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31)
너희들은 변호됐다-432화(431/641)
#432화
장기매매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회의실에는 탄식이 흘렀다.
혈액형이 언급되었을 때부터 모두가 장기매매라는 말이 나올 거라는 사실은 예상하던 바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강민재는 돌리던 펜을 탁 내려놓으며 이마를 짚었다.
최종현과 조봉준은 PPT를 종료하고 다시 의자로 돌아와 앉았다.
“이 새끼들을 어쩌면 좋죠?”
오 사무장이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참는 듯했다.
최종현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다가 입바람으로 앞머리를 넘기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후. 이 새끼들이 이래서 그렇게 차 변을 못 죽여서 안달이었나 봐.”
“L&B 뽑으면 넝쿨째 들어올 게 뻔하니까요. 장기매매 건은 할아버지가 남겨 주신 조사 자료 때문에 빠르게 알게 됐지만, 우신이 수상하게 사람들을 일본으로 넘기고 있다는 걸 우리가 안 순간 장기매매까지 가는 건 어차피 시간문제였어요.”
강민재가 말했다.
“이건 터트리면 정말 우신도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보이는데?”
“화제만 놓고 봐선 그렇지만, 빠져나가려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놈들입니다. 그러니 더욱 만반의 준비를 해서 들어가야죠.”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의 집 설립 이전에 대해서는 오래전의 일인 데다 자료가 많지 않아서 알아보기 쉽지 않겠지만, 설립 이후 일본으로 넘어간 아이들에 대해서는 알아보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일단 영재 교육을 한다는 미명하에 넘어간 아이들과 가짜 여권을 만들어서 넘어간 아이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차 변은 근데 처음에 성상납 건은 섣불리 결론 안 내리려고 하더니, 이번엔 좀 확신하는 것 같다? 이유가 있어?”
그의 말대로 그때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단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문득 이번 삶에서는 잘 넘어갔지만, 이전 삶에서 허민우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예림이 사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당시 예림이라는 아이는 뺑소니 사고로 우신 병원에 실려 갔었고, 기억을 잃어 바로 천사의 집으로 넘어갔다.
뺑소니 사고 자체가 꾸며진 일인지, 아니면 우연히 뺑소니 사고가 일어나게 된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예림은 천사의 집에 당도하기가 무섭게 위조 여권으로 일본으로 넘겨졌고, 허민우는 이를 조사하다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이전 삶에선 경찰 신분인 허민우가 차명 계좌가 잠들어 있는 천사의 집을 팠기 때문에 죽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쩌면 장기매매를 알게 될 것을 염려한 우신 측에서 미리 싹을 자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예림이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그간 우리가 알아본 것처럼 영재 교육을 빙자한 것도 아니었고, 오랫동안 두고 본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아주 급하게 처리되었다.
허민우가 ‘해외 쪽도 찾아보라’는 내 말이 아니었다면 절대 알아내지 못했을 정도로 빠르게.
“완벽하게 확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예림이 일반적인 혈액형이었다면 굳이 부모를 잃은 것도 아닌 예림을 급하게 일본으로 보낼 까닭이 없다.
예림을 대신해 일본으로 갈 아이들은 이미 천사의 집에 많았을 테니까.
하지만 예림을 선택한 것은 역시, 예림이 희귀 혈액형이기 때문이 아닐까.
만일 예림이 희귀 혈액형이 맞다면, 우신이 정말로 장기매매를 벌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실, 허 경위님하고도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 강민재가 입을 열었다.
강민재는 허민우에 대한 신뢰가 높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나는 지금 단계에서 알려 주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조금 더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일 커지면 허 경위한테는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긴 하겠네요.”
그나저나, 예림의 혈액형을 무슨 수로 알아내지.
태식이 알아볼 수 있으려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회의실에서 나와 사무실 한쪽에서 놀고 있는 태식에게 손짓했다.
태식은 물음표가 가득한 얼굴로 나를 따라 나왔다.
“뭔데요? 왜요?”
“전에 상길이한테 일 맡겼던 예림이라는 애 기억나?”
“아, 네. 기억나죠.”
“예림이 혈액형도 알아 올 수 있어?”
“혈액형이요?”
태식은 이상한 질문을 받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기울였다.
“애가 미성년자라서 잘 모르겠는데요……. 어디 등록된 기관이 없을 것 같아서.”
“특수 혈액형일 확률이 높아. -D—D-까진 아니고, RH- 정도?”
“비비디바비디부?”
“언제적 CF야……. 그거 말고, -D—D- 말이야.”
내가 휴대폰에 적어서 보여주자, 태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걸 비비디바비디부라고 읽어요? 근데 이런 혈액형이 있어요?”
“바디바바디바……. 하, 됐다. 아무튼 이런 혈액형이 있어. RH-는 알지?”
“그건 알죠. 저를 뭐 바보로 아세요?”
바보로 알지, 그럼 천재로 알겠는가?
“아무튼, RH-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 같은 데를 뒤지면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희귀 혈액형이라 분명 수혈 문제 때문에 그런 데 연락망을 가지고 있을 거야. 찾아볼 수 있겠어?”
“흠, 해 볼게요.”
“최대한 빨리.”
“넵.”
태식은 그 길로 직원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회의실로 돌아갔다.
“아무튼 장기매매 쪽으로 가닥을 잡고 한 번 알아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사무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들은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인지, 한참 동안 이야기하다 나를 바라보았다.
“아, 차 변 오네. 차 변. 혹시 우신 집안 유전병 있는 거 알아?”
“유전병이요?”
유전병이라.
잠시 잊고 있었던 게 생각난다.
이전 삶에서 범 우신 가 사람들은 대부분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전 삶에서 있었던 특검 당시에도 강도 높은 수사는 할 수 없었고, 걸핏하면 심장 문제로 수사를 지연시키곤 했다.
“심장 쪽 질환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맞아. 지금 다 모른대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했네. 봐 봐. 심장 질환 있다잖아.”
“전혀 몰랐네. 검색해도 잘 안 나와서.”
“그거 때문에 우신 병원이 심장 질환이랑 장기이식 쪽에서 두각을…….”
최종현이 말하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신에서 훗날 크게 장기이식 센터를 차리고, 거기에 임현일을 센터장으로 앉혔다는 사실은 강관웅의 피습 당시에도 기억해 냈던 일이다.
임현일은 당시 피습당한 강관웅을 수술한 의사였고.
“씨발, 그러네. 맞네. 이거 가만 보니까 지들 유전병 때문에 그렇게 이용해 먹다가 나중에 사업 크게 벌인 거네.”
“딱딱 맞아 들어가네.”
임현일.
당시 강관웅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문제다.
그때 수술이 끝나고 천문학적인 자본이 들어간 장기이식 센터장이 될 사람이 왜 분원에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던 것을 기억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강관웅은 정말 고령이어서 피습과 강도 높은 수술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것일까.
아니면 수술장에서 임현일이 손을 써서 죽게 된 것일까.
내가 임현일이 집도의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강관웅의 수술이 이미 끝난 다음이었다.
그러니 수술 자체를 막을 순 없었다.
하지만 임현일이 손을 써서 강관웅이 죽게 된 것이라면?
부검에선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아니, 감상에 빠지지 말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임현일이 손을 써서 그렇게 된 거라고 해도 강관웅의 죽음은 내가 막을 수 없었던 사건이니까.
지금 생각할 것은 그게 아니다.
지금 생각할 것은 훗날 장기이식 센터장이 될 임현일에 대한 것이다.
이전 삶에서 임현일이 장기이식 센터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삶에서는 용인 분원에 있었다.
이번 삶에서 임현일은 장기이식 센터장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것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이번 삶에서도 임현일은 장기이식 쪽으로 두각을 드러낼 만한 업적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게 맞다.
“일단 사무장님도 그렇고, 저도, 강 변도 자료를 다 못 봤으니까 끝까지 보고 다시 얘기 나눠 보죠.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고요.”
“그래.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또 알아볼게.”
나는 자리가 파하기가 무섭게 쏜살같이 집으로 갔다.
그리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서재에 앉았다.
용인 우신 병원에 들어가 임현일의 간단한 신상정보를 찾으려 했으나, 어디에도 임현일의 이름은 없었다.
나는 다시 포털에 임현일의 이름을 검색했고, 그가 강관웅 피습 당시 집도했다는 내용의 기사들 사이에서 본원으로 옮겼다는 정보를 찾아냈다.
“이래서 센터장이 되는 건가.”
임현일이 이 타이밍에 본원으로 가게 된 건 역시 그가 수술방에서 강관웅에게 손을 썼다는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강관웅은 90대의 고령이었고, 회생 가능성이 희박했으나 어쨌든 그는 전 대통령을 살려 내지 못한 의사다.
그런데도 본원으로 옮겨졌다는 건 역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 중에 의외인 것은, 장기이식 센터장이 될 사람인데 이식외과가 아닌 일반외과 교수라는 점인데…….
당장 중요한 사안은 아니니 넘기기로 하고, 나는 본원으로 들어가 임현일의 프로필을 찾았다.
“백인대 의과대학 졸업.”
백인대 의과대학?
처음 듣는 곳이다.
나는 다시 포털에 백인대 의과대학을 검색했다.
지방에 있는 사립 대학교이고, 타과는 인기가 없지만 의대가 있기 때문에 의대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려진 곳인 모양이다.
확실히 백인대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의대 건물은 휘황찬란한데 타 대 건물은 조악하기 짝이 없다.
“흐음…….”
백인대 의대 출신이 우신 병원 본원 교수까지 하고 있는데, 대문짝만하게 걸어 놨을 법도 하다.
나는 사이트 구석구석을 뒤져, 임현일의 이름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백인대 의과대학 21회 졸업생 임현일 서울 우신 병원 외과 과장 부임]그밖에는 임현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만한 곳이 없다.
나는 스크롤을 쭉 내리다, 생각지 못한 이름을 발견했다.
[백인대 의과대학 21회 졸업생 백찬근 서울 명운 대학 병원 신경외과 과장 부임]백찬근 명운 대학 병원 신경외과 과장.
순간 머릿속에 흐릿하게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이 사람, 본 적이 있다.
명운 대학 병원 신경외과라면 동진이 일하는 곳이다.
예전에 동진이 누명을 썼을 때 지나가면서 한 번 본 것 같다.
백찬근이 임현일과 동문, 그것도 같은 21회 졸업생이라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쪽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망설이지 않고 동진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