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49)
너희들은 변호됐다-549화(549/641)
“안 그래도 제가 그때 회의 이후로도 계속 고민을 좀 해 봤는데요. 정민이 소재가 파악된다면 차라리 마약사범으로 제가 입건해 버리면 어떨까 싶어서요.”
잠자코 있던 허민우가 입을 열었다.
“그럼 허 경위가 우리하고 한 팀이라는 게 우신에 노출되지 않을까. 그때 박 차장님 장남 사건 때도…….”
“제가 마약수사과에 있었고, 또 제 사건이니 그건 당연한 거였잖습니까. 이번 일이 그 뒤로 처음이고요. 적어도 이번까지는 이상하게 생각되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생각된다고 해도, 그래서 제가 자리를 옮기는 일이 생기더라도 소은이 일 있을 때 출동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요. 갑자기 지방 멀리 보내는 것만 아니면, 뭐.”
“헉, 형을 지방으로 보내면 어떡해요?”
“아, 나는 서울청 경찰이라서 그게 쉽지 않을 거야. 내가 상당한 이유를 대면서 요청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해도 자리가 나야 겨우 옮겨 주는데, 뭐. 법조인들이랑 다르게 우리는 지역별로 시험이 있거든.”
“아, 그래요? ……아니, 근데 형 경대 출신 아니었어요?”
“나? 아닌데. 순경 출신인데.”
강민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근데 벌써 경위예요? 전 당연히 경대 출신인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순경에서 경위까지 보통 몇 년 걸려요?”
“통상 10년 정도 보지.”
“형은 얼마나 됐는데요?”
“나는 올해 8년 차긴 한데…….”
“그럼 만 7년 좀 넘은 건데. 형 제 생각보다 엄청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놀란 건 강민재뿐만이 아니었다.
조봉준과 최종현도 대단하다며 그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허민우는 원래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전 삶에서 나보다 허민우를 먼저 알았던 최종현은, 본인 일도 아니면서 허민우가 남들보다 일찍 진급했다는 점을 자랑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모습은 꽤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시죠. 어차피 저는 소은이나 임현일 구속 전까지만 노출되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문제없을 것 같은데……. 다만 자연스러우려면 저희 관할 지역 사건인 게 좋긴 하죠.”
“손정민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서울이 아닐 수도 있어요. 차라리 경위님 관할 구역으로 불러내는 게 더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불러내는 데 성공한다면, 입건하는 게 최선이라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정민이 어떤 경위로 마약을 시작하게 됐는지는 알지 못한다.
천사의 집이 단순히 권유만 했는데 넘어갔는지, 아니면 처음에는 강제로 투약했는지.
하지만 뭐가 됐든 여러 가지 조건상 정민이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정민의 중독 증상이 가볍지는 않은 것 같으니, 안전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으면 복잡해질 겁니다. 제보 운운하면서 데려갈 순 있어도, 정민이가 마약 검사를 거부하면 시간을 끌게 될 거고요. 게다가 마약을 제공하는 곳이 천사의 집이다 보니, 정민이는 천사의 집에 부정적인 진술은 하지 않을 확률도 높습니다. 또, 구속 상태에 있지 않는 한 천사의 집은 정민이를 유혹하든, 납치하든 해서 다시 데려가려고 할 거고요. 그 순간을 포착해서 증거를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마약이 걸려 있는 이상 정민이는 천사의 집에 득이 되는 진술만 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때야 말로 정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현행범이어도 구속은 힘들 텐데요……. 미성년자고, 초범인 피의자지만 동시에 학대의 피해자니까요.”
“불러내서 마약 권유하고, 투약하는 즉시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내 물음에 조봉준이 슬그머니 손을 들더니 끼어들었다.
“나 질문. 그거 함정 수사 아니야? 허 경위한테 불리해지면 어떡해?”
“이런 함정 수사는 허용돼서 괜찮습니다. 저한테도 불리하지 않아요.”
“아, 그래? 다행이네.”
조봉준이 머쓱하게 허허 웃었다.
“구속이 힘들어도 정민이가 감금 및 학대를 당했다는 정황도 있으니, 증거는 없어도 분리 조치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제일 좋은 건 정민이가 직접 요청하는 거긴 한데…….”
강민재의 말에 허민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분리 조치를 하면 쉼터로 보내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성윤이처럼 우리가 보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피의자라 안 되지 않나요……. 쉼터로 가면 천사의 집 놈들이 어떻게든 찾아내서 데려갈 수도 있잖아요.”
“그건 상관없어. 아마 나는 보호할 수 있을 거야. 경찰도 안 된다는 법 조항은 없으니까. 물론 일반적이진 않아서, 비공식적으로 해야겠지만……. 내가 출근한 동안에는 태식 씨네 직원들이 와 있든가, 내가 다른 동료한테 부탁을 하든가 하면 될 것 같은데.”
“헉,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당연하지. 한 번도 이래 본 적이 없긴 해서 잘할 수 있을지 좀 걱정되지만, 다른 분들이 나라도 괜찮으시면…….”
허민우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
허민우라도 괜찮은 게 아니라, 허민우라서 괜찮은 것이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허 경위가 직접 보호해 주면 최고지!”
최종현이 별말을 다 한다는 듯 소리쳤다.
“다만 걱정은 불러낼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는 겁니다. 불러내야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천사의 집에서도 성윤이가 우리한테 왔을 가능성을 생각할 겁니다. 대학생들 연락처야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그 대학생들이 우리를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죠.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성윤이가 정민이를 만나게 해 주지 않으면 경찰에 찌르겠다, 변호사님을 찾아가겠다 협박해도 씨알도 안 먹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허민우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말했다.
맞는 말이다.
게다가 그 협박을 들어주지 않아서 성윤이 정말 우리든, 경찰에게든 다 털어놓는다고 해도 천사의 집이 할 말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떠나왔던 2018년에도 성윤에게 금전적 지원을 미끼로 스스로를 때려 봉사자에게 누명을 씌울 것을 지시했어도 정서적 학대로 볼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했을 것이다.
하물며 2012년이라고 뭐가 다를까.
오히려 의견이 분분한 게 아니라, ‘뭘 그 정도를 학대라고 해?’에서 그칠 확률도 높다.
게다가 우리도, 성윤도 지금 정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데다 그들이 정민을 감금했다는 증거도 없다.
오로지 정황상 의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성윤이 나를 찾아온다면 위협적이긴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사법기관이 아닌 내가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는 정황들을 나열하며 소란을 피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성윤이 경찰을 찾아가면, 그건 오히려 더 쉽고.
천사의 집이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경찰이 있다는 걸 모르는 상황에서, 성윤의 협박은 그들을 강제할 수 없다.
“차라리 성윤이를 다시 잡아가고 싶게 만들면 어떨까요?”
강민재가 운을 띄웠다.
그러자 조봉준이 대꾸했다.
“차 변이랑 허 경위 말은,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 손에 있는 성윤이를 무리해서 다시 뺏을 필요까진 없으니까 협상에 응하지 않으려고 할 거다, 이거잖아.”
“근데 그건 성윤이가 우리나 경찰 손에 있을 경우에 그런 거고요. 만일 성윤이가 조력자 없이 혼자 가출한 거라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아직 경찰이나 우리하고 접촉하지 않은 것 같다 싶으면 다시 잡아가고 싶을 거 아니에요.”
“그렇지. 근데 걔네가 개새끼들이긴 하지만, 또 띨띨한 놈들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아.”
조봉준이 아쉽다는 듯 한숨 섞인 대답을 내놓았을 즈음, 나는 강민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강민재는 나와 잠시 눈을 마주쳤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변호사님이 잘하시는 거 있잖아요.”
* * *
“친구들하고 연결된 메신저요? 그런데 아무하고도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엄성윤은 자신의 앞에 놓인 노트북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당연히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순 없지. 그냥 자연스럽게, 네가 뭘 하면서 지내는지, 목적은 뭔지 슬쩍 흘리는 수준으로 두어 명만 찌르면 돼.”
강민재의 설명에도 엄성윤은 아직도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천사의 집 사람들은 네가 애라고 엄청 무시한다고 했지?”
“아, 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등학생처럼 굴자는 거야. 우리 도움을 받고 있다면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거지.”
성윤이 경찰도, 우리에게도 접촉하지 않은 채 혼자 움직인다는 걸 알면 천사의 집도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의심이야 하겠지만, 가능성은 현저히 낮을 것으로 전망하겠지.
‘차주한이 데리고 있을 것이다’와 ‘혼자 있는 것 같지만 차주한이 나타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의 차이는 천사의 집으로 하여금 대응 방식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들어 낼 터다.
사람은 어떤 일에 대처할 때, 가장 중심이 되는 요소에 집중하기 마련 아니던가.
그들의 대응 방식은 ‘차주한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가 아니라 ‘설령 차주한이 나타나더라도 어찌할 수 없게 만들자’로 전환될 것이다.
동시에, 나를 대함에 있어 목표치가 낮아진 그들은, 내가 이 건으로 소란을 피워도 일이 커지지 않게 막을 방법만 마련할 수 있다면 이 미끼를 물게 될 터였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저 일단 학교 친구들하고 연결된 건 게임 계정 있고……. 천사의 집 애들하고는 페이스북 메신저도 해요.”
“그럼 둘 다 쓰지, 뭐. 학교 친구들한테도 좀 흘리고……. 학교 애들 중에서 말하지 말라고 해도 말할 것 같은 친구 있어?”
성윤은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 가벼운 건 아닌데, 좀 고지식해서요. 제 걱정하느라 천사의 집에 말할 것 같은 애는 있어요.”
“입 가벼운 친구는?”
“그렇게 친하진 않은데, 제가 접속할 때마다 같이 하자고 말 거는 애는 있어요.”
“그럼 그 둘한테 말하는 걸로 하고, 천사의 집에 있는 친구한테도 흘려야 하는데. 우리 처음 만났던 날, 너를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온 그 여자 친구…….”
“걔 여친 아니에요!”
성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도 연인의 의미를 담아 쓴 어휘가 아니었다.
“아무튼 그 친구가 제일 적합할 것 같은데.”
“걔는 말하지 말라고 하면 진짜 안 할 것 같은데요.”
성윤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대학생들에게 은밀하게 성윤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믿을 만한 아이에게 부탁했겠거니 싶었지만, 성윤이 말하는 걸 보면 꽤 입이 무거운 모양이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대학생들을 통해서 그 아이에게 말만 전해 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필요하다면 성윤과 잠깐 통화를 하게 해 줄 수도 있을 테고.
“친구들이 게임에 접속하는 시간 언제인지 알아?”
“학교 끝나면 바로 피방으로 가니까, 한 10분 지나면 들어올 것 같아요.”
내 눈짓에 직원이 재빨리 컴퓨터 전원 코드를 가져와 성윤의 책상 위에 있던 데스크톱을 켰다.
“말투 때문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불러 주는 내용을 네 말투로 바꿔서 대화하는 걸로 하자.”
성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게임에 접속하고 5분쯤 지났을까.
[q평e평우리집48평 : 너 어디임;; 왜 학교 안나옴?]메시지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