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02)
너희들은 변호됐다-602화(602/641)
타살이라는 단어가 확정적으로 나오자, 시청자들의 채팅도 함께 쏟아지기 시작했다.
[민우당의눈물 : 어릴때긴 한데 옆집에 가스 샌 적 있었음 근데 엄마가 그 냄새를 맡고 경비실에 말해서 사고 막은 적 있음김삿갓삿갓 : 진짜 미친놈들이네 차라리 차변호사처럼 납치해서 공구리치려고 했으면 모를까 가스 폭발은 좀;;; 다른 사람들도 사는 건물인데 크게 사고 났으면 어쩌려고?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피해 입힐 생각이었나
Leesooyoung : 지금 기사 보니까 거기가 직장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사고 시각에 근처 빌라들이 비어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피해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ㅋㅋㅋ 노린거같음
진라면순한맛 : 하긴 덤프트럭으로 밀려고 하거나 그런 식이면 차변호사 죽이려다가 자수한 청부업자 같은 사람 하나 섭외해야 하는데 가스 폭발이면 증거만 잘 지우면 금방 덮을 수 있으니까ㅇㅇ 누구 끈질긴 사람이 물고 늘어지는 것만 아니면ㅇㅇ]
우신의 짓일 거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은 많아 보였지만, 아니나 다를까 예의 ‘영어 닉’들이 등장했다.
[slapq : 녹음본을 들으면 어쨋든 ㅇㅎㅇ이랑 실장이란 사람은 장기매매하는 놈들 맞고 가스 폭발로 죽은 사람 끼워넣으려다가 까인 것도 알겠음 도청도 알겠음 근데 아무리 그래도 가스 폭발까지 그 사람들 짓이라고 몰고 가는건 존나ㅋㅋㅋㅋ1091818 : 그럴싸한 거 갖다 붙이면 바로 선동되는 게 이나라 국민성임ㅉㅉ
김범찬 : ㅋㅋㅋㅋㅋㅇㅎㅇ이 장기매매도 하려고 했겠다 마침 가스 폭발로 죽은 의사도 ㅇㅎㅇ한테 포섭될 뻔했겠다 엮기 딱 좋으니까 엮는거지 뭐
석정래 : 가스 폭발에 수상한 정황 있는 건 알겠는데 뭣도 없으면서 너무 몰아가는거 아닌지…ㅋㅋㅋ]
‘영어 닉’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불리다 보니 본인들이 수상해 보인다는 걸 알아챈 게 아닐까 싶다.
새롭게 숫자 닉들이 등장하기도 했고.
뭐, 그들이 우신을 신봉하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반박부터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녹음된 대화를 들으면 기조실장이라는 사람, 이상하지 않습니까? 도청했다는 걸 알리는 건 좋죠. 근데 그럼 그 알린 이유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네 사생활이 담긴 파일을 갖고 있으니 너의 약점을 잡은 거다. 어디 가서 장기 매매 이야기가 들려오면 네가 퍼트린 줄 알겠다. 뭐 이런 거라든지.”
“이런 협박을 안 할 거라면 도청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서 좋을 게 뭡니까? 사람이라면 당연히 최 씨처럼 바로 집으로 달려가서 도청기 다 떼려고 할 텐데. 그럼 더는 도청을 못 하잖아요. 그리고 경찰에 신고해 버리면 어쩌려고 협박 멘트도 없이 바로 집으로 보내 주겠어요? 말하는 거 보면 얼른 집에 가 보라고 종용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레몬나르고빚갚으리오 : 이 파일까지 듣고도 ㅇㅎㅇ 쉴드치는 놈들은 뭐냐ㅋㅋㅋㅋㅋㅋ 가스폭발 사고가 ㅇㅎㅇ하고 기조실장 짓이든 아니든 이 정황만 보면 충분히 조사 받아야 할 것 같은데?shin jongho : ㄹㅇ
과메기먹고싶다 : 정리하자면 이거잖음
과메기먹고싶다 : ㅇㅎㅇ은 장기매매 미수범으로 이미 잡혔고 기조실장도 연관되어 있다는 게 이미 알려졌음 (기조실장 차 타고 불법 의료시설로 이동했음)
과메기먹고싶다 : 거기에 더해서 ㅇㅎㅇ하고 기조실장이 ㅇㅅ병원 의사한테 장기매매 같이 하자고 그 불법 의료시설에서 수술 지시함
과메기먹고싶다 : 근데 ㅇㅅ병원 의사가 거절했고 기조실장하고 ㅇㅎㅇ이 설득했는데도 안 넘어감
과메기먹고싶다 : 그러고 다음날 기조실장이 ㅇㅅ병원 의사 불러서 뜬금없이 너네 집 도청 중이라고 말하면서 들은 내용 풀었음 그러면서 은근히 집에 가 보라고 함
과메기먹고싶다 : ㅇㅅ병원 의사는 바로 택시 잡아서 집으로 달림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혹은 9분 후) 가스 폭발 사고가 남
과메기먹고싶다 : 이 상황이면 경찰은 무조건 ㅇㅎㅇ하고 기조실장 수사해야댐ㅋㅋㅋㅋㅋ 애먼 사람 잡는것처럼 떠드는 새끼들 뭐냐]
“정리 좋고. 과메기 너 왜 아직도 희망 연봉 안 보냈어?”
조봉준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채팅을 읽으며 말했다.
그들은 얼마 전 회의에서 진심으로 어느 정도 우신 건이 정리되면 과메기에게 상품권이라도 보내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 이건 라스트팡입니다.”
최종현의 말과 함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저희가 예전에 모 보육원 건 때문에 당시 보육원에 교육 봉사 나갔던 동아리에 대해 말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아기다람쥐종현 : 하.. 보육원 얘기 나오니까 또 가슴이 답답해지네kwak jinki : 보육원 얘기는 왜 또..?
sangwoo park : 이 타이밍에 보육원 얘기? 또 뭔짓했냐]
잊을 만하면 자꾸 천사의 집이 언급되니 시청자들도 이제 ‘모 보육원’이라는 말만 꺼내면 몸서리를 쳤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저희가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그게 뭐냐면, 임 씨는 최 씨를 미성의 불법 의료 시설로 데려가서 장기 적출을 지시했잖습니까. 최 씨는 장기 적출을 당할 뻔했던 그 사람이 뇌사자가 아닌 미성년자라고 했습니다. 미성년자? 뭔가 느낌이 오지 않나요?”
[ㅗ명화제약ㅗ : 악 ㅅㅂ 제발 미친놈들아카드값줘체리 : ㅡㅡ하 나 진짜 역겨워서 토할 것 같음
송수로 : 아니라고 해줘
chris park : …..;;;;;]
김정우는 화면에 이미지 파일을 하나 띄웠다.
세로 열에는 사람 이름, 가로 열에는 날짜가 적힌 문서였다.
간헐적으로 빗금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그중 4월 8일에 해당하는 가로 열과 유종은이라는 이름이 적힌 세로 열이 만나는 부분에 빗금이 그려져 있었다.
물론 이름에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이게 뭐냐면, 동아리 학생들이 모 보육원에 봉사 나갈 때 사용했던 출석부입니다. 혹시나 싶어 부탁을 드렸더니 역시나더라고요. 4월 8일 보이시죠? 이날이 무슨 날이냐. 임 씨가 최 씨에게 미성의 불법 의료 시설에서 수술을 지시한 날입니다.”
[아폴론신봉자 : 할말이 없네…봉준아학교가자 : ㅋㅋㅋ진짜 어디까지 가는거임
세아맘 : ㅡㅡ미쳤네요
sigma : 말도안된다 정말]
최종현은 출석부 이미지를 확대했다.
그러자 출석부 끝 비고란에 적힌 글자가 보였다.
“여기 보이시죠. 땡땡땡, 병결. 이 학생이 아파서 봉사 동아리가 진행하는 수업에 못 나왔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이 학생은 그 이후로는 쭉 출석을 했어요. 다시 돌아왔다는 뜻이죠.”
조봉준은 잠시 채팅창을 확인했다.
기다리는 반응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 학생의 결석과 수술 지시가 무슨 상관이냐는 채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미 기다리던 바였기 때문에, 그들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 말이 맞아요. 진짜 아파서, 우연히 겹쳐서 그런 걸 수도 있지. 그래서 저희가 하나 더 준비해 봤습니다.”
슬라이드를 넘기자, 음성 파일 하나가 나왔다.
“4월 8일에 결석한 학생과 같은 보육원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날 정말 이 학생이 아팠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참고로 동아리 봉사자와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고, 봉사 동아리를 통해 학생의 의사를 확인한 뒤 녹음한 음성임을 알려 드립니다.”
최종현은 거리낌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삐- 학생하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요?─네. 당연하죠.]
학생의 변조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일전에 우리가 엄성윤에게 접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유경이라는 학생이다.
얼마 전 성윤이 친구들과 만나고 싶다고 하기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예약해 주었는데, 그 자리에 유경도 나왔다.
성윤과 정민의 사건이 공개되고 나서 학생들 일부는 천사의 집에서 나와 청소년 쉼터나 다른 시설로 일찌감치 이동했다.
최유경도 그중 한 명이었기에 성윤을 만나는 데 큰 부담은 없었다고.
그래서 우리는 마침 잘됐다 싶어 은근슬쩍 유종은에 대해 물었다.
방송에서 함께 다루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자 유경은 유종은과 함께 천사의 집에서 나와 같은 쉼터에서 지내고 있으니 아무거나 물어보라며 협조해 주었다.
천사의 집이 화두에 오른 만큼 불안했을 텐데 고마운 일이었다.
[─삐- 학생이 4월 8일에 아팠잖아요. 기억나요?─4월 8일이요? 잠깐만요. 4월 8일이 무슨 날이지. 아, 아아. 이 날?
─네.
─혹시 그거 때문에 물어 보시는 건가?
─뭐가요?
─그날 좀 이상하긴 했거든요. 피자 파티한 날이라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그날 삐- 언니는 전혀 아프지 않았어요.
─안 아팠다고요?
─네. 그런데 원장이 삐- 언니를 부르더라고요. 근데 그 뒤로 삐- 언니가 계속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쌤들한테 물어봤죠.
─그랬더니요?
─삐- 언니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는 거예요. 연락도 안 받길래 진짜 멀쩡했는데 왜 그러지? 싶었어요. 그러다가 다음 날 다시 왔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아팠냐고 물어봤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심하게 아플 수가 있나 싶어서요.]
이 이야기를 하던 당시 유경은 유종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랬더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저만 알고 있으라면서 말해 줬는데. 안 아팠대요.─안 아팠다고요?
─네. 근데 원장이 그 언니가 무슨 항체가 부족하다고 했었나? 그런 말을 했대요. 그래서 아플 수가 있다고. 얼마 전에 저희가 단체 검진을 했었거든요. 그 검사에서 그렇게 나와서 삐- 언니하고 몇 명이 접종을 더 해야 한다고 했대요.
─그래서요?
─그래서 삐- 언니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런가 보다 하고 주사를 맞았대요. 그랬더니 너무 졸리더라는 거예요.
─졸렸다고요?
─네. 그래서 잠들었는데, 눈을 뜨고 나니까 다음 날이 되어 있었대요. 눈 뜬 데는 병원이고요.
─무슨 병원이요?
─그냥 삐- 병원 응급실이요.]
여기서 삐- 병원은 우신 병원이다.
그러자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ㅗ명화제약ㅗ : 이거 어디서 많이 들은 레퍼토리죠?우신전자 : 장기매매 피해자될 뻔했던 박양도 안 아픈데 아프다면서 주사 맞혀서 재운다음에 병원으로 싣고 갔잖아 시발
잘생긴변호사재출연시켜.. : 와… 그래도 이 학생은 나이가 있어서 그렇게 대놓고 구라는 안 쳤나 보네ㅋㅋㅋ 안속을거 아니까
봉준아학교가자 : 제정신이 아닌 듯]
2009년 신종 플루 유행 당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가끔 과민 반응을 보여 응급실로 실려 간 경우가 있었다.
아마도 원장은 이때를 생각하며 그런 핑계를 댔던 것 같다.
─원장은 그 항체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서 삐- 언니가 기절한 거라고 했대요.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한 거죠. 근데 원장이 다른 애들한테는 그냥 아팠다고 하라고, 추가 접종 해야 하는 애들이 무서워서 안 맞으려고 할 수도 있다고 그랬대요. 그러면서 용돈을 줬대요.
─용돈? 얼마나요?
─10만 원이요.]
10만 원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hyukchan ryu : 꼴랑 10만원으로 애 입을 막으려고 해?Edward Min : 진짜 악질이네ㅡㅡ
진수옹 : 이것도 수사해야할듯 원장 가뜩이나 수사중 아님?
아기다람쥐종현 : 장기매매 하수인이네]
시청자들이 채팅을 치는 동안 어느덧 녹음 파일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중에 그 마약 사건 있고 나서는, 삐- 언니도 농담 삼아서 자기도 뭐 이상한 데 끌려갔었던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고요.─혹시 그런 말을 한 이유가 있어요?
─그냥 잠결에 무슨 얘기를 들었던 것 같대요. 근데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뭔가 무서웠던 감정만 남아 있다고요. 뭐,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고요. 근데 이번에 장기 매매 그거……. 그 뉴스 보고 나서는 좀 무서워졌어요. 아니겠죠? 삐- 언니도 설마 그거겠냐고 하던데…….]
“여러분. 이 녹음 파일을 들은 분들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 겁니다. 저희도 그렇거든요. 하필이면 날짜가 겹치고, 박 양과 같은 수법으로 이 학생도 주사를 맞고 잠들었습니다. 과연 이건 뭘 뜻하는 걸까요? 이 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취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희 선에서는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경찰 수사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무려 광수대에 수사 본부까지 꾸렸으니 꼼꼼하게 수사해 주시겠죠?”
최종현은 긴말은 하지 않겠다는 듯 화면 가득 띄워져 있던 창들을 하나씩 지워 나갔다.
“하, 아무튼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오늘 내용 정리하겠습니다.”
슬라이드는 마지막 페이지로 넘어갔다.
오늘 방송에서 다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둔 것이었다.
“자, 장기 매매가 일어났던 불법 의료 시설에서 검거된 외과 과장 임 씨. 이 사람은 일본 국적의 재일교포고요. 일본 이름으로는 흉부외과 전문의로, 한국 이름으로는 외과 전문의로 살았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수상한 게 더 많은데, 이건 확실히 조사가 끝나면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요.”
최종현이 한 번 클릭할 때마다 넘버링된 문장들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임 씨는 가스 폭발 사고로 사망한 후배 의사 최 씨에게 장기 매매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며, 불법 의료 시설로 데려가서 뇌사자가 아닌 미성년자의 장기를 적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미성년자는 아마도 임 씨가 소속된 병원과 같은 재단의 모 보육원의 아이로 추정되고요. 어쨌든 최 씨가 이를 거절하자, 같은 병원 기획조정실장 오 씨와 함께 최 씨를 압박했죠. 그러다 최 씨가 끝내 거절하자, 최 씨에게 집을 도청하고 있었다는 걸 밝혔습니다. 그리고 최 씨가 도청 장치를 확인하기 위해 집에 가자마자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렇게 정리된 걸 보니 기가 막혔다.
이 모든 상황을 조사하던 우리도 차근차근 알게 되었음에도 번번이 충격적이었는데, 한꺼번에 이야기를 듣는 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저희는 이 사건의 중심이 된 모 재단의 입장과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