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0)
너희들은 변호됐다-60화(60/641)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는지, 담임이 조금 당황한 듯 잠시 교장을 바라보았다.
“어……. 진철 어머니, 제가 종례시간에 반 아이들에게 그때 상황을 물어봤고, 아이들은 진철이가 장난치다가 실내화가 날아가서 잡으려다 떨어졌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전달드린 거예요.”
[진실]교사의 머리 위에 떠오른 글자였다.
나는 잠자코 그들을 지켜보았다.
“실내화는 다시 사면 되는 거고, 진철이가 그걸 잡겠다고 창문으로 달려가다가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가까스로 감정을 다스리고 있던 모친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진철 어머님……. 조금만 진정하시고,”
“어떻게 진정해요.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 때문에 우리 애가 그 높은 데서 떨어졌다는데! 만일 머리부터 떨어졌다면 진철이가, 우리 애가……. 흑흑.”
모친이 눈물을 보이자, 그들도 어쩔 줄 모르는 듯 우왕좌왕했다.
나는 모친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진철의 모친은 한동안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고, 결국 내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제가 대신 몇 가지만 여쭤겠습니다. 아무래도, 말씀하시기 힘들 것 같아서요.”
여전히 눈물을 그치지 못한 진철의 모친을 바라보던 담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진철이가 그런 일로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철이가 그날 일에 대해서 다르게 말하고 있나요?”
교사가 몹시 놀란 듯 물었다.
그것이 정말로 그날의 진실을 알지 못해서 묻는 것인지, 혹은 알고 있지만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확인하기 위해 묻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선생님. 아이들에게 단순히 그날의 상황을 묻는 것으로 조사를 끝냈다는 것이 저희는 무척 놀랍습니다.”
“…….”
“정말 장난치다가 떨어졌는지, 누군가 진철이를 밀었는지, 혹은 진철이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는지……. 그 많은 가능성을 배제한 조사라고 여겨집니다.”
내 말에 담임은 표정을 굳혔다.
“저, 그 말씀은 저희 반에서 왕따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 진철이가 왕따를 당했고, 저희 반 아이들이 일부러 진철이를 창문에서 떨어지게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혹시, 진철이가 왕따를 당했다는 말을 했었나요?”
“짚이는 데가 있으십니까.”
“아뇨, 저로서는 완전히 처음 듣는 이야기라…….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거짓]담임은 몹시 단호하게 말했지만, 이 능력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진철이 왕따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사를 그 정도에서 그친 것은 분명히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조사 방법이 잘못됐다고 하는 데도, 끝까지 뻔뻔하게 굴 작정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을 거란 확신도 없으시잖습니까.”
“…….”
“저희가 학교 측에 많은 것을 바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교장 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아이들이 말한 대로 진철이가 실내화를 잡으러 달려가다가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갑자기 자신에게 질문이 들어오자, 교장은 난처한 듯 헛기침을 했다.
“왜 대답을 못 하세요! 교장 선생님, 진철이 삼촌 말이 틀렸나요? 만약에 이대로 넘어갔는데, 진철이가 정말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면요! 사고가 벌어졌는데도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 가해자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은 학교를……. 어떤 부모가 믿고 애를 맡겨요!”
울음을 그치며 상황을 지켜보던 진철의 모친이 소리쳤다.
장명고는 학폭위를 열어 가해자를 처벌하려 했던 학생을 이미 한 번 외면한 적이 있다.
아마 그들의 머릿속에는 그때의 사건이 오버랩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학폭위를 열려 하면 그때처럼 은페하면 된다고 생각할 터.
“어머님, 저희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한 건 저희의 실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조사를 좀 더 진행해 보겠습니다. 아이들한테 무기명으로 그날의 일을 적어 내라고 하겠습니다. 말씀대로 왕따가 일어나고 있었다면, 거기에서 밝혀질 겁니다. 그 사고를 본 학생이나 교원이 있는지도 더 확인해보겠습니다.”
교장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사실 학교가 할 수 있는 조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설령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그 종이에 혁민의 이름이 적혀 돌아오더라도, 학교는 못 본 체할 것이다.
하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나와 진철의 모친은 대화를 마치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모친은 차에 타자마자 다시 눈물을 쏟았다.
“어떻게, 선생이라는 작자들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어흐흑, 진철이가, 담임한테 혁민이랑 틀어져서 힘들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저렇게…….”
왕따를 당하고 있느냐는 담임의 질문에, 나는 짚이는 데가 있냐고 물었다.
담임은 당연히 진철이 혁민과 틀어져 힘들다고 했던 것을 떠올려야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했다간 당연히 혁민에게 초점이 몰릴 테니 그럴 수 없었을 터.
“진철 어머님, 담임이 조사하고 연락하면 바로 저에게 연락 주십시오.”
“네, 그럴게요.”
“교과 과정 따라갈 수 있게 유인물 전달해 주겠다고 했으니, 진철이 병실로 와 달라고 하십시오. 그럼 제가 병실로 가서, 자연스럽게 담임과 만나겠습니다.”
“담임한테 더 물어볼 게 있으세요? 지금 저렇게 뻔뻔하게 잡아떼고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어차피 그날 교사가 할 말은 정해져 있다.
사실을 적은 아이가 있어도, 없어도, 무조건 없다고 할 테니까.
하지만 나는 거기서 능력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것으로 진철의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학생이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 * *
“아, 씨발 이제 거기 안 뚫리더라.”
“누가 찔렀나 보네. 그 슈퍼 할배는 교복 입고 사러 가도 그냥 줘서 좋았는데. 앞으로 어디서 뚫냐.”
방과 후의 동네 골목, 혁민과 그 무리 네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태식으로부터 중요한 임무를 배정받은 상길은 그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담길 수 있도록 슬쩍 녹음기를 코너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상길은 장명고 교문 앞을 어슬렁거리다가, 혁민의 무리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이곳까지 따라왔다.
다행히도, 아직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 6반에 편의점 알바한다는 애 있지 않았냐? 그 반 애들은 걔한테 담배 사다 달라고 하던데.”
“아, 걔? 나 개랑 작년에 같은 반이었는데.”
“그럼 걔한테 부탁해 보자.”
“근데 얘기 안 한 지 오래돼서, 해줄지 모르겠다.”
“3,500원 주고 사다 달라고 하면, 천 원 이득이니까 해 줄걸?”
잠자코 담배를 피우던 혁민이 한마디 보태자, 아이들이 킥킥 웃었다.
“오오오~ 혁민~ 부잔데~”
“걔한테 부탁하고, 니네 것도 내가 돈 더 줄게. 내일 가서 부탁해 봐.”
“오오~ 혁민~”
상길은 혀를 찼다.
아직 호적에 잉크도 안 마른 것들이 담배 운운하는 꼴이라니.
그러는 상길 자신도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웠지만, 과거는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은 같은 반 친구를 왕따시키지는 않았다!
학교에 가지 않았으니, 왕따를 시킬 수도 없지 않은가!
“근데 벌써 기말고사 얼마 안 남았네. 시간 존나 빨리 간다, 진짜.”
“오늘부터 내신대비반 열린댔지?”
“어. 아, 씨발 시험 안 보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담배를 뻑뻑 피우며 내신 걱정을 하다니.
이런 아이러니한 풍경도 흔치 않을 것이다.
“야, 너희 아버지한테 중간 기말 좀 없애 달라고 해 봐.”
무리 중 한 명이 혁민을 향해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그러자 혁민이 담배를 벽에 비벼끄며 대답했다.
“미친, 우리 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없애.”
“왜, 교육감이시잖아. 그럼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흐흐.”
상길은 그 말에 품에서 수첩을 꺼냈다.
형님이 알아 오라고 한 것 중 한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이혁민 새끼 아빠 직업 : 교유깜.]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어 내린 뒤, 상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교유깜이 뭐지. 그런 직업도 있나.’
혹시 잘못 들은 건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골목 안쪽에서 혁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가자.”
그들이 담배를 끄고 골목을 나오려고 하자, 상길은 재빨리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들이 조금 멀어지자, 그제야 천천히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대로변으로 나온 혁민의 무리는, 택시를 잡아탔다.
‘어린 것들이 택시도 타고. 팔자 좋네, 젠장.’
상길은 재빨리 뒤에 오는 택시를 잡아 타고, 앞에 가는 택시를 따라가 달라고 말했다.
얼마 후, 택시가 멈췄다.
상길은 택시비를 내며 다급히 내렸다.
‘형님한테 활동비 미리 받아 놓을 걸.’
지갑에 오천 원밖에 없어서 간당간당할 뻔했다.
상길은 재빨리 혁민의 무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했다.
상진 종합 학원.
이 땅값 비싼 동네 한복판에 한 건물을 통째로 쓰는 대형 학원이었다.
통창 너머로 혁민의 무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상길은, 주변을 살피며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데스크에서 전화를 받던 직원이 상길을 바라보았다.
“네?”
“혹시 여기 이혁민이 다니는 학원 맞습니까?”
“아, 네……. 그런데 누구시죠?”
직원이 다소 두려운 듯이 상길을 올려다보았다.
양복 차림이기는 하지만, 넥타이는 없다.
셔츠 단추도 하나 풀려 있다.
나름 단정하게 보이려고 노력한 것 같지만, 빡빡 민 머리와 얼굴에 남은 흉터는 공포감을 조성할 뿐이었다.
“아, 저 장명고 다니는 학생 형인데. 학원을 좀 보내려고 하거든요.”
그런데도 직원의 경계 어린 눈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상길은 잠시 고민하다, 조금 더 말을 보탰다.
“저는 이 모양으로 살지만, 제 동생은 좀 공부 잘했으면 해서……. 뜨흑, 흐흑.”
“아, 아! 그러시군요. 아이고, 그러셨구나…….”
상길을 경계하던 직원이 미안함을 느꼈는지, 팔로 얼굴을 가린 상길에게 휴지를 건넸다.
상길은 휴지에 코를 팽 푼 뒤에,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기네 학교에 혁민이라는 애가 공부를 제일 잘한다고 해서, 혁민이가 다니는 학원에 보내 달라고 하더라고요 하, 제 동생이 우리 집 희망인데…….”
“아, 네……. 장명고 2학년 이혁민 학생이라면, 저희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학원만 다녔는데도 계속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있어요. 동생분도 저희 학원 다니시면, 분명 좋은 성적 거두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상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설명 종이 같은 거 있으면 하나 주십쇼.”
“아, 저희 커리큘럼이 궁금하시군요. 여기, 팸플릿 있습니다.”
“아유, 감사합니다. 제가 무식해서 볼 줄은 모르고, 집에 가서 동생 보여 주고 나중에 같이 상담 오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직원이 상냥하게 건넨 팸플릿을 가슴에 품고, 상길은 학원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수첩을 꺼내 글씨를 적었다.
[이혁민 개새끼가 다니는 학원 : 상진 종합 학원. (여기만 다닌다 함)]그 뒤로, 상길은 학원 입구가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 죽치고 기다렸다.
이미 학원에 다른 출입구가 없다는 것은 확인했으니, 놈들은 독 안에 든 쥐였다.
기다리는 몇 시간이 너무나도 심심한 나머지, 핸드폰에 다운받아 둔 붕어빵 타이쿤을 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 내었다.
그리고 밤 열 시가 되자, 학생들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했다.
“언제 나와, 이 새끼.”
평소에 비타민을 잘 챙겨 먹어서일까.
동체 시력이 나쁘지 않았다.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중에서, 택시를 잡으러 가는 혁민의 무리를 발견한 상길은 재빠르게 뒤를 쫓았다.
“아씨, 또 택시를 타고 지랄이네.”
T머니 카드에 잔액이 좀 있으니, 그걸로 결제하면 될 것이다.
혁민의 무리를 태운 택시는 어느덧 으리으리한 고급 저택 앞에 멈추었다.
골목 어귀에서 택시를 멈춘 뒤, 상길은 슬쩍 내려 그들을 살폈다.
그들이 초인종을 누르는 사이, 재빨리 전봇대 뒤에 몸을 숨겼다.
“존나 배고프다. 아줌마한테 떡볶이 해 달라 할까?”
혁민은 시시덕거리며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못된 놈의 새끼. 좋은 집 사네. 여긴 얼마야?’
혁민의 무리가 완전히 종적을 감추자, 상길은 대문 주변으로 조용히 다가가 번지 안내판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전봇대 뒤에 숨어 있기를 한 시간 째.
‘엉?’
모범 택시 한 대가 매끄럽게 저택 앞에 섰다.
거기서 내린 남자 역시 자연스럽게 저택 초인종을 눌렀다.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인데.
상길은 눈에 힘을 주며 그 남자가 저택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흠, 저 집 큰아들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빠졌을 무렵, 그는 문득 자신이 아까 전에 학원에서 받아 온 팸플릿을 떠올렸다.
재빨리 팸플릿을 펼치자, 안쪽 면에 그 남자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그 학원 강사네?’
[상진 학원 강사 : 이혁민 형? 매형? 삼촌? 아빠? 아 아빠는 교유깜이었지…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