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38)
너희들은 변호됐다-538화(538/641)
“뭐예요. 강 변, 아까 집으로 갔던 거 아니었어요? 왜 왔어요?”
“집으로 간 거 아니고, 칼국수 사러 간 건데요.”
“칼국수?”
“그때 사 오기로 했던 거요.”
강민재는 비닐봉지를 들어 올리고 흔들며 말했다.
그는 그 길로 부엌으로 향했다.
“식사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이따 저녁에 먹을까요? 태식 씨는 밥 먹었어요?”
“아뇨. 그래서 저는 저녁까지 못 기다리는데.”
“흐음, 그러면 먼저 뭐라도 먹고 있어요. 이건 저녁으로 먹게. 근데 많이 먹으면 안 돼요. 저 칼국수 많이 사 왔단 말이에요.”
“그럴까요?”
“그럼 전 옷 좀 갈아입고 씻고 오겠습니다. 빨래할 거 있으신 분? 저 세탁기 돌릴 건데.”
강민재는 냉장고 안에 내용물을 넣어 놓고, 예전에 자신이 쓰던 방으로 향했다.
나는 그가 문을 열기 전에 앞을 가로막았다.
“뭐 해?”
“뭐 하냐니요. 퇴원했으니까 그간 밀린 청소도 좀 하고, 빨래도 하고, 씻고 그래야죠?”
“그러니까 그걸 왜 여기서 하냐고.”
“그야, 제가 여기서 사니까요?”
강민재는 왜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강 변이 처음에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된 계기가 뭐야?”
“으음……. 그냥, 같이 살면 재밌잖아요.”
“그거 말고 다른 이유 있잖아.”
“없는데요.”
[거짓]능력을 쓰긴 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 강민재가 말한 것도, 나에게는 그렇게 말한 적 없지만 여태까지 그의 행동을 미루어 보았을 때 꽤 비중을 차지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지 않은가.
“제일 중요한 이유가 뭐였는데.”
“같이 살면 재밌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아니, 무, 물론 만일의 사고가 생기면 몸빵하려고 하기도 했죠! 근데 그거는 진짜 부차적인 거고, 변호사님 설득하려고 만들어 낸…….”
[거짓]“몸빵 한 번 했으면 충분해. 이제 안 해도 되니까 집으로 돌아가.”
대체 이 자식을 어떻게 하면 좋지.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건지 이제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부인했지만, 동진을 포함한 모두가 강민재가 사고 직후부터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내 상태가 어땠는지 그에게 질리도록 설명했다.
그런데도 또 내 몸빵하겠다고 여길 찾아와?
“정색하게 하지 마.”
“……아니, 그놈들은 어차피 트럭으로 받아 버리는 것도 실패했고, 결국에 변호사님이 안 죽었지만 수술 날짜를 잡았잖아요. 그리고 고상준도 계속 변호사님 죽이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었고요. 이젠 제가 몸빵 안 해도 되지 않을까요?”
“100% 확신해? 이제 나한테 그런 위협 없을 거라고?”
“100%까진 아니지만, 99% 정도……?”
“그럼 1%의 경우엔 내 몸빵 하겠다는 뜻이네.”
“……만약의 경우에 그렇게 분산을 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긴 한데요. 그래도 그냥 여기 살면 재밌어서 온 거거든요?”
“그럼 그렇다고 해. 1%든, 0.1%든 그 미만의 확률로도 몸빵하겠다는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강민재는 입술을 감쳐물고 슬쩍 내 뒤에 서 있던 태식을 바라보았다.
태식에게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겠냐고 조언이라도 구하는 모양인데, 그런 생각을 절대 하지 않을 때까지 받아 줄 마음은 없다.
사고 이후 강민재와의 대화를 통해 심경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나는 예전처럼 강박적으로 굴지 않으려고, 다소간의 피해에도 의연해지려고 틈만 나면 그때의 깨달음을 복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강민재든, 누가 됐든 나 대신 죽는 꼴은 절대 못 본다.
그건 태식이나 상길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경호 임무를 맡긴 까닭은 피해의 총량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줄이기 위함이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죽어야 할 때, 그게 내가 아니도록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내 동료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쓸 것이다.
내 윤리관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그런 생각 안 할게요.”
[거짓]“하잖아.”
“변호사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진짜 안 한다니까요?”
“알아. 강 변은 1%의 상황에서는 몸빵한다는 생각 아직 못 버렸어.”
“변호사님이 궁예예요? 관심법 쓰세요? 어떻게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실 수 있어요!”
“안다니까.”
솔직히 궁예보다는 내가 더 정확도는 높다고 본다.
“지금 단계에선 변호사님을 죽이러 오는 놈은 없을 거라고 확신해요. 근데 세상에 100%는 없으니까, 가능성을 열어 두려고 1%를 남긴 거예요.”
“누가 내가 살해당할 확률 계산하래? 그 미세한 확률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몸빵하려고 할 거냐고. 아까 최 기자님한테 그랬잖아. 이제 강 변도 몸 소중한 거 알았다고. 거짓말이야?”
“안 할게요! 안 하면 되잖아요!”
[거짓]“가. 앞으로 우리 집 출입 금지야.”
“아, 진짜 안 한다고요!”
[거짓]강민재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저런 위험 분자를 내 집에서 지내게 할 순 없다.
“강 변이 내 몸빵하겠다는 생각을 계속 버리지 않으면, 나도 강 변 몸빵하기로 결심할 거야.”
“……진짜 몸빵 안 할게요.”
[진실] [거짓] [진실] [거짓]뭐지, 이건.
왜 강민재가 말하는 내내 글자가 계속 바뀌지.
이런 적은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당황하고 말았다.
말하는 동안에도 계속 생각이 바뀌어서 이러는 건가?
“왜요. 제 머리 위에 뭐 있어요?”
글자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그의 머리 위에 시선을 둔 탓인지, 강민재가 제 머리를 쓸어 보며 물었다.
“아니, 강 변 땜통 보고 있었어.”
“……아이씨, 진짜.”
“아무튼 강 변이 몸빵하겠다고 마음먹는 한, 나도 똑같이 강 변 몸빵할 거니까 잘 선택해. 이미 몸빵 1회 적립돼서, 다음엔 내가 몸빵하려고 할 수도 있다는 거 기억하고.”
“진짜 안 할게요. 제가 죄송합니다.”
[진실]이번에는 글씨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강민재의 생각이 계속 바뀔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틈이 날 때마다 한 번씩 테스트해 봐야 할 것 같다.
“가. 씻어. 빨래할 거면 내 것도 같이 해. 세탁기 안에 있어.”
피곤해졌다.
남들보다 14년을 더 산 탓에 정신 연령은 이미 오십 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육신이 젊어 아직까진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강민재가 계속 나를 열받게 하면, 내 몸까지도 급속도로 늙어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넵!”
강민재는 뭐가 좋은지 힘차게 소리쳤다.
저놈 때문에 내가 늙는다, 늙어.
* * *
“흠흠, 흐흐흥~”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강민재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 안을 휘젓고 다녔다.
옷만 빨 줄 알았는데, 아예 침구 커버까지 뜯어서 세탁기를 세 번이나 돌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먼지가 쌓였다며, 창고에서 온갖 도구들을 가져와서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아?”
서재에서 책을 읽던 내가 소음을 참다못해 나와서 물을 정도였다.
“변호사님이 먼지 날리는 거 싫어하시잖아요. 쫓겨나기 전에 깨끗하게 살아야죠.”
그건 맞는 말인데…….
역시 저놈을 받아 주지 말 것을 그랬다.
반복되는 콧노래도 거슬린다.
강민재가 의식을 잃었을 때, 그가 멀쩡히 깨어날 수만 있다면 내 집에서 노래를 열창해도 상관없겠다고 아주 잠깐 생각했었는데, 역시 극한의 상황에 몰리는 바람에 논리적 사고가 불가능했던 게 분명하다.
“육수 끓일게요!”
그렇게 고통 받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그사이 볼일을 다 봤는지, 강민재가 칼국수를 끓일 준비를 시작했다.
탕수육 대자와 짜장면 곱배기로 허기만 달랬던 태식은 기다렸다는 듯이 식탁에 착석했다.
“면 그게 다예요?”
6인분은 될 것 같은 면을 냄비에 투하하는 강민재를 향해 태식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네. 태식 씨 몫으로 4인분 사 온 건데. 부족할 것 같아요?”
“그냥 평범한 양이죠. 상관없어요. 부족하면 이따가 퇴근하고 야식 먹죠, 뭐.”
“그렇게 많이 먹는데 대체 왜 그렇게 근육 빵빵인 거예요?”
“매일 퇴근하고 3시간씩 운동 조지니까요.”
나라면 쓰러져 자기도 바쁠 것 같은데, 잠을 줄여 가며 운동을 그렇게 한다니.
새삼스럽게 놀라웠다.
“냄비 받침 가운데로 놔 주세요!”
곧 거대한 냄비를 위태롭게 들고 온 강민재가 끙끙대며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태식을 제외한 우리는 각자 먹을 만큼 그릇에 덜었다.
남은 것은 태식에게 몰아 주면 되니까, 이게 더 편하다.
“근데 왜 갑자기 칼국수를 사 왔어요.”
“제가 이거 사러 간 날 사고당했잖아요. 그래서 결국 못 먹었고요.”
“그렇긴 한데, 기억할 줄은 몰랐어요. 워낙 정신없는 하루였으니까.”
“그리고 상길 씨 말 들어 보니까, 변호사님이 식음전폐하실 때 칼국수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강민재가 나를 흘긋 쳐다보며 말했다.
정신적으로 쇠약한 상태는 이래서 좋지 않다.
특히 놀릴 거리가 생기면 절대 놓치지 않는 사람들이 도처에 깔려 있는 내 상황에서는, 나를 먹잇감으로 내던지는 행위나 다름없다.
앞으로는 더욱 정진해서 내 내면의 고통 때문에 흐트러지지 않도록, 스스로 소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런데 좀 뒤늦게 여쭤보는 거긴 한데요.”
“뭘.”
“손정민 있잖아요. 그때 변호사님 문역에 불러내려고 이용된 애요. 걔는 어떻게 됐어요?”
손정민의 행방은 아직도 찾는 중이다.
아직 신분증도 나오지 않았을 나이라, 위치 파악이 쉽지 않았다.
대학생들을 천사의 집에 파견했을 당시에도 지속적으로 손정민의 행방을 아는 아이는 없을지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모를 뿐, 살아 있다는 것만은 확인했다.
계속 한 발 늦어서 직접 대면하진 못했지만, 손정민의 목격담이 지속적으로 들려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에 있는 것 같아.”
“어……. 안 죽은 거죠, 그러면?”
“죽진 않았어. 최신 목격담이 3일 전이거든. 근데 서울 여기저기서 계속 목격담이 뜨고 있어서, 정확히 어디에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목격담이 있다는 건, 손정민이 어디 갇혀 있거나 한 건 아닌 거네요.”
손정민은 나를 불러내기 위해 ‘일본에 유학 가기 싫은데 천사의 집에 의해 강제받고 있다’는 말을 했다.
처음 손정민의 메일을 받았을 땐, 천사의 집에 대해 검색하다 보면 당연히 천사의 집의 해외 학교 설립 비리를 폭로한 최종현과 조봉준에 이야기가 뜨기 마련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와 관련한 글을 접하게 될 터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손정민은 이용당했을 뿐이니, 그 아이는 지금까지 일본 유학 이야기가 왜 미끼가 되는 건지도 모를 것이다.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아무리 미성년자여도 뭔가 수상쩍다는 건 눈치챘을 것 같은데, 그렇게 돌아다니게 두는 게 신기하네요.”
나는 손정민과 접촉하기 위해, 그 아이에게 이런저런 도주 계획을 세워 주었다.
그러한 방식은 학생 입장에서는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을 테니, 손정민도 이거 뭔가 있구나 싶긴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손정민이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우신은 정보가 샜다는 이유만으로 뒷일 생각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죽여 대는 바보가 아니다.
다만, 천사의 집이 보호자 역할을 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죽이는 데에 그리 부담을 느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감금된 게 맞을 거야. 그리고 오히려 계획에 실패해서 살려 둔 걸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