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90)
너희들은 변호됐다-590화(590/641)
“변호사님, 굿애프터눈.”
필요한 것들을 마무리 지어 놓고 잠깐이라도 제대로 자자 싶어서 방으로 들어갔는데, 눈을 뜨니 오후 3시였다.
마음 같아서는 여론을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그러다가 정말 잘 때를 놓치면 좀비처럼 지내야 할 것 같아서 얼른 눈을 감았다.
괜히 하루 리듬을 망쳤다가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 곤란하다.
앞으로 방송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특검까지는 계속 달려야 하지 않은가.
“어디 가세요?”
내가 중문을 열자, 태식이 나에게 다가왔다.
“헬스장 가려고.”
“그쵸. 운동을 거르면 안 되죠.”
태식은 기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운동화를 신으며 조용한 집안을 둘러보았다.
“강 변은?”
“아직 자는 것 같은데요. 조용해요.”
보나 마나 늦게까지 여론 살펴본다고 버티다 늦게 잔 게 분명하다.
태식이 억지로 방에 밀어 넣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까지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상태로 거실 테이블에 앉아 마우스 휠을 굴리고 있었을 것이다.
[로비 층입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커뮤니티 공간으로 들어섰더니, 휴게 공간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보통 아침 이른 시간에 헬스장만 다녀가는 편이라, 오후 시간대에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우신 병원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때 내 걸음을 멈춘 것은 그들이 대화 중에 흘린 우신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그래요? 우신이래요?”
“나도 들은 얘기야. 그래도 믿을 만한 소식통이기도 하고, 공개된 조건들이 맞더라고.”
“저도 얘기 듣긴 했는데 설마설마했어요.”
“여태까지 우신에 잡음이 많긴 했지만 워낙 우량 기업이니까 금세 회복할 거라고 생각해서 우신 관련사 투자는 유지했는데, 장기 매매가 진짜면 후폭풍이 좀 크지 않을까 싶어. 정리할 타이밍을 좀 봐야겠어. 안 좋은 기억도 있고.”
“아, 형님 명화제약에 투자하셨었죠? 얼마나 하셨죠?”
“300억 정도.”
이 정도 대화를 들었다면 그냥 지나치기엔 좀 아쉽지 않은가.
나는 자연스럽게 근처 테이블로 다가가 그들을 등지고 앉았다.
“헬스장 안 가요?”
“잠깐.”
나는 마치 급한 업무가 생각난 사람처럼 휴대폰을 보는 체하며 그들의 대화를 조금 더 엿듣기로 했다.
“그때 명화제약 대표가 형님 찾아오고 그러지 않았나요.”
“그랬지. 근데 안 만났지. 우리 돈 받아서 사기 치고 300억 터트린 놈 만나서 뭐 하겠어.”
“이번에도 좀 반향이 클까요. 장기 매매했다는 그 의사들이 우신 병원 소속이 맞다면, 그 구조된 애도 천사의 집 애라는 걸 텐데.”
“그렇지. 안 그래도 천사의 집 이슈 있잖아.”
“그거 아직 종결도 안 되지 않았나요?”
“뭐, 업자가 청부살인 인정했으니까 사실상 우신이 차주한 죽이려고 벌인 짓이라는 건 확실시됐는데, 경찰이 그걸 입증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지. 아니면 그냥 그 업자만 덮어쓰고 시간 지나면 잊히는 거고.”
“안 그래도 그 일 어떻게 되려나 궁금했는데, 여기서 장기 매매까지 터지면 일이 많이 커지겠습니다.”
형님이라고 불린 남자가 혀를 쯧쯧 찼다.
“여태까지는 입 다물고 있으면 증거 부족하다는 이유로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있었지, 이거는……. 천사의 집 사건이 잊혔으면 모를까,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또 터졌잖아. 심지어 애가 6살이라며. 어린 애로 장기 매매를 시도했고, 게다가 외국인 몸에 넣어 주려고 과장급 의료진을 동원했다고 하면……. 이건 좀 큰일이라고 봐야지. 지금까지 오너 일가 자식들 때부터 쌓여 온 부정적인 이미지가 뻥!”
“……뻥?”
“터지겠지.”
“어후……. 터지면 뭐, 불매 운동 이런 거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건 당연한 거고. 근데 불매 운동이라는 게 대체재가 많을 때나 효과가 있는 거니까, 결과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네. 그런데 이거 느낌상 오너 일가 문제로 번질 것 같아서. 해외 정치인 손주한테 이식해 주는 건데, 그게 단지 의사 몇몇이 벌인 일이겠어? 건물까지 지어 놨다며. 오너 일가 지시일 게 뻔하잖아. 번듯한 건물까지 갖췄다는데.”
“오너 일가 지시라면, 그 사실이 밝혀질까요? 아랫사람들이 벌인 짓으로 끝날 것 같기도 해서요.”
아랫사람들이 벌인 일로 끝나게 둘 생각은 없지만, 그런 생각이 일반적이겠지.
사람들의 인식이 어떤지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해졌다.
“글쎄.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만, 밝혀지지 않더라도 여론은 엄청 안 좋을 거야.”
“저 도중 정밀하고 지금 투자 얘기 중인데, 이거 무를까 봐요.”
“도중 정밀? 우신 하청?”
“네.”
“거기 오너 일가 관계자가 하는 데 아닌가?”
“네. 그래서 다른 데는 망해도 여긴 안 망하겠다 싶었죠.”
“다른 하도급이면 진짜 오랫동안 묵혀서 이득 볼 생각으로 투자하는 것도 괜찮을 수 있는데, 거긴 오너 리스크 터지면 같이 문제 생길 거라 나는 투자하는 걸 추천하진 않아. 차주한이 가만 놔두겠어?”
마지막 문장을 말하면서, 형님이라는 사람이 킬킬 웃었다.
“차주한은 진짜로 전생에 우신하고 무슨 원수라도 졌나. 죽을 뻔했는데도 계속 덤비는 것도 참 신기합니다.”
놀랍게도 그의 말이 맞다.
전생에 원수를 져서 지금까지 이러고 있는 것이다.
“뭐, 그래도 이 사회에 차주한 같은 사람이 있어야지. 그래야 세상이 똑바로 돌아가지.”
“그 사람 때문에 300억이나 잃으셨는데도요?”
“그게 왜 그 사람 때문이겠어. 명화제약 지들이 제 무덤 판 거지. 나는 그 사람 높게 평가해. 사람 자체가 똑똑한 것 같던데. 투자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해. 손대는 것마다 오른다고.”
“그래요?”
“아, 그 사람 여기 사는 거 알아?”
“진짜요? 보신 적 있으세요?”
“없지. 여기는 커뮤니티 자주 이용하는 거 아니면 주민들끼리 얼굴 익힐 일이 별로 없거든. 그래도 말조심하자. 혹시 알아? 저 사람이 차주한일지.”
그가 말하는 ‘저 사람’은 혹시 나인가.
나는 태식을 흘긋 바라보았다.
그래, 태식을 나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
“이 대표 왔다는데. 슬슬 나가지.”
태식은 그들이 이곳을 떠날 때까지 몰래 눈으로 좇다가 입을 열었다.
“저 사람 미래 금융 어쩌고 김승표 부회장이에요.”
“미래 금융지주?”
“네.”
이 빌라에서 납치를 당한 이후로, 태식은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이 빌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신상을 파악했다.
전부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태식이나 상길이 오가며 마주친 적이 있으면 무조건 조사 대상이 되었다.
“김승표 확실해?”
“안 그래도 방금 명단에서 확인해 봤는데 맞아요. 검색해 보세요.”
태식의 말대로 인터넷에 검색하니 형님이라고 불리던 그 남자는 미래 금융지주의 김승표가 맞았다.
미래 금융지주는 재계 서열 30위권의 대기업에서 분리된 금융 회사로, 국내에서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성장해 이름을 알렸다.
김승표는 50대 초반의 젊은 기업인인데, 40대 초반부터 미래 금융지주 설립을 도맡아 지금의 성장세를 이뤄 냈다.
물론 나와의 인연은 없다.
아, 미래 증권에 계좌가 있어서 매년 선물을 보내 주는 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재벌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우신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건 꽤 고무적이네.”
그간 나는 소위 기득권층이라고 불리는 자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아니, 눈엣가시만도 못했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의, 가로등으로 날아가는 불나방처럼 평가되곤 했다.
그것은 내가 고상준의 아들을 한 놈 빼고 전부 교도소에 집어넣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어차피 우신이니까 금방 회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내 대형 투자사 부회장의 입에서 이번 사건은 반향이 클 거라는 말이 나왔으니, 그간 우리가 해 온 일에 확실한 성과가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왕 이렇게 멈춘 김에, 나는 장기 매매 사건의 여론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기사를 클릭해 들어가자, 과연 댓글이 많이 달려 있었다.
[dls*** : 우리나라에서 장기매매? 그것도 대형병원 의료진이 다 나서서 했다는게… 안믿기는데;; 취재 잘못한거 아닌가 말이 안되잖아요└ys1*** : 취재 잘못했다기엔 경찰 브리핑도 있었는데요… 경찰이 대놓고 조직적 범죄라고 했음
└oiy*** : 잡아오자마자 바로 수사본부 만들었다는건 예삿일이 아니라는 뜻이죠 우리나라 경찰이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이는거 첨봄]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서 장기 매매 범죄가 일어났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나도 리본 의료원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땐 기가 막혔다.
[rla*** : 진짜 무섭다ㄷㄷ 그러니까 보육원에 있는 애 장기를 외국 정치인 손주한테 넣어주려고 했다는거죠?└lee*** : 그런것같은데요… 대체 어느나라 정치인이지? 그리고 무슨 장기를 넣으려고 이렇게까지 한건지도… 공개된 게 별로 없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wpr*** : 대체 무슨 장기를 넣어주려고 한거지 간이나 신장 같은 흔한 장기는 아니었을듯 그러니까 위조 여권 쓰고 해외까지 온 것 같음
└iiq*** : 제 생각도… 근데 그러면 애는 어떻게 되는거야 죽이려고 했다는 뜻인가?ㄷㄷㄷ
pmn*** : 우리나라를 선택한 이유는 좀 궁금하네요 이런 거 유명한 나라는 따로 있지 않나?
└unk*** : 그렇긴 한데 아예 병원 모습 다 갖춘 불법 의료 시설도 있었다는 거 보면 어떤 간큰 놈이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한 것 같은데]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이다음부터였다.
[gwo*** : 느낌이 쎄하다 왠지 cownew같음└uyq*** : 저도 대형 병원하고 같은 재단 보육원이라는 말 보자마자 cownew 생각함
└71h*** : 나도임ㅋㅋ
└re1*** : cownew가 어딘지요?
└qaz*** : ㅇㅅ이요ㅋㅋ
└bun*** : 에휴 최종현 조봉준이 사람들 이상하게 물들여놨네ㅋㅋㅋ 뭐 대기업 관련 사건만 있으면 바로 우신짓이다 이러고 자빠졌네
└kim*** : 네 고상준님 어서오시고요 깜빵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이쯤 됐으면 바로 우신 의심할 때도 됐지.
최근에 천사의 집 사건도 있었으니, 대형 병원 소속 보육원 아이가 피해자였다고 하면 바로 우신이 떠오르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그러게 똑바로 살았어야지.
“변호사님, 근데 운동 안 해요?”
한창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태식이 물었다.
“갑자기 운동 안 하고 싶어졌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식은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잔소리를 시작했지만, 들을 새가 없었다.
김승표 말대로 어디선가 정보가 풀린 모양이긴 한지,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예진 : 차변아이예진 : 장기매매 진짜 우신짓이야?]
이예진부터 시작해서,
[진혜경 :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장기매매 사건 아시는거 없으세요?] [윤세연 : 아!!!! 하필 내가 일중일보에 있어서 이거 1빠 특집보도를 놓치네~~!!!!! 아이고 억울해라!!!ㅠㅠㅠㅠ]내가 아는 몇몇의 언론인,
[이모3 : 주한아3째이모야전ㅎ·ㅏ를안받네 성열이가장기매매우신짓맞냐고물ㄹ어봐달래 주식팔아야한다고]……심지어는 친척들한테까지.
내 휴대폰에 저장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온 메시지까지 포함하면 한도 끝도 없다.
아직 답장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아서 놔뒀지만, 나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조봉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송 오늘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 * *
[제목 : 오늘 8시 방송 켭니다최종현, 조봉준입니다.
오늘 8시에 방송 시작할 예정입니다.
많이들 소문내 주시고 이따 뵙겠습니다.
p.s. 오늘 진짜 재밌을 거임
justice lim : 역시….
81029178 : 이럴줄 알았다ㅋㅋㅋㅋㅋ
cownew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답 나왔네 ㅅㄱ
김상철 : 혹시나 싶어서 들어와봤더니 역시나ㅋㅋㅋㅋㅋㅋㅋㅋ
내주식종잇장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웃기네
youngsoo : 공지에 cownew 얘기는 한줄도 없는데 방송 켠다는 말 하나로 결론이 나버리는 상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