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591)
너희들은 변호됐다-591화(591/641)
[최종현·조봉준 방송 예고… 장기 매매 사건 의식?]공지를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떴다.
우리도 공지를 올리고 나면 사람들이 장기 매매 사건을 벌인 주체가 우신이라 여기겠다는 생각은 했다.
어쩌면 에둘러 말하는 기사가 조금은 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기사가 많이 날 줄은 몰랐다.
“얘들이 우리 방송 광고 다 해 주네.”
스튜디오에 모여 방송 준비를 마친 조봉준은 기사를 확인하며 낄낄 웃었다.
공지 글 조회수도 상당하고, 방송을 왜 이렇게 늦게 시작하느냐며 원성이 가득한 댓글도 많다.
오후 8시로 방송 시간을 정한 건, 퇴근 시간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6시에 바로 칼퇴근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그런데 댓글이나 조회수를 보면 그냥 6시에 시작했어도 됐을 것 같다.
“10분 남았는데 슬슬 켤게요. 두 분은 8시에 앉으셔도 되고, 마음대로 하세요.”
마지막으로 점검을 마친 김정우는 그 말과 함께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김상현 : 하ㅋㅋㅋㅋㅋ드디어 시작이다ㅋㅋㅋㅋㅋㅋ배고파요 : 지금 켠건 좋은데 10분 전임 설마 8시에 땡하면 오나?
정민욱남자 : 아 야근 중에 방송 보는 스릴ㅋㅋㅋㅋㅋㅋ 뒷자리에 부장님 있어서 작은 창으로 켬ㅋㅋㅋㅋㅋㅋ
ㅗ명화제약ㅗ : 부장님도 이 방송 보고 계신다는데요
정민욱남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orea11 : 근데 님들 오늘 방송 주제 장기매매 맞겠죠?
jongsoo lee : 타이밍상 빼박ㅋㅋㅋ]
플랫폼을 옮긴 이후, 천사의 집 일로 방송을 다시 켰을 때도 꽤나 화제가 되었지만 초반부터 시청자가 이렇게까지 몰리지는 않았다.
[Kim hyun ah : 오늘 방송 켠다고 하길래 cownew병원 외과 과장 검색해봤는데 진짜 임씨가 있었음스위스 : 서울에 잇는거요?
차주한 : ㄷㄷㄷㄷㄷㄷ진짜 cownew 맞나본데
jin semin : 근데 임씨가 특이한 성도 아닌데 다른 병원 외과 과장 중에도 임씨가 있지 않을까요ㄷㄷㄷㄷ
민우당의 눈물 : 저도 서울에 있는 주요병원 검색해봤는데 임씨인 과장이 있는 다른 병원은 과가 달랐음 외과 과장은 cownew뿐…
jin semin : 미쳤다ㄷㄷㄷㄷㄷㄷㄷ
김주호 : 친구가 우신 병원에서 일해서 물어봤는데 금시초문이라고 하던데요
ㅗ명화제약ㅗ : 님 친구 과장급임?
김주호 : 아닌디요… 걍 신입 간호사임
최종현의 가발 : 신입도 알정도로 대놓고 장기매매 했으면 진작 터졌겠지…]
심지어 그들은 최종현과 조봉준이 바로 나타나지 않자, 본인들끼리 토론의 장을 열기에 이르렀다.
흥미롭게 채팅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다 되었다.
최종현이 일어서 카메라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엄청 떨리는데.”
“형님이 웬일로 떨려요.”
강민재가 별말을 다 한다는 듯 웃자, 조봉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도 엄청 떨려. 우리가 계속 이거 하나만 보고 달렸는데, 진짜 그날이 와서 그런가.”
“잘하실 거예요.”
“뭐 실수하진 않겠지?”
“약한 소리 하지 마세요. 제일 중요한 단계까지 왔는데 그런 말씀 하시면 변호사님들도 힘 빠질 거 아니에요. 빨리 앉아요. 시간 다 됐어요.”
김정우가 냉정하게 말하자, 최종현과 조봉준은 더는 엄살 피우지 않았다.
“역시 조교 PD가 제일 무서워.”
“변호사들 생각만 해 주고 우리 생각은 안 해 주는 나쁜 놈.”
“변호사님들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김정우는 강민재가 제안한 하이파이브를 받아들였다.
“화면 잘 나오나요.”
조봉준과 최종현은 나란히 카메라 앞에 앉으며 물었다.
김정우가 오케이 사인을 보냈고, 동시에 채팅도 쏟아졌다.
[송주영 : 1분 늦었음ㅡㅡcownew : 벌로 방송 1시간 더 하셈
lmaolmao : 찬성
백열등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됐고 빨리 시작좀 해줘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아폴론신봉자 : ㄹㅇ빨리 시작좀ㅠ 궁금해죽겠어 물 마실 시간에 해ㅠ]
시청자들은 최종현과 조봉준이 대본을 정리하는 시간도, 목을 축일 시간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시청자 수가 거의 만 명에 이르러 있었다.
초반부터 이 정도라면 절정에 올랐을 무렵에는 2만 명까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분이 모이셨네요.”
“저는 우리 공지 올렸다고 기사가 많이 나서 놀랐습니다. 기사 덕분에 많이들 들어오신 것 같은데?”
[승한 표 : 저도 기사 보고 들어옴ㅋㅋㅋㅋㅋ 항상 클립만 보다가 생방 보는건 처음이네요ㅋㅋㅋㅋㅋshin sungmin : 저도 클립만 봤었음ㅋㅋㅋㅋㅋㅋㅋ
Pjooyoung : 저도요ㅋㅋㅋㅋㅋ생방 신기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방송에 처음 들어온 시청자가 많은 만큼 김정우도 할 일이 늘었다.
시청자 수가 늘었다는 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통제해야 하는 범위가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강민재를 채팅창 관리 요원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바로 방송 주제 이야기로 접어들까 하는데요. 많이들 궁금해하셨던 오늘의 방송 주제.”
조봉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정우는 화면에 자료를 띄웠다.
[미성년자 납치 및 장기 매매 미수 사건]제목이 뜨기가 무섭게, 아주 미약한 소강상태였던 채팅이 다시 날뛰었다.
[과메기먹고싶다 : 이거지!!!!!!!!!!!!!누가문을이렇게황현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ㄱㅈ
마우스 : ㅇㄱㅈ!!!
sigma : ㅇㄱㅈㅋㅋㅋㅋ
봉준아학교가자 : ㅇㄱㅈ!!
우신전자 : ㅇㄱㅈ 기다린 보람이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
cownew : 제가 했습니다
정아파파 : 너무 궁금해요
카드값줘체리 : 빨리 시작좀ㅠ
LEE : 오늘 이거보다가 자야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방송 보고 계신 분들은 사건의 개요를 대충 아실 것 같은데요. 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최종현과 조봉준은 짤막하게 경찰과 언론에서 공개한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이후 김정우가 슬라이드를 넘기자, 위성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리본 의료원의 전경이 나타났다.
“저희가 취재한 결과 어제 장기 매매를 시도했던 건물이 바로 여깁니다. 위성 사진이라서 건물 전체 모습을 볼 순 없지만, 이렇게 봐서는 그냥 어떤 부자의 화려한 저택같이 생겼죠?”
건물 전체 모습을 담은 사진은 많이 있지만, 경찰도 안 푼 사진을 우리가 풀 순 없어서 아쉽다.
건물 생김새를 보면 정말 작정했구나 싶어 더욱 기가 막힐 텐데.
심지어 도면만 봤을 때는 가정집처럼 보이는 곳이 실제로 가 보면 가정집은커녕 병원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점도 그들이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준비했는지 알려준다.
이건 나중에 수사본부에서 털어 주겠지.
“저희가 사건 취재하면서 오늘 현장에 가 봤는데, 출입 통제 상태라서 더 들어가 볼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이쪽 출입구 보이십니까. 이쪽 출입구 근처에 자주 드나드는 분들한테 여쭤보니까, 그분들은 어디 재벌 3세가 저택 지은 줄 알았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경찰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건물이 완전한 병원의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병원이 진짜로 영업을 하는 병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의료 기관으로 신고가 안 되어 있는 시설물이라고 하니까요. 실제로 건축물대장을 떼어 봐도 일반 주거시설로 나옵니다.”
우리는 이미 갖고 있던 자료지만, 오늘 방송을 위해 서류는 전부 새로 떼었다.
이런 서류는 하단에 발급 일자가 나오기 때문에, 까딱하다가는 장기 매매 사건을 경찰에 제보한 게 우리라는 사실이 탄로 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건물이나 땅 주인이 바로 장기 매매를 저지른 놈이겠죠. 자, 지금부터 이 건물과 토지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살펴보겠습니다.”
[cownew : 그건 저입니다ㅠ 제것입니다ㅠ 공개하지말아주세요ㅠ 빼박만들지말아주세요ㅠ 이미 빼박입니다ㅠhyukchan ryu : ㅋㅋㅋㅋㅋ대놓고 go up준이나 cownew 명의는 아닐듯?
우신전자 : go up준이 뭐임?
ㅗ명화제약ㅗ : go(고)up(上)준ㅎ…
고상준 : 접니다ㅋ
우신전자 : 아 우리 회장님을 내가 몰라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 리본 의료원의 등기부등본 사진이 나왔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에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이 중요하다.
“자, 이 건물 소유주는 박 아무개인데요. 누구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토지의 주인을 한번 볼까요.”
김정우가 한 번 더 클릭하자, 토지 소유주 이름 위에 붉은색 밑줄이 그어졌다.
“RND라는 법인입니다. RND. 매우 생소하죠? 하지만 저희는 생소하지 않았는데요. 왜냐. 여태까지 저희가 추적해 오던 회사거든요.”
“아, 이 등기부등본에서 RND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의 그 희열이란.”
조봉준은 허민우로부터 리본 의료원 위치의 등기부등본을 받아 보았던 그 날을 떠올린 모양이다.
감동받은 표정으로 눈을 감고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김수한무 : RND가 먼데 우리도 알려줘Edward Min : 알엔디가 머하는 회사임 처음들어
nypd : cownew 계열사 중에 저런 데가 있었나
진수옹 : 처음듣네.. 검색해도 안나옴]
잠시 채팅을 읽던 최종현이 흐흐 웃으며 소리쳤다.
“당연히 안 나오지! 페이퍼 컴퍼니니까!”
[아기다람쥐종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과메기먹고싶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코미디네
정아파파 : ㅋㅋㅋㅋㅋ
잘생긴변호사재출연시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또 페이퍼컴퍼니냐
korea11 : ㅋㅋㅋㅋㅋ페이퍼컴퍼니가 또?]
피슈웅.
최종현이 숨넘어가게 웃는 사이, 처음에 띄웠던 등기부등본은 종이학으로 접혀 어딘가로 날아가며 김빠지는 효과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문서가 팝업되었다.
김정우는 대체 언제 이런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은 거지.
분명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힘들다고 했는데.
[kim seunghyun : 종이학 효과 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삿갓삿갓 : ㅋㅋㅋㅋㅋ저거 조교PD가 만든거임?
kim hyun-ah : 깨알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몬나르고빚갚으리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교PD 개그욕심ㅋㅋㅋㅋㅋㅋ]
“자, 이게 뭐냐면요. 다 영어라서 좀 헷갈리실 것 같은데요. 이건 알파벳 O로 시작하는 어느 병원의 토지 등기부등본입니다. 일본에 있는 병원이라 영문 버전으로 뗐어요. 저희는 일본어를 못하기 때문에…….”
“혹시 또 저희가 사기 친다고 하실까 봐 덧붙이자면, 저희 사이트 가시면 개인 정보 제외한 원문 올려놨으니까 조작된 파일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시면 될 겁니다.”
그사이, 또다시 붉은 줄이 쳐졌다.
토지 소유자를 표기한 부분이었다.
“자, 여기 RND 보이시죠. 이쯤 되면 아, 이 RND라는 회사는 특이하게 병원한테만 토지를 임대하는 회사인가 보다. 이런 생각이 들겠죠. 아니면 이 RND라는 데가 의료법인인가? 싶기도 하겠고요.”
화면이 넘어가고, 이번에도 영문으로 된 문서가 한 장 팝업되었다.
“이건 RND의 법인 등기인데요. 이 회사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되었습니다. 업태는 임대업이네요.”
[룰루랄라 :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페이퍼컴퍼니 성지잖아봉준아학교가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예전 방송에서 비슷한 거 본 적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내주식종잇장 : ㄹㅇㅋㅋㅋㅋ아니ㅋㅋㅋㅋㅋ그때 그거 이름 뭐였지? K….K 뭔데…
과메기먹고싶다 : KDL컴퍼니 아님?]
역시 ‘과메기먹고싶다’다.
예전부터 방송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다.
최종현도 신기하다는 듯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야, 과메기.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걸 다 기억하지? 너 혹시 우리하고 같이 일해 볼 생각 없어? 진짜로 생각 있으면 희망 연봉 적어서 메일로 좀 보내라.”
“여러분, 과메기한테 박수 좀 주세요.”
[진라면순한맛 : ㅉㅉㅉㅉㅉㅉㅉㅉ입대D19 : ㅉㅉㅉㅉㅉ
Leesooyoung : ㅉㅉㅉㅉㅉ
ㅗ명화제약ㅗ : ㅉㅉㅉㅉㅉ과메기님 부럽다ㅋㅋㅋㅋㅋ
파송송계란탁 : ㅉㅉㅉㅉㅉㅉ
과메기먹고싶다 : 저 진짜 메일 보냅니다?]
“보내. 진짜 보내.”
“신입 채용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앞서 저희가 방송에서 다룬 KDL컴퍼니 기억하시는 분 계십니까. 이 KDL컴퍼니가 뭐였죠?”
조봉준의 말에 김정우는 오래전 방송에서 KDL컴퍼니를 다뤘을 때 사용했던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여기 보이시죠. KDL컴퍼니는 고상준 소유의 L&B라는 법인이 75%, 이정찬 전 민우당 대표가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업태는 임대업인 페이퍼 컴퍼니였습니다. 슬슬 기억나시죠?”
[상추쌈 : ㅇㅇ기억난다민우당의눈물 : 에휴 상준아 또 페이퍼컴퍼니 또 임대업이냐 레퍼토리좀 바꿔라
레몬나르고빚갚으리오 : 님 상준이라고 하면 어떡해요 up준이라고 하라고요
민우당의눈물 : 아 저는 김상준 말한 거예요 고상준이라고 안했어요ㅠ
뚝배기 : ㅋㅋㅋㅋㅋㅋgo up준은 그렇다 치고 참모진 쇄신 안하냐 레퍼토리 부족하다]
“KDL컴퍼니는 당시 우신 복지 재단에서 아프리카 남수단에 학교를 짓는다며 확보한 부지를 소유한 법인이었고요. 우신은 여기에 막대한 임대료를 냈고, 이 임대 수익은 고스란히 지분을 가진 이정찬과 L&B에 흘러 들어갔습니다. 그니까 회삿돈 빼돌리는 용도의 회사였다, 이겁니다. 이제 정리됐죠?”
다소 복잡할 수 있는 관계였기 때문에, 최종현과 조봉준은 시청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반복했다.
미리 만들어 둔 도표가 꽤 도움이 되었다.
시청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해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대다수는 정리가 된 것 같았다.
“자, 우리가 KDL컴퍼니를 갑자기 말한 이유가 있어요.”
김정우가 다시 슬라이드를 넘기자, 아까 잠시 살펴보았던 오카시마 병원이 위치한 토지의 등기부등본이 나왔다.
“이건 아까 보신 RND가 일본에 소유한 토지 등기부등본입니다. 여기 보시면 취소선이 그어진 부분들이 있어요. 이게 뭐냐면, 말소 사항입니다. 그러니까 이전 소유주라든가, 예전에 잡혀 있던 근저당이라든가, 그런 게 나와 있는 건데요. 지금은 유효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우린 여길 주목해야 해요. 이 중에 낯익은 글자가 있죠?”
이번엔 붉은 동그라미가 KDL컴퍼니라는 이름 위에 그려졌다.
“지금 RND가 일본 병원에 임대한 토지. 예전 주인 누구입니까? KDL컴퍼니예요. 그리고 중간에 이름 하나 보이죠. 대충 나까무라상이라고 합시다. 진짜 이름은 아니고, 그냥 일본 사람이니까 나까무라상. KDL컴퍼니는 나까무라상한테 잠깐 명의를 넘겼고, 한 달 만에 그걸 RND가 받았어요. 그러니까 이건 KDL컴퍼니가 RND에 토지를 넘기는 과정에서 나까무라상이 잠깐 낀 거라고 봐야 합니다. 여기 보시면 나까무라상은 딱 한 달 동안 토지를 소유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잖아요? 이렇게 큰 땅을 사자마자 한 달 만에 도로 팔아 버리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요.”
“그리고 KDL컴퍼니가 나까무라상한테 소유권을 넘긴 날짜가 언젭니까?”
이번에도 문서 위에 붉은 줄이 그어졌다.
‘나까무라상’에게 명의가 이전된 날짜였다.
“우리가 방송에서 KDL컴퍼니하고 L&B 터트리고 나서 일주일 후입니다. 대충 등기 치는 날짜까지 생각하면, 거의 바로 넘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KDL컴퍼니는 폐업 처리 되었습니다.”
[김삿갓삿갓 : 졸라 복잡하네과메기먹고싶다 : 그러게 이렇게 복잡하게 해야 돈도 삥땅칠수있나봄ㅋㅋㅋㅋㅋ
민우당의눈물 : 이런 복잡한 메커니즘을 만들어 놔서 포기하기 힘들었나보다 그래서 RND로 재탕한듯
나까무라상 : 닉네임 먹었다ㅋㅋㅋㅋ
이신영 : 그러니까 KDL=L&B=고상준=RND라는 거임?]
“신영이 말이 맞아요. 정리하면, KDL컴퍼니는 고상준의 페이퍼 컴퍼니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방송에서 KDL컴퍼니의 존재가 공개되자, 고상준은 나까무라상에게 잠깐 명의를 넘깁니다. 이유는? KDL컴퍼니를 정리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KDL컴퍼니를 터트린 고상준은 RND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세웁니다. 그리고 RND의 이름으로 다시 나까무라상한테 토지를 사 옵니다. 그리고 그 RND는 이번에 장기 매매가 일어났던 그 불법 의료 시설 토지의 주인입니다.”
“말이 길었네. 그냥 한마디로 말하죠.”
조봉준은 생수병을 열고 목을 축인 뒤에 명료하게 말했다.
“장기 매매가 일어났던 그 짜가 병원 땅이 고상준 거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일본에 있으면 못 털 줄 알았지? 조사하면 다 나와, 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