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13)
너희들은 변호됐다-414화(413/641)
#414화
앉았을 때 더는 큰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됐을 때부터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내 일이 기사로는 나지 않았지만, 아마 강민재가 몇몇에게는 알린 것 같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기사로는 낼 수 없으니 조금씩 소문을 내서 내가 우신에 의해 살해될 뻔했다는 사실이 알음알음 알려지면, 만일 이 같은 일이 또 벌어졌을 때 우신의 짓으로 특정하기 용이해질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차 변!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오 사무장과 이예진이 함께 내 병실을 방문했다.
이예진은 나를 보기가 무섭게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며 달려왔다.
“아니, 잘생긴 얼굴에 이게 다 뭐야! 고상준 개새끼…….”
지금은 멍이 많이 빠졌는데도 이예진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죽이려고 했어도 그렇지 이 얼굴을 보고도 이렇게 만들 생각이 든단 말이야? 아니, 그럼 처음 구조됐을 때는 띵띵 붓고 멍도 더 심했을 거 아니야! 내 이 자식들을 그냥!”
얼굴에 멍 따위보다 칼에 찔린 복부가 더 심각하다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이예진은 내 얼굴을 보고 눈물이라도 글썽일 기세였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호사님, 복부 자상은 좀 어떠십니까?”
그때 정상인인 오 사무장이 내 곁에 조심스럽게 앉으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다행히 주요 장기는 다치지 않아서 수술도 금방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요. 저승문까지 갔다 와서 CPR인지 시팔롬인지까지 해서 살렸는데.”
태식이 한마디 하자, 오 사무장이 한숨을 쉬었다.
“그럼 심정지가 왔었다는 말입니까?”
오 사무장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멀쩡하니 그걸로 됐습니다.”
“멀쩡하긴 뭐가 멀쩡해! 민재한테 들으니까 CPR을 배 위부터 시작해서 병원까지 와서 했다며.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차 변. 에휴…….”
병실 안은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이제 잘 낫고 있고, 자상만 조금 더 괜찮아지면 퇴원할 텐데, 왜 이렇게 죽상들인지 모르겠다.
“아, 이거 오다가 사 왔어. 빵인데, 입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먹으라고.”
이예진이 종이가방을 내밀자, 태식이 받아 들어 선반에 올려놓았다.
이예진은 시선은 자연스럽게 태식으로 옮겨 갔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누구셔?”
“경호원입니다.”
“이번 사건 있고 나서 들인 거야?”
“그건 아니고, 이번 사건 있기 전에 강 변하고 저, 그리고 몇몇한테 붙여 놨었습니다.”
“그럼 경호원이 있었는데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야?”
이예진이 놀란 듯 묻자, 태식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리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부족해서 그렇죠, 뭐……. 할 말 없습니다…….”
태식이 한없이 쪼그라들 기세로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이예진은 미안해졌는지 태식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아닙니다. 제가 잘못이 큽니다……. 제가 그날 신나지만 않았더라도 변호사님이 이런 변을 당하실 일은 없었는데!”
경호원으로서 반성하는 건 좋지만, 언제까지 저렇게 풀이 죽어 있을 건진 궁금하다.
“태식이 너도 그만 반성해.”
“어떻게 이렇게 큰일을 겪으시게 하고 반성을 그만해요! 계속할 겁니다!”
“그럼 너 해고야. 다른 직원으로 교체해 줘.”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 사무장 역시도 태식의 등을 팍팍 때리며 그를 응원했다.
“그래, 열심히 해, 태식이. 변호사님 위험하시지 않게.”
“넵!”
30분 정도 있었을까.
이예진과 오 사무장은 푹 쉬라며 돌아갔다.
오 사무장은 강민재와 둘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으니 썰렁하다며 얼른 나아서 돌아오라고도 했다.
나 역시도 얼른 병원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무리 좀 돌아다닐 수 있는 몸이 되었다곤 해도 병원복을 입고 종일 병원에 갇혀 있는 것은 매한가지였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컸다.
“변호사님, 전화 오는데요?”
잠깐 잘까 하고 누웠을 때, 태식이 대 휴대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내가 손을 내밀자, 태식이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발신자는 최종현이었다.
─차 변, 뭐 해?
“그냥 쉬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지금 가도 되나?
“우리가 누굽니까?”
─나랑 봉준이.
“놀러 오시는 거면 오지 말고, 다른 용무가 있으신 거면 오십시오.”
─참나, 놀러 가면 어때서? 근데 용무가 있는 건 맞아. 지금 갈게.
전화를 끊고 그들이 오기 전까지 잠깐만 자자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는데, 5분도 되지 않아 병실 문이 열렸다.
“차 변, 우리 왔어.”
“뭡니까? 전화 끊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오셨습니까?”
“1층에서 전화했거든.”
그들은 침대 양옆에 앉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내가 안 된다고 했어도 왔을 위인들이다.
조봉준은 들고 온 서류 가방을 열고 그 안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 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뭡니까?”
“우리가 L&B에 대해서 좀 알아보고 있었거든. 근데 이런 게 있더라고?”
그들이 건넨 종이에는 일중일보 신문 한 장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중에 그들이 하이라이트 표시를 해 둔 것은 가장 아래, 천사의 집에서 유학을 보낸다는 아이들에 대한 기사였다.
“장학 사업의 일환인 것 같군요. 그런데 이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최종현은 대답 대신 가장 아랫부분을 가리켰다.
천사의 집 장학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및 단체를 작게 표시해 둔 것인데 그중에 L&B가 있었다.
“L&B가 고상준 거니까 우신 메디컬 산하의 천사의 집에 돈을 쓰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우신 메디컬 센터에서 지원한다는 게 아니라 L&B인 게 이상해. L&B는 비자금을 보관해 두는 금고 같은 거잖아? 그런데 이런 데 돈을 쓰는 게 말이 돼?”
“그렇네요.”
“그래서 애들 유학에도 뭐가 걸려 있는 건 아닌지 수상해서. 조사가 다 된 건 아니지만.”
장학 사업이나 아이들 유학을 통해서 L&B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오히려 고상준의 숨겨진 금고인 L&B가 아니라, 우신 메디컬 센터 쪽의 자금을 푸는 것이 절세나 업적 불리기에는 더 좋을 텐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애들 유학에 대해서 좀 조사해 봤거든. 보강 조사가 필요할 것 같긴 한데, 여기 봐 봐.”
여태까지 천사의 집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유학을 보냈던 아이들에 관련된 자료였다.
천사의 집에서 홍보 목적으로 돌린 보도 자료인 듯했다.
“확실히 다른 보육원에 비해 유학을 많이 보내네요.”
일반적으로 보육원으로 보내진 아이들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영재 교육 정도에서 그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영재 교육조차 하지 못하는 보육원은 더 많았다.
하지만 천사의 집 같은 경우는 유학을 상당히 많이 보냈다.
한 해에도 2명, 3명씩 유학을 보냈고 대부분 일본으로 보내졌다.
일본에 자매결연을 한 학교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조사한 건데, 이 그래프를 보면 전체 유학생에 관한 통계인데 여자애들이 훨씬 많아. 남자애들은 주로 어린 나이에 보내지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애들은 어린 나이가 아니어도 청소년 시기에 보내지는 아이들도 많고.”
“영재 교육은 보통 어린 나이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아이들은 방출을 앞둔 17세에 보내지는 경우도 왕왕 있어. 뭐,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왜 여자애들만 그런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천사의 집에 몇 번 방문했을 때도 남자아이들이 조금 많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뭐, 그냥 단순히 여자애들이 영재 비율이 높거나 중고등학교 올라가서 성적이 좋은 애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수상한 점을 꼽아 보면 이건데……. 사실 이게 어떻게 이용되는 건진 잘 모르겠어. 그냥 유학 보내는 데 L&B가 있다는 걸 알고 억지로 끼워서 맞춰 본 자료긴 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의 집에서 유학을 많이 보낸다는 사실은 이미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뤄진 이야기다.
우신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것으로 홍보를 많이 했으니까.
하지만 이게 어떻게 우신의 악행에 이용되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전 삶에서 알아낸 바로는, 우신은 천사의 집 어린아이들의 계좌를 터서 차명 계좌로 이용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유학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데…….
“뭐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전혀 예상이 안 가네요.”
“그렇지? 우리도 그래.”
“아프리카에 학교 짓는 것도 돈 빼돌리기에 이용되는데, 유학이라고 아닐 거란 법은 없잖아. 한번 딥하게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
“네. 그게 좋겠네요. 유학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건지, 유학 보내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알아보다 보면 뭐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천사의 집 아이들이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 우신 계열사에서 일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실이라면 좋은 순환이지만, 여기에도 그들이 꽁꽁 숨겨 놓은 음모가 있다면 알아내야 한다.
이런 음모는 직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얼기설기 엮여 있는 실타래를 풀어내야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엮여 있는 경우가 많다.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송혜령 간사라고 예전에 천사의 집에서 일하던 사람이 있거든.”
송혜령 간사?
나는 잠시 그 이름을 더듬어 보았다.
“아, 최 기자님이 좋아하던 천사의 집 간사 말입니까?”
“뭐? 좋아해? 내가 언제!”
“좋아했잖아, 형. 왜 그래.”
최종현은 얼굴을 붉히며 펄쩍 뛰었다.
“아니거든!”
“맞거든.”
“당사자가 아니라는데 왜 네가 난리야, 확 씨.”
“아무튼, 그 송혜령 간사가 왜요?”
“얼마 전에 퇴사했다고 들었어. 그 사람한테 찾아가서 유학 보내는 애들 기준이나, 그런 자세한 걸 좀 물어볼까 싶어서.”
“괜찮은 방법이네요. 그런데 말을 해 줄까요?”
최종현은 팔짱을 끼며 잠시 고민했다.
“말해 줄 것 같아. 친절한 사람이었거든. 지금 있는 김영지 간사랑 다르게.”
“좋아한 거 맞네.”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