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68)
너희들은 변호됐다-568화(568/641)
[……차주한 변호사는 한 매체에 출연해, 모 보육원이 청소년 A의 마약 투약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방치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 A의 체포 당시 모 보육원이 A가 가출한 뒤 만나주지 않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것 역시 모두 거짓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여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김성식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아침에 일어났을 때, 강민재와 태식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뉴스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외부에 공개된 활동을 하는 것이라 매우 신난 것은 알겠지만, 매번 반응을 보느라 밤을 새우는 건 곤란하다.
강민재는 새벽 내내 거실에 있었다.
오전 3시쯤, 잠결에 목이 말라 잠깐 방 밖으로 나왔을 때도 그는 퀭한 눈으로 바닥에 앉아 뉴스만 보고 있었다.
옆에서는 상길이 휴대폰으로 인터넷 여기저기서 나오는 재미있는 글들을 찾느라 정신없었고.
지금도 상길이 태식으로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같은 풍경이다.
“오늘 잠 안 자기로 한 거야?”
“네. 커피 4잔 마셨어요.”
“이따 낮에 자겠다고 하면…….”
“안 그래요. 낮에도 재미있는 얘기 잔뜩 올라올 텐데, 제가 그걸 어떻게 놓쳐요.”
어제 우리가 방송 중간에 확인한 글은 그야말로 성지가 되었다.
작성자야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것을 각오하고 썼다지만, 글이 여기저기 퍼지면서 달리는댓글들도 수위가 꽤 아슬아슬했다.
물론 우신이 천사의 집을 버리기로 한 이상, 굳이 사람들을 고소해서 원성을 사는 바보 같은 짓을 할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그 성지글 관련해서 기사도 났어요.”
“간 큰 기자네.”
“네티즌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돌려서 쓰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간이 큰 건 맞죠.”
“클릭 수를 포기할 수 없었겠죠. 제일 어그로 센 내용인데.”
태식이 한마디 보탰다.
“뭐, 우리 주장이 말도 안 된다는 사람은 없어?”
“있는데, 제대로 파악 못 한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경우의 수를 하나씩 따져 가면서 반박했는데 거기서 또 뭐라고 하겠어요. 우리가 한 말 제대로 못 알아듣고 그냥 말도 안 된다고 우기는 거죠.”
“방송에서 계속 대충 만든 영어 닉네임들 알바 아니냐고 했더니, 댓글 알바는 안 푼 건가?”
“아니죠. 전략을 바꾼 것 같은데요. 그냥 두루뭉술하게 변호사님이 너무 천사의 집을 몰아가고 있고, 그 태도가 불쾌하고, 우신과 관련되어 있으니까 일단은 물고 뜯고 보는 거라면서 그냥 일차원적으로 욕하는 거죠. 아, 성윤이 인터뷰 내보낸 것도 애 생각 안 하고 화제성만 찾는 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강민재의 말에 태식이 콧방귀를 뀌었다.
“애들 생각 안 하는 양반이 난생처음 보는 애를 먹이고 재우면서 데리고 있나. 지들은 그렇게 하지도 못할 거면서.”
“뭐, 내가 데리고 있는 건 아니니까.”
태식의 직원들이 데리고 있으니 엄밀하게는 내가 데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성윤은 꽤 그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여전히 중독 증상 때문에 고생하는 정민을 걱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 데려왔을 때에 비해 활력을 많이 찾았다.
이제는 같이 지내는 직원들과 장난도 치는 것 같았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일단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바로 와 버리는 바람에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못 세웠네. 다른 사람들 다 자고 있으려나.”
“메시지방 보니까 종현 형님은 한 시간쯤 전에 잠드신 것 같던데요. 그리고 허 경위님은 출근하신다고 했고.”
“그럼 경찰서부터 가야겠네. 방송에서 공언한 것도 있고 하니까.”
방송에서 공개했던 성윤과 정민이 승합차 안에서 접촉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경찰에 넘기기로 하지 않았던가.
허민우는 사건이 복합적으로 꼬여 있다 보니 마약수사과에서 계속 주도권을 쥐고 수사를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어제의 방송으로 어느 정도는 주도권이 생겼을 것이다.
일부러 허민우가 이 수사의 핸들을 잡을 수 있도록 방송에서 꽤 신경 써서 말하기도 했고.
이제는 마약 투약 사건과 학대 사건은 별개의 부서에서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마약 중독 상태의 학생을 데리고 있었던 승합차 운전자가 등장했고, 사람들은 승합차 운전자가 마약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방송에서 내가 직접 보육원 관계자의 통화 내역을 조사하면 승합차 운전자를 특정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던 탓에, 그 둘이 한패라는 의견이 우세하고.
“씻고 나와. 경찰서 가게.”
“저 새벽에 씻었는데요.”
“계속 뉴스랑 인터넷 보고 있었던 거 아니야?”
내 물음에 강민재는 마치 뭐라도 된 것처럼 웃음을 흘렸다.
“잘 모르시는구나. 제가 몇 번 눈팅을 해 보니까 대충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새벽에 재미있는 글이 많이 올라오는 건 맞아요. 그런데 보통 네 시쯤 되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요. 그러다가 일고여덟 시는 되어야 다시 불타올라요. 왜인 줄 아세요?”
“왜.”
“일단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은 다섯 시쯤엔 자거든요. 그 사람들은 첫 차가 다니기 전, 혹은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자고 싶어 해요. 안 그러면 ‘남들 활동할 시간에 나는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하고 반성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일고여덟 시쯤 다시 활발해지는 이유는, 새벽 동안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그때쯤 일어나거나 출근을 하기 때문이죠.”
“와, 한동안 백수로 살아 본 나보다 강 변이 패턴 파악을 금방했네요. 나는 왜 사람들이 네다섯 시만 되면 사라지는지 꽤 오랫동안 의문이었는데.”
“너도 운전할 준비나 해. 경위님이 출근하셨다니 마침 다행이네. 직접 강남서로 가서 주고 오면 되겠어. 기자들도 많이 깔려 있을 거 아니야.”
태식은 내 말에 입술을 삐죽였다.
이제는 강민재 때문에 정혁도 우리 집으로 오는데 언제까지 자신이 운전을 해야 하느냐고 중얼거렸지만, 나는 못 들은 척했다.
“아침 뉴스 보니까 다들 경찰서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것 같아요. 최초 보도가 나간 후에 경찰이 전체 상황이랑 천사의 집 측에서 뭐라고 진술했는지 알려준 이후로 따로 발표한 내용이 없잖아요.”
“그럼 천사의 집 앞도 문전성시겠네.”
태식이 솥뚜껑만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천사의 집 감시조 애들 지금 엄청 짜증 내고 있어요.”
“왜?”
“기자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진다고요. 게다가 차 빼지도 못하게 골목에 빼곡하게 차를 대 놨나 봐요. 혹시나 돌발 상황 생기면 바로 쫓아가야 하는데 어떡하냐고요.”
기자들에게 감시를 받고 있는 만큼 적어도 지금 당장은 천사의 집도 소은을 일본으로 보내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심도 며칠이면 금세 사라질 거품이나 마찬가지다.
감자를 뜨겁게 만드는 건 쉬워도, 식는 것을 막는 일은 몹시 어려우니까.
그렇게 기자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면 그들은 다른 이슈가 생기기 전에 얼른 소은을 내보내려고 할 게 분명하다.
당장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소은을 내보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래도 고윤수가 이렇게까지 천사의 집을 내주기로 결심하면서까지 마무리 짓기로 한 수술이니, 이제는 정말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감지되어야 하는 때가 왔다.
키리하라 기자 쪽에서 아직 연락이 없는 게 마음에 걸린다.
뭔가 액션이 있었다면 바로 연락을 줬겠지만, 지금까지 미세하게라도 감지된 움직임은 없었는지 알려 달라고 먼저 연락해 봐야 할 것 같다.
“강 변은 어디 갔어?”
옷을 갈아입고 나왔더니, 그새 강민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강남서로 가면 사진 많이 찍힐 거라고 옷 좀 신경 쓴다는데요.”
그래 봤자 정장 차림인데, 신경 쓴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그럼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있어야겠네.”
강민재가 좀 신경 쓴다는 건, 적어도 30분 정도는 옷을 고르겠다는 뜻이다.
나는 테라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의자에 앉을까 하다가, 이 의자를 닦은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서서 피우기로 했다.
그렇게 아무런 상념을 지운 채 테라스 밖 풍경을 눈에 담고 있을 무렵이었다.
“뭐야.”
우리 집은 4층.
테라스로 나오면 맞은편에 있는 단독 주택의 지붕과 그 너머의 전경이 보인다.
거기까지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건 무심코 테라스 펜스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였다.
“왜 그러세요?”
골목에 사람들이 잔뜩 깔려 있다.
다들 바쁘게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있거나,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무채색의 무리.
기자들이다.
“왜 기자들이 우리 집 앞에 있어?”
“왜겠어요. 변호사님한테 인터뷰 따려고 왔겠죠. 아까 수일이 형이 평창동 집 앞에도 기자들 좀 보인다고 하던데.”
웬일로 금세 준비를 끝낸 강민재가 내 옆에 나란히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아침에 상길이랑 교대할 때도 기자들이 저 들어올 때 같이 빌라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빌라 보안 업체에서 막던데요?”
태식도 한마디 보탰다.
기자가 아예 없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운집했을 줄은 몰랐다.
강남 경찰서나 천사의 집 앞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을 줄 알았지, 왜 우리 집에…….
“하루 이틀이에요? 사무장님이 회사 앞에도 사람 잔뜩 깔렸다던데요.”
“그러니까 왜 번지수를 자꾸 잘못 찾는 거야.”
강민재가 방송에서 내가 납치되어 죽다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흘렸을 때도 인터뷰 문의가 쇄도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집 앞에 사람이 모여 있진 않았다.
“뻔하죠. 회사 메일, 어떻게 안 건지 우리 개인 번호로까지 계속 인터뷰해 달라고 하는데 다 씹으니까 직접 온 거겠죠.”
“하.”
“일단 가시죠. 어차피 빌라 안까지는 못 들어왔다는데, 차로 바로 슝 나가 버리면 그만이잖아요. 따라오긴 하겠지만, 어차피 경찰서 갈 건데.”
강민재는 이 상황을 즐기면서도 나에게 절대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다 티가 난다.
* * *
“차주한 변호사님! 어제 방송에서 하신 이야기에 대해서 질문 좀 받아주시죠!”
“변호사님은 보육원과 승합차 운전자가 얼마나 연관되어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 사람들은 우신이 변호사님을 살해하기 위해 재단 산하의 보육원 아이를 이용했을 거라고 여깁니다! 변호사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육원이 원생을 감금하고 마약을 먹여 길들이려고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피해 학생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변호사님이 보호하고 계신 겁니까?”
주차장에서 내려 경찰서 입구로 들어가는 내내 기자들이 앞을 가로막고 나와 강민재에게 무자비하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태식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여기저기 노출하긴 했지만, 기사 사진으로 태식의 모습을 남겨 모두에게 얼굴이 알려지는 일은 막아야 해서 차에 두고 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태식을 데리고 올 걸 그랬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들러붙는 건 막아 줬을 텐데.
“저희는 제보할 목적으로 경찰서에 온 것이지, 인터뷰하기 위해서 온 게 아닙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강민재가 매우 정중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기자들은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한술 더 떠서 질문을 퍼부어대었다.
“차주한 변호사님을 납치하고 살해하려고 했던 무리들의 배후는 누구입니까?”
“변호사님은 직접 배후가 누구인지 들으셨다고 하셨는데, 밝혀 주시죠!”
“우신인가요?”
“우신이 맞다면, 덤프트럭 사고 역시 우신 복지 재단의 보육원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건 우신이 지속적으로 변호사님을 살해하려고 한다고 봐도 될까요?”
“변호사님! 한 번만 대답해 주시죠!”
이들의 질문을 쭉 들어보면, 그들 역시 내가 의도한 대로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의도한 것이 과하지 않고, 사리에 맞는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하는 까닭은 결국 내 입으로 ‘우신이 개새끼다’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백 번 우신이 나를 죽이려 한다고 확정적으로 말한다고 해도 사실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수사 기관의 입에서 우신의 소행이 맞다는 말이 나와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제대로 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우신이 맞다고 말해 봤자, 내 발언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단지 우신에 흠집을 내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보일 뿐이다.
“강민재 변호사님! 강관웅 전 대통령이 피습으로 작고하셨는데, 주변에서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어떤 마음이신지 궁금합니다!”
그때, 젊은 기자 한 명의 질문이 귀에 날카롭게 꽂혔다.
나도 모르게 그 발언을 한 기자가 누구인지 찾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민재의 다물린 입술 아래 바짝 마이크 더미를 들이대고 있는 사람임을 확인했다.
그때쯤, 쏟아지던 질문들도 점점 잦아들었다.
기자들 역시도 그 기자의 질문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모두 강민재의 대답을 기다렸다.
“강 변, 대답하지 마.”
나는 강민재의 표정을 확인할 것도 없이, 우리 앞을 가로막은 기자들 사이를 가르며 앞서 나갔다.
강민재에게 강관웅의 죽음에 대해 캐묻던 기자들은 많았다.
심지어는 발인하던 날에도 강관웅을 살해한 범인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기자도 있었다.
강민재는 이미 유일한 친족인 강관웅을 잃는 슬픔을 겪었다.
그는 이미 덤프트럭이 나에게 달려들 때 강관웅의 사건과 연관 지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 순간만큼은 강민재는 나에게 강관웅을 투영했을 것이고, 나는 이것이 강민재로 하여금 덤프트럭을 향해 돌진하는 미친 짓을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벌떼처럼 우리 앞을 가로막던 기자들도 경찰서 안까지 들어오진 못했다.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얼른 허민우에게 자료를 주고, 기자들이 없는 곳으로 나가서 집에 돌아갈 생각뿐이었다.
사실 허민우에게 직접 파일을 주러 올 필요는 없었다.
경찰청 메일을 이용해도 되었다.
그럼에도 직접 이곳에 온 건, 경찰서에 운집해 있을 기자들에게 직접 얼굴을 들이밀고 계속 화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기자들이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며 엉겨 붙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강민재에게 저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
“변호사님!”
2층 계단으로 올라가려는데, 강민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왜.”
“저 괜찮은데. 하하. 표정 푸세요.”
강민재가 수더분하게 웃어 보였다.
[거짓]자신의 머리 위에 글자가 빛나는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