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4)
너희들은 변호됐다-54화(54/641)
그 말과 함께 진철의 모친이 전화기를 붙잡고 뛰쳐나갔다.
지금은 아직 학교가 끝나지 않았을 시각이고, 그녀의 반응이 저랬을 정도라면 분명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가뜩이나 흥분 상태인 그녀를 혼자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동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강 변. 차 키.”
“아, 넵!”
강 변이 차 키를 찾아 들고 내 뒤를 따랐다.
나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그녀의 뒤를 쫓았다.
허겁지겁 주차장에 대어 둔 차 문을 열려는 그녀를 붙잡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머님, 많이 놀라신 듯한데, 저희가 동행하겠습니다. 저희 차를 타고 가시죠.”
“……그, 그래 주시겠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머님.”
강 변이 가까이에 주차해 둔 자신의 차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강민재가 묻자, 그녀가 이마를 감싸쥐며 가까스로 말했다.
“한, 한국대 병원 응급실이요.”
진철이 다친 모양이었다.
학교에서 응급실까지 갈 정도로 다칠 일이라니.
강민재는 불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있지만, 감히 예상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아이구, 진철아…….”
뒷좌석에 앉은 진철의 모친은 핸드백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룸 미러로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한국대 병원 건물이 보였다.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대충 상황은 파악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그녀가 울고 있어서 쉬이 말을 걸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머님. 침착하십시오.”
“어떻게 침착해요, 어떻게! 아이고, 우리 진철이…….”
“진철 군이 어떻게 다친 겁니까?”
“교실 창문에서 떨어졌대요……. 어떡해요, 변호사님……. 내 새끼, 아이구, 내 새끼…….”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같은 말만 반복하는 그녀에게 더 이상 들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교실 창문에서 떨어졌다면, 일반적인 학교 건물 높이를 생각했을 때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심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몇 층이 되었든 추락 사고는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큰일은 없을 거예요, 어머님…….”
강민재는 힘겹게 그녀를 위로하며 응급실 앞에서 차를 멈추었다.
진철의 모친은 차가 서기가 무섭게 튕기듯 빠져나가 응급실로 달려갔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박진철, 박진철 보호자예요!”
그녀는 응급실 데스크에 가서 울부짖듯 소리쳤다.
간호사는 그 말에 차트를 좀 찾아보더니, 그녀를 응급실 안쪽으로 안내해 주었다.
“진철이 어머님…….”
그 소란을 들은 것인지, 안쪽 침대에서 커튼을 걷고 젊은 교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진철의 모친은 눈물이 낭자한 얼굴로 교사에게 물었다.
“진철이…… 진철이는요?”
“진철아, 어머니 오셨어.”
교사는 커튼 속 침대에 누워 있는 진철을 향해 말했다.
진철은 고개를 외로 틀며 다른 곳만을 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왔는데도 달리 반기는 기색도 없었고, 그저 이 상황이 짜증스럽기만 한 듯했다.
“더 정밀 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팔하고 다리뼈가 부러진 것 같다고 하세요. 나머지는 찰과상이 좀 있다고 하는데…….”
“아이고, 진철아…….”
교사의 설명을 듣다 말고 진철의 모친은 침대로 다가갔다.
온몸에 붕대를 한 채 눈을 감고 있는 진철의 모습이 내 눈에도 들어왔다.
그녀는 진철을 끌어안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
교사가 침대에서 빠져 나와 자리를 뜨려 할 때, 내가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놀란 듯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
“진철이 삼촌입니다. 무슨 일로 진철이가 이렇게 되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변호사라고 밝힌다면 학교 측에서도 진철의 부모가 법적 대응을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될 테니, 아직은 숨기는 것이 좋았다.
교사는 난감하다는 듯 침대 쪽을 힐긋 바라보았다.
여전히 열린 커튼 사이로 진철의 모친이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애들이 급하게 얘기해 준 게 전부라서……. 반장이 갑자기 교무실로 와서 상황을 알려 줬거든요. 저도 그 소식 듣고 헐레벌떡 가 보니 진철이가 화단에 떨어져 있었어요…….”
“몇 층에서 떨어진 겁니까?”
“2층이요. 그나마 다행히도 2층이라 많이 다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의사 선생님도…….”
“학교가 몇 층까지 있습니까?”
“4층이랑 옥상이요. 그런데 옥상은 학생들은 못 들어가게 자물쇠로 잠가 놔서요.”
“진철이는 같은 반 애들이 다 보는 앞에서 떨어진 겁니까?”
“……아마 그럴 거예요.”
“그렇군요.”
교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진철이 누워 있던 침대 안쪽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씨발 그만 좀 울어!”
“진철아…….”
“무슨 큰일 났냐고!”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소리 지르고 있는 진철의 목소리였다.
교사도, 그리고 진철의 어머니도 당황한 것 같았다.
진철이 전에도 어머니에게 욕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기는 했지만, 나 역시 조금 놀라고 말았다.
“진철아, 어머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교사가 천천히 침대로 다가가며 말했다.
하지만 진철은 푹 한숨을 쉬며 다시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 버렸다.
어쩔 줄을 모르던 교사가 한참을 망설이더니, 모친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머님,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담임인 제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저도 교사 생활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교사를 바라보고 있던 모친은, 잠시 진철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그가 있는 곳에서 무슨 대화를 했다가는, 진철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녀조차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하아, 선생님.”
모친이 눈물을 닦으며 교사를 바라보았다.
“진철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어쩌다가 떨어진 거냐구요.”
“애들 말로는, 진철이가 뭘 잡다가 떨어진 것 같다고 하긴 하는데…….”
[진실]나는 교사의 머리 위로 떠오른 글자를 보며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납득했다.
어차피 내 능력은 발화자가 거짓말을 하는지를 판별할 뿐이다.
사건의 진상을 완전히 꿰뚫지는 않는다.
교사가 적어도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넘겨야 한다.
“잡다니, 뭘 잡아요?”
하지만 무언가를 잡기 위해 2층에서 떨어졌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진철의 모친 역시 같은 의문을 느낀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지만 교사는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릴 뿐이었다.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일단 진철이부터 병원에 옮겨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일단 돌아가서 애들한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할 생각이었어요.”
“무슨, 무슨…… 무슨 일 처리를 이렇게 해요!”
진철의 모친이 꽥 소리질렀다.
응급실에 있던 사람들이 잠깐 이쪽을 돌아보았을 정도였다.
“다른 선생님한테라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게 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애가 2층에서 떨어졌어요. 뭘 잡으려다가 떨어진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뭘 잡다가 떨어졌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창문 밖에 있는 무언가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려야 하는 상황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일부러 창밖으로 던져 버린 상황 외에는.
“그게,”
“아, 씨발 진짜 짜증 나게 그만 좀 해! 그냥 별거 아닌 일이었어. 제발, 쪽팔리게 이러지 좀 말라고! 엄마도 가. 선생님도 가세요! 혼자 있으면 되니까, 다 가요!”
대화를 듣고 있던 진철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거짓]진철의 머리 위로 생각했던 대로의 글자가 떠올랐다.
모친은 깜짝 놀라 다시 진철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가에 다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교사 역시 잠시 눈치를 보다가, 그녀에게 휴지 몇 장을 떼어 건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님. 일단 어머님도 오셨으니…… 학교에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상황을 자세히 묻고 다시 연락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교사를 가만히 바라보던 진철의 모친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
“……네, 알겠어요. 진철이 병원까지 데리고 와 주셔서 감사해요.”
모친의 말에 교사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응급실을 빠져나갔다.
그때, 주차를 끝내고 응급실로 돌아오던 강민재가 다급히 사라지는 교사를 흘긋 바라보았다.
“변호사님, 진철 군은 좀 괜찮습니까?”
그는 침대 가까이 다가와, 응급 처치 되어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진철을 발견했다.
강민재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니,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그도 조금은 안도한 듯했다.
“어머님, 저희 잠깐 전화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네.”
나는 강민재를 데리고 응급실 바깥으로 나갔다.
인근에 마련된 흡연 공간으로 가 담배를 빼어 물고, 나는 그에게 간략하게 내가 본 것들과 파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진철이 물건을 잡기 위해 창문 쪽으로 갔다가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강민재의 표정 역시 잠시 일그러졌다.
누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인 것이다.
“그 혁민이라는 애가 진철이를 민 걸까요?”
강민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모르지.”
그 상황을 직접 보지 못했으니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만에 하나, 진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뛰어내렸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2층은 너무 낮았다.
그런 시도를 하려면, 학교는 4층까지 있다고 했으니 더 높은 층으로 갔어야 했다.
“그런데 같은 반 애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된 거면, 애들한테 물어보면 답 나오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나는 적당히 말을 삼갔다.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교사가 진철의 모친에게 연락해 오는 것을, 또 진철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변호사님, 정말 이 사건 하실 겁니까.”
담배를 끄고 다시 응급실로 들어가려는데, 강민재가 물었다.
“진철 군 부모와 진철 군이 원하면.”
“……힘드실 텐데요.”
나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어도 나서고 보는 강민재가 계속 심약한 소리를 하는 것이 이상했다.
“강 변.”
“네, 변호사님.”
“혹시 학교 폭력 사건 맡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나?”
내 물음에 강민재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법정으로 끌고 가는 일이 원체 흔한 일이 아니니까, 변호사님 힘드실까 봐 그렇죠. 제가 뭘, 또 맡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겠어요? 아, 그리고 수임료도 얼마나 받아야 할지 잘 가닥이 안 잡히고 그러니까…….”
강민재가 서글서글 웃어 보이며 말했다.
머리 위에 [거짓]이라는 글자를 달고서.
까닭이 있는 것 같지만, 이렇게까지 물었는데 말하지 않는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의 사정에 대해선 직접 말할 때까지 캐묻지 않기로 했으니,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정 피하고 싶으면 이번 사건에선 빠져. 나 혼자 처리할 테니까.”
“아, 아닙니다!”
“상관없어. 불편하면 그렇게 해.”
나는 응급실 자동문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러자 강민재가 다급하게 나를 따라오며 말했다.
“아, 왜 그러십니까. 저도 끼워 주세요.”
아무리 변호사라도 피하고 싶은 사건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강요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아, 저도 끼워 주세요. 잘할게요. 잘하겠습니다!”
“시끄러워, 여기 응급실이야.”
“저도 끼워 주세요. 끼워 주시는 겁니다. 약속하신 거예요.”
시끄럽다고 했더니 이제 귓속말로 귀 간지럽게 소근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한숨을 쉬며 빠른 걸음으로 그를 지나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