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47)
너희들은 변호됐다-448화(447/641)
#448화
행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강민재는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원래는 회사에 모두 모여 김미자가 연락 올 때까지 기다릴까 고민했는데, 오늘 올 답장이라고는 날짜와 시간이 담긴 메시지뿐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헤어지기로 했다.
그래서 강민재에게도 집으로 돌아가서 연락이 오면 그때 알려 달라고 말했는데.
“왜 왔는데?”
파티용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강민재가 피곤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나를 지나쳐 거실로 향했다.
“혹시라도 연락이 다른 형태로 올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경우에는 변호사님이랑 함께 있는 편이 응대가 쉬울 것 같아서요.”
틀린 말은 아니다.
오다 사토시에게는 알리지 말고 연락하라고 하긴 했지만, 김미자가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형태의 연락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시간으로 답변할 수 있어야겠지.
“강 실장님은?”
“저 내려 주고 집으로 가셨어요.”
“그럼 차 없어?”
“네. 아, 걱정 마세요. 택시 타고 집에 갈 거니까.”
웬일로 자고 간다는 소리가 없나 했더니, 강민재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저러고 내일 출근할 순 없을 테니 집에 갈 수밖에 없겠구나.
잘됐다.
“리셉션은 어땠어?”
“하, 정말 꼴값이더라고요. 야당 인간들이 바글바글해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 찍힐 거 알면서도 그런 데 드나드는 야당 인간들보다는 속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눈치라도 보면서 그런 곳 출입 안 하는 여당 사람들이 훨씬 낫다고 봐요.”
그러고 보니, 강민재는 자신의 참석 여부가 언론에 노출될 것을 극히 염려했었다.
그 부분은 문제없나?
“아, 다행히 수일이 형 뒤에 딱 붙어 갔더니 안 찍혔어요. 행사장 내부에서도 눈 깔고 다녀서 그런가, 사진은 안 찍힌 것 같아요. 보니까 참석한 야당 인사 중에 기자들한테 잡혀서 질문받는 사람도 있던데.”
강민재는 내 눈빛을 읽은 것처럼 대답했다.
강민재에게는 찍혀도 상관없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그의 말대로 그런 데에 출입했다는 사실이 바깥에 알려져 불필요한 비난을 받는 게 좋진 않았다.
“다행이네.”
“김미자 씨는 기모노를 입고 왔더라고요. 근데 뭔지 아시죠? 외국인들이 보면 다 똑같이 생겨서 구별 못 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끼리 보면 같은 동아시아 사람이라고 해도 나라 별로 생김새 다른 거 알겠는 느낌.”
“알지.”
“확실히 김미자 씨는 한국인처럼 생겼어요. 기모노를 입고 있어도 정말 한국인 같아요.”
“외모가 정체성을 모두 보여 주진 않잖아.”
“아, 변호사님의 외모가 아무리 연예인 같아도 연예인이 아니라 변호사인 것처럼요?”
“…….”
내가 무시하자, 강민재가 푸하하 웃었다.
내가 외모 칭찬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잠깐 강민재가 자신의 외모 칭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떠올려 보았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가요? 기분 좋네요!
─아, 또 제가 생각지도 못한 찰나 자랑을 해 버렸네요. 이놈의 얼굴을 뭐 칭칭 싸매고 다닐 수도 없고.
……난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정체성은……. 흠, 잘 모르겠어요. 처음 봤을 때 오다 사토시랑 함께 하하호호 웃는 게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정말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느낌? 결혼한 지 5년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 신혼이잖아요. 그래서 우리한테 협조해 줄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고요.”
“뭐,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걸 꾸며내는 데는 이골이 났겠지.”
사실 희망 사항이긴 하다.
그녀가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면, 내 예상과는 다르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면 난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니까.
뭐, 그녀의 속내가 어떤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만나서 능력을 사용하면 알 수 있으니까.
“아, 태식 씨.”
물을 마시던 강민재가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는 태식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어, 강 변. 왜 왔어?”
“제가 못 올 데라도 왔어요?”
“아니, 변호사님한테 강 변 온다는 말 못 들었는데.”
“뭐야. 저까지 경계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거예요?”
강민재가 눈을 가늘게 뜨고 태식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태식이 어깨를 으쓱이며 카우치에 풀썩 주저앉았다.
“변호사님이 그러라고 하시면?”
“와, 너무하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친하죠. 걱정 마요. 아직 변호사님이 경계 대상에 넣으라고 한 적 없으니까. 경계 대상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네요. 강 변을 패는 건 좀 슬플 것 같거든요.”
“와, 감동이다. 정말요?”
“당연하죠. 강 변 때문에 내가 칼빵까지 맞았는데 같이 피를 흘린 전우잖아요. 전우!”
“군대도 안 갔다 온 게 전우 타령은.”
내가 코웃음 치자, 태식이 얼굴이 시뻘게져서 벌떡 일어났다.
“제가 군대를 안 다녀온 건! 저한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고요!”
“빨간 줄 그여서 안 간 거잖아. 그게 바로 네 문제야.”
“저 손 씻었잖아요.”
태식이 자신의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래. 손 씻고 와. 담배 냄새 풀풀 난다.”
“자기도 흡연자면서.”
태식이 툴툴거리며 일어났다.
화장실로 향하려는 것 같았는데, 강민재가 물었다.
“근데 태식 씨. 그 김미자 씨 부모님 찾아보는 건 어떻게 됐어요?”
우리가 오다 토미코와의 접촉을 결정했을 때, 바로 태식에게 지시한 사항이었다.
오다 토미코가 13살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간 점을 생각하면 부모가 없거나 버려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혹시 모르지 않은가.
그 당시에는 천사의 집이 없었다.
물론 천사의 집과 비슷하게 우신에 아이들을 공급하는 보육 시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취직을 빌미로 데려간 것으로 보인다는 강수일의 이야기를 들으면 13살은 너무 어리다.
그때 당시 고등학생 정도 되는 나이라면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며 평화시장에서 미싱을 돌리며 일하는 여공들이 많았던 시절이었기에 고소득의 취직에 관심이 있을 법하다 생각했겠지만, 13살은 아니다.
어떤 루트로 우신에 잡혀갔을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녀의 부모님을 찾아보는 건 꽤 유의미한 일일 거라 생각했다.
“알아보고는 있는데, 그 시절이 제대로 전산화되기 전이라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일단 애들한테 김미자 씨 부모님 찾는 일에 다 매달리라고 말은 해 뒀는데.”
“하긴, 쉽지 않겠죠. 게다가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는데…….”
태식은 그대로 손을 씻으러 갔고, 강민재는 시계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1시간 남았네요.”
“밥은 먹었어?”
“아뇨. 뷔페가 이것저것 있긴 했는데, 그런 거 먹을 상황은 아니잖아요.”
“뭐라도 먹을래?”
“변호사님 집에 먹을 거 없잖아요.”
“라면? 아, 태식이가 다 먹었다. 상길이한테 새로 사 놓으라고 했는데 사 놨으려나.”
“아, 라면이면 안 먹을래요. 뭐 시켜 먹고 싶지 않은데. 집밥 같은 거 먹고 싶어요.”
강민재는 손사래를 쳤다.
집밥 좋지.
생각해 보니 부모님 댁에 가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한 번 들러야지.
“아, 변호사님 어머님이 해 주신 된장찌개 먹고 싶다.”
“그걸 강 변이 왜 먹고 싶은데?”
“먹고 싶은 것도 허락받아야 해요?”
“그건 아니지만 강 변 집 여사님도 음식 잘하시잖아.”
“그렇긴 한데, 좀 다르단 말이에요.”
하긴, 부모님도 강관웅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나에게 강민재는 괜찮은지 물어봤었다.
차민재 아니랄까 봐 부모님은 강민재를 조카와 아들 그 사이 어디쯤으로 생각하고 계신 듯했다.
데려가면 좋아하긴 하시겠지.
강민재가 싹싹하게 구니 나는 입 닫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웃음꽃이 필 것이다.
“나중에 시간 날 때 같이 가든지.”
“와, 정말요? 저 진짜 좋아요. 진짜로요.”
“부모님이 강 변 걱정하시더라고.”
“진짜 감동이다……. 역시 더더욱이 제가 변호사님 덕분에 엄청 괜찮게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드려야겠네요!”
“왜 내 덕분이야?”
“변호사님이 시간 여행자라는 걸 털어놓는 큰 결심을 해 주셔서, 제가 괜찮아진 거잖아요. 아, 근데 변호사님하고 부모님의 행복한 시간을 제가 방해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그렇잖아요. 예전에는……. 음, 음, 안 좋은 일이 있었으니까……. 부모님이랑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소중하실 텐데. 제가 끼어들면 안 되잖아요.”
“까분다.”
또 시간 여행자 타령이다.
이젠 나는 아니라고 하는 것에도 지쳤다.
“변호사님, 갑자기 불안해졌는데 저 버리고 다른 시간으로 워프하시면 안 돼요.”
“그런 거 못 해.”
할 수 있었으면 아예 옛날로 돌아가서 우신이라는 기업이 생기지도 못하게 막았을 것이다.
“왜요? 혹시 타임머신이 고장 났어요?”
만일 강민재가 나에게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내가 외계인이라는 쪽으로 생각을 다시 바꿀지도 모른다.
이건 절대 알리지 말아야지.
무엇보다, 이걸 타인이 알게 됐을 때 리스크도 크고.
혹시 아는가.
누군가 내 능력에 대해 알게 되어서, 내 앞에서는 절대 말을 하지 않으려 할지.
“어, 11시 55분이에요.”
그렇게 시시한 농담 따먹기나 하다 보니, 시간이 꽤 많이 흘러 있었다.
12시까지 연락하라고 했지, 12시 정각에 하라고 한 것은 아닌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니.
협박이 먹히지 않았을 것 같진 않은데.
그때부터 우리는 강민재의 휴대폰을 협탁에 올려놓고 말없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태식이 중간에 텔레비전을 틀려 했지만, 강민재는 리모컨을 집는 그의 손등을 탁 때렸다.
휴대폰 소리가 텔레비전의 소리에 묻힐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다시 흘러 11시 59분.
전화가 울렸다.
“스피커폰으로 받을게요.”
“녹음도 해.”
강민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받았다.
“네.”
─오다 토미코예요.
“네, 김미자 씨.”
강민재는 노련하게 김미자를 압박했다.
이미 잊혔을 거라 생각한 자신의 한국 이름이 불리자, 김미자는 조금 당황한 듯했다.
잠시 말이 없었다.
─……당신들 회사에 대해 알아봤어요.
“언제, 어디서 뵐까요?”
─당신, 전 대통령의 손자라면서요.
“언제 어디서 뵐지 정해서 알려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남편에게 알리면 문제가 커질 거란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
“아직은 알리지 않았다는 말씀이시군요. 잘하셨습니다.”
─…….
강민재는 제법이었다.
김미자는 또다시 한참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돈을 원하는 건 아닐 거잖아요.
“오늘 행사가 끝나고 바로 일본으로 넘어가는 일정이라고 하셨는데, 아직 한국에 계신 걸 보니 일정을 변경하신 모양입니다. 걸려 온 번호도…….”
강민재가 통화하는 사이, 태식은 포털에 그 전화번호를 검색해 본 상황이었다.
태식은 검색 결과를 보여 주었다.
“WS호텔이군요.”
우신 계열사다.
우신과 친분이 두터운 오다 사토시가 굳이 다른 호텔에서 숙박할 이유는 없었겠지.
“남편분은 먼저 일본으로 가셨나요.”
─…….
“하긴, 이 시간에 함께 계시지 않은 걸 보면 먼저 떠나셨을 것 같긴 하네요. 갑작스럽게 스케줄이 변경되었는데 아내를 떼어 놓고 외국에서 혼자 하실 일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요. 아……. 원래 취미가 나쁘시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가셨을 수도 있겠네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만나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한국 지리를 잘 모르셔서 어디서 만나야 좋을지 정하지 못하시겠다면, 솔직히 말해 일본 대사관에서 뵈어도 저희는 상관없습니다. 김미자 씨가 안 괜찮으시겠지만.”
─저희라니요? 차주한 변호사도 함께 오는 건가요.
정도에 대해 찾아봤다고 하니, 대충 느낌은 왔을 것이다.
우리가 우신과 관련된 이슈를 취급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방면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사실을.
그러니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 테고, 또한 자신이 왜 필요한지도 대충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겠다.
우신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녀는 우신에 도움을 청해 볼까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
우신에 도움을 청했다면, 우신 측에서는 그녀가 우리에게 연락을 하도록 내버려 뒀을 리가 없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일본으로 돌아가 있으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김미자 씨도 불안하시다면 동석할 사람을 정해서 말씀해 주세요. 물론 김미자 씨의 비밀을 다 알아도 상관없는 사람이어야 할 겁니다.”
─……내일 만나요.
“장소에 대한 말씀이 계속 없으신데, 저희가 정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저 역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입장이라 김미자 씨에게 위협이 될 만한 신체적 행동은 전혀 없을 겁니다. 그저 대화를 하고 싶을 뿐이라서요.”
─……알겠어요.
“내일 일정이 있으십니까?”
─그걸 왜 묻는 거죠?
“가까운 데서 뵙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관장을 만나기로 했어요.
그런 핑계로 오다 사토시를 먼저 보냈구나.
오다 사토시도 함께 더 머물렀을 법도 한데, 다른 일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국립 중앙 박물관 근처에 있는 코스모폴리탄 호텔에서 뵙죠. 시간은 언제가 좋으십니까?”
─5시로 해요.
“알겠습니다. 동석하실 분은 없습니까?”
─……알면서 왜 묻는 거죠? 없어요.
“혹시라도 있으면 저희도 미리 알아 놔야 해서요. 차후에 연락은 어디로 드리면 되죠? 호텔로 연락드리면 되나요.”
─내일 11시까지는 호텔에 있을 거예요. 2008호로 연결해 달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객실로 연락드리죠.”
─알겠어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