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73)
너희들은 변호됐다-573화(573/641)
[속보 – 문역 덤프트럭 사고 운전자, 청부 살인 인정]서울 중앙지검 구내식당.
식당 한가운데 놓인 TV를 보며 식사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자막으로 뜬 속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진짜 청부 살인이었다고?”
“이 프로, 속보 봐 봐.”
“말이 되나, 이게.”
점심을 먹는 데 집중하던 이들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TV에 쏠리자 덩달아 속보를 확인하고 웅성거렸다.
“저는 당연히 차주한이 괜히 우신 걸고넘어지려고 갖다 붙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젊은 검사 한 사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그랬어. 이전 기사 보니까 방송에서는 계속 우신이 살인 청부 의뢰하는 거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 같던데. 유 프로가 보기엔 어때. 맞는 것 같아?”
인터넷에 자세한 기사가 나오진 않았을까 싶어 관련 기사들을 차례차례 클릭해 보던 선배 검사가 물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어 보려는지 숟가락을 내려놓기까지 했다.
“글쎄요. 근데 우신이 굳이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차주한이 유명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거물은 아니잖아요. 우신 입장에서는 그냥 날파리 같은 존재일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차주한을 죽이려고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딱 봐도 우신이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원한 관계야. 차주한 납치해서 공구리 치려고 했던 사건도 그래. 인천지검에 동기가 있어서 얘기 들은 거 있거든. 그때도 범인들 다 털어 봐도 우신하고 연결됐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고 했어. 그냥 차주한 혼자 주장한 거지. 그래도 스토리텔링 하나는 끝내 줬나 봐. 사람들은 아주 열광을 하네. 어딜 들어가도 다 우신하고 차주한 이야기야.”
어느덧 그 테이블 근처의 모든 테이블이 입을 닫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입을 멈추지 않았다.
“차주한은 대체 왜 그렇게 우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래요? 뭐, 우신이 꼴 보기 싫을 순 있죠. 근데 자기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상대는 우신인데. 차주한보다 훨씬 유명하고 능력 있는 한참 윗 기수 선배들이 거기 법무팀에 한 트럭이고, 태광까지 있는데 자기가 뭘 어쩌겠다고…….”
“가만 보니까 정치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 그러니까 자꾸 방송 나와서 사람들 흥밋거리나 떠드는 거지. 대기업에 맞서는 정의로운 변호사. 사람들이 딱 좋아하는 소재잖아. 근데 뭐……. 아직까지 번듯한 자리 하나 차지하지 못한 거 보면, 목표 달성은 요원한 것 같다.”
“전에 이세화가 차주한 데려가려고 엄청 공들였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은데.”
“대통령이 그렇게 공들였는데 왜 아직도 변호사 꼴랑 두 명 있는 로펌에 있어? 진작 대통령 비서실이든 어디든 들어갔어야지. 그냥 뜬소문이지. 그리고 그게 말이 안 돼, 애초에. 어른들이 좋아할 타입이 아니거든.”
“왜요, 어떤데요?”
“예전에 서부지검에서 잠깐 같이 있었는데, 성격이 진짜……. 좀 별로야. 꼿꼿해서 미움 많이 받을 스타일이야. 뭐, 실적이 좋아서 총애를 받았다는 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이 안 가는 캐릭터거든. 하물며 정치권 꼰대들은 어떻겠어.”
“오, 검사님 예전에 차주한하고 같이 계셨습니까?”
후배 검사의 물음에 계속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던 선배 검사가 으쓱하며 대꾸했다.
“뭐, 잠깐.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 눈에는 멋있어 보일 법해. 근데 나는 그 양반 출세하긴 글렀네 싶더라니까. 이미 선배들 눈 밖에 나 있었거든.”
“아닌데?”
갑작스레 난입한 불청객의 목소리에 입술이 마를 때까지 떠들어대던 선배 검사가 깜짝 놀라 쥐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풍덩 소리와 동시에 휴대폰이 국그릇에 빠졌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휴대폰을 건질 틈이 없었다.
“……헉!”
그는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가 무섭게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특수부 부부장 이예진이었다.
“누가 차 변이 선배들 눈 밖에 났대?”
이예진에게 이런 풍경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한두 번이어야지.
그럼 이제 또 깽판을 놓을 차례다.
이예진은 옆 테이블에 비어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
그리고 그들의 식판 사이에 자신의 식판을 내려놓으며 틈을 비집고 아예 자리 잡았다.
“예? 아니, 저는…….”
“손 프로, 유 프로. 몇 기였지?”
“33기입니다…….”
“……저는 35기입니다.”
“그으래? 33기, 35기? 그럼 차 변보다 4기, 6기 아래네?”
“…….”
“근데 우리 후배님들은 선배 이름을, 사석도 아닌 검찰청 구내식당에서 마구마구 불러 대나? 듣는 선배들 민망하게?”
“…….”
“내가 보기에는 선배들 눈 밖에 날 스타일은 차 변이 아니라 우리 후배님들 같은데? 혹시 후배님들, 내 이름도 막 이예진, 이예진 하면서 불러 대는 거 아니야?”
이예진에게 집중적으로 갈굼당하기 시작한 그들은 아직도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서, 선배님, 뭔가 오해가……. 저는 그렇게 차주한 선배님 이름을 막 부른 적이 없는데, 만일 그랬다면 저도 모르게 정말 무심코…….”
“아니던데. 아까부터 들으니까 계속 차주한, 차주한 하던데. 한 번도 차 변호사님, 선배님 소리 안 나오던데.”
옆 테이블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검사 한 명이 끼어들었다.
갑자기 협공 들어온 아군이 누구인지 확인할 생각으로 시선을 돌린 이예진은, 그 끝에서 의외의 인물을 발견하고 내심 놀랐다.
예전에 차주한에 대해서 안 좋게 말하던 선배였다.
‘김종석 저 자식이 갑자기 왜 도와줘?’
안타깝게도 이예진보다 기수로도, 학번으로도 선배여서 뭐라고 하진 못했다.
다만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그의 등짝을 향해 중지를 펴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었는데…….
‘하긴, 그때는 모든 검사가 차 변 싫어했었지.’
이예진은 김종석의 태도 변화를 납득하기로 했다.
그때는 싫었을 수 있지.
얄미운 느낌이 없진 않았으니까.
어쨌든 오늘 도와줬으니 이제 중지는 그만 펴기로 했다.
“우리 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럼 부장님도 나도 환청을 들은 건가?”
이예진이 물었지만,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손 프로, 차주한 변호사하고 서부지검에서 같이 있었다고? 같은 부서?”
그녀가 본격적으로 갈구기 시작하려던 순간, 김종석이 선수를 쳤다.
아예 콕 집어 불리자 대답을 할 수 없게 된 손 검사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차주한 변호사하고 같은 부서에 있었던 사람치고 차주한 변호사 손 안 빌린 사람이 없던데. 여기서도, 서부지검에서도. 특히 서부지검 때면, 나 아는 놈이 그때 차주한하고 같은 부서에 있었거든? 차주한이 혼자 미제 거의 다 떠맡았다던데. 그럼 손 프로도 차주한 덕분에 좀 편했겠어. 안 그래?”
“…….”
“여기저기서 차주한 변호사 씹어대는 말 들리니까 만만해? 선배들이 씹어대니까 너희도 그래도 될 것 같아?”
“……아닙니다, 부장님.”
“선배들이 그러는 건 그냥 열등감이야. 나 차주한만 보면 배가 아파 죽겠다. 왜 나는 저만큼 능력이 안 될까. 내가 차주한보다 짬도 더 찼는데, 왜 나는 차주한만큼 못할까. 그냥 못난 소리라고. 따라 할 게 없어서 그걸 따라 해?”
“…….”
“차주한이 선배들 눈 밖에 났다고? 차 변은 적어도 너희처럼 선배들 이름 석 자 따박따박 불러 가면서 확인도 안 된 뜬소문 퍼트리진 않아. 선배들 눈에 너희랑 차 변 중에 누가 더 별로일까?”
일단 이예진 선배는 저것들이 더 별로다.
“검사라면 차 변이 몇 번이나 살해 위협 받았다는 소리 들었을 때, 차 변 욕할 게 아니라 범인이 어떤 놈인지부터 궁금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도 처음 청부 살인 소리 들었을 땐 반신반의했지만, 덤프트럭 운전한 새끼가 인정했다는 속보 보니까 숙연해지던데.”
김종석은 어느덧 쥐 죽은 듯 조용해진 구내식당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적 없다는 듯 어색한 움직임으로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귀는 온전히 김종석을 향해 있었다.
“차 변이 한 일, 원래 우리가 해야 했던 일 아닌가? 나는 오죽했으면 변호사가 저런 방대한 수사까지 하나 싶던데. 아, 그러면 수사 기관에 도움 요청했으면 되는데 차 변이 유명해지고 싶어서 혼자 그런 거라고 생각하려나?”
“…….”
“차 변이 바보야? 본인이 검찰에 있었는데, 그걸로 될 것 같았으면 진작 그랬겠지. 국민도 같은 생각이야. 나라는 뭐 하고 있길래 변호사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냐더라. 그걸 공명심이라고 씹고 싶은 거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공명심에 자기 목숨까지 걸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되냐. 나는 좀 검사들이 뒤에서 열등감 그만 터트리고 적어도 부채감은 느꼈으면 좋겠어. 적어도 우리는 차 변처럼 목숨 걱정은 안 하면서 살잖아.”
묘하게 김종석의 목소리 볼륨이 좀 더 커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처신 똑바로 해라. 듣는 귀 많아. 다른 사람들도 너희랑 같은 의견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
김종석은 그대로 식판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김종석과 함께 앉아 있던 사람들까지 우르르 일어나 퇴식구를 향해 떠났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선배에게 혼쭐이 난 두 사람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떨리는 숨을 삼켰다.
“으음…….”
자신이 하려던 말을 전부 빼앗긴 이예진은 머쓱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선배님! 저랑 커피 한잔 하시죠?! 제가 살게요!”
그리고 김종석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김종석 때문에 멋있는 척은 못 했지만, 기분은 퍽 좋았다.
차주한이 검찰을 나간 뒤로, 그가 화제가 될 때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놈들 때문에 열이 뻗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제 사람들도 그의 진가를 알아주는 모양이다.
* * *
“귀가 간지러워.”
“누가 변호사님 욕하나 보다.”
내 말에 강민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귀가 간지럽다고 할 때마다 강민재가 늘 하는 농담이지만, 이번에는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종남이 청부 살인을 인정하면서, 나는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법조계 선배들은 이런 나를 좋게 보지 않았다.
이세화에게는 특검팀에 들어와 줄 선배들이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솔직히 그때도 이예진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다.
뭐, 그래도 방법이 있겠지.
“중요한 전화라서 받아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잠깐 전화를 받으러 나갔던 허민우가 돌아왔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 정민이 담당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 의견 말할 차례였죠.”
“네.”
“갈망 증세는 많이 나아졌지만, 기분 장애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우울감이나 신경질적인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음……. 선생님은 지금 약간의 망상 증세가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망상이요?”
강민재가 깜짝 놀라 소리치자, 허민우도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제가 느끼기에는 현실 부정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결국 같은 뜻이겠죠. 정민이도 이제는 자신이 한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마약을 하지 않으니 자신이 당했던 학대들을 맨정신으로 마주해야 하고요. 그래서 마약 중독 증세 때문에 가뜩이나 심약해진 심리 상태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하고, 본인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상황을 정의하는 거라고 하시더군요.”
“전에 성윤이하고 처음 대질했을 땐 괜찮지 않았습니까?”
“네. 하지만 한 번 더 대질을 시도했을 땐, 성윤이가 어른들에게 매수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성윤이도 믿을 수 없다고 했거든요. 정민이가 제대로 된 진술을 하려면 우선은 정민이의 비틀린 인식부터 정상적으로 돌려놔야 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상태가 더욱 호전되고 나면 함께 해결될 문제 같다고 하십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민은 문역에서의 일이 있고부터 두 달여의 시간 동안 감금당한 채 마약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17세 청소년이 받아들이기에는 이 상황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두려울 터였다.
“정민이가 얼른 입을 열어 줘야 할 텐데요. 그래야…….”
“저는 정민이에게는 시간을 좀 더 주고 싶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정민이의 진술은 우리에게는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문제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정민이에게는 인생이 걸린 일입니다.”
내 말에 허민우는 놀란 듯 잠시 굳었다.
그러더니 곧 자조하듯 웃었다.
“그렇네요. 제가…….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네요. 정민이한테는 인생이 걸린 일인데. 저는 우리 계획과 수사만 생각했어요.”
“수사에는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으니, 천사의 집이 증거를 인멸하기 전에 압수수색을 하려면 얼른 입을 열어 주는 게 좋긴 하죠. 경위님의 생각이 아주 냉정하다고만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사를 위해서도 저는 정민이가 입을 늦게 여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는요?”
“정민이가 입을 열면 천사의 집을 압수수색할 조건이 달성됩니다. 하지만 그간 천사의 집이 우리를 걸림돌로 생각해 수술을 계속 미뤄 왔던 만큼, 천사의 집에 압수수색이 시작되면 우신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릅니다.”
“또 수술을 미룰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수술을 미루든, 계획을 대폭 수정하든 어쨌든 변수가 생길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수술을 막는 데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김미자 씨가 도청할 수 있는 곳에서 작당모의를 하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가 수정된 계획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죠.”
“그렇네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정민이가 진술을 하더라도 조금 묵혀 두는 게 낫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만일 정민이 하루라도 빨리 입을 열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더라도, 정민에게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우리에게 대의가 있다고 해도, 희생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할 순 없지 않은가.
우리는 그들만의 대의를 위해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우신을 잡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까.
* * *
오노데라 손자의 수술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이제 설계 도면을 손에 넣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해졌다.
김찬영도 부담을 느끼고 있을 테고, 그를 재촉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설계 도면을 볼 수 없다면 보완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앞으로 2주 안이라면, 정말 한시가 급하겠네요.”
김찬영도 심각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미팅은 언제로 잡았어?”
“모레요. 가장 빠르게 잡은 게 그때인데, 혹시 늦어요?”
아직 늦지 않다.
키리하라 기자는 오늘 저녁에 보내온 메일에서, 아직도 오노데라의 손자가 오카시마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원한다고 해서 바로 수술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각종 검사를 진행할 시간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소은이도 임현일도 아직 한국에 있다.
딩동.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
동시에 김찬영은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 떨었다.
“뭐지. 올 사람 없지 않나요?”
그는 순식간에 불안감을 느낀 듯 경계했다.
나와 접촉 중인 걸 우신 측에 들키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이렇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
“내가 부른 거야. 정보원. 건축사 대표 뒷조사가 오늘 끝났다고 해서 너랑 같이 보고 들으려고 불렀어.”
“……하, 놀랐잖아요. 미리 말씀 좀 해 주시지.”
김찬영이 이렇게까지 놀랄 줄은 몰랐다.
내가 객실 문을 열자, 태식의 직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가방 안에서 서류철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건축사 대표의 하루 일과는 물론이고, 그의 성격과 취향, 만나는 사람들, 심지어는 무슨 책을 읽는지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슈퍼 카에 돌아 있다고?”
“네. 거의 뭐, 일할 때 빼면 하루 종일 자기 슈퍼 카들 세차하고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슈퍼 카를 존나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뭐 닦을 것도 없어 보이는데 계에에에속 닦아요. 미친놈인 줄 알았습니다. 나가는 동호회도 다 슈퍼 카 동호회고요.”
“흠, 조사하시느라 고생 많이 해 주신 건 알지만, 딱히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는 것 같은데요…….”
김찬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미 한 차례 정독한 서류를 다시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뭐라도 약점을 찾아보려는 것 같았다.
나는 김찬영이 쥐고 있던 서류철을 빼앗아 도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만 봐.”
“놓친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 더 읽어 봐야…….”
“아니야. 답이 나왔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