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72)
너희들은 변호됐다-472화(472/641)
#472화
강민재의 말대로, 이튿날 뉴스에 해당 폭발 사고가 보도됐다.
뉴스에 따르면, 현장 감식 결과 배관을 일부러 훼손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폭발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고, 사망한 우신 병원 의사 외에 다른 피해자는 경상에서 그쳤다고.
그 빌라가 서울 우신 병원과 가까운 곳에 있어 사망한 의사와 경상을 입은 피해자는 바로 우신 병원으로 옮겨진 모양이었다.
“강 변, 뭐 해?”
각자 집에서 뉴스를 보고 왔지만, 혹시라도 다른 방송사 뉴스에서 추가 정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우리는 회의실에 모여 뉴스 클립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강민재는 본인이 모이자고 해 놓고 프로젝터에서 눈을 떼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아, 그 사망한 피해자분 페이스북 찾고 있어요. 혹시 뭐 단서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도 할게.”
“페이스북 아이디 있으세요? 가입부터 해야 하는데.”
“없는데.”
내 말에 강민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노트북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그리고 뉴스 클립 창을 닫고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그가 처음 한 일은 무작위로 우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페이스북 계정을 찾는 것이었다.
허민우에게 직접 피해자의 이름을 물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는 우리가 해당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신이 엮여 있을 가능성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찾는 수밖에 없다.
“오, 역시. 추모하는 글이 올라와 있네요.”
그는 계정 주인의 피드를 쭉 내리며 말했다.
계정 주인은 우신 병원 측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 추모글을 퍼 와서, 거기에 본인의 감상을 남겼다.
[소식 듣자마자 너무 놀랐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학교 선배라서 서로 알고 지냈는데. 이렇게 빨리 가실 줄 알았으면 좀 더 용기 내서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해 볼걸. 뭔가 기회가 닿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안타깝게도 우신 병원 측에서 작성한 추모글에는 피해자의 이름이 적혀 있진 않았다.
하지만 강민재는 피해자가 계정 주인의 학교 선배라는 정보를 얻기가 무섭게 다시 프로필을 확인했다.
[재성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공부했음서울 우신 병원에서 근무]
피해자는 재성대 의대 출신.
그리고 뉴스에서 사망한 피해자를 ‘최 모 씨’라고 불렀으니, 성은 최씨다.
이제 조금 더 반경이 좁혀졌다.
그때부터 강민재는 계정 주인의 친구 목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쭉쭉 목록을 내리다 보니 최씨가 희성이 아니어서 그런지, 최씨가 꽤 많았다.
강민재는 하나하나 들어가 프로필에 적힌 출신대학교와 근무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열 명 가까이 확인했더니, 눈에 띄는 계정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재훈서울 우신 병원에서 근무
재성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공부했음
기정 고등학교 졸업
서울 거주
서울 출신]
“친구 목록에 있는 최씨 중에 재성대 출신에 우신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공개한 사람은 두 명이거든요. 근데 이 최재훈이라는 사람만 그 피해자 추모글을 안 올렸어요. 그리고 그 사고 날 이후로 게시글도 없고요.”
“이 사람이 피해자일 가능성이 크겠네.”
“장례식도 우신 병원에서 하겠죠? 사고 직후 피해자 두 명 다 우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했으니까.”
“그렇겠지.”
강민재는 바로 서울 우신 병원 장례식장 사이트로 이동해 빈소 목록에서 최재훈이라는 이름을 찾아냈다.
“맞네요. 상주 목록을 보니까 미혼인 것 같고요.”
상주 목록에 나온 이름은 나이가 느껴지는 최씨 남자 이름과 박씨 여자 이름, 그리고 요즘 사람 이름으로 느껴지는 최씨 여자 이름이 하나 보였다.
아마 차례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 혹은 동생으로 보인다.
“만일 우리가 쓴 소설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생각해 보면요. 이 최재훈이라는 사람이 임현일한테 ‘너네 장기 매매 하냐?’라고 직구를 던졌을 것 같으세요?”
“글쎄요. 그분 성격을 모르니까 알 수 없지만, 우신이 이런 사고를 일으켜서 죽일 정도라면 최재훈이라는 분이 확실히 그 사건을 인지했다, 라는 정보를 입수하지 않았을까요? 그분이 직구를 던졌든, 아니면 우연히 발각됐든.”
“그랬겠죠?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까리했다면 떠보기라도 했겠죠?”
“그랬을 것 같은데요. 그건 왜요?”
“음, 뭔가 이분이 알자마자 바로 죽였다고 하기엔 사건 자체가 하필이면 그 빌라가 텅텅 빈 시간에 일어났으니까 좀 이상하잖아요. 우신 쪽에서 빌라가 텅텅 비어 있는 시간이면서, 최재훈이라는 분이 집에 있는 시간을 노린 거라면 그 정보를 입수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알자마자 돌아가신 건 아닐 것 같아서요.”
“그렇겠지. 알자마자 바로 죽일 생각이었으면 그 우신 계열사 대표였다는 사람처럼 퇴근하는 길에 덤프트럭으로 밀어 버린다든가, 뭐 그런 방법을 썼을 테고. 가스 폭발 사고로 위장해서 죽이려고 일부러 집이 빈 시간을 고르고 골랐다면, 피해자가 장기 매매 사실을 인지한 시간과 우신이 그걸 알게 된 시간 사이에 텀이 좀 있겠지. ”
“그럼 그사이에 그분이 누군가한테 말하진 않았을까요?”
물론 그랬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서 입을 막는 게 취미인 우신의 입장에서는, 남에게 발설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다.
“우신 장기 매매의 역사는 짧지 않고, 임현일도 중간에 합류한 멤버잖아. 그 사람이 전문의가 된 시점보다 우신이 장기 매매를 한 시간이 더 기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임현일은 우신의 심사를 통과해 합류한 멤버인 거지. 그럼 그 심사 대상이 되는 기준이 뭘까. 자원은 못 할 거 아니야. 평범한 의사들은 애초에 그런 사업을 벌인다는 거 자체를 모를 테니까.”
“그렇죠. 음……. 일단 실력하고 성향을 고려하지 않을까요. 실력하고 성향 중에서는 실력을 먼저 고려할 것 같고요. VIP 상대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실력이 안 받쳐 주면 실수가 일어날 수 있잖아요. 그럼 내분으로 이어질 거고.”
“그럼 실력이 되는 사람들을 선별하고, 그 사람들의 성향을 면밀하게 관찰해서 얘는 우리 사업에 끼워 줘도 되겠다 싶은 사람을 계속 떠봤겠지. 나라면 장기 매매를 알리지 않는 선에서, 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부정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봤을 것 같아. 그 부정에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계속 반응하는 사람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것 같고, 봐도 못 본 척 묵묵하게 있는 사람들은 적합하다고 생각했겠지. 물론 다른 평가 기준도 있겠지만.”
내 말을 들은 강민재와 오 사무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 매매 사업에 투입할 의사는 한마디로 우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할 대상이다.
그 사람이 투철한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거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의사로서의 윤리를 중시한다거나, 부당한 지시에 항거한다거나, 수틀리면 튀는 행동을 한다거나…….
그 외에도 적합지 않다고 생각될 만한 여러 가지 성향을 정해 놓고, 대상을 시험한 뒤에 서서히 사업으로 끌어들일 공산이 크다.
임현일도 출신 대학교는 비교적 한미했지만, 우신 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고려 대상 리스트에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찬영이 오카시마 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임현일은 집도하지 않고 김찬영을 관리하는 일 정도만 맡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본원 교수가 된 지금 상황에서는 임현일은 이제 집도의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집도의가 된 이 시점에서 임현일은 후임을 키워야 한다.
어쩌면 최재훈은 그렇게 선택된 임현일의 후임 예정자 목록에 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변호사님은 임현일이 그렇게 최재훈 씨를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최재훈 씨가 반발했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최재훈 씨를 죽이는 선택을 했고?”
“나도 소설을 써 보는 거야. 하지만 우신이 장기 매매 건을 일개 펠로우한테 들키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심지어 장기 매매는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임현일이 집도를 할 때면 출장 명목으로 본인이 직접 오카시마 병원으로 날아가서 은밀하게 하고 올 텐데. 어떻게 최재훈 씨가 그 사실을 알 수 있겠어? 우신 병원 내에 데이터로 남겨 두지도 않을 텐데.”
“그건 그래요. 그리고 생각해 보니 임현일 그 새끼는 우신 본원으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올라오자마자 들킬 놈이면 애초에 그 자리까지 오르지도 못했을 것 같긴 합니다.”
“우신에서도 최재훈 씨가 반발할 거라곤 생각 못 했겠지. 나름대로 성향을 면밀히 파악해서 선택한 사람인데. 사실 임현일이 직접적인 제안을 하기 전, 가까이 두고 지켜보는 단계였는데 최재훈 씨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물어봤을 수도 있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 사무장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임현일이 서울 본원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됐잖습니까. 일단 변호사님 말씀이 다 맞다는 가정하에, 최재훈 씨가 여러 조건에 거르고 걸러져서 최종 선발된 후보자라면 임현일이 본원에 올라오기 전부터 이미 후보군에 있었겠죠?”
“그랬을 거예요. 설마 고작 몇 달 지켜보고 그 위험한 사업에 끼워 줄 리가 없잖아요.”
“그럼 최재훈 씨는 임현일이 선택한 후보가 아니라는 뜻이잖습니까. 최재훈 씨를 선택한 사람은 다른 사람인데, 최재훈 씨를 사업에 넣어 줄 사람은 임현일이 되는 거죠.”
오 사무장의 말대로, 이렇게 되면 다른 가능성도 생긴다.
최재훈이 임현일과 트러블이 있었을 가능성.
원래라면 장기 매매 사업을 함께 하기에 적합한 사람이었는데, 임현일과 트러블이 생기면서 반발하게 되었다든지…….
“지금 최재훈 씨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들을 쭉 보고 있는데, 확실히 감이 딱 오진 않아요. 일단 좀 자세히 읽어 볼 필요가 있겠어요. 글이 꽤 많아서요.”
“최재훈 씨 페이스북 아이디가 이거야?”
나는 URL 끝 ‘/’ 뒤에 적힌 영어 단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저거 나한테 메시지로 보내 봐.”
강민재는 바로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나는 그 아이디를 복사해 포털 웹 문서 검색창에 붙여넣었다.
그러자 해당 아이디가 포함된 모든 웹 문서가 검색되었다.
“이 중에서도 뭐 건질 만한 거 없나 한번 쭉 봐야겠네.”
혼자 일기장으로 쓰고 있는 블로그 같은 게 걸려 주면 최고인데.
일단 흩어지면 웬만한 것들을 다 훑어볼 생각이지만, 일단 한눈에 봤을 때 이거다 싶은 건 없을지 훑기 시작했다.
“어, 블로그 있는데요?”
내 휴대폰 화면을 같이 들여다보던 오 사무장이 말했다.
과연, 오 사무장의 말대로 같은 아이디를 쓰는 블로그가 하나 걸렸다.
“글이 하나도 없네요.”
블로그에 들어오긴 했는데,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아이디를 만들면 자동으로 생성되는 블로그인 모양이었다.
아쉽게 됐다.
“그런데, 변호사님.”
“왜.”
“만일 최재훈 씨가 우신에 살해됐다는 증거를 얻게 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어떻게 하냐니.”
“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잖아요. 경찰에 고발해서 수사를 촉구한다든지, 가스 폭발 사고가 우신이 벌였다는 증거를 유가족한테 보여 주고 설득한 다음에 우신을 고소하게 한다든지, 등등.”
일단 허민우에게 들은 사건이 안 좋은 냄새를 풍기기에 조사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사건 사이즈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일단 우리 소설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나머지는 그다음에 고려해도 늦지 않아.”
그럼에도 지금 단계에서 생각해 본다면…….
강민재가 말한 방법도 있긴 하지만, 경찰이 어디까지 해 줄지 알 수 없다.
허민우가 담당 형사긴 해도 위에서 사건 접으라고 압력을 넣으면, 그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허민우의 성격상 완전히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은 시점에서 상부 압력으로 사건을 접게 되면, 단독 행동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허민우는 또다시 위험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조사 결과를 유가족에게 보여 주고 고소하게 하는 방법도 썩 좋다고만은 생각되지 않는다.
만일 우신이 어떤 방법으로든 유가족과 합의하고 ‘사실은 오해였습니다.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하면 변호사인 우리는 나설 도리가 없으니까.
“여기서 해산하고 이제 자료 조사하러 흩어지는 게 좋겠습니다. 아, 최 기자님 쪽에도 이 사건 공유해 주시고요.”
그래도 나는 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쓴 소설이 사실이라면, 우신이 장기 매매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전 국민에게 그들의 꼬리, 아니, 아직은 꼬리라고 할 수도 없겠다.
꼬리털 몇 가닥 정도는 잡힌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