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37)
너희들은 변호됐다-438화(437/641)
#438화
나는 지금까지 알아본 것들을 전부 그들에게 설명했다.
김찬영과 고윤성이 오카시마 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까지도.
임현일이 용인 우신 병원에서 강관웅의 응급 수술을 진행하면서 수를 쓴 것 같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딱딱하게 굳은 강민재의 얼굴을 보아서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들이 갖고 있던 심장 질환 때문에 시작됐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충격적이네. 특히 찬영이는 모르고 있는 거잖아. 자기가 이식받은 심장의 출처가 어디인지.”
조봉준이 혀를 찼다.
조봉준도, 최종현도 명화제약 건으로 김찬영과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을 느끼는 듯했다.
“고윤성 그 새끼는 뭐, 알아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지만.”
최종현이 덧붙이자, 조봉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오 사무장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강민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민재는 팔짱을 낀 채 의자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고 있었는데, 아무런 말없이 그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오 사무장의 시선이 계속 강민재를 향해 있는 것을 최종현과 조봉준도 알아차렸는지, 순식간에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내가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혼자 알아본 정보였기 때문에, 강민재는 한꺼번에 임현일에 대한 대량의 충격적인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충분히 혼란스러우리라 생각한다.
“민재, 괜찮아?”
강민재를 지켜보던 조봉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강민재는 한숨을 푹 쉬며 입을 열었다.
“임현일이 우신 사주를 받고 테이블 위에서 할아버지한테 손을 댔을 확률도 없다고 볼 순 없겠네요.”
그의 머릿속엔 그 생각만이 맴돌았던 모양이었다.
이해한다.
다른 이야기들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배제할 순 없지.”
내 대답에 강민재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던 강민재는, 정말 아무렇지 않아서가 아니라 임현일을 의심해도 된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자신이 지나친 생각을 할까 봐 감정을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병원을 옮겨야 했던 걸까요. 그때, 변호사님한테 얘기했을 때……. 아니네, 이미 그땐 수술 방에 들어간 다음이었으니까 의미 없었네요. 그때 제가 정신없이 할아버지 괜찮겠냐고 울고불고한 게 잘못됐던 거예요. 그때 정신 차리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자고 했었어야…….”
“어떻게 그래. 용인에 큰 병원이라곤 거기뿐이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다가 골든타임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게다가 대놓고 우신 못 믿겠으니 병원 옮기겠다고 할 수도 없고, 다른 이유도 댈 만한 게 없었잖아.”
강민재가 죄책감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기 전에 내가 빠르게 말을 가로챘다.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게 어떻게 네 잘못이야. 그런 생각하지 마.”
“하……. 수술실에서 손을 댔는지, 아니면 중환자실에 누워 계실 때 약을 잘못 썼는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수술 끝난 다음에라도 옮겼어야 했어요. 다 저 때문이에요. 저 때문에 할아버지가…….”
“중환자실에 계실 때 약을 잘못 썼으면 부검에서 알 수 있었겠지.”
“그래도,”
“그래도는 뭐가 그래도야. 언제까지 네 탓 할 거야? 네가 어르신께 묘원에 가시라고 했어? 아니면, 네가 묘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어?”
“…….”
“넌 아무것도 몰랐어. 용인 우신 병원에서 임현일이 수술하면서 수를 쓸지 미리 알고 있었어? 아니면, 임현일이 우신 지령 받는 놈이라는 걸 미리 알기라도 했어? 넌 아무것도 몰랐어. 아무것도 모르고 인지상정을 생각했던 네가 뭘 잘못했는데. 미리 일어날 걸 알았는데 못 막았으면 그건 네 잘못이야. 근데, 네가 뭘 알았는데.”
“……그래도,”
“뭐가 그래도냐고. 잘못한 건 우신이고, 임현일인데 왜 그놈들도 안 느끼는 죄책감을 네가 느껴야 하는데? 죄책감을 느낄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네가 그 멍에를 대신 지냐고.”
이렇게 말하는 나도 강민재가 어떤 마음일지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아버지가 안트로졸 알파를 맞고 계신다는 걸 몰랐다.
우신이 안트로졸 알파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출시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무심해서 아버지를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제대로 알아봤다면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아서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들끓는 복수심으로 우신을 들이받기 시작했다.
그 죄책감은 안트로졸 알파 출시를 막은 지금에도 완전히 떨쳐 버리지 못했다.
이번 삶에서도 우신을 파는 건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욕망도 있지만, 아직도 떨쳐내지 못한 내 알량한 복수심 때문이기도 하다.
강민재는 지금 그 길을 걸으려 하고 있다.
이곳은 지옥이다.
죽었다가 깨어나도 벗어날 수 없는 지옥.
내 것이 아닌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파괴하는 지옥.
“차 변, 너무 몰아세우지 마. 민재도 힘들 텐데.”
“몰아세우는 건 제가 아니라 어리석은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는 강 변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르신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으면 멍청한 생각 해도 됩니까?”
“멍청한 생각이라니! 듣자 듣자 하니까 차 변도 말이 심해?”
최종현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차 변도 고생한 거 알아. 본인이 직접 죽을 위기도 겪어 봤고. 잃은 거 없는 내가 할 소리 아닌 거 아는데. 그래도 차라리 내가 힘든 게 낫지, 내 가족이 그렇게 되는 거 보는 게 더 고통스러운 거 차 변도 알 거 아니야? 죄책감 가질 수도 있지. 차 변이라면 안 그랬을 것 같아? 말이 쉽지, 차 변도 그러는 거 아니야.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
나도 안다.
어떤 기분인지.
그리고 죄책감 갖지 말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아무리 들어도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그게 멍청한 생각이라고 말해 주지 않았다.
내가 하는 게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하지 않았다.
모두가 내 생각에 공감해 주었고,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다들 그렇다고 하니까,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당연하게, 죽었다 깨어난 지금까지도 죄책감을 떨치지 못했다.
스스로 멍청한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너무 오랫동안 죄책감을 이고 살아서 내려놓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제 응석 받아 주는 거 힘드신 거 알아요.”
그때, 강민재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계속 응석 부렸으니까요. 지치실 만해요. 근데, 저는 변호사님처럼 냉철하게 사리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멍청한 생각을 계속할 수밖에 없네요.”
강민재는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옆에 앉아 있던 오 사무장이 함께 일어났다.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오늘 보여 주신 PPT 자료 메일로 보내 주세요. 저도 찾아볼 수 있는 만큼 더 찾아볼게요.”
“민재야.”
조봉준이 강민재를 붙잡으려 했지만, 강민재는 미련 없이 회의실을 떠났다.
오 사무장은 나에게 눈짓해 보이고는 강민재를 따라 나갔다.
조봉준은 한숨을 쉬었고, 최종현은 나를 향해 혀를 찼다.
“살살 좀 말하지, 임현일 때문에 애 충격 많이 받았을 텐데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있어?”
“누군가는 끊어 줘야 했을 생각입니다.”
“차 변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 한지는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모님도 안 계시고 하나뿐인 가족 잃은 애한테 그렇게까지 말해야 해?”
“그럼 언제까지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야 합니까? 내일까지는 괜찮습니까? 아니면 일주일 뒤까지는 그런 생각 해도 됩니까? 잘못한 건 우신인데 왜 강 변이 자기가 잘못해서 어르신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해야 합니까?”
“그러니까, 그 생각을 끊어 주는 건 좋은데 왜 멍청한 생각이라고까지 표현해야 하냐고. 차 변 냉정한 사람인 건 아는데, 모두가 그렇게 합리적인 생각만 하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멍청한 생각을 멍청한 생각이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합니까. 그럼 제가 어떻게 표현했어야 합니까?”
최종현은 기가 차다는 듯이 대꾸했다.
“충분히 부드럽게 말할 수 있는 거잖아. 어떤 마음인지는 아는데, 잘못한 건 우신이지 네가 아니다. 나였어도 그런 생각했을 것 같지만, 언제까지나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수만은 없는 거 아니냐. 네 잘못 아니다. 그렇게 잘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렇게 공감해 주면, 본인이 죄책감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죠.”
“그걸 차 변이 어떻게 알아? 차 변이 그렇게 살아 봤어? 민재 입장 돼 봤어? 그렇게 말도 안 해 봤으면서 차 변이 뭘 어떻게 안다고 그렇게 자신해? 차 변 부모님 지금 좋은 데서 안전하게 잘 계시잖아? 차 변은 차 변이 납치돼서 배 뚫렸을 때도 부모님 아실까 봐 터트리지도 않았잖아. 그런 효자가 왜 애 마음 하나 이해를 못 해? 겪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 쉽게 하지 마.”
“왜 제가 강 변 입장이 안 돼 봤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뭐?”
“오히려 그런 입장 안 돼 본 건 최 기자님 아닙니까?”
최종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마도 내가 언제 그런 입장이 되어 본 건지 생각하려는 것 같았다.
어차피 말할 생각은 없다.
말해도 믿지도 않을 테고.
“죄책감이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게 얼마나 좆같은지 아십니까? 죄책감 떨쳐내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거기서 못 벗어납니다. 고상준 목을 따도 속이 안 풀립니다. 왜? 나도 잘못했으니까. 내 목까지 따야 겨우 단죄가 끝났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 내 목을 내 손으로 따도 끝났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그럼, 최 기자님은 강 변이 자기 목 딸 때까지 제가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되기 전엔 당연히 막아야지.”
“강 변이 자기 목 언제 딸 줄 알고요. 언제가 될 줄 알고 그걸 막습니까?”
“…….”
“그리고 자꾸 애가, 애가, 하시는데. 강 변 애 아닙니다. 애 취급하지 마세요. 오늘까지 알아본 건 전부 공유해 드렸습니다. 강 변 말처럼 PPT는 물론이고 제가 알아본 것들 전부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각자 알아보시고 다시 얘기하시죠. 저도 더 알아보겠습니다.”
나는 말을 끝내고 회의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기 직전, 최종현이 ‘차 변 쟤는 뭐가 문제냐?’라고 하는 말이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강민재가 내 말에 상처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누구 하나는 강민재가 느끼는 죄책감이 말이 안 된다고 말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악역을 자처했다고 말하면 나를 포장하는 말이 될까.
그래, 어쩌면 강민재에게는 저런 말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강민재도 스스로 죄책감을 떨쳐낼 수도 있을 테니까.
최종현에게는 강민재가 애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나야말로 강민재를 애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회복 탄력성을 믿지 못한 것이니까.
강민재는 나처럼 나약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나는 강민재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했다.
아니, 정확히는 나처럼 될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호사님.”
내 방에 들어와 앉아 있는데, 오 사무장이 들어왔다.
“최 기자님하고 조봉준 씨는 갔습니다.”
“소리 들었습니다.”
“강 변호사님은 퇴근하셨어요.”
“네.”
“에휴…….”
오 사무장은 의자를 끌고 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사무장님도 잔소리하러 오신 거면,”
내 물음에 오 사무장은 작게 웃었다.
“아뇨. 조금 표현이 과격했다고는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필요한 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강 변호사님도 알 겁니다. 근데 당장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그랬을 거예요.”
“…….”
“근데, 저는…… 뭐랄까, 변호사님이 강 변호사님을 배려하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배려해서 그런 말을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뭐랄까, 이미 경험해 봤던 선배가 말해 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강 변을 따라 나가느라 최종현에게 했던 말은 하나도 듣지 못했던 오 사무장이 대체 어떻게 안 거지.
이전 삶에서야 나와 오래 일했지만, 이번 삶에선 십 년도 되지 않았는데.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르다.
“저는 가끔 변호사님이 저희한테 많은 걸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어떤 걸 숨기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거야 저도 모르죠. 그런데 뭐랄까, 세상 고초 다 겪어 본 사람 같다고 해야 하나. 물론 변호사님이 고초를 많이 겪으시긴 했지만, 그 이상의……. 뭐라 형언할 수는 없는데 그런 느낌이에요. 음, 어른스럽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기엔 좀 늦은 나이 아닙니까.”
“그러니까요. 그럼 늙은이 같다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그래요. 뭔가 경험이 정말 많은데, 그걸 숨기고 있는 느낌.”
“사무장님 기분 탓입니다.”
“그렇겠죠? 하하.”
나는 컴퓨터 전원을 끄며 겉옷을 꿰입었다.
“사무장님도 이만 퇴근하시죠. 저도 가 봐야겠습니다.”
“변호사님.”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오 사무장이 문득 나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오 사무장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너무 숨기지만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다 안고 가는 거, 힘들잖아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도 없었고, 오 사무장이 대답을 원해서 한 말도 아닌 것 같아서였다.
“얼레. 왜 이렇게 일찍 가세요?”
로비 쪽에 앉아 있던 태식이 나를 따라나서며 물었다.
“아까 강 변도 나가고 다른 형님들도 씩씩대면서 나가던데. 싸웠어요?”
내가 대답하지 않으니, 태식이 종알거리며 계속해서 물어댔다.
나는 주차장으로 내려가 운전석 문을 열었다.
그러자 태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다.
“제가 운전할게요.”
“됐어.”
“아, 왜요. 싸웠냐고 물어봐서 삐치셨어요?”
내가 왜 삐친단 말인가.
기가 막혔지만, 대답하지 않고 운전석에 앉았다.
“왜 저래, 진짜.”
태식은 씨근덕거리며 조수석에 앉았다.
액셀을 밟고 주차장을 나서는데, 태식이 계속해서 싸웠냐고 물어댔다.
“변호사님이 잘못했네. 강 변 성격에 웬만해선 대들 것 같진 않고. 변호사님이 선 넘었으니까 강 변이 빡쳤겠죠.”
“조용히 하고 안전벨트나 매. 띵띵거리잖아, 계속.”
“아, 매려고 했어요.”
입만 살아서는.
나는 습관적으로 집을 향해 차를 몰다, 문득 방향을 바꿔 현충원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니 강관웅이 떠난 후 한 번도 현충원에 간 적이 없었다.
그가 떠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진 모르겠지만, 그는 나에게 많은 신뢰를 보여 주지 않았던가.
어쩌면 강민재를 부탁하는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손자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사과라도 한마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현충원 아니에요? 여긴 왜요?”
주차장에 차를 댔더니, 태식이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차에 있어. 금방 들어갔다 올 테니까.”
“아오, 싸가지.”
태식은 툴툴대며 내가 내린 운전석에 올랐고, 나는 천천히 강관웅이 묻힌 곳을 향해 움직였다.
처음 오는 곳이라 안내판을 보고 국가원수 묘역을 찾아 한참을 걸었다.
저 멀리 생중계로 보았던 강관웅의 묘역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곳을 향해 쉬지 않고 걸었다.
“……변호사님?”
그리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강민재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