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17)
너희들은 변호됐다-418화(417/641)
#418화
[안녕하세요, 이가연 씨. 최종현 기자라고 합니다. 김승희 씨로부터 메일 주소 받아 연락드립니다. 저희는 천사의 집의 유학 비리에 대하여 조사하고 있습니다. 통화 가능한 번호가 있으시다면 남겨 주시고, 힘드시다면 메일로 말씀 나눠도 괜찮습니다. 혹은 저희가 일본으로 찾아뵈어도 되고요. 편하신 방향대로 저희가 맞추겠습니다. 회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메일 보낸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안 읽어.”
최종현이 소파에 늘어지며 한숨을 쉬었다.
내 시선은 계속해서 내 소파 위에서 감자 칩을 먹는 조봉준의 입에 가 있었다.
“연락이 잘되는 사람은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배를 잡고 일어나 조봉준의 손에서 감자 칩을 빼앗으며 말했다.
“아, 왜.”
“소파에 흘리잖습니까.”
“거참 깐깐하기는.”
조봉준은 그렇게 말하며 감자 칩 부스러기가 앉은 옷을 탈탈 털었다.
나는 그만 기절하고 싶어졌다.
그가 이런 나를 골리려고 일부러 하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내 소파 위와 거실 바닥에 감자 칩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아, 봉준 형님 거참 변호사님 아프신데 왜 자꾸 약 올리세요.”
급기야 태식이 청소기를 가지고 와서 바닥과 소파 위를 밀기 시작했다.
청소기에 쏙 빨려들어 가는 감자 칩 부스러기를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 이럴 때야? 봉준이 너도, 차 변도! 지금 이가연이 메일을 안 읽는데!”
“수신확인이 안 되는 사이트일 수도 있죠.”
“수신한 거라면 답장이 와야 할 거 아니야.”
“곧 오겠죠.”
“왜 이렇게 여유로워?”
“여유로운 게 아니라 지금 그렇게 애타게 기다려 봤자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나 역시 누구보다 이가연에게 메일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지만, 이가연이 본래 연락이 잘 안 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각오는 하고 있었다.
최종현은 아무래도 성상납의 진실을 얼른 알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처음 성상납의 냄새를 풍기는 김승희의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흥분했던 것은 조봉준이었는데, 어쩌면 마음속에서 가장 분노한 것은 최종현일지도 모르겠다.
“에이, 참. 이놈의 집에선 과자 하나 마음대로 못 먹고.”
“옆으로 좀 비켜 보세요, 밀게.”
태식은 청소기 헤드로 조봉준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말했다.
조봉준은 에이 씨! 하며 노트북 앞에 늘어진 최종현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어! 읽었다.”
“뭐? 진짜?”
“방금 읽었나 봐!”
과연 수신확인 창에는 읽은 시간이 떠 있었다.
방금 읽은 것 같다.
지금 시각은 오후 7시.
퇴근하고 읽은 것일까.
그리고 그로부터 10분이 지났을 무렵, 최종현의 메일함에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메일 왔다! 빨리 읽어 봐!”
최종현은 소파에 늘어졌던 몸을 벌떡 일으키며 받은 메일함으로 들어갔다.
과연, 이가연의 이름으로 메일이 한 통 도착해 있었다.
[안녕하세요, 최종현 기자님. 승희 언니한테 말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따로 휴대폰이 없어서 통화는 힘들 것 같습니다. 메일로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보시다시피 제가 메일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빠른 인터뷰를 원하신다면 죄송하지만 일본으로 와 주시면 수월할 것 같아요. 일본으로 오실 수 있다면 말씀 남겨 주세요.]“휴대폰이 없대.”
“요즘 휴대폰 없는 사람도 있나?”
“휴대폰이 있었다면 메일을 진작 읽었겠죠. 없다는 말이 거짓말 같진 않습니다.”
어쨌든 이가연에게 긍정적인 연락이 온 것은 다행이다.
“무슨 사정인지 궁금하네. 일단 답장 빨리 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간다고 할까?”
“그러십시오.”
[안녕하세요, 이가연 씨. 답장 잘 받았습니다. 저희가 일본으로 이가연 씨 뵈러 가겠습니다. 주소 남겨 주시면 당장 내일이라도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한번 메일을 읽고 나니, 이가연도 메일을 일찍 읽어 주었다.
아무래도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데, 빠르게 약속까지 잡는 게 좋겠다.
[지금은 오사카에 있습니다. 오사카 공항으로 오시면 제가 마중 나가겠습니다. 내일은 일하는 날이라 뵙기는 힘들 것 같고, 이틀 뒤인 수요일 낮에 뵙는 게 어떨까요?]“수요일 낮에 보쟤. 항공권 좀 알아봐 봐.”
조봉준은 바로 옆에서 휴대폰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수요일 낮 12시 20분 출발 비행기 있다. 오사카 도착하면 2시 5분.”
“더 일찍은?”
“11시 비행기 있어. 도착하면 12시 45분.”
최종현은 바로 메일에 답장을 썼다.
[수요일 12시 45분 도착, 2시 5분 도착 비행기가 있습니다. 몇 시가 더 편하십니까?] [2시 5분이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모레 뵙겠습니다. ‘최종현 기자님’이라는 종이를 들고 서 있겠습니다.]메일을 보자마자 그들은 항공사 사이트로 들어가 2시 5분에 오사카로 도착하는 비행기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결제 창으로 넘어갔을 때, 최종현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차 변. 카드 좀.”
물론 항공권을 사는 건 내 몫이었다.
* * *
오사카 공항에 도착한 최종현, 조봉준, 그리고 그들의 경호원들은 바로 출구로 향했다.
반쯤은 뛰어가는 듯한 빠른 걸음이었다.
출구로 나오기가 무섭게,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최종현 기자님’이라는 종이를 들고 있는 여자를 찾기 시작했다.
“없는데?”
“이쪽도 없어.”
“여기도 안 보입니다.”
“여기에도 안 보이는데요?”
지금 시각은 2시 20분.
2시 5분에 도착하는 비행기라고 말해 뒀는데, 아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당황스러웠다.
최종현과 조봉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혹시 낚인 건 아니겠지?”
“설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신이 어쩌면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이가연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가연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만일 그렇다면 차라리 이가연이 최종현과 조봉준을 낚을 속셈이었다는 게 낫다.
최종현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아무런 연락도 와 있는 건 없었다.
그때,
“형! 저기!”
조봉준이 한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쪽에서는 ‘최종현 기자님’이라는 종이를 든 채 공항 안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이가연이다.
조봉준과 최종현 역시도 이가연을 향해 달려갔다.
“이가연 씨?”
“아, 네. 하아, 늦어서 죄송해요. 하아, 차가 너무 밀려서…….”
헛된 걱정을 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숙이는 이가연의 모습을 보니, 괜히 낚인 건 아닌지 의심했던 순간이 되레 미안해질 따름이었다.
“그런데 기자님 혼자 오시는 줄 알았는데, 이쪽 분들은…….”
이가연은 조금 경계하는 듯 조봉준과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
“아, 이쪽은 저랑 같이 방송하는,”
“아, 아! 조봉준 씨 맞죠? 방송에서 봤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이쪽 두 명은 저희 경호를 맡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경호요?”
“아, 최근에 좀 위험한 일이 있어서……. 혹시 불편하십니까?”
“아, 아니에요. 경호원이 있으면 오히려 좋죠.”
이가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감시할까 봐 걱정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혹시 우신에서 따라붙었을까 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아, 네.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희도 이중삼중으로 확인하고 왔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다행이네요.”
“어디 카페 같은 데라도 가서 말씀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자리부터 옮기시죠.”
최종현이 공항 출구 쪽으로 나서며 말하자, 이가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사실……. 저 말고 증언하고 싶다는 언니들이 몇 더 있어서요. 저희 집 근처로 가시는 게 어떨까요?”
“그럼 저희야 좋죠. 증언은 다다익선이니까요.”
그들은 택시를 잡아타고 이가연이 안내해 주는 곳으로 이동했다.
택시 기사와 대화하는 이가연을 보니, 확실히 어린 시절에 일본에 와서 지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날 만큼 일본어가 아주 유창했다.
“이쪽이에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이가연이 골목 안쪽에 위치한 카페를 가리켰다.
카페에 도착하자, 이미 도착해 있는 두 명의 여자가 이가연을 알아보고 반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최종현과 조봉준은 그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맞은 편에 앉았다.
“저희 집에서 대화 나누면 더 조용하고 좋을 텐데, 여러 명이 함께 사는 좁은 집이라 누추해서요.”
이가연이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
“아닙니다.”
“바쁘신 분들인데, 일단 인터뷰부터 시작할까요?”
이가연이 함께 나온 이들을 향해 묻자, 그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천사의 집에 계셨다가 일본에 유학 명목으로 오신 분들이죠?”
“네.”
“실례지만, 저희가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 부분부터 질문드리고 그다음에 천천히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불편하실 수도 있는 질문인데, 괜찮을까요?”
조봉준의 물음에 그들은 잠시 시선을 주고받았다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천사의 집에서 일본 유학을 다녀오신 다른 분께 들었을 때, 처음 일본에 갔을 때 후원자라는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셨습니까?”
“아, 네. 저희도 만나러 갔었어요.”
“그때는 나이가 어떻게 되실 때였습니까?”
“저는 13살이요.”
“저는 16살.”
“저도 15살이요.”
“그때 후원자라는 사람들을 만나서 뭘 하셨는지, 후원자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들은 잠시 침묵에 싸였다.
그러다가 잠시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표정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걸 말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듯한 눈치였다.
“처음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땐, 다섯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었는데……. 한 사람씩 그 사람들 옆에 앉으라고 했고, 술을 따라 주라고 하더라고요.”
“……술을 따라 주라고 했다고요?”
“네.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했었는데……. 그 사람들이 저희의 팔뚝이나, 다리 같은 데를 쓰다듬고 만지더라구요.”
최종현과 조봉준은 인상을 구겼다.
“성추행이네요.”
조봉준의 말에 이가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몇 번 그 사람들을 만나서 술 따라 주고, 그렇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17살이 됐을 무렵부터는 아예 한 명씩 호텔 방으로 부르더라고요.”
“호텔 방으로요?”
호텔 방으로 불렀다는 말에 조봉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저희가 생각하는 그게 맞습니까?”
“……네. 맞아요. 거기서 처음으로 강간을 당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