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43)
너희들은 변호됐다-543화(543/641)
“…….”
성윤을 노려보던 김영지는 별안간 별 희한한 소리를 듣겠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성윤아. 정신 차려. 정민이가 어떻게 마약을 하니?”
“그건 저도 모르죠. 하지만 정민이가 마약에 손 안 댔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어떻게요? 정민이가 학교는 안 가지만, 그래도 쌤들이 항상 붙어 있는 건 아닐 거잖아요. 설마 그래요? 어디 감금이라도 하고 감시하는 거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나요?”
“하……. 마약이 얼마인 줄은 아니? 그걸 정민이가 어떻게 구하겠어.”
“가능성이 있으면 확인은 해야죠.”
“너는 그러니까, 정민이가 마약에 중독된 상태가 아닌지 확인하고 싶다는 거야?”
“네. 그리고 그런 상태면 마약에 손대지 못하게 해야죠.”
김영지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만난 직후에는 조용하더니, 어디서 어떤 얘기를 듣고 와서 갑자기 이러는지 모르겠다.
“쌤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네 말 대로 손 못 대게 해야지. 일단 정민이랑 얘기해 볼게. 그게 사실인지.”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지. 네 말 대로 계속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너희들이 같이 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보호할 뿐이지, 감금하는 게 아니잖니. 정민이가 개인적인 시간에 어디서 뭘 하든, 우리가 전부 통제할 순 없어. 그래서도 안 되고. 네가 이상하게 의심하는 것 같아서 말하는데, 만에 하나 정민이가 마약에 손을 댔더라도 그건 정민이의 개인적인 탈선이야.”
김영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성윤에게 영화를 그만 보라느니, 상상력이 그 정도면 앞으로 창작 쪽으로 진로를 잡아 보라느니 하며 빈정거렸다.
“……쌤은 정민이 걱정도 안 되세요?”
“네 말이 진짜라면 당연히 걱정이 되겠지. 하지만 네 말은 진짜가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야. 애초에 정민이는 마약을 접할 조건이 안 돼. 그런 상황에서 살이 좀 빠지고 컨디션이 떨어져 보인다고 그게 어떻게 마약 중독 증세겠어. 그래도 네가 그렇게 걱정하니까, 충분히 얘기해 볼 거고, 사실이라면 치료 받게 할게. 그럼 됐니? 내가 정말 별소리를 다 듣겠다.”
“빨리 서류 정리든 뭐든 끝내서 저랑 정민이 같이 지내게 해 주시면 되잖아요. 그럼 저한테 이런 소리 들으실 일도 없고요.”
김영지는 대답 대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카운터 상단에 비치된 메뉴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실 거나 골라. 사 줄 테니까 그거 마시고 같이 들어가자.”
“저 지금 안 들어갈 건데요.”
“왜?”
“좀 이따가 수행 평가 때문에 애들이랑 만나기로 했어요.”
김영지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성윤도 이제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데.
‘어제까지는 이상한 것도 모르던 애가 마약은 또 어떻게……. 설마.’
설마 그 대학생들과 내통이라도 하고 있나.
성윤의 통화 기록을 봐도 여태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그래도 정민을 처음 봤을 땐 몸살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으면서 갑자기 마약 운운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그냥 두면 안 되겠는데.’
그러잖아도 점점 엄성윤은 천사의 집의 통제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가출은 이미 손정민에게 써먹은 방법이라, 엄성윤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면 단기간 내에 둘이나 가출한 건 천사의 집에 문제가 있는 거라며 차주한이 일을 키울까 봐 플랜B로 남겨 두고 있었다.
엄성윤의 자해 사실이 드러난 뒤부터 원장은 트집 잡힐 일을 단 하나도 만들지 말라고 엄히 당부하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 보니 엄성윤을 마음대로 다니게 뒀을 때 리스크가 더 커질 듯하고, 그렇다면 방법이 없지 않은가.
어차피 엄성윤이 봉사자 앞에서 자해하고 누명 씌우려고 했던 건 모두가 알고 있으니, 심리 상태가 불안정해서 가출한 것으로 치고 가둬 두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자고 할걸.’
그간 우신의 인신매매 사업에 협조 중인 극소수의 천사의 집 직원들은 적당히 서류를 위조하는 것 외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파견된 후부터는 감시를 의식하느라 스트레스를 한계치까지 받고 있었다.
손정민은 살려 놓기엔 반항이 너무 심하고, 죽이기엔 후일이 염려되어 그런다고 치지만, 엄성윤은 다르지 않은가.
‘그 대학생들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 됐는데…….’
아이들에게 대학생들과 연락하지 말라고 해도 듣지 않는다.
당분간 아이들 모두의 휴대폰을 빼앗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이런 시기에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바로 차주한의 귀에 들어갈 게 뻔했다.
차주한의 귀에 들어가기만 하는 거라면 감수할 만하다.
학습에 방해가 될까 봐 빼앗았을 뿐이라고 하면, 차주한도 조금 귀찮게 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테니까.
문제는 대학생들이 아이들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고 있고, 찾아가서 만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역시 가둬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겠다.
어차피 소은은 서류상 입양 간 것으로 처리될 것이라, 소은의 일까지만 끝내면 이렇게 그들의 눈을 의식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때 가서 엄성윤은 자살로 위장해서 죽이면 되고, 손정민은 덤프트럭 건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면서 처리하면 된다.
“안 돼. 얼른 따라와.”
짜증으로 뒤엉킨 상념에 젖어 있던 그녀는, 엄성윤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엄성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수행 평가라고요. 애들 학원 때문에 시간 겨우 잡았고, 오늘 아니면 만나지도 못해요.”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공부에 신경 썼다고? 그리고 곧 방학이잖아. 수행 평가는 무슨 수행 평가. 헛소리하지 말고 따라와.”
“제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애들한테 영향이 있잖아요.”
“너희가 무슨 대학생이니? 그냥 대충 같이한 셈 쳐달라고 해. 빨리 와.”
“아니, 제가 씨발 고아라고 해도 쌤이 하는 말에 다 따라야 해요? 누가 봐도 이건 못 하게 할 이유가 없는데요? 뭐 찔리는 거라도 있으세요?”
엄성윤이 언성을 높이자, 순식간에 카페 이용객들의 시선이 쏠렸다.
김영지는 얼굴을 붉혔다.
“성윤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쌤이야 말로 왜 이러는데요! 천사의 집은 원래 데리고 있는 애들 공부도 못 하게 막는 곳이에요?!”
엄성윤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잠깐 나와서 얘기해.”
“아무 이유도 말 안 하고 수행 평가도 못 하게 하는 쌤이랑 제가 무슨 말을 하는데요! 천사의 집이 원래 이런 데였어요?!”
그는 의도적으로 천사의 집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있었다.
김영지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너, 두고 보자.”
그녀는 결국 엄성윤을 노려보고는 카페 밖으로 나가 버렸다.
* * *
그날 저녁, 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도 성윤은 천사의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휴대폰 아직도 꺼져 있어?!”
“……네.”
“어제 그 카페 알바가 너 나가고 그 새끼도 그냥 그대로 나갔다고 했다며.”
“네. 그랬는데…….”
“그러게 거기서 애를 끌고 왔어야지, 왜 그냥 혼자 와!”
원장이 김영지를 향해 꽥 소리쳤다.
그러자 김영지가 당황한 듯 눈을 굴렸다.
“……요즘 인터넷 무서운 거 모르세요? 걔가 얼마나 난동을 피우던지, 그러다가 동영상이라도 찍히면 더 큰일이겠다 싶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대체 어딜 간 거야, 그 새끼는!”
학교에 성윤이 출석했는지 전화를 해 볼까 싶었지만, 원장은 우선 마음을 가라앉혔다.
만일 천사의 집에서 먼저 연락을 하면 교사가 성윤이 사라졌다는 걸 눈치챌 것이다.
상황에 따라선 성윤의 정신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고, 결국 버티지 못하고 가출을 감행한 듯하다며 성윤의 걱정을 하는 척해야겠지만,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어차피 성윤이 출석하지 않으면 교사가 먼저 연락해 올 테니, 그때를 기다리는 게 낫다.
“PC방엔 없대?”
“어젯밤부터 근처는 다 돌았는데 없고, 지금 다른 동네까지 넘어가서 뒤지고 있는데 없대요.”
“돈도 없을 텐데 대체 어디서 뭘하고 있는 거야. 지 학교 친구네 집에서 잔 건 아니고?”
“모르겠어요, 그걸…….”
성윤이 돌발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그게 당장 어제일 줄은 몰랐다.
김영지는 자신이 중차대한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패닉에 빠졌다.
만일 일이 잘못돼서, 정말로 성윤이 계속 큰소리쳤던 대로 경찰에라도 찾아간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우신이 막아 주긴 하겠지만, 자신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지 알 수 없다.
역시 그때 카페에서 끌고 나왔어야 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끌고 나와서, 힘으로 못 당할 것 같으면 직원들을 불러서라도 차에 태웠어야 했는데.
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갑자기 성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천사의 집 운운하며 소리 지르는 상황에서, 여태까지 받은 스트레스가 한 번에 올라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 좀 만져 보자고 이따위 일에 끼어드는 게 아니었는데.
그리고 시간은 흘러, 그렇게 오전 11시가 되었다.
“네, 선생님. 네. 아……. 네. 사실 요즘 성윤이가 조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네. 아, 네……. 음, 네. 제가 잘 타일러서 방학 시작하기 전에는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네. 죄송해요, 선생님. 네에.”
원장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학교 안 갔어, 이 새끼.”
“빨리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떡하죠. 정말 경찰에 가기라도 하면, 아니……. 최악은 차주한 찾아가는 거 아닌가요?”
“걔가 차주한을 어떻게 알고 찾아가.”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서 김현종한테 사과한답시고 거기에 연락하면요. 김현종이 연결해 주겠죠!”
원장은 김영지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건 정말이지 최악의 상황이다.
경찰을 찾아가면 성윤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인지 자꾸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되고, 그것도 아니라면 압력을 넣어서 빼올 수라도 있지.
차주한은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사람이다.
“일단 그 새끼가 친하게 지내던 애들한테 연락이라도 돌려 봐.”
“……정민이랑 제일 친했잖아요.”
“그럼, 정민이 그 새끼한테 물어보라고 해! 걔 말고 또, 그때 곧잘 말도 하고 한다는 여자애 있지 않았어?”
“아, 유경이요.”
“걔한테도 물어보고. 그냥 좀 친하다 싶은 애들은 전부 다 알아내.”
김영지는 앱을 켜서 일전에 엄성윤에 대해 조사할 때 저장해 뒀던 메모를 열었다.
그 안에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목록도 있었던 것 같다.
김영지가 분주하게 스크롤을 내리는 것을 보고 있던 원장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차피 걔, 경찰한테든 차주한한테든 바로 못 갈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지가 김현종한테 누명 씌우는 것도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하던 애잖아. 게다가 손정민 걱정을 그렇게 한다며.”
“그러니까 더더욱 손정민 찾아 달라고 경찰에 찌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니지. 걔가 경찰에 찌르면서 기대하는 게 뭐야. 그냥 우리한테 돈 받기로 한 것도 포기하고, 손정민을 찾으려는 거잖아.”
“그런데요?”
“그럼 손정민도 마약사범으로 잡혀갈 거라는 걸 생각 못 하겠어? 그렇게 손정민 걱정을 하는 앤데. 적어도 경찰에 찌르기 전에 우리한테 연락 한 번은 할 거야. 손정민 가지고 뭔가 거래를 하려고 하겠지.”
“……그렇겠네요.”
“그리고 자취방 보증금하고 달달이 생활비 더 얹어 주는 거, 그게 어디 그렇게 포기하기 쉬운 조건이야? 여기서 성인되고 나서 나가는 애들 한두 번 봐? 다들 먹고살 걱정하느라 바쁘잖아. 그건 엄성윤이 제일 잘 알아. 경찰한테 찌르는 순간 집 보증금이고 생활비고 전부 다 끝인데, 그 전에 한 번 더 뭔가 해 보려고 하겠지.”
그리고 그때 엄성윤을 잡아서 다시는 이따위 건방은 못 떨게 해 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