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61)
너희들은 변호됐다-561화(561/641)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네에, 안녕하십니까. 네. 어서 오시고요.”
이전 방송을 마무리하기 전에 다음 방송 공지를 사이트에 올리겠다고 했기 때문일까.
조봉준과 최종현이 등장하기 전부터 들어와서 기다리는 시청자 수가 몰라보게 많아졌다.
평소처럼 뒤늦게 카메라 앞에 앉은 두 사람은 새로 들어온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느라 정신이 없었다.
[dongjoon ryu : 그 마약 사범 청소년 사실은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얘기로 난리던데 오늘 주제 그건가요누가이렇게문을황현희 : ㅋㅋㅋㅋㅋㅋㅋ솔직히 그걸 굳이 해명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일진 아니라는 글도 꽤 올라왔던데ㅋㅋ
ㅗ명화제약ㅗ : 그 청소년이 학교폭력 가해자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그거랑 별개로 ㅊㅅㅇㅈ이 애를 이용한 건 사실 아닌가ㅋㅋㅋ
sldjqlan : ㅊㅅㅇㅈ이 애를 이용했다고 단정짓는 것도 좀… ㅊㅅㅇ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일 수도 있고 진짜로 덤프트럭하고는 상관없는데 우연히 겹친걸수도 있는데;;]
며칠 사이에 쏟아진 정보들 때문에 사람들도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취재하고 있으니까 계속 지켜봐 주세요, 여러분. 그런데 나 궁금한 게 있어.”
조봉준은 채팅들을 쭉 올려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번 방송도 그렇고 채팅들을 쭉 보니까, 예전 플랫폼부터 눈에 익은 닉들이 좀 있거든요. 물론 구글에 등록한 이름으로 추정되는 닉들이 많아 보이긴 하는데. 그대로인 분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
[잘생긴변호사재출연시켜.. : 저 알아봐줬으면 좋겠어서 일부러 이 방송 들어올땐 구글닉 바꾸고 들어와요ㅗ명화제약ㅗ : ㅇㅇ나도 형들 처음 방송할 때부터 이 닉으로 줄창나게 채팅쳤는데 관종이라서 알아봐줬으면 좋겠음
누가문을이렇게황현희 : 나는 형들이 기존 시청자들 얼마나 왔을지 궁금해할 것 같아서 일부러….
송수로 : 저는 원래 모든 플랫폼 닉 똑같이 써요
과메기먹고싶다 : 전 옛날 방송 때 이것저것 잘맞힌다고 가끔 저 찾길래 또 찾으시면 어쩌나 해서… (자의식과잉이면 ㅈㅅ)
카드값줘체리 : 나도 알아보라고ㅎㅎ]
“이야, 우리 기분도 신경 써 주고 참 고맙네요. 근데 진짜로 예전 닉으로 설정해 주셔서 저희도 예전 분들이 계속 봐 주시는구나 하고 안심했어요.”
최종현은 정말로 며칠 전 방송이 끝난 후, 익숙한 닉네임들이 많이 보여서 다행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었다.
“근데 카드값줘체리 너는 내가 경제 쪽이나 주식 방송할 때 노잼이어서 안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냐?”
조봉준이 날을 세우며 물었다.
[카드값줘체리 : 저 아닌데요ㅎ]“너 맞는데. 내가 기억도 하고 있는데.”
[카드값줘체리 : 사람 잘못보신듯..ㅎ]“노잼을 노잼이라고 말도 못 하냐.”
“아, 나 포트폴리오 나쁘지 않은데.”
조봉준은 입맛을 다셨다.
[아폴론신봉자 : 형들 시청자 벌써 오천명인데…민우당의눈물 : 예전에 시청자 만명.. 아니다 거의 이만까지 찍었지 그때 뽕맛을 봐서 이게 적어보이겠지만 유튜브에서는 진짜 많은건데…
정아파파 : 이제 시작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너무 궁금한데….ㅎㅎ]
이전 삶에서는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시청자 수가 어느 정도여야 많다고 할 수 있는지 체크해 본 적은 없었다.
가끔 기사에서 만 명이네, 이만 명이네 하는 걸 보긴 했는데.
그건 2018년 기준이니 지금 시점에서 오천 명이면 확실히 괄목할 만한 수치겠지.
나는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최종현과 조봉준을 향해 눈짓했다.
시청자를 더 모으려다가 민심을 잃을지도 모른다.
“우리 PD님이 욕심 그만 부리고 얼른 시작하라네요.”
조용히 있었던 김정우는 어이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였고, 나는 졸지에 PD가 되어 버렸다.
“자, 여러분. 사실 지난 방송 마무리하면서 우리가 원래 준비한 주제가 따로 있어서, 오늘 시작하면 바로 그 주제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월요일부터였나……. 갑자기 이상한 글이 뜨기 시작했죠? 시청자분들이 채팅에서 많이 언급하신 건데.”
[최종현의가발 : 그 청소년 일진설!!!!!shin jongho : 오 이거부터 짚고 넘어가는구나
과메기먹고싶다 : 근데 이거 잘 생각해야 해요
과메기먹고싶다 : 일진설 해명을 제대로 못하면 형들이 역풍맞을수도 있잖음
과메기먹고싶다 : 그 청소년이 일진이어도 어차피 변호사들 문역으로 불러낸건 팩트라서 굳이 이 방송에서 해명안해도 됨 형들 주장에 문제 생기는거 아니잖아요
과메기먹고싶다 : 물론 저는 그 청소년이 억울하게 누명쓴거라면 벗기를 바라긴 함
과메기먹고싶다 : 근데 괜히 청소년 쉴드치다가 형들의 주장까지 싸잡혀서 욕먹을까봐 걱정돼서;;]
“전부터 과메기가 심상치 않아. 아주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 사실 우리도 이 청소년에 대해서 다루는 것에 고민을 했습니다. 과메기가 말한 대로 갑자기 이 청소년 일진설이 나온 건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생각한 정도가 아니라 확신하고 있었지.
저 시청자의 말이 맞다.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 우리는 학교 폭력 가해자를 옹호한 셈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정민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천사의 집 측은 이미 경찰 조사 때 엄성윤까지 걸고넘어졌다.
그러니 언젠가는 성윤의 이야기가 대두될 것이다.
성윤과 정민은 한데 묶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정민을 안고 가지 못하면 성윤도 구할 수 없다.
“맞습니다. 해당 청소년이 학폭 가해자였든, 아니었든 문역으로 정도 변호사님들을 불러낸 건 사실이에요. 우리는 해당 청소년이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고 그런 행동을 했으며, 그 누군가가 문역에 덤프트럭을 준비해 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우리는 해당 청소년은 아무것도 몰랐을 거라는 가정하에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정도 변호사님들과 대화를 나눠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xmdsla : 이래서 청소년이라고 봐주고 그러는 게 문제라니까ㅋㅋㅋㅋwbnqlao : 결국 아직 미성년자라서 아무것도 몰랐을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 아님? 지 학교 친구들 패고 다니는 애가 아무것도 몰랐을 리가ㅋㅋㅋ 요즘 애들도 알 거 다 아는데…ㅋㅋ
과메기먹고싶다 : 나는 그 청소년이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를 떠나서 형들이 청소년의 억울함을 풀려는 거라면 형들한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거였음…ㅠ
ㅗ명화제약ㅗ : 그건 맞지 형들이 학폭 가해자 옹호하는 사람들처럼 보일수도 있는거니까…]
“물론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대로, 그 청소년이 살해 계획에 동참한다는 것을 알고도 그랬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게 밝혀질 때까지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걸 수사기관에서만 지켜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qnljakz : 무죄추정의 원칙같은 소리하네ㅋㅋㅋㅋ 그럼 왜 cownew 거리면서 자꾸 은근슬쩍 힌트줌?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며ㅋㅋㅋㅋkioms : 그러게 대놓고 모 기업 연상되게 말해놓고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여기서 또 cownew 어쩌고 이야기가 나오네. 우리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개나 줬으면 진작 보육원 이름, 기업 이름 대놓고 전부 공개했어요. 게다가 케이스가 같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이미 피해 입은 변호사님들이 모 세력한테 위협받은 케이스를 여러 번 접했는데? 이 청소년은 동종 전과 있었나요? 없죠? 설령 있더라도 지금 단계에서 저희는 모릅니다. 나름대로 몰아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저희 그런 술수에 안 넘어갑니다.”
[아기다람쥐종현 : 뭔 저런 어그로에 다 대답을 해줘~~~ 그냥 씹자ㅋㅋㅋ]“대답해 주는 이유는 심플합니다. 저거 무시하고 그냥 넘어가면 꼭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말하고 다니는 인간들이 있거든요.”
“아무튼, 충분히 대답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말해 보자면. 우리가 해당 청소년의 학교 폭력 가해자설을 다루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내용을 취재하던 도중에 저희는 그 청소년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접했습니다. 그걸 듣고 나서 저희는 그 청소년이 뭘 알고 그랬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그 청소년은 분명히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청소년이 학교 폭력 가해자라고 하면서 피해를 입어도 된다는 식의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우신이 노린 또 다른 하나다.
첫째는 손정민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째로는, 손정민이 학대를 당한 게 맞더라도 그럴 만했다는 말로 천사의 집의 가해를 정당화하는 것.
“우리는 그 청소년의 피해 사실이 가려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만일 가해한 게 맞다면 그 책임을 져야겠죠. 하지만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해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장만 있고 증거는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벌써부터 그 청소년은 일진이 아니었다는 글도 꽤 많이 올라오잖아요. 우리는 그걸 확실히 하고 넘어가겠다는 겁니다.”
[과메기먹고싶다 : 형들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걱정안하겟음과메기먹고싶다 : 알죠? 태클걸려고 그런게 아니라 진짜 걱정돼서 말한거임ㅠ]
“알죠, 알죠. 자, 여러 말 할 것 없이 자료 보시면서 말씀 나눠 보시죠.”
조봉준의 신호와 동시에, 김정우가 화면에 이미지 자료를 띄웠다.
한눈에 보기 편하게 중요한 텍스트에는 하이라이트 표시도 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해당 청소년을 A라고 할 거고요. 학교 폭력 가해자는 말이 기니까 일진이라고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이 이미지들은 A가 일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글을 모아 본 겁니다. 이미 보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해당 글을 올린 사람들은 대개 학교 이름과 손정민의 이름을 초성으로 표시했지만, 이미 댓글창에는 대놓고 이름이 언급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도 전부 모자이크 처리했다.
“A가 일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운 근거들을 보시면, A에게 맞았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단, A가 보육원에 소속된 처지라 안쓰럽다는 이유로 학교 폭력 위원회는 소집하지 않았다고 하죠. 사람들이 진단서를 인증하라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또, A가 흡연과 음주, 금품 갈취를 일삼았다는 내용들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 보시면 사람들이 A의 비행을 목격했다는 장소가 일관되거든요. 이 내용을 모아서 보겠습니다.”
[근처에 ㅎㅂ공원이라는 작은 공원 있는데 거기에서 걔네 무리 맨날 술 먹고 지나가는 중딩들한테 시비털어서 알 사람들은 다 알음ㅋㅋㅋㅋㅋA는 거기서 아예 사나 싶을 정도임] [저도 ㅎㅂ공원 앞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집에 가는 길에 A한테 삥뜯겨봤음…ㅋㅋ] [ㅎㅂ공원에 모여있는 무리 유명함ㅋㅋㅋ지들끼리 페북에서 ㅎㅂ팸이라고 함ㅋㅋㅋㅋㅋ 대놓고 교복입고 담배피워서 우리아빠가 그러지말라고 말했다가 도리어 쌍욕먹음ㅋㅋㅋ] [ㅎㅂ팸들 유명함 그 근방 학교 일진들 다 거기 모여 있음… 진짜 드글드글함… ㅎㅂ팸 얘기 나오는거 보니 인증들 다 찐이네]“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곳이 있죠. 저기가 그 근처 일진들 소굴인 것 같습니다. 저기서 그렇게 자주 목격되었다니, 저 공원에 상주한다는 무리한테 A 학생을 아냐고 물어보면 게임 끝나지 않겠어요? 적어도 저 증언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도는 가릴 수 있겠죠. 그래서, 저희가 한번 가 봤습니다! 영상 같이 보시죠.”
* * *
방송 사흘 전.
최종현과 조봉준은 손정민의 일진설을 주장하는 글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ㅎㅂ공원’, 그러니까 한빛 공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곳이 이 동네 일진들 소굴이라고들 하기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차주한이 붙여 준 직원들을 앞세웠다.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다.
직원들이 워낙 험악하게 생겨서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게 따라오라고 했었는데, 오늘처럼 이들이 든든한 날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데요?”
공원 입구를 기웃거리던 직원이 말했다.
“좀 더 들어가 보자. 생각보다 공원이 크다?”
“그 인터넷 글 보니까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는 꼭 있댔어.”
“무슨 고딩들이 밤 12시까지 집에 안 들어가냐.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시나.”
“하시는데 그냥 뻗대는 거겠지.”
그들은 공원 안으로 진입했다.
아주 조금 더 들어갔을 뿐인데, 벌써부터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입구에 흡연 금지라고 적혀 있었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구만.”
한마디 내뱉었을 무렵이었다.
학생들이 낯선 어른들이 왔다는 것을 인지한 듯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덩치 큰 학생 한 명이 벌떡 일어서서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
“아저씨, 뭔데요.”
최종현은 학생의 어깨 너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공원 내부에 벤치가 늘어선 넓은 공간에 청소년들이 바글바글했다.
대략 스무 명쯤,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스쿠터와 오토바이가 놓여 있었고, 바닥에는 술병이 어지러이 굴러다녔다.
“아, 나대지 말라고, 유민호! 그냥 지나가시라고 해애.”
앞머리에 분홍색 헤어롤을 만 학생이 깔깔대며 소리쳤다.
술에 취한 듯 말끝이 늘어졌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일단 담배 좀 꺼 줄래?”
최종현이 웃으며 말하자, 곧 위기감을 느낀 듯 앉아 있던 학생들이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그러자 담배를 피우던 학생이 바닥에 침을 찍 뱉으며 삐딱하게 섰다.
“안 끄면 어쩔 건데.”
한 학생이 얼굴을 들이밀며 깐족거리자, 다른 학생들이 동시에 와하하 웃기 시작했다.
“그래도 카메라에 찍히는데, 안 끄면 좀 그렇잖아. 부모님이 보시면 어떡하려고.”
조봉준이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의 초점을 학생에게 맞추자, 학생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뭔데요. 끄라고요! 아, 씨발. 안 꺼?!”
카메라를 빼앗으면 바로 부숴 버릴 기세였다.
조봉준은 팔을 높게 들어 카메라를 보호했다.
다행히 학생보다 키가 크고 팔이 길어서 카메라를 뺏기는 일은 없었다.
“학생. 간단하게 뭐만 묻고 간다잖아.”
그때, 얌전히 최종현과 조봉준의 뒤에 서 있던 직원이 학생의 앞에 서며 말했다.
이 직원의 별명은 태식 주니어.
태식에 버금가는 체구와 인상을 가졌다.
20세 때 잠시 사회 부적응자 무리에 속했던 탓에 감방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어린 나이임에도 방장이었단다.
“시간 오래 안 뺏을게. 잠깐 얘기 괜찮지?”
직원이 친절하게 웃어 보였다.
일전에 최종현이 무표정으로 있는 게 더 착해 보인다고 조언해 준 바 있는 미소였다.
“…….”
“왜 대답이 없어.”
“무, 물어볼 게 뭔데요.”
“담배 끄면 물어볼게.”
직원의 말에, 모여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담배를 바닥에 버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직원이 다시 한번 천상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닥에 버리면 안 되잖아. 그치?”
“……네.”
직원의 친절한(것처럼 보이는 음산한) 목소리에 동네 비행 청소년들이 일제히 담배꽁초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최종현이 조봉준에게 속삭였다.
“여기까지 찍은 건 넣지 말자. 질문 시작할 때부터 찍어.”
“왜? 훈훈하게 계도했는데.”
“우리가 조폭 데려와서 애들 팬 줄 알면 어떡해.”
“그러네.”
조봉준은 조용히 카메라를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