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44)
너희들은 변호됐다-544화(544/641)
성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지도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학교는 사흘 내리 결석했고, 그 이후 방학이 시작되었다.
담임 교사는 천사의 집으로 전화해서 성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려 달라고 했고, 천사의 집에서는 성윤이 등교 거부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오히려 교우 관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면서, 책임을 담임 교사에게 전가하기까지 했다.
“쥐콩만 한 게 대체 어디 숨었어?”
며칠만 지나면 성윤에게서 어떤 방법으로든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반항이 길었다.
“서울에 있는 PC방은 다 뒤진 것 같은데…….”
원장은 화이트보드에 붙어 있는 가위표로 가득한 지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윤에게 임무를 할당했을 때부터 휴대폰에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을 깔아 두었지만, 휴대폰은 사라진 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켜지지 않았다.
“대체 언제 연락하려고…….”
그래도 원장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곳곳에서 성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q평e평우리집48평 : 너 어디임;; 왜 학교 안나옴?엄성윤이다 : 나 가출함ㅋㅋ 좆같아서
q평e평우리집48평 : 엥 가출??? 왜?
엄성윤이다 : 그런게 있음…
q평e평우리집48평 : 어딘데 지금;;
엄성윤이다 : 그건 비밀이고… 걍 피방 전전하고 있어 듀오할거임? 안할거면 따로 큐돌리러 감
q평e평우리집48평 : 아니 적어도 니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 내가 너랑 맘놓고 겜을 할거 아니냐…
엄성윤이다 : 안전하게 잘 있으니까 그만물어보셈… 글고 나랑 연락한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원장은 컴퓨터 화면을 찍은 듯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성윤과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전해 준 내용이었다.
성윤이 결석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게임에 접속했길래 말을 걸어 보았다며 대화 내용을 찍은 사진이었다.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직접 천사의 집까지 찾아와서 보여 주었을까.
이뿐만이 아니었다.
[유경 : 오빠 왜 톡도 안 보고 전화도 꺼놨어…ㅠ 이거 보면 연락주라….성윤 : 연락
유경 : 머야 머야 연락이라니?
성윤 : 니가 연락하라며ㅋㅋ
유경 : 응…? 아니 오빠 지금 접속한 거야???
성윤 : ㅇㅇ
유경 : 대체 어디야!!!!!! 다들 오빠 엄청 걱정하는데…ㅠㅠ 정민이 사라진 지 얼마나 됐다고 오빠까지 사라져…ㅠ 정민이랑 같이 있는 거야?
성윤 : ㄴㄴ그건 아님
유경 : 그럼 대체 어디에 있어?!?! 오빠 지금 잠은 어디서 자?
성윤 : 피방ㅋㅋ
유경 : 피방?!?! 그럼 지금도 피방이야? 어디 피방인데?!?! 오빠 돈은 있는겨…?
성윤 : ㅇㅇ모아둔거 잇음
유경 : 어딘데ㅠㅠㅠ오빠 걱정돼ㅠㅠㅠ
성윤 : 걱정안해도됨 잘있으니까
유경 : 언제올건데ㅠㅠㅠ안올거야?ㅠㅠㅠㅠ오빠 혹시 다른쉼터같은데 간거야..?
성윤 : 그건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걸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안들어감 너도 나랑 연락했다는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셈
유경 : 알겟어…
성윤 : 지금 거기 분위기 어떰?
유경 : 천사으 ㅣ집?
성윤 : ㅇㅇ..
유경 : 오빠 찾느라 난리지… 경찰에 신고할 것 같던데…
성윤 : 경찰?ㅋㅋㅋ못할텐데ㅋㅋ 무튼 알겠음]
천사의 집에서 정민 외에 친하게 지내던 유경을 통해 받아 본 페이스북 메신저 내용이었다.
유경과는 한 번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모양이고, 학교 친구들은 총 두 명과 게임에서 이야기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성윤은 친구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면 비밀을 지켜 줄 거라고 굳게 믿은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친구들은 입을 다물어 주지 않았다.
이를 통해 그들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성윤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PC방에서 보내고, 견딜 수 없이 졸음이 찾아오면 찜질방에 가는 모양이었다.
성윤에게 지급되었던 용돈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을 감안했을 때, 그런 생활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게 자명했다.
“성윤이는 지가 내 머리 꼭대기 위에 앉은 줄 아나 보네.”
원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나름대로 여태 잡히지 않은 건 칭찬할 만하지만, 어린애 특유의 주변 사람을 향한 굳건한 믿음이 그의 계획을 망쳤다.
뛰어 봤자 벼룩이지.
그렇다고는 해도, 언제까지 성윤이 협상을 시도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장은 내선 전화를 켜서 유경을 불러 오게 했다.
“유경아.”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원장실에 들어온 유경은, 쭈뼛쭈뼛 원장이 앉아 있는 책상 앞까지 다가왔다.
“선생님이 부탁이 있는데.”
“……뭔데요?”
“아직 성윤이는 유경이가 선생님한테 성윤이 얘기해 준 거 모르지?”
“네…….”
“그럼 성윤이한테 메시지 하나만 보내 줄래?”
“……뭐라고 보내요?”
“성윤이가 원하는 게 뭐든 다 들어 줄 테니까 한 번만 만나자고 했다고 전해 주면 좋겠는데.”
“그, 근데 그러면 성윤 오빠가 눈치채지 않을까요? 제가 원장 선생님한테 오빠랑 연락한 거 말했다고…….”
“그럼 그냥 선생님들이 아이들 다 모아 놓고, 혹시라도 이 중에 성윤이랑 연락되는 친구 있으면 아무나 말 좀 전해 달라고 했다고 하면 되지. 선생님들이 누구인지 안 캐물을 테니까 그냥 성윤이한테 말만 전해 달라고 했다고 해. 그럼 성윤이도 의심 안 하지.”
“아, 그렇겠네요.”
“선생님은 성윤이가 너무 걱정된다.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어.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힘든지 선생님한테 말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원장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러자 유경이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며 페이스북 메신저를 켰다.
[유경 : 오빠… 선생님들이 우리 중에 누구라도 오빠랑 연락되는 사람 있으면 말 좀 전해 달라면서 한 말인데… 오빠가 원하는게 뭐든 다 들어줄테니까 일단 한번만 보자구…ㅠ 오빠한테 말하지 말까 하다가 그래도 오빠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오빠 진짜 안돌아올거야?]메시지를 보내고 5분간 기다렸지만, 성윤은 아직도 접속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PC방이 아닌 건가.
원장은 아무런 알림도 오지 않는 유경의 휴대폰을 노려보다, 그만 됐다는 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유경아, 일단은 쉬고 있어. 연락 오면 그때 선생님한테 말해 줄래? 시간은 아무 때나 상관없으니까 선생님이 천사의 집에 없으면 전화…….”
그때였다.
유경의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며, 메시지 알림이 떴다.
아니나 다를까, 페이스북 메신저 알림이었다.
성윤에게서 답장이 도착해 있었다.
[성윤 : ㅋㅋ똥줄이 타시겠지…ㅋㅋ 천사의 집 대표 메일로 연락했음 전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분위기 파악할 수 있었네]유경은 메시지 내용을 바로 원장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자 원장이 빙긋 웃으며 유경에게 말했다.
“고마워, 유경아. 성윤이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어떻게든 성윤이 데리고 돌아올게.”
그녀는 유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서랍 안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쥐여 주었다.
유경은 그대로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원장실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원장은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천사의 집 대표 메일 계정에 접속했다.
[제목 : 요구조건이요.7월 26일 오후 6시 강남역 12번 출구 바로 앞 카페로 정민이 데리고 나오세요.
제 요구 조건은
1. 거기서 정민이하고 10분 동안 단둘이 얘기하게 해 줄 것.
2. 카페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병원 가서 검사할 것.
3. 자취방 1주일 내로 잡아서 내보내 줄 것. (어차피 서류는 쌤들이 알아서 하는 거잖아요. 저 없어도 하실 수 있을 거고 제가 필요하면 날 잡아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4. 생활비 약속한 대로 줄 것.
이 네 가지예요.
만일 한 가지라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바로 경찰에 연락할 거고, 26일 6시에 약속 장소에 아무도 없으면 경찰서로 갈 거예요.
지금부터는 천사의 집 애들 아무리 족쳐도 연락 안 받을 거고, 이 메일로 답장해도 안 읽을 거니까 약속 지켜요. 그럼 26일에 카페에서 뵐게요.]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잠자코 메일 내용을 확인하던 원장은, 곧 유경이 행정실 밖으로 나갔다는 확신이 들기가 무섭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곧이어 깔깔대는 박장대소로 바뀌었다.
“어디서 어른한테 이따위 태도야? 못 배워 먹은 새끼…….”
정말 본인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애새끼 살살 달래라고 했더니, 김영지는 무슨 응석받이 대하듯 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겁대가리 없이 이렇게 굴 수가 있나?
아무리 어려서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해도, 감히 이런 식으로 거래를 요구해?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 한 모양이다.
“김영지 간사님. 내 방으로 오세요.”
원장이 내선 전화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김영지가 원장실로 들어왔다.
그녀 역시도 이미 대표 메일 계정에 도착한 성윤의 메일을 읽은 것 같았다.
김영지는 눈을 마주치기가 무섭게 말했다.
“메일 발신 IP 확인해 봤는데, 강남역 근처에 있나 봐요.”
“구체적인 위치까지 나와?”
“아뇨, 대충 어디 언저리인지까지만 나와요. 구체적인 위치는 지금 요청 넣었어요.”
“일단 거기 일대 뒤져 봐.”
자꾸 경찰, 경찰하는 걸 보면 성윤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 경찰이었나 본데, 성윤이 혼자 경찰을 대동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우신이 그간 경찰에 심어 놓은 게 얼만데.
만일 성윤이 카페에 경찰을 대동하고 나타나더라도 미리 윗선에 알리기만 하면 물밑에서 조용히 처리할 수 있다.
처음 성윤을 어르고 달래던 시절에는 그런 정도의 잡음이 생기는 것조차도 윗선에서 용납하지 않을 듯해서 최대한 막아 보려고 했다.
달래는 것만으로 막을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니까.
하지만 이제 그는 선을 넘었다.
좋게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니, 이제 이쪽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설마 정말 제깟 게 무서워서 여태까지 오냐오냐해 줬다고 생각하는 건가.
성윤은 자신의 치기 어린 행동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사실을 몰랐을 듯한데, 이번 기회로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교육 아니겠는가.
“거기 근처 PC방하고 찜질방 쭉 돌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네. 돈 없어서 어차피 카페 같은 데는 가지도 못할 거 아니야. 쥐콩만 한 게, 휴대폰 꺼 놓으면 GPS 추적되는 건 알아도 메일로 IP 확인할 수 있는 건 몰랐나 보지?”
성윤이 요청한 대로 카페에서 접촉한 뒤 잡아 오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것 같으니 품을 들여서라도 찾아내고 싶어졌다.
“거기 간 김에 그 새끼가 말한 그 카페도 한 번 가 봐. 출입문 외에도 튈 곳 있는지 봐야 하니까. 화장실 같은 데도 보고. 창문 있거나 하면 튈 수도 있잖아. 만약 도망갈 데가 더 있으면 사람들 미리 앉혀 놔야 할 거 아니야.”
설령 오늘 찾지 못하더라도 그날 만나서 잡아 오면 되니, 어느 정도의 계획은 필요하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않으면서 성윤을 잡아 올 방법도 생각해 보고.
아, 그놈이 꼴에 머리를 굴려서 골탕을 먹이려 들 수도 있으니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서 미리 차단해 놓기도 해야지.
원장은 의자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성윤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노력이 가상하긴 하지만, 애들 상대를 하루이틀해 보는 것도 아니고 머리 굴려 봤자 거기서 거기지.
“말하는 거 보면 따로 경찰이나 대학생들한테 도움 받고 있는 것 같진 않죠?”
김영지가 원장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랬다면 오락하면서 지 친구들하고 연락했을 리가 없지. 게다가 메일 발신지 IP 주소 나오는 것도 몰랐을 리 없고. 그리고 경찰이나 차주한 쁘락치들 도움을 받겠다고 결심했으면, 우리가 주기로 한 돈은 포기하고 손정민만 구하기로 한 거잖아.”
“그렇죠.”
“그럼 요구 조건에 보증금하고 생활비 이야기는 없었겠지. 요구 조건이 많으면 우리가 안 들어줄 확률도 높아지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그걸 몰랐을까. 어떻게든 요구 조건을 줄여서 우리가 협상에 응할 가능성을 높이고 싶지 않았겠어? 이 새끼는 아직도 그 돈 욕심을 못 버린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대비는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당연하지. 모든 가능성에 다 대비해야지. 경찰이든, 대학생이든, 설령 차주한이 껴 있더라도 전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