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25)
너희들은 변호됐다-525화(525/641)
“우리 편인데?”
“완벽하게 우리 편이야.”
우리는 김미자가 녹음 파일을 보내오기가 무섭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파일을 받자마자 모두 짠 것처럼 강민재의 병실로 쳐들어갔고, 어제 허민우가 사 온 과일들을 깎고 있던 강수일에게 노트북을 건네며 바로 번역해 달라고 요청한 결과였다.
음성을 들은 강수일이 ‘오다 사토시 이러다 울겠는데요?’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키리하라 사치코 기자가 얼마나 바른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미쳤다, 약한 개래. 생각할수록 웃기네.”
“우리나라에서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로 주로 쓰는 말 같은데, 빈 수레보다는 약한 개가 더 가소로워 보여.”
“형, 그 키리하라 사치코 기자 활동 내용도 알아보셨다면서요. 그 얘기도 해 주세요. 다 같이 있는 데서 얘기할 거라고 저한테도 말 안 해 줬잖아요.”
강민재의 말에 강수일이 소파로 와서 앉았다.
어제 회의가 끝나고 우리가 돌아가자, 강수일은 일본 웹 문서를 뒤지며 키리하라 사치코 기자가 쓴 기사들과 반응을 찾아보았다고 한다.
“김미자 씨가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은데, 저도 만일 키리하라 기자가 한국인이었다면 최 기자님하고 엄청 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이고, 오다 사토시 외에도 개소리 전문 정치인에게 촌철살인을 날려서 별명을 많이 만들어 주셨더라고요. ICIJ에서는 거의 환경과 인권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를 많이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정치통이고, ICIJ에서는 폭넓은 방향으로 활동하는 편입니다.”
“정치 성향은 역시 지금 여당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이에요?”
“흠, 사실 일본은 지금 여당이 상당한 기간 집권 중이고, 빅 텐트 성향이라 우리나라와는 문화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정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어떤 파벌이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거죠. 그래서 정확히 말하자면, 키리하라 기자는 근래 해 먹고 있는 정치인들을 특히 싫어한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그럼 키리하라 기자가 좋아하는 정치인은 있어요?”
“좋아한다……. 좋은 기사를 쓴 적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일관되지 않습니다. 지지하는 정치인이 없다고 보는 게 맞으려나요. 호평보단 비판을 더 많이 해요. 저널리즘 대학교에서 강의했을 때는, 정치부 기자는 머릿속에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치열하게 고민해서 상정한 뒤, 정치인들이 그러한 모습이 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타협하지 말라고 하면서요.”
“아주 나쁘게 말하려면 본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일단 까고 보는 스타일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사실 모두 까기 인형은 장단점이 명확하잖아요.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비판하니, 대중에게 속 시원한 말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는 좋아요.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안 좋은 면만 보는, 씹기만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배제되기도 하잖아요.”
강민재는 꽤 고민이 되는 눈치였다.
“그치. 그럼 우리가 이 일을 터트렸을 때, ‘일본에서 같은 내용으로 보도한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 헛소리하기로 유명해서 모두가 무시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상하게 흘러갈 수도 있고. 저런 꼴을 한두 번 본 게 아니거든.”
“게다가 너무 이상론자 같은 이미지가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현실 감각이 부족하다든가. 특히 세상이 팍팍해져서인지, 이상적인 상태를 좇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고. 개인적으로는 이상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제 의견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대학 강의에서 했던 말이라면, 미래의 언론인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소양이라는 뜻이잖아요.”
최종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수일은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래도 키리하라 기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은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아. 실제로 이 발언에 대해 자세한 질문을 받았는데, 키리하라 기자 본인도 이상적인 정치인이 구체적으로 어때야 한다는 확신이 없다고 했거든. 저 말의 방점은 ‘치열하게 고민해서 상정한다’에 있대. 그러니까 기자들에게 쉼 없이 정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는 거지.”
언론인으로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좋은 건지, 나쁜 건지를 떠나, 우리는 어떤 사람이 어떤 논조로 하는 말이 가장 효과적으로 대중에 어필될 것인지를 고민해 왔다.
그러나 키리하라 사치코가 우리에게 미리 정보를 받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판단하려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봐야 한다.
“차 변은 어떻게 생각해? 물론 이거 하나만으로 그 사람한테 공유할지 말지를 정하자는 건 아니지만, 느낌이 어때. 접촉해 볼 만한 것 같아?”
최종현은 입을 다물고 있던 나에게 물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부쩍 저널리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내 활동은 폭로 저널리즘에 국한되어 있지만, 언론인인 최종현과 함께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지 생각하며 사건을 다루고 있으니 당연하게 따라오는 고민이다.
키리하라 사치코가 좋은 언론인인지, 나쁜 언론인인지 나로선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언론인에게 감시 기능을 위임한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시선만으로 세상을 조명하는 언론인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만큼 타협할 여지를 남겨 두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리하라 사치코가 대학 강의에서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되냐고 묻는다면,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그녀가 그간 해 온 활동은 어느 정도 그 발언이 진심이라는 것을 방증하기도 하고.
그녀라면 일본 내에서도 우신과 오노데라 일파가 벌여 온 범죄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인상을 말하라면, 나는 호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이건 내 개인적인 감상일 뿐, 그녀와 접선할지 말지를 정하는 데 그리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실장님이 키리하라 기자에 대해 찾아봤을 때, 일본 사회에서 키리하라 기자의 이미지는 어땠습니까?”
“저는 꽤 괜찮다고 봅니다. 특유의 시니컬한 태도 때문에 장년층의 선호도는 떨어지지만,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SNS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에 사건 초반에 여론을 잡기에 좋을 것 같다고요. 발언 수위는 최 기자님과 비슷하고, 권위는…….”
강수일은 말하다 말고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쵸. 대학 강의도 나가시고 저보다 경력이 긴데 당연히 저 같은 거랑 비교가 안 되겠죠.”
뭔가 열 받아 보이는데 기분 탓이겠지?
“우리는 우신을 쏴서 떨어트리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실 일본 쪽이야……. 키리하라 기자가 우리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신뢰감을 주는 언론인이라면 어떤 방식을 취하든 우리와 크게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우신만 보고 달리는 거고, 일본 쪽은 키리하라 기자가 알아서 하면 됩니다.”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정보를 절대 안 흘릴 사람, 오노데라 일파를 까 줄 사람. 이 두 가지 조건에 적합한지만 따지자는 거잖아.”
“네. 그 조건만 보면 됩니다. 우리가 일본 사회의 부패한 일면까지 정화해 줘야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우리는 우신이 국내에서 입을 막더라도 국제 사회의 압박을 받는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규모를 키우려는 거니까요.”
키리하라 기자는 오다 사토시에게 약한 개라는 별명을 만들어 냈던 사람이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악인을 희화화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최종현과 죽이 잘 맞을 것 같다.
게다가, 이건 의외로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특히 흉악범은 부지불식간에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머리가 덜 자란 범죄자들은 이를 트로피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니 흉악범은 철저한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는 많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경멸당할 거라는 두려움’이라는 제동 장치가 하나쯤은 더 있어도 좋지 않은가?
또, 웃음이 유발되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불이 꺼지지 않도록 장작을 넣는 역할도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저는 접촉해 볼 가치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직접 만나서 얘기했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키리하라 사치코가 적절한 인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증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키리하라 사치코는 국내 경찰조차도 파악하기 전에 이 사건을 접할 첫 번째 외부인이다.
ICIJ의 다른 기자들과는 달리, 키리하라 사치코는 범죄자들과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 속에 있지 않은가.
“직접 만나서? 화상 통화도 아니고?”
능력을 써서 검증해 보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고, 내 능력은 직접 대면했을 때만 발동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에게 그런 얘기를 할 순 없겠고…….
이럴 땐 꼰대 수법으로 가야겠다.
“중요한 일을 함께할 사람인데 직접 얼굴 한 번은 봐야죠. 잘 알던 사람도 아니고, 아예 모르던 사람 아닙니까.”
“그래, 그럼. 한번 연락해 볼게. 일단 ICIJ 측엔 알리지 않고 만나는 걸로 할까?”
“네. 그리고…….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시다면 우리 측에서 전체 비용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한국으로 와 줄 수 있는지도 물어봐 주십시오. 일본으로 가기에는, 우리가 지금 한국을 비우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오케이.”
* * *
“흐음……. 장현욱 형사는 무조건 빼고.”
윤세연은 허민우가 보내 준 경찰 내부 협력자 후보 목록을 살피며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다.
“장현욱 형사 왜? 너랑 친하지 않아?”
최종현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허민우가 올린 목록에는 12명의 형사와 수사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원이 많으면 그만큼 리스크가 늘어나는 거라 많아도 3명에서 5명까지만 확보하기로 했다.
목표는 구속 직후부터 우리가 사건을 보도하기 전까지 우신이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것.
어차피 임현일이든, 소은을 데리고 움직이던 우신 측 인원이든, 경찰이 데려가는 순간부터는 변호사를 부르기 위해서라도 우신에 연락할 테니 내가 떡밥을 물었다는 비밀은 깨지게 되어 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바깥에 말을 흘리지 않으면서 상부에서 증거들을 내놓으라고 했을 때 안 주고 질질 끌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우신 프락치는 당연히 아니어야 하고.
중요한 건 공항에서 그들을 구속할 때까지는 경찰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비밀에 부쳐져야 하는데, 이 부분은 크게 문제 없다.
허민우는 그들에게 범죄자를 구속하러 가야 해서 동행해 줄 인원이 필요하다고만 말할 뿐, 구속할 때까지 목적은 말하지 않을 예정이니까.
키리하라 사치코의 검증 작업보다는 팍팍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장현욱 형사, 사람 괜찮죠. 그리고 나쁜 마음 먹을 사람도 아니고, 우신한테 돈 받을 스타일도 아니에요.”
“근데 왜 걸러?”
“저야 기자니까 당연히 장현욱 형사를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썰을 많이 풀어 주거든요. 근데 선배랑 변호사님한텐 그런 사람이 제일 걸러야 하는 사람 아니에요?”
“당장 거르자.”
최종현은 장현욱이라는 이름 위에 취소선을 그었다.
“옆에 별표 처리한 건 뭐예요?”
“이 목록은 일단 경찰 내부 평판이나 풍문들로 꾸린 건데, 허 경위가 개인적으로 좀 잘 아는 사람 중에 괜찮은 사람 표시해 둔 거야.”
“오, 허 경위님 보는 눈이 있으시네. 여기 김학찬은 꼭 넣어요. 이 사람 진짜 절대 말 안 해 주거든요. 그리고 가정 형편도 어렵대요.”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돈에 흔들릴 수도 있다는 뜻 아니야?”
“아니죠. 형사 짬이 얼만데, 돈 받으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가난하다는 건 돈을 절대 안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일리가 있다.
그 외에 나 역시도 몇몇 아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조용히 조병석이라는 이름 위에 취소선을 그었다.
“헐, 이 사람은 왜요?”
윤세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이전 삶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몇 년 뒤 성매매 업소와 관련한 사건이 터진다.
이때 일부 경찰들이 돈을 받고 눈 감아 줬던 게 들통나서 난리였다.
그때 조병석의 이름을 봤다.
“이 사람은 돈 좋아합니다.”
“헐, 돈 좋아한다고요? 이 사람 집에 돈 많아서 취미로 경찰 한다는 소리도 있는데?”
그런가?
그건 모르겠다.
나중에 빚이라도 생기나 보지, 뭐.
“개인적으로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럽니다.”
“헐……. 뭔데요?”
“그냥 이 사람이 돈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 또 안 알려 주려고 하네. 진짜 얄미워. 내가 이렇게나 도와주는데! 왜 말을 안 해 주냐고요! 선배도 말 안 해 주고! 맨날 착취만 하고! 이 사람들 왜 거르는지도 말 안 해 주고!”
윤세연은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발을 마구 굴렀다.
다 연기인 것 알고 있고, 그녀가 울지 않을 거란 사실도 안다.
“착취라고 했습니까?”
“네! 저는 고급 정보 주는데 변호사님은 돈도 안 주고, 정보도 안 주잖아요!”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방으로 향했다.
“그럼 그 가방 안에 든 노트북은 뭡니까.”
“……네?”
“노트북 정도면 충분한 사례라고 생각했는데, 부족합니까?”
“…….”
윤세연은 눈을 굴리다가 조심스럽게 의자 위에 올려놓았던 가방을 끌어안았다.
“……어, 언제 아셨어요?”
“좀 됐습니다.”
“돌려 드려야 해요……?”
“상관없습니다. 그냥 가져요.”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가지라고 했는데도 윤세연은 내가 노트북을 뺏을 것 같은가 보다.
여전히 커다란 가방을 끌어안고 있었다.
“근데 언제, 어떻게 아셨어요? 그땐 모르셨잖아요.”
모르고 넘어갈 뻔하긴 했다.
하지만 얼마 뒤에 카드 유효 기간이 끝나서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그때 최종현에게 카드를 다시 줬더니 그가 거절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안 쓴 지 오래됐고, 이제 평범한 수준의 활동비는 본인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당장 지난달에 약 150만 원이 긁힌 내역을 보았고, 심지어 최종현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글자가 [진실]이었기 때문에 의아해졌다.
혹시 그사이에 분실한 적 있냐고 물으니 그것도 아니라고 하기에, 한영스토어에 직접 문의했다.
그리고 나는 봐 버렸다.
윤세연이 한영스토어에서 노트북을 구매하고 내 카드를 내미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그리고 한영스토어를 나오는 그녀의 발걸음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가벼웠고, 심지어 리듬에 맞춰 방방 뛰기까지 했다는 것을.
“중요합니까?”
“아, 아뇨…….”
“그럼 이제 착취 아니겠네요. 대가는 충분히 지불한 것 같은데.”
“그, 그렇죠. 그, 그럼……. 저 근데 사실, 노트북 말고도 또…….”
“아, DSLR?”
“…….”
“상관없습니다. 이제 와서 신고할 생각도 없으니 걱정 말아요.”
“죄송해요! 하, 근데 하나도 안 알려 주고 번번이 먹튀하시는 게 너무 얄미워서, 한번은 뜯어먹고 싶어서 그랬어요. 진짜 이거 다 변호사님 때문인 거 알죠?”
“수사관 리스트 추리는 작업이 1분이라도 더 늦어지면 윤 기자를 신고하고 싶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 여기 7번에 박준희 수사관님도 아주 좋으세요. 이분은 신입이신데, 열의가 넘치시고 부부 경찰이라 그런가 남편한테 불똥 튈까 봐 본인 행동에 신경 많이 쓰거든요! 하하. 하하하!”
윤세연은 박준희라는 이름에 공격적으로 동그라미를 치며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아무리 나라도 웃는 얼굴에 침을 뱉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