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49)
너희들은 변호됐다-450화(449/641)
#450화
김미자는 쉬지 않고 울었다.
김미자의 외모를 돋보이게 했던 화장이 지워질 때까지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강민재는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티슈를 뽑아 주었고, 그녀는 처음에는 그 손을 쳐내다가 결국에는 티슈를 받아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물은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김미자의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 몰아붙이기 시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말하다 보니 나 역시 다소 흥분했던 것 같다.
그간 우신의 수많은 악행에 대해 조사해 왔지만, 이번 성 상납과 장기 매매 건은 그중에서도 특히 충격적이었다.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사람이라면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이 와중에 다행인 것은 내 앞에 앉아 있는, 가해자가 되어 버린 피해자가 그 분노를 완전히 잊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김미자가 핸드백을 들고 일어났다.
곧 실신할 것처럼 울었던지라, 강민재는 부축하려 했지만 그녀는 이를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도망 안 가요.”
김미자는 차갑게 강민재의 손을 쳐내고 객실 내부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 물 트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민재는 한숨을 푹 쉬며 카우치에 기댔다.
“악역이라도 된 기분이에요.”
남의 상처를 후벼 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나도 김미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다.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오다 사토시의 애인이 되고, 결혼을 해서 평범하게 살았다면 또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미자는 요정의 경영을 맡았고, 학력 위조를 통해 교수로 임용되기까지 했다.
이는 단순한 생존을 위한 자기 파괴 수준을 뛰어넘어 김미자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범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신 측에서 김미자의 약점을 잡아 요정 운영을 강요했다면 상황은 또 달라지겠지만, 학력 위조는 또 다르지 않은가?
어쨌든 김미자는 모든 것을 시인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편에 서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초석 정도는 마련했다는 뜻이다.
일단은 김미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털어놓게 해야 한다.
그녀를 포섭하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하…….”
김미자는 언제 울었냐는 듯 멀끔해진 얼굴로 다시 우리 맞은편에 앉았다.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화장까지 고치고 나온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감정이 완전히 정리되진 않은 듯,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시간이 더 필요하십니까.”
강민재가 물었다.
김미자는 그런 강민재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시간을 준다고 해서 울기밖에 더하겠어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도 되겠습니까.”
“대체 무슨 질문을 더 하고 싶은 거죠?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잖아요.”
김미자가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
“김미자 씨는 언제부터 요정을 경영하게 됐습니까.”
“……지금 남편이랑 깊은 관계가 된 다음부터예요.”
“정확히 몇 년 전이죠?”
“글쎄요, 15년 정도 되었으려나.”
15년 전이라면 그녀의 나이 31세, 그리고 1996년부터다.
요정이 언제 세워진 것인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더 오래된 듯하다.
“김미자 씨는 그곳에 끌려온 아이들을 내보내 주려다가 폭행당한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다 사토시와 깊은 관계가 되었는데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제가 말하는 깊은 관계란 건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그런 아름다운 게 아니에요.”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오다 사토시가 저한테 집착하기 시작했을 때를 말하는 거예요. 물론 그전에도 집착은 있었지만, 죽은 전처가 병에 걸리기도 전이었고 저는 그냥 애인 같은 거였어요. 근데 전처가 불치병에 걸려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저한테 집착하기 시작했어요.”
“그럼 그때 김미자 씨는 뭘 하며 지내셨습니까?”
“오다 사토시가 마련해 준 맨션에 살면서, 그 사람이 준 돈으로 치장하고 언제 올지 오매불망 기다리는 게 제가 한 일의 전부예요. 애인이 되면서 오다 사토시가 저를 그 요정에서 꺼내 줬거든요.”
“그건 언제쯤입니까.”
“20대 중반쯤이려나.”
오다 사토시의 관계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20대 중반이라고 하니, 대충 25세로 잡더라도 21년 전이니 1990년이다.
“거기서 꺼내 준 것도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거기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상대해야 하니까, 절 독점하고 싶어서 꺼내 준 거죠. 다른 남자랑 자는 게 싫으니까.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는 자존심이든 인간의 존엄이든 다 포기하고 그 인간들이 하라는 대로 다 했거든요. 그래서 인기가 많았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무슨 짓을 당했는지 세세히 설명했다.
그 인간들이 그녀에게 붙였던 멸칭에 가까운 별명들, 그들이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해서.
하지만 듣기만 해도 역겨워서 도저히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절 비웃고 계신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표정이 안 좋으셔서요. 하긴, 저같이 더러운 게 지금 중의원 사모랍시고, 교수랍시고 명품 걸치고 우아 떨고 있잖아요. 강민재 변호사님도 보시지 않았나요? 제가 리셉션에서 얼마나 고상 떨면서 행복하게 웃고 있었는지.”
“김미자 씨가 과거에 요정에서 원치 않는 성 접대를 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대답에 김미자는 풋, 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 것 치고는 절 야멸차게 몰아가시던데요.”
“제가 야멸차게 대한 건 요정을 경영하며 그들을 돕고 학력을 위조해서 사람들을 기만하는 오다 토미코 씨입니다. 과거의 김미자 씨가 원해서 그 요정에 가신 건 아니잖습니까. 김미자 씨가 그 인간들에게 순종적으로 군 것도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게 왜 더럽습니까. 더러운 건 김미자 씨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실 줄은 몰랐네요. 제가 그 인간들한테 아양 떨면서 예쁨받는 걸 보던 다른 아이들은 절 배알도 없는 년이라고 욕했거든요. 전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왕따였어요. 그래서 더 그 인간들한테 귀여움받으려고 애썼는지도 모르겠어요.”
“요정은 어쩌다가 운영하게 되셨습니까.”
“지금 남편이 저를 요정에서 꺼내 주고 나서 저한테 그림 그리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림을 그려 보라고 했어요. 낮에는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오다 사토시를 만나고……. 그러다가 오다 사토시가 저한테 집착하게 되면서, 그 사람은 아내가 죽으면 저와 재혼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얘기를 여기저기다가 하고 다녔나 봐요. 하루는 저한테 요정에 같이 가서 누굴 좀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어떻게든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김미자는 한숨을 푹 쉬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선은 룸 내부에 놓인 미니바를 향해 있었다.
“맨정신으론 도저히 말을 못 하겠어요. 술 한 잔만 마셔도 되나요.”
“취한 상태로 말씀하시면…….”
강민재가 생각지도 못한 요청에 다급히 말하자, 김미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린 시절부터 술을 하도 많이 마셔서 웬만하면 취하지 않아요. 한 잔만 마실게요. 어차피 취한 상태로 호텔로 돌아갈 수도 없는 몸이잖아요.”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미니바에 놓인 위스키를 가져왔다.
얼음을 주문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위스키를 컵에 따르기가 무섭게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렇게 세 잔쯤 마시고 난 뒤, 그녀는 티슈로 입가를 두드려 닦았다.
“음, 이제 좀 낫네요. 아, 어디까지 얘기했죠?”
“만날 사람이 있다고 해서 요정으로 다시 가게 됐다는 것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아, 그렇죠. 네, 거기로 다시 갔더니 우신 관계자가 있더라고요. 익숙한 사람이었죠. 제가 일본으로 넘어오고 나서부터 쭉 우리를 관리해 주던……. 우린 그 사람을 한 실장이라고 불렀어요. 그 사람하고 그 사람들 부하 몇몇이 나와 있더라고요.”
“한 실장이요?”
“네. 일본에서 애들이 넘어오고 나면 기숙사 같은 데가 있었어요. 말이 기숙사지 외진 곳에 있는…… 아파트 같은 건데, 아주 안 좋은 곳이었어요. 요즘 애들은 특수학교를 보내는 것 같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았고 일본어를 가르치는 정도만 했었어요. 제가 앉아 있는 이 소파에서 저기 텔레비전까지 정도 되는 크기의 방에서 네 명씩 잤어요.”
그녀가 말한 방의 크기는 지금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원룸 정도의 크기다.
대략 5평 남짓.
4명이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감옥이나 다름없었죠.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고, 밖에서 열어 주면 통제를 받으면서 봉고차에 타서 요정으로 이동했어요. 아무튼, 그렇게 우리를 통제하던 사람이에요. 한 실장은.”
“한 실장을 만나 무슨 대화를 하셨습니까?”
“요약하자면, 요정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원래는 한 실장이 전부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천사의 집이 생기고 나서 아이들이 계속 넘어오니까 아이들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저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고, 그 요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데다, 그곳을 드나드는 인간들에게 예쁨받았고……. 그리고 저는 거기 왔던 아이들 중에서 가장 통제에 잘 따르는 사람이었거든요. 무엇보다 오다 사토시가 저와 재혼할 생각까지 있다고 말하고 다녔으니, 제가 배신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강요는 없었습니까?”
“남편이 없는 곳에서 저한테 그런 말은 했었어요. 혹시라도 남편이 저한테 질려서 버림받게 될 경우에도, 요정을 관리하면서 먹고 살 걱정은 없게 해 주겠다고요. 어차피 네가 오다 사토시에게 버림받으면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제가 원치 않더라도 그렇게 만들 생각인데 여기서……. 여기서, 창녀로 사느니 그게 낫지 않겠냐고요.”
‘창녀’라는 말을 할 때 김미자는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로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은 단어일 것이다.
“제가 나이를 먹고 더 이상 예쁘지 않게 되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래요. 나이 먹어도 어디든 쓸모는 있다고, 그렇게 말했어요. 그래서……. 그래서 알겠다고 했어요. 비열하다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었다고 하셨죠? 맞아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어도 되는데……. 변호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 제 선택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씀하실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