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60)
너희들은 변호됐다-560화(560/641)
최종현과 조봉준은 내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나란히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허민우와 오 사무장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리가 꼴찌였네.”
“근데 형님들 눈 밑에 다크서클 왜 그래요.”
강민재가 커피가 든 캐리어를 받아 들며 물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강민재도 남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아침에 어머니에게 전화하는 일로 태식과 한창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강민재는 침대에 누운 채로 미친 듯이 포털 사이트를 새로고침하고 있었다고 하니.
문제는, 오 사무장과 허민우도 사정이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
“충분히 자고 다시 만나자고 했더니, 다들 안 주무신 것 같네요. 사람들 반응은 아침에 일어나서 봐도 되잖습니까.”
“변호사님도 못 주무셨잖아요.”
제 몫의 커피를 챙기던 태식이 말을 얹었다.
“차 변은 왜 못 잤어?”
“엄마한테 혼날까 봐 못 잤대요.”
“헛소리할 때마다 월급 100만 원씩 깐다.”
“죄송합니다. 변호사님 아침부터 엄마한테 혼나서 기분이 안 좋으신데 깝쳤네요.”
태식은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거실로 도망치듯 가 버렸다.
“혼나실 만하죠. 심정지가 올 정도로 다쳤는데 그걸 숨겼으니. 자식 가진 입장에서 저였으면 억장이 무너졌을 겁니다. 그래도 이제라도 아셔서 다행입니다.”
오 사무장이 퀭한 눈을 비비며 커피를 들이켰다.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야, 심정지 왔다는 건 모르셔?”
최종현이 설마, 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침 주말이니, 우신 쪽에서도 주말 동안 회의를 할 거고 월요일이 되면 소소한 액션은 나올 겁니다. 물론 주말 동안 여론은 더 끓어오르겠죠. 사람들이 모이면 보통 가장 화제가 되는 이야기를 하니까. 반응들을 살펴보니, 대놓고 우신이라는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우신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쟤 말 돌린다.”
“몇몇 인터넷 기사 중에 우신 언급을 한 곳도 있긴 한데, 그쪽도 네티즌의 반응이 그렇다는 정도로 언급한 정도라서 우신이 공식적으로 대응하진 않을 겁니다. 제 사건은 어디까지나 우리 주장에 신뢰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오픈한 거니까요.”
내가 열과 성을 다해서 본론으로 접어들기 위해 노력하자, 다른 이들도 나를 놀리려는 그릇된 욕망을 내려놓기로 한 것 같았다.
“그렇겠지. 천종남이 졸음운전으로 자수했으니까, 우리가 천종남한테 자백을 못 받은 줄 알 거야. 그러니까 천사의 집도 계속해서 덤프트럭 사고하고 정민이 가출은 무관하다는 식으로 나올 테고.”
“천사의 집에서 정민이가 우리한테 보낸 메일은 어떻게 대응하려고 할까요?”
강민재의 물음에, 커피잔에 컵 홀더를 끼우던 허민우가 입을 열었다.
“우선 계속 모른다고 할 확률이 높습니다. 태광 변호사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겠죠. 대학생들이 아이들을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으니, 계속 그걸로 밀고 나가거나. 아니면 아이들이 그렇게 말해서 우리도 그런 줄 알았다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겠고요.”
“지금 여론을 봐서는 후자 아니려나. 계속 대학생들이 아이들을 괴롭혔다고 주장하면 자기들만 더 손해니까. 아무리 천사의 집이 버리는 카드라고 해도, 너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 이 싸움이 금방 끝나 버리잖아.”
“저도 그럴 것 같아요. 김영지가 뉴스에서 인터뷰한 것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라고 한 걸 보면 빠져나갈 구멍 만들어 놓은 느낌이라.”
최종현과 강민재가 차례로 말했다.
나 역시 같은 의견이다.
처음엔 대학생들 쪽을 물고 늘어지면 우리가 대학생들의 변호인으로 나설 거라는 계산으로 저질렀겠지만, 우리가 방송에서 두 차례에 걸친 살해 시도를 공개하면서 여론이 급격히 천사의 집에게 불리해졌다.
방송이 나간 직후 대학생들이 공개한 입장문도 꽤 효과가 좋았다.
입장문 내용은 단순했다.
1. 괴롭힌 적은 전혀 없다.
정말 우리가 아이들을 괴롭혔다면, 봉사를 종료한 지금까지도 천사의 집 아이들에게 연락이 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2. 우리의 억울함을 전해 들은 법무법인 정도 측에서 만일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일이 생긴다면 변호사로서 함께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이 두 가지 내용만 담았다.
할 수 있는 말은 더 많았지만, 그건 천사의 집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다르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정도로 갈무리했다.
가뜩이나 정의로운 일을 하다 죽을 뻔한 우리를 향한 동정 여론이 인 상황이었기에, 우리가 돕겠다고 했을 정도면 대학생들도 피해자일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 상황에 괜히 대학생들을 걸고넘어지는 건 바보나 할 짓이다.
“계속 모르는 척하라고 해.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열받을걸. 원래 사람은 상대방이 나를 바보 취급한다고 생각할 때 제일 빡쳐. 우신이 하는 짓이 딱 그거잖아. 국민을 바보 등신 취급하는 거.”
“어제 방송으로 두 분이 새로운 화두를 던졌고, 경찰에 각종 증거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하겠다고 했으니 저희도 김영지와 원장을 한 번 더 불러서 조사할 명분이 생겼습니다. 월요일이 되면 바로 연락할 겁니다. 그때 어떻게 나오는지 보면 알겠죠. 그래 봤자 모르는 척이겠지만.”
지금은 최초에 천사의 집 사건을 입건한 허민우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허민우가 이 수사의 핸들을 계속 쥐기 위해서는 천사의 집과 마약의 연관성을 조금 더 짙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학대 사건으로 보고 그쪽 부서에서 전담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라 허민우가 주도권을 쥐고 있을 뿐이니까.
“모르는 척 외에 그 사람들이 할 짓이 더 있습니다.”
“뭔데?”
“지금부터 손정민 죽이기 들어갈 겁니다. 그래야 정민이가 마약에 손을 댄 게 천사의 집 탓도 아니게 될 테니까요. 월요일 저녁까지 좀 기다려 보시죠. 원장과 김영지는 그때 불러도 늦지 않습니다.”
* * *
[보육원 마약 범죄 청소년의 실체(과연 피해자일까?ㅋㅋ)]그리고 정확히 월요일 저녁, 최초로 손정민을 특정하는 글이 올라왔다.
[선생님들은 쉬쉬하는데 이미 소문 쫙 퍼져서 전교생이 다 알음ㅋㅋㅋ 학교 안나온지 두달 넘어서 기사 나기 전에도 이미 가출해서 학교 안나오는걸로 유명했음ㅋㅋㅋㅋ마약했다는 보육원 고딩 서울 ㅅㅇ고등학교 1학년 ㅅㅈㅁ임ㅇㅇ
기사들 보니까 ㅅㅈㅁ을 보육원에서 학대했네 대학생 봉사자들이 학대했네 말이 많던데 솔직히 학대를 했든 안했든 걔가 마약한 거랑은 큰 상관없을거임
ㅅㅈㅁ ㅅㅇ고에서 유명한 일진임 담배는 기본이고 삥도 뜯음 ㅅㅇ고 근처에 ㅎㅂ공원이라는 작은 공원 있는데 거기에서 걔네 무리 맨날 술 먹고 지나가는 중딩들한테 시비털어서 알 사람들은 다 알음ㅋㅋㅋㅋㅋ
학대를 안 당했어도 어차피 가출했을 ㅅㄲ고 학대를 당한게 맞다면 그ㅅㄲ는 좀 당해야함 진짜 악질ㅋㅋㅋㅋㅋ 고1에 벌써 빨간줄~ 개꼬시다 ㅅㅈㅁ 보고 있냐? 너 인생 그따위로 살지마~]
스크롤을 내리던 허민우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변호사님 신 받으셨어요?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그대로네요.”
“이제 알았어? 차 변 집에 신당 차려 놨다니까. 내가 봤어.”
“보긴 뭘 봅니까.”
“몰라, 봤다니까?”
이 사건은 이전 삶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신을 받았다는 말을 듣기에는 무리가 있다.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손정민이 체포 직후에는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모든 사실을 진술할 터다.
우신은 그때를 대비한 것이다.
손정민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털어놓는 순간, 가뜩이나 여론이 안 좋은 천사의 집은 급격히 불리해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게임도 금방 끝나지 않겠는가.
시간 끌어서 수술까지 하려면 계속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어야지.
[인증 없으면 안믿음ㅋㅋ└작성자 : 교복 학생증 인증했음~
└교복 학생증 인증해 봤자 졸업생일 수도 있는거임~
└작성자 : 의심병 걸림? 학생증에 출생년도 보이게 다시 인증했음~ㅋ]
첫 글이 올라오기가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후죽순 손정민이 몹시 불량한 학생이었음을 증언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대개 자신이 손정민에게 폭행을 당했다거나, 지나가다가 갑자기 손정민이 폭언을 퍼부었다거나, 손정민에게 왕따를 당했다거나 하는 내용들이었다.
“어이가 없네요. 태광 변호사가 직접 정민이는 평소 행실이 바르다고 할 순 없어도 노는 아이는 아니었다고 말했는데.”
“그야 천사의 집에서는 정민이의 학교생활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둘러대면 되니까요.”
강민재가 심각하게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만 보면, 학대 받은 불쌍한 청소년이었던 손정민은 순식간에 학교 폭력을 조장한 일진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정민이한테 맞아서 전치 2주가 나왔는데, 부모님이 고아라 불쌍해서 봐줬다는 학생도 나타났네요.”
“정민이가 못된 학생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천사의 집을 모함하고 있다고 주장해 볼 생각이겠죠. 성윤이한테 그랬듯이.”
우신 입장에선 이 사건의 종착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믿어 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원장의 소행으로 몰아 천사의 집을 정리할 생각이니까.
그저 우리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잡아 두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멀쩡한 사람들을 망가트리면서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정민이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보고 받으셨겠지만, 금단 증상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처음 사흘 동안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전처럼 갈망이 심하진 않습니다. 대신 우울감이랑 신경질이 늘었죠.”
허민우는 손정민과 함께 지내는 동안 여러 번 진술할 것을 권해 왔다.
허민우뿐만이 아니라, 그의 집에 파견한 직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우울감이나 갈망을 조절하기 위해 처방받은 약을 먹이고 있지만, 그 때문에 많이 무기력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한 듯하다.
“그래도 이제 성윤이하고 대질할 수 있는 상태는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슬슬 준비해 보죠.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기 전에 다음 방송을 진행해야 하니까요.”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각자 흩어졌다.
강민재는 허민우와 함께 정민에게, 나는 성윤에게 가 보기로 했다.
“성윤이 치킨 좋아한다는데. 사 갈까요? 빈손으로 가기가 좀 그렇네요. 정민이 때문에 걱정 많을 텐데.”
성윤이 지내는 곳을 향해 차를 몰던 태식이 물었다.
“그래.”
치킨집에 픽업 예약을 하는 태식을 지켜보던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는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지난 방송은 명실상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즉, 평소의 우리라면 지금 총력을 기울여서 이 일을 제대로 키워 보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닐 때라는 뜻이다.
이것이 우신이 기다려온 타이밍이다.
적어도 며칠 사이에는 그쪽의 움직임이 감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건, 우리가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벌써 불안해할 건 없지.’
나는 태식을 기다리며 창문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다.
수술을 집도할 임현일을 감시 중이고, 심장 공여자로 선정된 소은이의 이동 여부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키리하라 기자 측은 오카시마 병원과 오노데라의 손자 쪽을 주시하고 있다.
수술이 진행되려면 이 세 영역 중 하나에서는 무조건 작은 움직임이라도 있어야 한다.
언제냐, 고상준.
나는 네 끝이 언제 시작되든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