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07)
너희들은 변호됐다-408화(407/641)
#408화
“어쩐 일이십니까. 애들까지 데려오라고 하시고.”
방송 시작하기 3시간을 남겨 두고, 나는 태식을 스튜디오로 불렀다.
보통은 전화로 그들을 움직이곤 했지만, 지금부터는 여태까지와 사뭇 다른 용건이 될 듯하다.
나는 태식과 함께 온 세 명의 직원들을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익히 알던 얼굴들이다.
몸도 크고, 격투기를 배웠는지 귀가 접힌 사람도 있었다.
“아, 왜요. 왜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시는데요.”
내가 좀처럼 말하지 않자, 태식이 답답했는지 나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다들 싸움 좀 하나?”
“변호사님이 제일 싸움 잘하고 민첩한 애들로 데려오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이유가 뭡니까? 저희 뭐 패싸움하러 갑니까?”
일회성으로 그치는 패싸움인 게 차라리 낫다.
“아니. 너희가 각각 지켜 줘야 할 사람이 있어.”
“각각이요?”
보디가드는 다다익선이지만, 그렇다고 어딜 가나 보디가드들을 줄줄이 달고 다닐 순 없지 않은가.
방송이 끝나면 우신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전 삶에서 내가 죽었던 건 그 조치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 삶과는 조건도, 시기도 다르지만 나는 이전 삶보다 이번 삶에서 우신에게 더 큰 제거 대상이 되었다.
이번 방송이 끝나고 나면 또 드럼통 신세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드럼통 신세가 되는 것은 나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최종현, 조봉준, 어쩌면 우리 중엔 가장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던 강민재까지도.
이제 방심하고 다닐 순 없다.
“너희가 나하고 최종현 기자, 조봉준 씨. 그리고 강 변까지 지켜 줘야 할 것 같아. 어딜 가든지 따라다니면서.”
“화장실도 따라가요?”
“그러는 게 좋지.”
“똥칸에도 같이 들어가요?”
“너 초등학생이냐.”
“그나저나 그거 일종의 보디가드 아니에요? 와, 저 그런 거 진짜 해 보고 싶었는데! 문신 삼촌 말고 경호원!”
태식이 소리쳤다.
철이 없다고 해야 할지, 답이 없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실력 하나로는 태식을 당해 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설 경호 업체의 힘을 빌리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경호 업체는 언제 우신의 손아귀에서 놀아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가장 믿을 만한 것은 태식이네 식구들뿐이다.
말은 저렇게 해도 일 하나는 잘하니까.
“누가 누굴 지킬지는 태식이, 네가 알아서 정하고.”
“제가 변호사님 지켜야죠. 저 아니면 누가 변호사님을 지키겠어요.”
태식이 가장 실력자라는 가정하에 가장 위험한 건 나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다니며 시끄럽게 굴 것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진다.
“맡겨만 주십쇼.”
태식은 자신의 가슴팍을 팍팍 치며 말했다.
믿을 만한데…… 믿을 만하지 않다.
* * *
방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카드를 쥔 최종현과 조봉준은 감회가 새로웠다.
최종현은 카메라 각도를 맞추고 방송 준비를 하는 내내 긴장하기까지 했다.
이정찬과 우신 전문가라고 불렸던 지난 일중일보 기자 시절, 자신의 손으로 이런 대형 사건을 브리핑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차주한의 도움이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었겠지만, 최종현이 노력한 만큼의 몫은 분명히 있었다.
‘차 변한테 감사 인사라도 해야 하나.’
이것으로 우신 특검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종현은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이번으로 되지 않는다면 다음, 다음으로 안 된다면 그다음, 또 그다음.
자신이 그렇듯이 차주한도, 조봉준도, 강민재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형, 긴장했어?”
방송을 5분 남겨 둔 시각, 조봉준이 연거푸 물을 마시는 최종현을 보며 픽 웃었다.
“얌마, 형 인생의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너무 기대하지 마. 묻힐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런 말 하지도 마. 재수 옴 붙어.”
“차 변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경호원을 붙여 줬겠지.”
조봉준이 카메라 앵글 바깥에 서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태식의 식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일은 없어야지.”
“그렇긴 하지.”
최종현이 큐 카드를 가지런히 정리하며 가장 앞장으로 돌리자, 조봉준이 낄낄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도 신난다. 어쩌면 우신 특검의 씨앗을 뿌리는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차 변, 차 변도 신나?”
조봉준은 앵글 바깥 의자에 앉아 방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차주한을 향해 소리쳤다.
차주한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너무 신난다고 실수하지 마십시오.”
“실수는 무슨. 우리 프로야.”
“방송 시작 30초 전입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김정우가 소리쳤다.
최종현과 조봉준은 나란히 자세를 가다듬었다.
방송 분위기를 갑자기 뉴스처럼 잡을 생각은 없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몸에 힘이 들어갔다.
“방송 시작했어요!”
[kloka : 아 궁금해서 돌아 버리는 줄 알았네 드디어 방송 시작이다ㅋㅋㅋ라면땅 : 이 방 사람 많네ㄷㄷ 시사주식 방송인데 원래 이렇게 많나?
민우당의눈물 : 원래 많긴 한데 오늘은 진짜 많긴 하네요 시작부터 9500명인거보니까 영향력 진짜 커지긴 했다ㅋㅋㅋ
youyouryours: 아 시작부터 만 명이라 다행이다 만 명 채우기 전까지는 말 안 할 거라고 드러눕는 인간들인데]
“우리가 언제 드러누웠어. 그냥 기다리자고 한 거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들어 줬으면 해서, 하하.”
[youyouryours : 뻔뻔한거 보소ㅋㅋㅋㅋ어쨌든 만명 돼서 좋겟수다 얼른 썰이나 푸셈]“오늘은 2만 명 들어오기 전까지 말 안 하려고.”
[아폴론신봉자 : 아 닉첸하고싶게 만드네ㅡㅡ 그냥 빨리 말해달라고!!!! 7시 정각에 맞춰서 들어온 시청자들은 무슨 잘못인데!!!!]“어, 아폴론신봉자 오랜만이다? 주식은 잘 되고 있고? 형 말 들었으면 지금쯤 이득 봤을 건데.”
[아폴론신봉자 : 그 얘긴 하지 말자ㅎㅎ 빨리 우신 썰 풀어 줘…]“일단 우리 방송 공지 보고 장 닫히기 전에 우신 주식 판 사람 있냐? 손 들어 봐.”
[호롤롤롤로 : 손ㅎ에어컨시원해 : 손
선형대수학 : 손
룰루 : 발]
“얘네한테 칭찬의 박수.”
[kloka : ㅉㅉㅉㅉㅉㅉ과메기먹고싶다 : ㅉㅉㅉ
레번클로 : ㅉㅉㅉㅉㅉ]
“우리 방송을 잘 아는 사람들이에요, 아주. 오늘부터 우신 주가 뚝 떨어질 거니까, 내일 아침에 장 열리면 바로 팔길 바랍니다.”
[alskdjlas : 아 주식 얘긴 됐고 빨리 썰이나 푸셈ㅡㅡ 벌써 2만명 됐네 2만명 기다리려고 주식 얘기한거지??]“들켰나. 와, 근데 벌써 2만 명. 우리 많이 컸다. 진짜 코딱지만 한 방송이었는데.”
[운영자 : 화제의 방송 1위에 선정되었습니다!운영자 : 실시간 시청자 상승 폭이 높은 방송 1위에 선정되었습니다!]
때맞춰 운영자 봇까지 나타나 분위기를 띄워 주었다.
최종현은 김정우에게 눈짓했다.
더 질질 끌다가는 오히려 시청자들이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빨리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김정우는 화면에 슬라이드를 띄울 준비를 했다.
“이번 방송은 세 가지 주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주제가 결국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에, 그냥 썰 듣듯 평소처럼 편하게 들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기자님들 많이 들어와 달라고 했는데, 기자님들 많이 오셨나요?”
[난나나나 : 기자들이 말하겠냐ㅋㅋ레몬나르고빚갚으리오 : 기자들 왔어도 말 못하지 취재도 안 하고 공짜로 기사 얻어 쓰러 왔는데ㅋㅋㅋ]
“아냐. 이번에 공지 봤잖아. 우리가 기자분들 많이 와 달라고 했어.”
“뭐, 기자분들 알아서 잘 듣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일단 말씀드립니다. 여기 화면 상단에 웹하드 아이디랑 비밀번호 보이시죠? 저희가 방송에 내보내는 모든 자료들은 이 웹하드에 올려놓을 겁니다. 기사로 작성하실 때 유용하게 쓰시길 바랄게요.”
[카드값줘체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절하다꼰지 : 그러게 요즘 기자로 살기 편하다 진짜ㅋㅋㅋ]
“어쨌든, 공지는 이 정도로 됐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최종현이 두 손을 모아 비비며 말했다.
조봉준은 씨익 웃으며 큐 카드를 들어 올렸다.
“자, 첫 번째 주제는 우신 메디컬 센터 산하의 우신 복지 재단입니다. 이름부터 대놓고 착한 일 하는 곳이죠? 아마 뻔질나게 보셨을 텐데, 아프리카 다섯 군데에 학교와 병원을 짓는다고 기사를 엄청 냈거든요. 우신이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명목으로 벌이는 사업인데. 아시려나.”
[로자리아 : 인터넷 광고에 엄청 떠서 봄김건우 : 나 저기다가 만원 후원했는데 뭐 문제 있음?…
아폴론 신봉자 : 우신 관련된 기관에 돈을 넣었다면 그건 이 방송 시청자로서 어리석은 일임ㅋㅋ
김건우 : 아나 몰랐다고ㅠㅠㅠ]
“일단 이 사업을 한창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남수단의 와랍주입니다. 독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내전 중인 국가라 우신 복지 재단 말고도 다른 NGO에서도 봉사를 많이 가는 곳이에요. 5년 전부터 착공 들어간다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자, 얼마나 지어졌는지 궁금하실 텐데. 한번 사진으로 볼까요?”
최종현의 말에 김정우가 다음 슬라이드로 넘기자, 폐허나 다름없는 폐광 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2837129 : 뭐여; 사진 잘못 올린거 아님?김건우 : ;;;저기가 병원이랑 학교라고?
파송송계란탁 : 지은 지 5년 돼간다며; 저건 지은게 아니라 그냥 광산같은디]
“이상하죠? 지금이 고조선도 아니고 동굴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치료하겠다는 건지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최근 2010년에도 와랍주에 건립하고 있는 병원이 거의 다 지어져간다고 기사가 났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꼰지 : 사진 잘못 가져온거 아님?]“사진을 잘못 가져올 리가 없어요. 왜냐? 나랑 봉준이가 직접 남수단에 가서 찍은 사진이거든. 현지 코디까지 섭외해서.”
[호롤롤롤로 : 헐 저길 다녀왔다고? 형들이?;;;]“우신 복지 재단이 보육원 천사의 집을 내세워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보니, 바로 천사의 집에 문의했죠. 했더니 건설 업체 문제라더라고요? 그래서 그거 우신 물산이잖아. 했더니, 현지 업체가 또 있대. 그 업체 문제라고 하는데……. 웃기지도 않죠. 야, 우신 물산 니네 혼자 하는 거 다 아니까 그런 변명하지 마라. 솔직히 당장 증거는 없는데, 증거 찾는 거 시간 문제니까.”
[소녀시대 : 뻔하디 뻔한 변명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조아 : 미리 선수치기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
아폴론신봉자 : 와 나는 형들이 남수단에 직접 갔다 왓다는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진짜로… 집착뭐냐…]
“아, 이 정도로 놀라지 마세요. 지금 놀랄 거 수두룩빽빽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