기억을 잃었다는 아이가 예림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만일 간호사가 말하는 기억 상실된 아이가 예림이라면 사흘 동안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되질 않는가.
“그 아이는 어느 보육원으로 보내진 겁니까?”
“그건 잘 모르겠네요. 아, 아이를 데리고 나온 보육원 직원 분은 기억나네요. 얼굴에 면적이 큰 빨간 점이 있었어요.”
“면적이 큰 빨간 점……. 그럼 어느 복지재단에서 그 아이의 치료비를 대납해 줬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원무과로 가서 알아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허민우는 바로 원무과로 향했다.
진료비 수납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가 꽤 많았다.
새치기를 할 수도 없고, 허민우는 하는 수 없이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의 차례가 왔을 때, 허민우는 수납창구로 다가가며 신분증을 보였다.
“경찰입니다. 실종 아동 때문에 문의 드리려고 하는데요.”
“네.”
“며칠 전에 교통사고로 보호자 없이 실려온 7세 아동에 대해서 여쭤보려고 합니다. 어떤 복지 재단에서 치료비를 대납했다고 들었는데,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원무과 직원은 잠시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우신 복지 재단이네요.”
“우신 복지 재단이요. 그렇다면 그 아동이 보육원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모르겠네요.”
“음……. 일단 협조 감사합니다.”
허민우는 원무과에서 나오며 휴대폰으로 우신 복지 재단을 검색했다.
공식 사이트로 들어가니, 우신 메디컬 센터 산하 기관으로 분류되어 있었고, 천사의 집이라는 보육원을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신 복지 재단에서 치료비를 대납했으니, 어쩌면 천사의 집으로 보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