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68)
너희들은 변호됐다-469화(468/641)
#469화
김미자의 가족들은 그녀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부친은 꽉 잡은 김미자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대문을 넘었는데, 걷는 모습을 보니 다리를 조금 저는 것 같았다.
김미자 역시도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 다리가…… 불편해요?”
“다리? 아, 별것 아니여. 암시롱도 안 혀.”
“몇 년 전에 넘어지시는 바람에 조금 불편하셔.”
부친은 손사래를 쳤지만, 장남이 말했다.
그러자 김미자가 놀란 듯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넘어지셨어? 어쩌다가?”
“그게……. 너 찾는 현수막 걸다가.”
“이놈아! 쓰잘데기 없이 그런 소리를 허고 있냐, 시방. 미자야, 아빠는 괜찮애. 진짜여. 암시롱도 안 헌다니께?”
부친은 다리를 공중에 띄우고 가볍게 털어 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러느라 무게 중심을 잃어 몸이 기울었다.
정혁이 잽싸게 그를 붙들지 않았더라면, 또 넘어졌을 것이다.
“아버지, 조심하세요!”
“아따, 괜찮다니께. 미자야. 신경 쓰지 말어야. 아빠는 참말로 괜찮응게.”
“아빠가 나 찾는 현수막 걸다가 넘어지셨다고……?”
부친은 장남의 말을 빠르게 부인했지만, 그런다고 김미자가 이미 들은 말을 못 들은 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부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부친은 고개를 마구 가로저으며 김미자의 손을 마주 잡았다.
“아니여. 그냥 나가 실수로다가 넘어진 거여. 현수막 걸다가 그란 게 아니라 그냥 걸어가다가 돌부리에 걸려갖고……. 걱정 하덜 말어. 너는 무신 쓸데없는 소리를 해쌓냐!”
장남이 굳이 그런 말을 꺼낸 이유는 나도 알 것 같았다.
그는 눈치 없이 군 게 아니라, 김미자가 모종의 이유로 본인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말한 것이다.
그간 가족들이 김미자를 찾기 위해 벌인 노력을 어떻게든 어필하려고.
“우리 미자, 한 번 제대로 좀 보자. 우리 딸 으찌게 컸는가 엄마가 좀 보자.”
대청마루로 자리를 옮긴 뒤, 김미자가 하이힐을 벗으며 올라가자 그녀의 모친이 김미자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모친이 그녀의 얼굴에 손을 대도 되는지 고민하는 사이, 김미자는 모친의 주름진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대 주었다.
그러자 모친은 만지면 흠이 생기는 보석 대하듯 그녀의 뺨을 쓸어보았다.
“오메오메……. 내 새끼……. 오메, 내 새끼 만나는 상상을 나가 허벌나게 많이 혔는디, 나가……. 나가 죽기 전에 이렇게 미자 얼굴도 보고, 만져도 보고……. 으찌게 이런 일이 있냐. 아이고……. 부처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모친은 떨어지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어 보였다.
두 손으로 쥔 김미자의 얼굴을 놓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김미자는 그녀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얹은 채로 흐느꼈다.
“엄마, 미안해요…….”
“뭣이 미안혀. 네가 뭐땀시 미안혀. 다 엄마, 아빠 잘못이여. 엄마, 아빠가 우리 강아지 제대로 보고 있었으믄 이자부는 일도 없었을 거신디. 엄마, 아빠가 딸내미 사라지는 것도 모르고 정신을 팔아갖꼬……. 우리 딸내미 엄마, 아빠 없어갖꼬 을매나 고생을 했을 거여. 그 어린 것이……. 을매나 고생을 했것어…….”
“나 하나도 고생 안 했어요.”
“안 하길 뭘 안 혀……. 엄마는 보면 알어. 우리 미자 힘들었을 거여……. 아이구, 내 새끼. 내 새끼 짠한 그…….”
“고생 안 했다니까. 아까 길두가 나한테 서른 살 같대요. 마흔여섯이나 먹었는데. 고생했으면 어떻게 그래. 그리고 옷도 봐요. 만져 봐. 비싸 보이지? 오빠, 봐 봐. 오빠는 알 거 아니야. 이거 다 명품이다? 내가 고생했으면 어디 이런 거 입을 수나 있어?”
김미자의 말에 차남이 그녀가 입고 있던 코트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면서 모친을 향해 말했다.
“엄마, 미자 옷 좋은 옷이네. 이거 내 월급 다 갖다줘도 못 사는 거여. 미자 호강하면서 잘 살았는갑서!”
차남 역시 표정이 좋진 못했지만, 억지로 웃으며 대꾸했다.
“그려……? 그런 거여?”
“그럼.”
“근디……. 결혼도 혔다고 들었는디, 사우는 같이 안 왔는가? 어찌게 혼자 왔어?”
모친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김미자는 쓰게 웃었다.
오다 사토시는 김미자가 부모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면 노발대발하며 바깥에도 못 나가게 할 인간이다.
한국을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여권까지 빼앗았으니 말 다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김미자는 아직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그 사람은 바빠서 같이 못 왔어. 나중에 소개해 줄게요.”
“변호사 선상님들이 미자 네가 일본에서 산다고 혔는디, 그라믄 남편도 일본 사람이여?”
“응.”
“뭐더는 사람이여? 너한테 잘해 줘? 자석들은 있고?”
“국회의원이에요. 나한테 엄청 잘해 주지. 자식은 없지만, 나도 자식을 원하진 않아서 괜찮아요.”
“옴마, 국회의원?”
“응. 나 너무 잘살고 있어. 정말 괜찮다니까. 엄마랑 아빠야말로 집이 이게 뭐야. 왜 이사도 안 가고 여태 이러고 살았어.”
“이사를 어찌게 간대. 우리 미자가 은제 돌아올 줄 알고.”
나는 이미 김미자에게 가족들이 그녀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는 증거들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수십 년 동안 믿어 왔던 모든 것들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여지를 남겨 두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보면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이 늙어 버린 양친의 모습, 정말 김미자를 버렸다면 보일 수 없는 표정과 행동, 그 모든 것이 그들이 얼마나 김미자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해 왔는지 낱낱이 보여 주고 있었으니까.
영상에는 다 담기지 않았다.
모친의 회한과 김미자를 향한 그리움이.
그래서 한 번이라도 만나 볼 필요가 있다며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이 세상에는 직접 확인해 보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니까.
“그런데 미자야. 어쩌다가 백금도를 떠나게 된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유괴였으면 우리한테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그런 연락도 하나 없고……. 정말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오빠는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바닷가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와서 엄마가 나 찾는다고, 같이 가자고 했어.”
“뭐? 그래서?”
“그 뒤로는 기억이 잘 안 나……. 눈 떠 보니까 일본으로 가는 배 안이었어.”
“일본으로 가는 배?! 그게 말이 돼?”
“돌아가겠다고 그랬더니……. 엄마하고 아빠가 날 팔았다고…….”
“……뭐여?”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부친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누가……. 누가 감히 그딴 소리를 혀. 누가! 나가 어찌게 우리 강아지를 팔어. 억만금을 줘도 안 팔 우리 강아지를 어찌게 팔어! 어떤 놈이여. 어떤 개 같은 놈이 그딴 소리를 지껄여!”
“아버지, 진정하세요.”
얼굴이 빨갛다 못해 검게 달아오른 부친을 보며, 장남이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어찌게…… 어찌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떤 느자구 없는 놈의 새끼가…….”
하지만 부친은 도저히 진정이 안 되는지 손을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그나마 우리에게 미리 소식을 전해 듣고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장남은, 마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래서 일본에서 어떻게 지낸 거야?”
“공장에서 일하게 됐어. 거기서 지내다가 기회를 봐서 도망 나왔고.”
“공장? 어린 네가 무슨 공장에서 일을 해! 미친놈들…….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쩔 수 없었지, 뭐……. 근데 밀항해서 일본으로 넘어온 거라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도 없고, 엄마하고 아빠가 날 팔았다는데 한국으로 돌아가 봤자 갈 데도 없으니까…….”
“도망 나온 다음에는?”
“그러다가 우연히 남편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어.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그렇게 결혼까지 하게 된 거야.”
“다행이다. 고마운 사람이네…….”
“응, 그렇지…….”
악몽 같은 그 시절을 아무렇게나 둘러댄 것으로도 모자라, 오다 사토시를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해야 하는 김미자는 깊은 자괴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도저히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 듯,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자 장남이 김미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당히 화제를 돌렸다.
물론 김미자가 남편을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저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 싫은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너 살아 온 이야기는 천천히 들으면 되지. 그치, 미자야? 나중에 말해 줘. 천천히……. 네가 준비됐을 때.”
“응.”
“그럼 이제…… 오해 풀린 거지?”
장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김미자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판단이 어떤지 궁금한 것 같은데, 나는 김미자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사람이다.
그녀의 가족들이 그녀를 팔지 않았다는 증거까지 챙겨서 보여 주었다.
이쯤 되면, 그녀 역시 내가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알 것이다.
김미자는 입술을 깨물며 애타게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가족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직도 눈물을 그치지 못한 모친, 딸을 데려간 작자에 대한 분노로 가슴을 치고 있는 부친, 마른침을 삼키며 김미자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차남, 그리고 김미자가 무슨 대답을 할지 걱정하고 있는 듯한 장남까지.
김미자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무릎 위에 올려 두었던 손으로 터질 듯이 치맛단을 붙잡았다.
“……응. 미안해요, 엄마, 아빠. 내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엄마하고 아빠 오해하고……. 흑, 미워하고, 원망하고 그래서……. 흐윽, 미안해요, 정말……. 그런 말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떻게든, 으흑, 어떻게든 다시 돌아왔어야 했는데……. 그치만, 너무 무서워서……. 다시 돌아왔는데, 흑, 엄마랑, 아빠가…… 나를 모른 척할까 봐……. 이 집에 다른, 흑, 다른 사람이 살고 있, 을, 까, 봐…….”
김미자는 울음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할딱이며 겨우겨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장남은 대답 대신 그녀를 안아 주었다.
“됐어, 미자야. 다 됐다. 이렇게 만났으니까 된 거야. 오빠가 미안하다. 오빠가 진작 찾아 주지 못해서 미안해…….”
대청마루에 공간이 없어 마당에 서 있던 나는 지척에서 들리는 훌쩍이는 소리에 곁을 둘러보았다.
강민재는 물론이고 태식과 정혁까지 울고 있었다.
나 역시 가슴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뭉쳐 있는 것을 느낀다.
김미자에게 돌아올 곳이 생겼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이제 살고 싶어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