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83)
너희들은 변호됐다-583화(583/641)
“조용하네요, 실장님.”
초소 안의 정적을 뚫고 가드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리본 의료원 내부에서 중요한 일이 있어 경비 인력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일반적으로 메인 출입구 두 군데에 배치하는 경비 인력은 정문 7명, 후문 5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문에 20명, 후문에 17명이다.
긴장 빡세게들 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근무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
“그래도 위에서 연락 올 때까지 긴장 놓지 마.”
실장이 CC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다른 날은 문제가 생겨도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장담할 수 없다.
리본 의료원이라는 의료 시설은 물론, 이 건물도 외부에 노출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인근 상인들도 단지 거부의 저택이라고만 알고 있다.
여태까지 이 근처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된 적도 없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날 조용하다가 하필 오늘 난리가 날 수도 있는 법이다.
“오늘 뚫리면 우리 다 뒤져.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죽는다고.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체크해. 연장 위치는.”
“초소 뒤 상자에 있습니다.”
“내일 오전 11시까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버텨.”
“넵.”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초소 바깥으로 나갔다.
초소 건물 위에 설치된 조명에 온갖 나방들이 달려들어 타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잠시 조명을 노려보다 정문 앞에 서 있는 가드들에게 다가갔다.
“더워?”
“괜찮습니다.”
“10분 뒤에 안쪽 애들하고 교대해.”
“알겠……. 어?”
정문을 등지고 서 있던 가드들을 마주 본 채 점검하고 있던 실장은 갑작스러운 감탄사에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저벅, 저벅, 저벅.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다.
걷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이곳으로 매우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심지어 한두 사람이 아닌 듯하다.
방금 전까지 CCTV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숲을 통해 여기까지 온 건가.
그것도 CCTV가 없는 쪽으로만 골라서?
어떤 방식으로 들어왔든 사전에 공유받지 않은 출현이므로 보고 대상이지만, 은밀히 들어왔다면 더욱 답이 명확해졌다.
아군은 아니다.
실장은 손에 쥐고 있던 무전기를 입가로 가져갔다.
“정문 앞 미확인 인원 접근 중입니다.”
빠르게 내뱉었지만 무전기는 치직거리는 소리만 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곁에 서 있던 가드의 가슴팍에 붙어 있던 무전기를 빼앗듯 들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정문 앞 미확인 인원 접근 중입니다.”
치직, 치지직.
하지만 그 무전기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전파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
실장은 재빨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가드들에게 신호했다.
초소 안에 있던 가드들 역시 한 사람만 남고 즉시 바깥으로 뛰어나왔다.
그들은 초소 바로 앞에 방어선을 구축하듯 일렬로 서서 다가오는 이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눈을 부라렸고, 실장은 무전기를 포기하고 전화를 걸었다.
“뭐야, 씨발. 산이라서 이러는 거야?”
하지만 전화도 걸리지 않는다.
“통신사 RTT 아닌 놈 아무나 전화해서 안에 보고해. 수상한 인원 접근 중이라고.”
실장이 짜증스럽게 지시했을 때, 조명 아래 수많은 그림자가 드러났다.
“뭐야, 왜 이렇게 많아. 한둘이 아닌데?”
“다 시커메서 뭐 하는 놈들인지 모르겠네.”
가드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다들 막을 준비하고. 내가 신호하기 전에 먼저 덤비지 마. 니들 뭐 해!”
실장은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대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드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전화가 안 됩니다.”
“전화가 왜 안 돼!”
“모르겠습니다. 기지국 문제 같습니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갑자……. 경찰 특공대?”
미확인 인원 중 선두에 선 사람이 조명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자, 검은 전술 조끼에 붙어 있는 흰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미친, 무슨…….”
“특공대가 여길 왜 와.”
“경찰이 와 봤자 기껏해야 짬찌 순경이나 형사 오는 거 아니었어?”
가드들이 웅성거렸다.
“동요하지 마. 매뉴얼 기억하지? 신호할 때까지 정문 앞, 초소만 똑바로 막는다. 연장 가져 와.”
실장의 지시에 부하들이 초소 뒤편에 놓여 있던 육중한 상자를 정문 앞으로 끌고 왔다.
안에는 쇠파이프들이 들어 있었다.
그사이, 실장은 가드 몇을 데리고 경찰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마치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것처럼 평온한 낯짝으로 경찰들에게 물었다.
“허민우 경위입니다. 내부에서 불법 장기 매매를 진행한다는 첩보를 받고 왔습니다. 문 여세요. 불응 시 강제 집행합니다.”
허민우가 말했다.
그러자 내내 딱딱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실장은 마치 성격 좋은 평범한 경비 업체 직원인 것처럼 표정을 풀고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장기 매매라니요? 여긴 그냥 주택인데요.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닐까요?”
“계속 막으면 공무집행방해 및 장기 매매 범죄의 종범으로 간주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세요, 대체. 하, 영장은 있으신 거죠? 아무리 경찰이어도 영장 없이 막무가내로 이러시면 주거 침입…….”
실장은 허민우를 향해 쉬지 않고 말하는 동시에 뒷짐 지고 있던 한 손을 초소를 향해 움직이며 수신호를 보냈다.
초소에 남은 가드 한 명에게 유선 전화로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라는 뜻이었다.
“안에 있는 분, 나오세요.”
하지만 실장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진우가 초소 정면으로 난 작은 창문 앞으로 다가가 유리를 툭툭 두드렸다.
초소 안에 있던 가드는 창문을 사이에 두고 이진우와 찰나 눈을 마주쳤다.
그러더니 잽싸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유선 전화를 향해 손을 뻗었다.
쨍그랑!
이진우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경찰봉 손잡이를 짧게 쥐고 창문을 깨부쉈다.
그리고 깨진 유리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가드가 내선 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유선 전화를 낚아챘다.
유선 전화에 꽂혀 있던 전선들이 우르르 뽑혀 나오며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이 어지럽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윽!”
그사이, 특공대원 한 명이 깨진 창문 밖으로 가드의 팔을 쑥 잡아당겼다.
“움직이지 마세요. 팔 움직이면 다칩니다.”
새시에 남아 있는 깨진 유리를 향해 눈짓하며 특공대원이 딱딱하게 말했다.
초소 문을 열지 않고도 순식간에 내부 인원이 제압되었다.
창문이 조금 더 컸다면 새시를 뜯어 버리고 제압된 가드를 꺼냈겠지만, 어린아이 한 명 겨우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영장 보여 달라는데 답이 없는 걸 보면 영장이 없나 보네요. 영장 없이 이렇게 하는 거 불법인 거 아시죠? 그리고 이건 재물 손괴…….”
“마지막 권고입니다. 무전기, 휴대폰, 가지고 있는 무기 있으면 내려놓고 전원 이쪽으로 나옵니다.”
실장은 빠르게 소리쳤지만 이진우는 그 어떤 말에도 똑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실장은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경찰은 강한 확신에 차 있는 상태.
이대로 돌아가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경찰과 전면전을 벌이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상대는 특공대가 아니던가.
가드들도 어디서 몸 쓰는 것으로는 지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전원이 특수부대 근무 경험자들로 이루어진 특공대와 견줄 정도는 아니다.
부우우웅.
그때, 멀리서 엔진음이 울리는가 싶더니 버스 한 대가 정문 앞에 도착했다.
기동대 버스였다.
버스는 숲 방향으로 진로를 꺾는가 싶더니, 도로를 대각선으로 막으며 그대로 멈췄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실장은 저 버스가 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도주로 차단을 위해 도로를 막은 것이다.
“씨발…….”
이로써 정문 인력이 취해야 하는 행동은 정해졌다.
경찰의 리본 의료원 진입을 막고 내부에서 상황을 정리할 시간을 벌어 주는 일뿐이다.
오늘 근무 전에도 윗선에서는 만에 하나 경찰이 오더라도 신속하게 보고하면 돌려보낼 수 있으니 어떻게든 진입은 막으라고 했다.
“너! 전파 터지는 데 찾아서 지원 요청해!”
실장은 끄트머리에 서 있던 가드를 가리키며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는 다른 가드들에게 소리쳤다.
“막아!”
그가 소리치기가 무섭게 가드들이 상자 안에서 쇠파이프를 꺼내 쥐고 그대로 경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건 허민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치지직!
허민우는 쥐고 있던 테이저 건을 쏘았다.
그들이 호신용 조끼를 착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대퇴부를 조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극 바늘이 대퇴부에 달라붙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테이저 건의 전극 바늘은 깊게 살을 꿰뚫는다.
허벅지에도 뭔가를 차고 있거나,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는 뜻이다.
테이저 건이 무효화되었으니 이번 공격은 피해야 한다.
허민우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쇠파이프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몸을 날릴 심산으로 주변을 살폈다.
저기에 맞으면 두개골이 깨질지도 모른다.
텅!
그러나 쇠파이프가 허민우에게 닿기도 전에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주변이 잠시 어두워졌다.
“팀장님!”
이진우가 방패를 들고 허민우 위로 떨어진 쇠파이프를 막고 있었다.
“경위님, 잠시 물러서 계십시오.”
허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열에서 조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가드들이 호신 장비를 어디까지 착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큰 부담 없이 물리력 행사에 동원할 수 있는 무기는 사실상 테이저 건까지였다.
만일 경력(警力)이 일반 형사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면 권총 사용도 큰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진우의 말대로 대상자 다수가 쇠파이프를 들고 덤비는 상황이고, 테이저를 이용한 제압은 한 차례 실패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곳의 경력은 중무장한 특공대원이 대다수고 방패까지 갖추고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써만 허락되는 권총을 사용했을 때 후폭풍이 없을 리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경찰의 과잉 진압이 화두에 오르면 오늘 지원을 나온 특공대원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작전 회의 당시 총기 사용에 대해 논했을 때도 이러한 이유로 권총 사용은 다른 방법이 없을 때로 국한했다.
특공대를 믿지만, 쇠파이프를 휘둘러 대는 놈들을 테이저 건도 없이 순식간에 제압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권총을 허공에 발사한 뒤 총성으로 주의를 집중시켜 실탄을 사용할 거라고 겁을 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
총성이 너무 커서 리본 의료원 안까지 들릴 게 분명하고, 그러면 여태까지의 노력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막아! 여기서 못 막으면 좆돼! 다 끝난다고! 초소만 막지 말고 정문하고 울타리 넘어가는 것까지 다 막아!”
초소 안에는 개문 버튼이 있다.
경찰이 초소 내부로 진입하면 금세 문이 열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초소만 막을 일은 아니었다.
상대는 경찰 특공대다.
아무리 3미터가 넘는 높이의 창살로 이루어진 정문이라고 해도 방해 요소가 없다면 순식간에 넘어 버릴 것이다.
아예 산 쪽으로 빠져서 부지를 둘러싼 높은 펜스를 넘는 것도 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붙잡고 늘어져서 그들의 진입을 막아야 했다.
“악! 으윽!”
“억! 윽!”
하지만 아무리 쇠파이프를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특공대원 다수로 이루어진 경찰들을 막을 수 없었다.
방패 때문에 타격 가능 지점에 한계가 있었던 데다, 쇠파이프를 휘두를수록 순식간에 약점이 노출되어 얻어맞고 푹푹 꺾여 바닥에 꽂혔다.
어떻게든 전파가 터지는 곳을 찾아 달리던 가드 역시 재빨리 뒤를 추격한 특공대원에게 덮쳐져 그대로 기기를 놓치고 제압되었다.
“개문 버튼 찾아!”
“초소 문 열어!”
“어윽! 윽!”
“악!”
경찰은 초소 앞을 가로막고 있던 가드들을 방패로 밀치며 순식간에 초소 앞까지 도달했다.
“빠루, 빠루!”
특공대원들은 굳게 잠긴 철문을 열기 위해 쇠지렛대를 가져온 동료에게 자리를 비켜 주며, 동시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드는 가드들로부터 엄호했다.
특공대원은 잠긴 문틈으로 쇠지렛대를 끼우고 있는 힘껏 밀쳤다.
삐삐삐삐!
투둑, 툭!
특공대원이 쇠지렛대 몸통 끝을 체중을 실어 밀치자 철문 틈이 점점 벌어지며 잠금장치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쿵! 쿵! 쿵!
체중이 실릴 때마다 철문이 우그러지더니, 끝내 우지끈 소리를 내며 꺾였다.
“빼, 빼!”
특공대원들이 꺾인 문 틈새에 손을 밀어 넣고 그대로 문짝을 뜯어냈다.
“씨발, 안 꺼져?! 꺼지라고! 아윽!”
창밖에 팔이 붙잡힌 채로 제압되어 있던 직원은 책상 위에 몸을 걸치며 발을 휘적거렸다.
어떻게든 그들을 막으려는 시도였으나, 특공대원은 빠르게 그 다리를 붙잡고 반대로 꺾어 버렸다.
특공대원 한 사람이 가드의 훼방을 봉쇄하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빠르게 책상 위에 놓인 기기들을 더듬었다.
삐이이─
철컹!
그리고 그 안에서 개문 버튼을 찾아 누르자, 무거운 알림음과 함께 육중한 정문의 잠금이 풀렸다.
초소 안에서 신속하게 빠져나온 특공대원 두 명은 주변을 살폈다.
가드 전원이 전부 방패에 떠밀려 초소 벽을 따라 두 손을 머리에 붙이고 서 있었다.
“팀장님, 정문 열렸습니다.”
“정비하고 진입할 준비해.”
“예.”
“정문 경비 인력 숫자 다 맞아?”
이진우는 제압된 가드들을 빠르게 눈으로 훑으며 외부 지원조장에게 물었다.
“예. 총 20명입니다.”
“마무리 제대로 해. 알았어?”
“알겠습니다.”
“진입조, 정문으로 신속하게 진입하고, 지원조. 여기 몇 명 필요하겠어?”
“안에서 정문으로 도주할 인원까지 생각해서 두 명만 붙여 주십시오.”
지원조장의 눈짓에 두 사람이 그를 향해 뛰어왔다.
“오케이. 이 둘은 남고 나머지 진입조에 붙어.”
현재 시각 오후 10시 35분.
정문이 열리는 동안 정비를 마친 대원들이 허민우와 이진우의 뒤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리본 의료원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