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60)
너희들은 변호됐다-461화(460/641)
#461화
죽겠다는 말은 마치 내일 아침 식사는 연어구이가 될 거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들렸다.
김미자를 만난 것은 단 한 번뿐이지만, 내게 남은 이미지들은 대개 그녀의 불안감이 남긴 감정의 부산물이었다.
비록 그녀가 예전에 자살 시도를 했다고 말하긴 했어도, 그때는 삶에 욕망이 강해 보였다.
그래서 지금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나에게 무릎까지 꿇고 매달리며 감정에 호소했다.
그런데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김미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
그녀의 생각은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뻗어 나갔기에 예전에 묻어둔 죽음에까지 이르렀을까.
“김미자 씨.”
─죽으면 안 된다는 상투적인 말씀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말이 아니면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음……. 극락왕생을 빌어 주실래요? 아니면 죽을 때 고통이 덜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남겨 주셔도 좋아요.
나는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을 여러 번 말려 보았다.
모든 경우에 성공했다.
그게 가능했던 까닭은 내가 그 모든 순간 그들의 옆에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 시도를 방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미자는 지금 내 옆에 없다.
지금 당장 인천으로 가서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간다고 해도, 나는 김미자가 사는 곳이 어딘지 알지 못해서 막을 수도 없다.
아니, 알더라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는 것 외에는 그 집에 들어갈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김미자가 그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죽는다면 그 시도조차 모두 헛된 일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김미자는 바로 죽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월요일에 사직서를 내고, 우리에게 자료를 보내 준 뒤 죽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이다.
일본 경찰에게 전화해서 오다 사토시의 아내가 자살하려고 하니 말려 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다고 믿을 리도 없거니와, 그들이 할 만한 대처라고는 오다 사토시에게 연락하여 ‘그러한 사실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게 전부일 테니까.
“이미 결정하신 겁니까?”
─네.
“듣기 싫으시겠지만, 그래도 해야겠습니다. 안 됩니다.”
─변호사님. 제가 양심도 챙기면서, 제 자존심도 보전하면서, 후환을 걱정하지 않을 방법은 이것뿐이에요.
“제가 그 일을 들추는 걸 포기하면 계획을 바꾸실 겁니까?”
─포기하실 거예요?
“가정해 보는 겁니다.”
─아뇨, 그래도 죽을 거예요.
“이유가 뭡니까. 지금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하셨잖습니까. 이제 겨우 사람답게 사는 기분이라고 하셨잖습니까.”
─변호사님 때문이에요.
“…….”
─죽기 살기로 외면하고 있었어요. 제가 지금 사는 꼴이 최선이라고요. 이게 행복한 거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살고 있었어요. 근데 변호사님을 만나고 나서, 최면이 풀려 버렸어요. 양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어요. 겨우 죽여 놨던, 그 인간들의 역겨움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엔 오다 사토시가 제 슬립을 벗기는데, 그 손길에 얼마나 토가 나올 것 같던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면서 침대에서 벗어났지 뭐예요. 근 10년 가까이 그런 적은 없었는데.
김미자는 마치 재미있는 농담을 하듯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웃어 줄 수 없었다.
내가 김미자를 건드린 건 사실이다.
일종의 각성제 같은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의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다다른 곳은 내가 유도한 곳과는 정반대의 길이었다.
─인간답게 살라고 하셨죠? 인간답게 살려고 죽는 거예요.
“……왜 인간답게 사는 게 죽는 겁니까. 저는 김미자 씨가 앞으로 인간답게 살아 나가기를 바랐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죽으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인간답게 살아 나갈 수 없는 사람이에요, 저는.
“김미자 씨가 오다 토미코가 아니면 가난해질 것 같아서 그러십니까. 김미자 씨의 과거를 알면서도 김미자 씨를 사랑해 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요? 대중들에게 받을 비난이 두려우십니까? 그 결론에 이른 이유를 알려 주십시오.”
─변호사님이 이해하실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 그런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요. 변호사님은 사람의 생각이 어떤 이유로 거기까지 이르는지 정말 잘 아시는 분인 것 같아요.
“잘 안다고 하셨지만, 전 지금 모르겠습니다.”
─네. 모르실 거예요. 변호사님은 꼭 모든 일에 인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변호사님, 때로는……. 정말 단순하게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사람도 있어요.
“…….”
─그냥 죽고 싶어요. 제가 왜 살아야 하나 싶어요. 전 그냥 모든 걸 밝히고 장렬하게 죽고 싶어요. 더 살아서 보고 싶은 영광도 없고, 이 이상의 행복을 바라지도 않고, 지금처럼 살고 싶지도 않아요.
모든 걸 밝히고 장렬하게 죽고 싶다는 말에서, 나는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그녀는 살아생전에 대중에게 보여 주었던 이미지를 잃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전쟁에서 패배하여 돌아가는 대신 삶이라는 실리를 추구할 것이냐, 장렬히 맞서 싸우다 죽을 것이냐를 고민하는 장수처럼 말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고민에는 ‘전쟁에서 반드시 패배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그녀는 이미 패배라는 결과를 상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 예상과 다르게, 그녀는 나와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나의 전쟁은 우신이라는 성을 침공하는 것이고, 아직 승패가 갈리지 않았다.
나는 당연하게 그녀 역시 나와 같은 전장에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렇기에 승리를 거머쥐면 명예로운 실리를 추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녀의 전쟁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이미지’라는 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이미지는 ‘영진여대를 박사 졸업해서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일본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우아하고 흠결 없는 여성’이었다.
나에게 합류하든, 오다 사토시의 편으로 남아 있든, 그녀의 성은 곧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김미자가 선택한 것은, 모든 것을 밝혀 부조리를 타파하려던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새로 만들고, 여태까지 그녀가 쌓아 온 고아한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구성하는 것이다.
죽고 나면, 남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떠들든 그녀는 듣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그녀의 죽음은 숭고한 것으로 포장될 테니까.
─제가 왜,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나요? 생명의 존엄, 이런 거 말고 다른 이유를 말씀해 보세요.
“김미자 씨.”
─저는 지키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어요. 가족이라고 있는 건 남편과 제가 낳지 않은 자식들뿐……. 남편은 이제 역겨워졌고, 자식들은 저를 역겨워해요. 저도 그 애들이 싫어요. 그냥 함께 살아야 하니까 사는 거죠. 직업? 어차피 저 미술에 대해서 쥐뿔도 몰라요. 애들을 가르친다는 대단한 사명감도 없어요. 돈? 어차피 그거 제 거 아니잖아요. 다 오다 사토시 거지. 그나마 남들이 떠받들어 주는 걸 보면서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에 취해서 살았을 뿐이에요. 근데 이제 그것도 안 되는 거잖아요.
이미지라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따위는 그냥 보지 않으면 사라지는 세상일 뿐이라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 없다고, 할 수 있는 말은 많았다.
하지만 그 말을 지금 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말을 듣고 결정을 번복하면 좋겠지만, 반대로 역시 내가 자신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던가.
사고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라도 써야 했다.
그녀가 나에게 자살 계획을 알린 것은 일종의 구조 요청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죽겠다는 열망이 가득했다면, 누구에게도 죽음으로 가는 길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면, 굳이 나에게 전화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냥 조용히 죽고,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 메일이나 정도 사무실 주소로 자료를 보내면 그만 아닌가.
그러니까, 그녀는 죽고 싶으면서도 말려 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니 나는 말려야 한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시죠.”
시간이라도 벌어야 한다.
지금 당장 섣불리 입을 열었다가 그녀가 마음을 굳히기 전에, 일단은 미루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아 두는 게 좋겠다.
─변호사님을 만난다고 제 마음이 바뀌지는 않아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김미자 씨를 설득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미 김미자 씨에게 했던 말들뿐입니다. 아직 김미자 씨가 겪어보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한 번이라도 살아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게 예상하셨던 것보다 더 행복해서, 그때가 되면 죽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그런 말들 말입니다.”
─그런 삶이 찾아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반대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르잖아요.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저는 확실하지 않은 것 때문에 이 이상의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요.
“그럼 그때 가서 죽으세요.”
막연히 죽지 말라는 것보다, 죽음을 미루라고 설득하는 게 더 자살 위기자에게 와닿는다.
김정우도 이러한 방법으로 설득했다.
물론 그땐 내가 김정우를 살해할 거라고 자수했다는 거짓말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지만,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 해 봤는데 나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죽으세요.”
─얼마 전에 신사에 갔어요. 신사에 가 보셨어요? 가면 점괘를 뽑을 수 있거든요. 대흉이 나왔어요. 너무 불길하더라고요. 평소엔 흉이 나오면 그냥 나무에 묶고 나왔는데, 너무 불길해서 점성술을 보러 갔어요. 전 가끔 점을 보거든요. 아, 일본에선 서양 점을 많이 봐요. 한국에선 점성술이 유명하지 않은 것 같지만, 제가 이상한 점을 보러 간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왠지 변호사님은 점을 믿지 않으실 것 같지만, 저는 꽤 믿어요. 중요한 일이 있으면 꼭 보러 가요. 제가 왜 점을 보는지 아세요?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너무 불안하면, 그렇게라도 미래를 알고 싶어지거든요. 닥쳐올 미래가 너무 무서운데, 내가 지금 알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라도 알고 싶은 거예요. 원래 저도 점 같은 건 믿지 않았던 사람이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제가 뭘 물어봤는지 아세요?
“뭘 물어보셨습니까?”
─내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뭐라고 합니까?”
─지금이 제 인생의 최대치라고 했어요.
그녀의 말대로, 나는 점을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점성술사가 그런 말을 한 까닭도 지금 세간에 공개된 그녀의 사회적 위치와 그녀가 누리는 모든 것들을 기반으로 대답했을 공산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그렇게 점을 잘 봅니까. 중요한 일을 앞두면 꼭 보러 가신다고 하니, 항상 맞혔겠죠?”
─네. 그랬어요.
“말씀하신 대로 저는 점을 안 믿습니다. 하지만 궁금하네요. 그렇게 잘 맞힌다고 하니까.”
─어딘지 알려 드릴까요.
“네. 그런데 제가 일본어를 못합니다. 같이 가서 그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해석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김미자가 풋 웃음을 흘렸다.
─변호사님. 시간을 벌고 계신 거죠?
“그렇습니다.”
─제 생각은 확고해요. 변호사님 말씀대로 제가 겪어보지 못한 행복이 미래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것을 갖겠다고 힘든 여정을 시작하고 싶지 않아요. 변호사님, 냉정해지세요. 변호사님은 원하는 걸 얻으실 거예요. 제가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전부 드린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저는 제가 원하는 대로 최고의 순간에 죽을 거예요. 저도, 변호사님도 원하는 대로 되는 거예요.
타인에게 냉정해지라는 말을 듣는 건 처음이다.
그만 냉정하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있어도.
“김미자 씨. 제가 왜 김미자 씨한테서 자료를 얻는 것만을 바란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뭘 더 바라시는데요?
“전 우신 때문에 고통받고 피해 입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미자 씨에게서 자료를 얻고자 한 겁니다. 우신이 망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으니까요. 이 지긋지긋한 굴레를 끊어 내려고요. 하지만 김미자 씨가 죽어 버리면, 저는 목적과 수단이 전치된 상황이 됩니다. 우신을 잡기 위해 우신에 피해 입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겁니다.”
─저한테 죄책감을 심으려고 하시네요.
“김미자 씨. 죽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막말로, 제가 아무리 떠들어 댄다고 해도 지금 전화기를 잠깐 내려놓고 어떤 방법으로든 죽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죽는 데는 돈도 필요 없고, 명예도 필요 없습니다. 약간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공간이 필요할 뿐이죠. 결행 날짜를 늦춘다고 해서 김미자 씨가 앞으로 죽을 수 없게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지금 당장 1초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로 살고 싶지 않으신 게 아니라면…….”
─…….
“속는다고 생각하시고 저한테 조금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김미자 씨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약속은 못 드리겠어요.
“…….”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게 못 견디게 괴로워서 죽는 걸로 정했어요.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 평정심이 언제까지 갈진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다시 못 견디게 괴로워지면, 그때는 죽을 거예요. 전 원래 월요일 밤에 죽을 생각이었어요. 적어도 학교와 갤러리에 고마웠던 사람들한테 인사는 하고 싶었거든요. 일단 이번 주까지는 버텨 볼게요. 자연스럽게, 저와 같이 점을 보러 가실 거면 이번 주 안에 일본으로 오셔야겠죠?
“이번 주 안에 가겠습니다.”
─다정하셔라.
김미자가 쿡쿡 웃었다.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일지 알 사람이 저런 말을 했다면 짜증이 나야 마땅한데, 이상하게 그러지 않았다.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서였다.
─처음 봤을 땐 정말 냉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냉정한 정도가 아니라 냉혈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보니 아니네요.
“그렇습니까.”
─이번 주에 일본에 오시면 제 목걸이를 드릴게요.
“목걸이요?”
─네. 제가 처음으로 성매매가 아닌 방법으로 돈을 벌어서 샀던 거예요. 제가 죽으면 그 목걸이를 제가 태어난 곳에 가지고 가 주세요. 거기에 가면 예쁜 바다가 있어요. 섬이라서 사면이 바다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서쪽 바다로 가셔야 한다는 거예요. 서해 쪽으로 던져 주셔야 해요.
“이유가 뭡니까?”
─일본이랑 반대편이잖아요. 거기에 제 목걸이를 던져 주세요. 유골을 뿌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으니까요. 다음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저는 한국과 일본을 등지고 태어날 거거든요.
“태어나신 곳이 어딥니까?”
─백금도예요.
“백금도의 해류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확인해서, 일본으로 흘러가지 않는 방향으로 던져야겠네요.”
─하하, 그렇죠.
“직접 던지시는 게 좋겠습니다.”
내 말에 김미자는 쓰게 웃었다.
─아아, 변호사님한테 전화하지 말 걸 그랬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전화만 하지 않았으면 월요일에 죽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음……. 이만 끊을게요. 많이 늦었어요. 이 시간까지 붙잡아 둬서 죄송해요.
김미자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나는 멍하니 전화가 끊어진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나는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순간 다시 한번 통감한다.
자랑스레 우신에 피해 입은 사람들이 없도록 만들 것이라 고아대는 나에게 피해 입은 사람은 없었는지 깊이 내성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