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40)
너희들은 변호됐다-540화(540/641)
일본 여당 총재 선거에서 오노데라가 당선되면서, 총리 임명을 위한 임시 국회에서도 그를 총리로 선출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연일 오노데라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뤘다.
오노데라가 향후 어떤 정책을 펼칠지 예측하기 위해 일본 전문가들을 뉴스룸으로 불러 이야기해댔다.
지금 이렇게 휴대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해도, 오노데라 이름이 곳곳에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한일 관계에서 어떤 식의 행보를 보일 것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는 곧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계획을 갖고 있든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한일 관계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오노데라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정치인 오노데라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설령 존경 받아 마땅한 정치인이라고 해도, 결국 자신의 손자에게 건강한 심장을 주기 위해 다른 아이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그는 이미 인간이 아니라고 판명 났으므로.
“최 기자님은 아직도 자는 겁니까?”
회의실에 모이면 언제나 꼬질꼬질한 존재감을 풍기던 최종현의 모습이 며칠째 보이지 않았다.
그건 IAIJ가 본격적으로 우신의 인신매매 사실, 페이퍼 컴퍼니와 차명 계좌 건을 프로젝트화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였다.
마침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장부를 넘겨받아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IAIJ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최종현은 워싱턴 시차에 맞춰 살고 있었다.
자료들을 넘겨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그들이 수시로 걸어오는 연락을 받으며 설명을 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요즘 거의 뭐, 제대로 얼굴도 못 보는 것 같아. 시차가 13시간이나 나니까, 거의 생활 패턴이 정반대잖아.”
“그래도 IAIJ 측이 어떻게 프로젝트를 취급하는지 계속 메모를 남겨 주시니까, 종현 형님이 무리하게 깨어 계실 필욘 없죠.”
강민재는 최종현이 IAIJ 측과 소통할 때마다 남겨 주었던 메모들을 넘기며 말했다.
“종현이 형이 이렇게 기자답게 지내는 게 얼마 만인지 몰라.”
“에이, 종현 형님 언제나 기자 같았죠.”
“기자는 무슨. 맨날 배 긁으면서 오전 내내 잠이나 처 잤는데. 뭐, 바쁠 땐 또 열심히 하긴 했지만, 우리 일이라는 게 그렇게 쉬어 가는 타임 없이 쭉 바빴던 것도 아니었고.”
최종현도 바빠졌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특별검사로 임명될 수 있도록 변협을 움직여 주겠다는 박영기 때문에 이 자리, 저 자리 불려 가는 일이 많았다.
내 뻣뻣한 자세 때문인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박영기는 있는 힘껏 나를 포장했다.
강민재와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그의 유들유들한 사회적 스킬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꼬장꼬장한 법조계 선배들 앞에서는 아직도 내가 재수없어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김미자 씨 가족분들 보호 관련해서 말인데요. 일단 김미자 씨가 IAIJ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잠적하고 나면, 바로 김미자 씨 가족분들이 위험해질지도 모르겠어요. 김미자 씨가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게 가족분들 보호 준비도 슬슬 해야죠.”
“그렇겠지. 양친이야 해외여행 보내드린다 치고 잠깐 나가 계시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속 편하잖아.”
“네. 문제는 오빠분들이죠. 다들 직장도 있으시고, 이것 때문에 일을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동생분이 교사, 형님분이…….”
“번역 일 하신다고 들었어요.”
“번역이면 프리랜서니까 부모님 모시고 나가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동생분이 문제네.”
“경호원을 붙여 놓는 게 답 같아요. 그리고 다행히 공무원이시니까 허튼짓하기 좀 그럴 거고. 어차피 김미자 씨가 증인으로 나서면 김미자 씨 가족을 건드리기도 힘들어지겠죠. 그 전까지만 잘 살펴 드리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미자가 사라진 직후부터 증인으로 나설 때까지의 시간이 가장 위험에 노출될 타이밍이다.
김미자의 증언 의사를 철회시키기 위해 가족의 신변을 위협할 때를 예비하려는 것이니까.
“잠깐만, 전화 좀.”
김미자의 가족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얘기하려는 참이라, 웬만하면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발신자가 김찬영이라 그럴 수 없었다.
“어, 나야.”
─통화 잠깐 괜찮으세요?
“응. 그런데 너 지금 회사에 있을 시간 아니야?”
─연차 써서 집이에요. 설마 제가 회사에서 변호사님한테 전화를 하겠어요.
“고상준은 만났어? 어제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
─아, 네. 바로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집에 오니까 진이 빠져서 그대로 기절해 버렸어요.
이해한다.
고상준과 대화하는 내내 그는 자신이 하는 말 한마디, 내쉬는 숨소리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할 테니까.
“건축사 얘기는 꺼내 봤어?”
─네. 조만간 연락 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건축사에서 오카시마 병원하고 리본 의료원을 설계한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차피 확률이 높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제안한 거지, 반드시 맞을 거라고 여기진 않았어. 고상준이 수상하게 여기진 않았고?”
─네, 옛날부터 단독 주택 어쩌고 떠들어 놓은 게 있어서 다행이었죠. 고상준이 그걸 기억이나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건축사하고는 언제 만나?”
─언제까지 만나야 해요?
사실 그걸 나도 알 수가 없다.
오노데라 손자의 수술 날짜는 분명 정해졌을 텐데, 그 논의를 요정에서 하진 않은 모양이다.
김미자는 언제 어떻게 필요하게 될지 모른다며, IAIJ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계속 도청 파일을 넘겨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 오노데라 손자의 수술 날짜를 짐작할 수 있는 대화는 전혀 없었다.
애초에 오노데라 손자의 수술을 아는 사람도 극히 드물었고, 안다고 해서 스케줄까지 공유하진 않을 테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말밖에 못 하겠네. 수술이 언제일지 알 수가 없어서.”
─수술이 당장 내일일 수도 있어요?
“그건 아닐 거라고 봐. 아직 임현일한테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거든.”
계속 외래 스케줄을 확인해 보고 있는데, 아직도 월요일과 목요일에 꼬박꼬박 외래 일정이 잡혀 있다.
게다가 다른 의사들과 어울리는 게 아니면 집과 우신 병원을 오가는 것 외에는 의심스러운 점들이 없었다.
우신 관계자들은 병원에서 따로 만나거나 전화를 주고 받는 건지, 외부에서 자리를 만들어 만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오카시마 병원 내부 지도는 임현일이 일본으로 떠나는 날까지만 찾으면 된다.
임현일이 일본으로 넘어가자마자 컨디션 고려도 하지 않고 바로 VIP 수술에 들어가면, 오노데라 성격에 성의가 없다며 난리를 피울 게 뻔하지 않은가.
─그럼 일단 임현일이 출국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연락 주세요. 저도 최대한 당겨 볼게요.
“알았어.”
─아, 변호사님 죽이려고 한 놈하고 그놈을 죽이려고 한 사람들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 되게 불안해하는 것 같았어요.
“너한테 이제 그런 얘기도 해?”
─네. 그 일은 고윤수가 손 쓴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일이 그렇게 되니까 되게 화난 모양인지 고윤수도 못 믿겠다더라고요. 근데 그게 뭐, 얼마나 진심이겠어요. 자기 입 안의 혀처럼 굴어 주는 자식이 몇이나 된다고.
“그거에 대해 다른 말은 없었어? 차후 계획이나.”
─슬프지만 아직 저한테 그런 구체적인 계획까지 공유할 정도는 아닌가 봐요. 아! 그리고…….
김찬영은 무언가 생각난 듯 소리쳤으나, 곧 말끝을 흐렸다.
─아니에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라.
“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변호사님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가 있었나 생각해 보고 있었는데, 없네요.
뭔가 숨기는 것 같은데.
하지만 그의 말대로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일이라면 알려 주었겠지.
김찬영은 첫인상부터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매우 여러 번 능력을 써서 시험해 봤으므로 그의 진심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그래도 내가 알아야만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말하라고 할 요량으로 입을 열려던 때였다.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변호사님, 통화 길어질 것 같으세요?”
강민재가 물었다.
나는 휴대폰 내장 마이크를 손으로 덮으며 대답했다.
“아니, 마무리하는 중이었어.”
“대철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천사의 집 일인 것 같아서요. 같이 들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대철은 천사의 집 감시조로 파견된 직원이다.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 듯해서, 나는 김찬영에게 건축사와 일정이 잡히면 바로 전화를 달라고 말한 뒤 회의실로 들어갔다.
테이블 한가운데에 강민재의 휴대폰이 스피커폰으로 전환된 채 놓여 있었다.
“나 차주한이야. 이제 말해도 돼. 성윤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
─변호사님들한테 다 메시지 보냈었는데, 안 보셔서 전화드렸어요.
“회의하느라 못 봤나 봐요. 급한 일이에요? 혹시 소은이가 움직였어요?”
강민재가 불안해졌는지 다급히 덧붙였다.
─아뇨. 소은이도 아니고, 급한 일도 아닙니다. 그사이에 상황은 종료됐거든요. 성윤이 기억하시죠? 그, 대학생 쫓아내려고 자해했던 아이요.
“성윤이 밀착 감시하라고 말한 게 나인데, 당연히 기억하지. 성윤이가 왜.”
─김영지가 퇴근 시간도 아닌데 갑자기 움직이길래 따라갔는데, 성윤이가 다니는 학교로 가더라고요.
“그래서?”
─성윤이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려나 싶어서 지켜봤는데, 어디 골목으로 데려가더라고요. 거기엔 봉고차가 대기 중이었고요.
“……봉고차? 성윤이는 안전해?”
─네, 일단은.
“일단은, 이라니?”
─성윤이를 데려가려고 대기 중이었던 게 아니었어요. 그 안에 정민이가 있더라고요.
“손정민?”
─네.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애가 상태가 좀……. 사진 보내드린 거 한번 봐 주세요.
대철의 말에 나는 메신저를 열었다.
사진 여러 장과 동영상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화질이 꽤 좋은 걸 보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같진 않았다.
그 덕분인지, 꽤 줌을 당겨 촬영한 듯한 정민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차 안에서 고개를 내민 수준이라 전신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내가 이전에 사진으로 접한 정민의 얼굴과는 꽤 달랐다.
만일 대철이 미리 손정민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뺨이 파일 정도로 마른 것은 물론이고, 안색이 매우 나빴다.
눈도 똑바로 뜨지 못하는 것 같았다.
졸린 사람처럼 반쯤 감겨 있었다.
게다가 매우 작은 소리였지만, 성윤과 대화하는 장면도 짧게 담겨 있었는데, 이것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말을 두서없게 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조봉준도, 강민재도, 오 사무장도 같은 것을 보았을 텐데도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대철이 채근했다.
─어떠십니까?
“느낌이 안 좋아.”
─고작 이거 보고 어떻게 판단하냐고 하실 것 같은데, 제가 손 씻기 전에 저런 놈들을 좀 봤습니다.
“…….”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길 바랐다.
우신의 악행을 접하다 보니, 그들과 관련된 모든 것이 최악으로 느껴지는 것이길 바랐다.
─약쟁이들이랑 똑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