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63)
너희들은 변호됐다-563화(563/641)
“아시겠지만,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분들은 모 보육원 측에서 A 학생을 학대했다고 거짓 주장했던 봉사 동아리에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이 같은 거짓 주장이 왜 나왔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죠. 그래서 봉사 동아리 학생분들을 직접 만나서 질문을 좀 드렸습니다.”
조봉준의 신호에 김정우가 다음 영상을 틀었다.
영상 속 장소는 스튜디오 회의실.
등장인물은 최종현과 조봉준, 그리고 천사의 집 봉사팀 고등부 담당 학생들이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안녕하세요. 삐- 동아리에서 삐- 보육원 교육 봉사팀에 있었던 삐-대학교 수학교육과 삐-입니다. 저는 고등부 수학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저는 삐-대학교 영어교육과 삐-입니다. 저도 고등부에서 영어 공부를 도와줬습니다.
─저는 삐-대 교육공학과 삐-고요, 마찬가지로 고등부에서 영어 공부 도와줬습니다.]
대학생 봉사자들을 비난하는 여론은 이제 자취를 감췄고, 오히려 동정 여론이 생긴 참이라 다행히 그들은 인터뷰에 선선히 응해 주었다.
신상이 드러나지 않게 모자이크와 음성 변조 처리 했고, 모두 동아리에서 배포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니 방송이 나가더라도 누구인지 특정되진 않을 것이다.
[─삐- 학생에 대해서 질문을 드려 볼까 하는데요. 삐- 학생은 평소에 어땠습니까?─그냥 평범했어요. 공부보단 노는 걸 더 좋아했고요. 아주 활달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고. 그냥 그 나이대 학생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삐- 학생이 어느 순간부터 삐-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텐데요. 혹시 그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두 분 방송 봤는데요. 삐- 학생이 변호사님들한테 가출했다고, 도와 달라고 메일을 보낸 게 5월이었잖아요.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토요일이었고요.
─네, 맞습니다.
─저희가 확인했을 때 삐-가 변호사님들한테 메일을 보낸 전날, 그러니까 금요일엔 삐-가 있었고요. 그다음 주인 월요일에 봉사를 나갔을 때 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물어보니까 금요일 밤에 갑자기 사라졌다고 했고요.]
토요일에 문역으로 떠나기 전, 나는 손정민이 진짜로 가출한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최종현에게 알아봐 달라고 한 적이 있다.
당시 봉사자가 직접 천사의 집에 있는 학생에게 연락해서 손정민에 대해 물었고, 토요일에 바로 답을 받았다.
하지만 학생들과 우리의 관계가 지금 알려져서 좋을 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적당히 각색을 거쳤다.
[─그러면 삐-는 금요일 밤에 가출해서, 토요일에 변호사님들한테 연락을 한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네, 맞아요.
─그 학생하고 변호사님들은 접촉하지 못했거든요. 그날 문역에서 삐-는 어른들과 사라졌고요. 그런데 월요일에도 삐-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 뒤로 저희가 봉사를 종료할 때까지 계속 없었어요.
─혹시 삐- 측에 삐- 학생의 가출에 대해서 물어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있어요. 어떤 분은 잘 모르겠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고. 또 어떤 분은 삐-에서 지내는 걸 힘들어해서 다른 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하셨고요.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셨다고요? 그럼 그건 삐- 측에서 알아봐 주고 있다는 뜻입니까?
─글쎄요. 그런 느낌이긴 했죠. 알려고 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해서 자세히 묻진 못했어요. 걱정돼서 물은 거긴 하지만, 또 주제넘은 행동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답변 받으신 건 언제쯤이었습니까?
─월요일이에요. 가출한 거 확인했던 날.]
최종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천히 흘러가던 채팅창에 반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과메기먹고싶다 : ㅊㅅㅇㅈ에서는 애가 갑자기 가출해서 찾아다녔다고 하지 않았나요?ㅋㅋㅋㅋㅋㅋ김삿갓삿갓 : 되게 힘들게 연락이 닿았다고 했는데ㅋㅋㅋㅋㅋ 인터뷰 보니까 최소 일주일 넘게 걸렸을 것 같더만ㅋㅋㅋㅋㅋ
kim hyun-ah : ㅊㅅㅇㅈ은 구라를 왜케 많이치는거임…?] [─그럼 저희는 삐- 학생이 메일을 보내왔던 날인 토요일에 삐- 학생이 어른들과 함께 있는 것을 확인했고, 그 이후로는 삐- 학생이 보육원에서 모습을 감췄잖습니까?
─네.
─그럼 솔직히……. 물론 삐- 학생이 처음부터 어른들과 같이 있었던 걸 확인했지만, 그건 일단 다 떠나서요. 그 어른들이 보육원 관계자가 맞다면, 적어도 토요일부터는 보육원 분들이 삐- 학생과 접촉을 했다는 뜻이잖습니까? 그래서 뭐, 주말 내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시설을 알아봐 주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생각해도 될까요?
─저희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쯤에서 최종현은 잠시 영상을 멈췄다.
“자, 여러분. 기사에서도 나온 내용인데, 해당 보육원은 가출한 A 학생을 찾아 헤맸고, 후에 겨우 접촉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A 학생이 그간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그럼 A 학생은 대체 언제 공사장에서 일을 한 거죠?”
조봉준은 바로 달력을 화면에 띄웠다.
“자, 이거 보면서 얘기하자고요. 금요일 밤에 가출했고, 토요일에는 어떤 어른들이랑 있었습니다. 보통 공사장 일은 새벽에 시작하거든요? 그럼 토요일엔 일을 못 했겠죠. 그럼 일요일 하루 일한 걸까요? 그럼 모 보육원이 A 학생과 접촉한 건, 아무리 늦어도 월요일 오후겠죠. 봉사자분들이 월요일 오후에 모 보육원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거니까요. 그럼 일요일에 받은 일당을 월요일 오전까지 사용했다는 건데. 그걸 생활비 충당이라고 말하나요, 일반적으로? 24시간도 안 될 것 같은데.”
“궁금한 게 진짜 많습니다. 그럼 토요일에 접촉한 어른들은 누구일까요. 그 어른들은 가출 청소년한테 용돈이라도 쥐여 줄 자비심이 없었던 걸까요?”
[누가문을이렇게황현희 : 아ㅋㅋㅋㅋ너무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민욱남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 어른들 누구냐~~~ 너무하잖아~~~~
korea11 : cownew 돈도 많으면서 쪼잔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오만 원 하나 쥐여 주지 못한 자비심 없는 어른들을 욕하는 동안, 김정우는 잠시 멈춰 두었던 영상을 마저 재생했다.
[─아, 그런데 여러분은 삐-가 모습을 감춘 이후 한 달이나 더 봉사 활동을 진행하셨잖아요. 저는 이 점이 좀 이상하거든요. 일요일이든, 월요일 아침이든 삐-를 극적으로 찾아내서 해당 시설 관계자들이 삐-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치자고요. 그럼 그때 삐-가 말했겠죠? 여러분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그래서 못 돌아가겠다고.─그 사람들의 말이 맞다는 가정하라면 그렇죠.
─그럼 삐-에서는 월요일에 여러분에게 괴롭힘과 관련해서 추궁하진 않던가요?
─전혀요. 저희도 그래서 처음에 삐-가 가출한 게 저희 때문이라고 보도된 걸 보고 엄청 놀랐어요.
─그럼 삐- 가출 이후 한 달 동안 봉사를 하시다가 얼마 전에 그만두신 것으로 아는데요. 꽤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이어 오셨는데 중단한 이유는 뭐예요? 사람들은 다들 삐- 학대 건으로 봉사가 종료된 거라고 알고 있었잖아요.]
최종현의 물음에 가운데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후가공된 영상에서는 식별할 수 없지만, 그는 김현종이었다.
성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누명을 쓸 뻔했던.
[─일이 있었어요.─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거기에 예전부터 삐-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어요. 가명으로 대충 민수라고 할게요.
─그 민수라는 친구도 삐- 학생과 함께 그 시설에서 지내는 학생인 거죠?
─네. 둘이 많이 친했거든요. 서로 의지도 많이 하고. 그런데 삐-가 가출하고 나서 민수도 좀 힘들어 하는 느낌이었어요. 다른 애들 얘기 들어 보니 민수가 삐-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민수한테 삐- 얘기를 해 보신 적 있으세요?
─네. 민수는 삐-가 사라질 거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고, 이후 삐-와 전혀 연락을 못 했다고 했어요. 아무튼, 저희는 민수를 좀 신경 쓰고 있었죠. 눈에 띄게 조용해지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민수가 어느 날 저한테 따로 할 말이 있다면서 부르더라고요.]
아직 외부에는 성윤의 이야기가 공개된 적이 없다.
우신은 정민에게 흠집을 내는 데에 실패하면, 성윤을 그다음 제물로 삼을 작정일 것이다.
그들이 방심하고 소은의 수술을 진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성윤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민의 경우 내 예상보다 빠르게 신상이 알려졌다.
성윤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건 막아야 한다.
[민수는 저를 복도 끝으로 데려갔고, 거기서 갑자기 자해를 했습니다.]자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채팅창은 다시 물음표로 도배됐다.
[누가문을이렇게황현희 : ??????????ㅗ명화제약ㅗ : 자해????????????
김삿갓삿갓 : ?
진라면순한맛 : ???
입대 D19 : ??????
Leesooyoung : 자해 개오바잖아;] [─자해요? 제가 아는 그 뜻의 자해 맞죠?
─네. 그런데 피가 나고 그러는 건 아니었고요. 본인의 머리를 엄청 세게 때리고, 뺨도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치고……. 아마 멍이 들었을 거예요. 정말 심하게 때렸거든요.
─아, 유혈 사태는 없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당연히 말렸죠.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때리는데, 그걸 어떻게 그냥 보고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팔을 잡고 말리고, 민수는 놓으라고 난리고. 그렇게 씨름하고 있는데 갑자기 원장님이 나타나서 무슨 짓이냐고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누구한테요. 민수한테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사건 당시 김현종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실시간으로 들은 이야기지만 영상을 다시 보니 아직도 기가 막혔다.
원생에게 스스로를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때려서 누명을 씌우라고 지시하는 보육원 원장이 과연 제정신일까?
이 와중에 피를 보는 방법으로 자해하라고 하진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이없을 지경이다.
[─그럼 설마, 원장이 오해라도 한 거예요?─그렇죠. 뒤늦게 와서 보면 제가 애를 마구잡이로 제압하려고 하는 것 같고, 민수 얼굴은 시뻘겋게 터져 있었으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 자리에서 원장님이 저한테 애를 때렸냐고 물어보셔서 아니라고 했죠. 그랬더니 민수한테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까지는 민수도 사실대로 말할 테니 원장님하고 따로 얘기해야겠다, 민수가 심리적으로 많이 코너에 몰린 것 같으니 치료를 제안드려 봐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민수가 제가 때린 게 맞다고 했습니다.]
성윤이 긍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시청자의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김승현 : 미친거아님?파송송계란탁 : ????? 민수 돌앗니?
민혁이 : 민수 왜저럼?;;;;
정아파파 : 와… 애먼 사람 인생 망치려고 작정을 했나;;
과메기먹고싶다 : 이거 민수만 욕할 게 아님 냄새가 나는데…]
“여러분, 일단은 민수 욕 그만하시고 영상 계속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무리 가명이라고는 해도 성윤이 과도하게 욕을 먹기 시작하자, 최종현과 조봉준이 나서서 시청자들을 진정시켰다.
[─그래서 원장님이 일단은 따라오라고 했어요. 따라가는 동안 진짜로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었어요. 원장님하고 오해를 못 풀면……. 보육원에는 신고 의무가 있잖아요. 당연히 저를 신고하겠죠. 일단 신고가 들어가면 조사 결과 누명을 벗는다고 해도 어쨌든 저로서는 너무 청천벽력 같은 일이니까요.─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원장실로 가서 얘기를 하는데 제 말은 하나도 안 듣고 무작정 저한테 폭언을 퍼부으시더라고요. 아무리 때린 적 없다고 해도 들을 생각도 없어 보였고……. 솔직히 답을 정해 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계속 신고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지금은 뭔가 상황이 정리된 것 같은 느낌인데요. 일단 오해는 푸신 거죠?
─네. 계속 신고하겠다고 하시니까 더 대화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영상을 드렸습니다.
─영상이면, 무슨 영상이요?
─저희 동아리 어떤 친구가 무슨 얘기를 들은 게 있었나 봐요. 억울하게 학대로 몰려서 고생한 케이스였어요. 그래서 우리한테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해서 그날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끼고 있었거든요. 아, 혹시 몰라서 법적 문제는 없는지 확인도 해 봤어요. 없다는 걸 확실히 하고 안경을 착용한 겁니다. 오해 없으셨으면 해서요.
─거기에 민수가 자해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고, 그 영상을 원장한테 보여 준 거예요?
─그렇죠. 그랬더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시더라고요.]
원장을 향한 욕만 가득하던 채팅창에 어느덧 활력이 돌았다.
[ㅗ명화제약ㅗ : 와 개사이다!!!!!!!!!!정민욱남자 : 진짜로 카메라 없었으면 ㄹㅇ ㅈ될뻔한거네;;;;
chris park : 그 안경 카메라 끼자고 한 친구한테 소고기 사야겠어요ㅋㅋㅋ
cownew : 진짜 인생 조질뻔했네…
파송송계란탁 : 그러게 사람 말을 제대로 들었어야지 답 정해놓고 몰아간거 개오바였지ㅋㅋㅋㅋㅋㅋㅋㅋ
레몬나르고빚갚으리오 : 원장한테 그래서 사과는 받음??????????]
사과는 무슨.
사과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이었다.
[─아, 꿀 먹은 벙어리는 아니었네요. 오히려 촬영하는 거 불법 아니냐고 난리셨으니까요. 그래서 불법 아니라는 거 설명드렸더니, 그래도 민수가 자해를 하면서까지 저한테 누명을 씌우려고 했다는 건 저희한테 뭔가 불만을 느꼈……. 솔직히 대놓고 말하면 저희가 민수를 정서적으로 학대했을 수도 있다면서 봉사를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어요.─그럼 끝까지 동아리 탓을 한 거예요?
─그렇죠. 사과 한마디 없이 끝까지 그런 식으로 나와서, 삐- 아이들하고 정이 많이 들었지만 저희도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삐-에서 계속 봉사를 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종료한 겁니다.]
원장의 몰상식한 대처는 모두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장의 문제를 단지 ‘싸가지’ 하나로 국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원장의 태도가 수상하다는 것을 저 짧은 대화로 유추한 듯했지만, 자신이 우신에 분개한 나머지 과하게 의심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의심이 과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