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496)
너희들은 변호됐다-496화(496/641)
#496화
“이 집에 우리가 못 본 방 없었나?”
그렇게 말하면서, 최종현이 바닥에서 일어서며 방이 모여 있는 복도를 훑었다.
“방은 갑자기 왜?”
“민재야, 너 게스트 룸 말고 다른 방 못 봤냐.”
“다른 방이요? 예전에는 봤지만, 여기 살고 나선 못 봤는데요.”
“야, 신당 차려 놨을지도 몰라. 찾아보자. 탱화 같은 거 붙어 있는 방 있을 거야. 내가 차 변을 몇 년간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차 변은 뭐 신기라든지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예언자가 아니면 좀 말이 안 되는 짓을 많이 해.”
그들은 정말로 내 집 안에 신당이 있을지 찾아볼 기세였다.
그러자 조봉준이 말이 안 된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차 변 같은 사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은 걸 믿을 리가 없잖아. 뭐, 정말로 그런 영적 세계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차 변은 무신론자……. 아니지, 무신론자보다는 불가지론자에 가까운 사고 회로를 가졌다고.”
맞는 말이다.
심지어 나는 10년 전 과거로 돌아와 두 번째 삶을 사는 순간에도 절대자의 존재를 확신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상대방이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가려내는 능력까지 생긴 것을 보면 과학 이상의 세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현대의 과학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특정한 지점에서는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능력은 상대방을 무조건 내 육안으로 확인해야 발동된다.
안면근육이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말을 할 때 다르게 움직인다는 논문 결과도 있는 만큼, 내 뇌의 일정 부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고도로 발달한 나머지 그런 변화를 캐치해서 진실과 거짓을 출력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내 눈에 보이는 홀로그램 같은 글자는 설명할 수가 없어서 결론짓는 것을 포기한 차였다.
그래서 가장 그럴싸하게 생각되었던 것이 강민재에게도 말했던 평행 우주였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내가 평행 우주로 어떻게 이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서, 절대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 봤지만…….
내가 이전 삶과 이번 삶 사이의 찰나에 어떤 음성이라도 들어 봤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조봉준의 말 대로 나는 불가지론자가 맞다.
“하긴, 변호사님은 아주 고도로 발달한 과학 쪽에 가까운 분이죠.”
강민재가 한마디 거들었다.
잠시 사는 게 바빠 시들해졌던 외계인설까지 다시 대두되려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세상이라고 해도 신 받은 게 아니면 여태까지 어떻게 그걸 다 맞힌 건데.”
다행히 최종현은 강민재의 힌트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그야 논리적인 추론이 있지 않았을까?”
“그럼 유튜브가 하고많은 동영상 플랫폼 중 최후의 승자가 될 거라고 추측한 근거를 대 봐. 그럼 차 변 집에서 신당을 찾는 걸 포기해 주지.”
최종현은 제자리에 도로 앉으며 대단한 관용이라도 베푼 듯이 말했다.
물론 최종현이 내 집을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건 싫기 때문에, 나는 단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유튜브 최종 우승의 이유’를 떠들어 보기로 했다.
“그 당시엔 UCC 열풍이 인 지 오래였고, 그때로부터 몇 년 전에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고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에는 우리나라에선 좀 늦었지만, 외국에선 스마트폰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었고요.”
“그러니까, 스마트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구글이 유튜브도 갖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쏠리는 건 당연한 흐름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하지만 스마트폰 초기에 구글은 OS 쪽에서는 쪽도 못 썼는데?”
조봉준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오랫동안 주식을 다뤄 왔던 사람이라 그런지 이런 쪽 지식이 아주 빠삭했다.
조봉준이 선수를 쳤던 대로 핑계를 대려고 했던 나는, 논리 전개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선회해 보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 당시에 스마트폰 OS 점유율이 가장 높은 건 심비안이라는 OS였지만, 꼴찌에 가까웠던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단기간 내에 무섭도록 치고 올라와서 블랙베리 OS까지 따라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도 같이 상승할 거라고 생각한 거죠. 자연스럽게.”
“……뭐가 자연스러워. 어떻게 이걸 다 예측해? 일단 OS 점유율하고 동영상 플랫폼을 연결 짓는 것부터 신기하고, 안드로이드가 상승세였다고 해도 그땐 진짜 밑바닥이었는데 적당한 선에서 상승세가 꺾일 거라고 추측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아?”
“워낙 파죽지세였고, 안드로이드 OS가 단기간에 선호도가 급속도로 올라갔으니 그만한 데에는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소프트웨어 쪽이 그렇잖습니까. 게다가 블랙베리 OS를 모방했다는 평가가 많은데도 안드로이드 OS가 결국 모방 대상을 뛰어넘었다는 건 그만큼 편리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상승세가 더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뭐, 오픈 소스 플랫폼이다 보니 확장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었다고 듣긴 했지만, 그래도 법전만 뒤지게 파고 나쁜 놈들 잡으러 다녔던 차 변이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다는 건 신기한데.”
사실 이번 삶에서 국내에 스마트폰이 늦게 도입되는 바람에 답답한 마음이 하늘을 뚫을 지경이라, 해외 스마트폰 보급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졌는지, 아이폰은 대체 언제 국내에 출시되는지 눈에 불을 켜고 살펴봤었다.
그 덕분에 알게 된 지식인데, 이런 때에 쓰이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전업 투자자들도 그 정도까지 예상 못 했을걸? IT 쪽에 빠삭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땐 다 애플이랑 블랙베리에 주목했지, 안드로이드에 주목한 사람들 별로 없어. 그리고 구글 주가도 딱히 2010년하고 비교했을 때 지금 많이 뛰진 않았는데? 물론 뛰긴 했지만,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iOS를 제치고 1위를 했을 때도 막 미친 반응은 없었단 말이지.”
“그렇습니까.”
아, 그냥 미래를 알고 있었다는 말을 할 순 없으니 그럴싸한 이유를 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설명을 붙였는데 이건 이것대로 문제였던 것 같다.
그냥 2018년에는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충 끼워 맞춘 것뿐이다.
조봉준은 또다시 틈을 파고들며 무섭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럼 차 변 구글 주식은 샀어?”
“샀습니다.”
“언제. 그때 우리 방송 시작했을 즈음? 그럼 오르긴 했겠지만 별 재미는 못 봤을 텐데. 그리고 올해 들어서 액면 분할 때문에 아직까지도 말 엄청 많고. 오히려 그때하고 지금을 비교하면 애플이 훨씬 올랐지.”
“2008년에 사긴 했습니다.”
“리먼 터지기 전에 산 거야?”
“리먼 브라더스 사태 말하는 겁니까? 그때를 기준으로 하면 터진 다음에 샀습니다.”
“그건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큰 재미는 못 봤겠네.”
“주식은 정말 몰라서, 그냥 그때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길래 산 겁니다. 추가 매수도 쭉 했고요.”
“진짜 잘 모르는 거 맞네. 그때였으면 애플을 샀어야지. 애플 그때에 비하면 지금 엄청 올랐는데. 너무 아쉽네. 구글 말고 애플 잡았으면 지금 얼마야……. 한 네 배는 벌었겠는데?”
“애플도 샀습니다.”
“……애플 샀다고?”
“네.”
내가 대답하기가 무섭게 조봉준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그 눈빛은 조금의 과장을 보태면 광기에 가까워서, 순간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얼마나 벌었어?”
“글쎄요.”
“아, 빼지 말고 말해 줘. 내가 설마 차 변한테 돈 달라고 하겠어?”
“달라고 하잖아.”
“형은 조용히 해. 아, 제발. 제발 말해 줘. 얼마 벌었어?”
“한 6배에서 7배 정도 오른 것 같네요.”
사실 나는 주식을 잘 모른다.
이전 삶에서도 투자에는 관심 없었기 때문에 언제 무엇 때문에 등락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2008년에 비해 2018년에 무섭도록 오르는 바람에 나 같은 문외한에게까지 소식이 닿았던 기업 몇 군데를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다.
“와, 어떻게 그 시절에 애플을 살 생각을……. 그때였으면 애플 들어가기 부담스러웠을 텐데. 돌았네. 7배, 하. 그때 얼마 넣었는지 물어봐도 돼?”
“잘 모르겠습니다. 추가 매수도 계속 했으니 구체적으로 얼마를 넣었다고 하기가 모호합니다.”
“하, 그거 그냥 평단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래, 알려 주기 싫은 건 이해할게. 그럼 다른 거 산 건 없어? 나도 좀 따라 사게.”
조봉준이 매달리기라도 할 기세로 묻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알려 줄지 말지를 고민한 게 아니다.
조봉준은 나에게도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안다면 알려 주고 싶다.
하지만 정말 주식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뭘 사라고 하는 게 좋을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나는 한참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마존 샀습니다.”
“아마존? 아마존 샀다고? 그건 언제 샀는데.”
“처음 산 건 2008년이지만 마찬가지로 꾸준하게 샀습니다.”
“2008년에 샀으면……. 한 4배 올랐겠네? 어떻게 그런 걸 계속 사냐. 아니, 말이 돼? 진짜 신 받았어?”
유튜브가 떠오르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 신 받았냐는 질문에서 해방될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신내림설에 힘을 실어 주는 꼴이 될 줄이야…….
“실패한 것도 있지? 당연히 있겠지? 폭락한 거 없어?”
없지만, 왠지 그렇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있죠.”
“하하, 그렇지? 사람이라면 그게 정상이지. 하하. 근데 아마존은 지금도 많이 올랐는데, 더 오르려나?”
이전 삶의 2018년 당시, 10년 전에 샀으면 30배가 올랐을 거란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걸 생각하면 4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긴 한데, 그래도 미래를 모르는 입장에선 대단한 수치겠지.
“저도 잘 모르죠. 하지만 오래 가지고 있어 보려고 합니다.”
“그럼 나도 아마존 좀 더 사야겠다.”
조봉준이 휴대폰에 메모하자,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최종현이 그 모습을 한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야, 너는 주식 전문가라는 놈이 어떻게 잘 모른다는 차 변을 따라 사냐. 주식 전문가 타이틀 반납해.”
“몰라, 나 차 변 포트폴리오 다 따라 살 거야. 말리지 마. 또 산 거 없어?”
“음……. 아, 엔비디아도 샀습니다.”
“아, 엔비디아. 그 그래픽 카드 만드는 회사 말하는 거지? 난 그건 별로 안 땡기던데. 지금도 그래픽 좋기만 한데 뭐 얼마나 더 자세하게 보겠다고. 지금도 연예인 모공까지 다 보이는데. 뭐 다른 건 없어?”
“테슬라도 샀습니다.”
“아, 그 전기 자동차? 근데 그거 이미 많이 올랐던데. 지금 들어가긴 좀 늦은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전기 자동차가 앞으로 각광 받을 거란 말이 많은데, 지금 들어가도 나쁘진 않겠다. 뚜껑은 따 봐야 알겠지만. 근데 차 변 나스닥 위주로 사네?”
테슬라의 경우, 처음 상장됐을 때 샀으면 10배에서 20배 사이로 올랐을 거라고 들어서 사 봤다.
물론 그때는 이제는 매도해야 한다, 어쩐다 말이 많았던 것 같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일 아닌가.
아직 2018년은 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2018년이 지난다고 해도, 나는 산 것들을 일단 계속 가지고 있어 보려고 한다.
어차피 필요한 돈은 이미 충분히 있으니, 설령 내가 모르는 2018년 이후의 미래에 그 주식들이 다 휴지 조각이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혹시 아는가.
그 이후의 미래에 더 오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