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10)
너희들은 변호됐다-610화(610/641)
김수찬과 공원호가 첫 조사를 받은 날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그들은 준비해 둔 자료를 하나씩 경찰에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계열사 관계자들을 어떻게 매수했는지 털어놓았다.
천사의 집 관계자들, 오준홍과 임현일 역시 꽉 다물고 있던 입을 열고 김수찬과 공원호와 동일한 내용의 진술을 했다.
그 흐름은 생각보다 작위적이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거나, 우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김수찬과 공원호가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느낄 정도였다.
[‘전략실·비서팀’ 총수의 그림자, 진정한 실세지난 8월 발생한 장기 매매 수사가 크나큰 전환 국면을 맞이했다.
모 인터넷 탐사 매체에서는 여러 자료를 공개하며 장기 매매를 벌인 주체가 우신 그룹 총수인 고상준 회장과 그 장남인 고윤수 우신 전자 사장이며, 그들이 지위를 이용하여 계열사 관계자들을 조직적 장기 매매에 끌어들였다는 보도를 이어 왔다. 해당 매체의 보도에는 언제나 그럴싸하게 뒷받침할 만한 증거(로 보이는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은 고상준 회장과 고윤수 사장이 장기 매매의 배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다 지난 6일, 고상준 회장의 수행비서이자 전략실 비서팀장인 김수찬 상무, 그리고 고윤수 우신 전자 사장의 수행비서인 공원호 이사가 자수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김수찬 상무와 공원호 이사는 장기 매매 모의에 사용된 대포폰은 물론, 대가 지급에 이용되었던 해외 계좌를 경찰에 제출했다.
그들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미디어에서 흔히 그려지는 재벌 총수의 비서의 모습은 실제와 큰 괴리가 있어 보인다. 막대한 기업 자금을 빼돌리는 것에 어려움이 없다.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크기 때문이다. 굵직한 계열사 임원들도 그들에게는 ‘찍’ 소리도 하지 못한다…]
짤막한 기사들도 있었지만, 대단히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꾸며 대며 은근히 고상준의 메시지를 전하는 기사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동안 포털 사이트 뉴스 탭의 인기 기사 순위가 고상준과 고윤수를 비판하는 기사로 가득했던 것에 반해, 이제는 ‘그림자’, ‘숨은 실세’로 불리던 비서팀장들의 호가호위가 얼마나 추한지 말하는 기사들로 메워졌다.
고상준은 김수찬과 공원호를 악의 축으로 만들어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자살 테러나 다름없는 행동을 벌인 충신들에게 너무하지 않은가?
물론 최종현과 조봉준의 방송을 시시껄렁한 음모론이나 설파하는 삼류 방송으로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918 : 진정한 악의 축은 고상준이 아니라 그림자들이었네ㄷㄷㄷ***rat : 최종현•조봉준•이•두•자식덜이•문제•••낭중지추에는•음해하려는•세력들이•붙기•마련이라지만•••아무리•배가•아파도•그러치•장기매매•의심이라니••!!대한민국•수출역군들에게•감사하진•못할망정••ㅉ
***ppb : 고상준 나쁜짓한것도 많지만 공과 과는 분리해서 봐야 하는 법임. 아무리 그래도 설마 일본 총리한테 우리나라 애 장기를 갖다바치려고 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 부화뇌동하는 건 정말 큰 문제다.
***ewz : 흥미본위의 언론들이 국민 다 망친다 처음엔 나도 최종현하고 조봉준 방송이 재미있어서 들락날락거렸었는데 갈수록 증거같지도 않은 증거들을 자꾸 빼박 증거라고 하는거 보고 안보기 시작했다
***k81 : 괜히 억울한 사람 생길 뻔했네요.. 우신 복지 재단 입장 발표하고 얼마나 조롱 많았나요..;
***770 : 고상준 고윤수도 불쌍하네요 수행비서였다면 많이 믿었을 거고 속내도 많이 내비쳤을 텐데 이렇게 뒤통수나 맞고]
댓글 알바와 진짜 시민을 구별하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감은 온다.
김수찬과 공원호가 자수하던 첫날에는 알바 비중이 높았는데, 이제는 고상준과 고윤수의 무고를 믿어 주는 사람들이 꽤 많이 생겨난 것 같다.
“이야, 진짜 구라 환상적이네.”
“김수찬하고 공원호가 진짜 충신이다. 이 욕을 대신 다 먹어 주는 걸 보면.”
“대가로 뭐 받기로 했을까요?”
최종현과 조봉준이 루머나 뿌려대는 협잡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 둘은 딱히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우신이 역공을 펼치느라 고군분투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 얼마 받으면 이 범죄 다 뒤집어쓰고 옥살이까지 할 수 있냐?”
“100억? 아, 근데 잠깐만. 민재야, 이거 형량 얼마나 나올까?”
“글쎄요. 구형은 무기로 할 수 있어요. 무려 미성년자 납치해서 장기 매매하려고 한 건데.”
“실형은? 실형은 무기로 안 나오지 않을까?”
“지금 단계에선 그렇겠죠. 성매매 건은 공개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럼 모범수나 가석방 이런 거 감안해서 얼마 정도 예상해야 하나.”
“그건 분위기를 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리 못해도 장기로 10년 이상 썩을 것 같은데. 장기 매매 때문에 특별 사면은 꿈도 못 꿀 것 같고요.”
강민재의 말에 조봉준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그럼 대충 15년이라고 치고. 저 아저씨들이 50대니까, 나오면 거의 70이잖아. 어차피 지금도 돈 많을 거 아니야. 70 돼서 100억 더 만지려고 이 짓을 한다고? 절대 안 하지. 1,000억도 안 할 것 같다.”
“나도 안 해.”
최종현이 킬킬 웃었다.
“아, 근데 진짜 노력이 가상하네. 지들 대화 녹취 나올 거라고는 저얼대 생각을 안 하는구나.”
“안 하겠지. 요정에서 금속 탐지기까지 써서 도청 방지했고, 내용 남는 연락들은 자제하거나 다 처리해 놨는데. 그러니까 저렇게 구라를 대놓고 치면서 쇼하겠지.”
김수찬과 공원호는 일주일 내내 자신들이 범인일 수밖에 없는 가짜 증거와 진술들을 뽑아내고 있었다.
물론 아직 감추는 게 있는 것 같은 느낌도 흘렸다.
아직 오노데라 시즈카와 어떻게 닿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일본과 관련된 사안은 아직 합의가 안 되어서 말을 아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녹취는 이번 주까지 더 지켜보고 언제 깔지 정하자. 구라 증거 쌓일수록 괘씸죄 추가되니까.”
지이잉.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나는 전화를 받으러 테라스로 나갔다.
발신자는 김미자였다.
“차주한입니다.”
─변호사님, 오늘 연락 받았어요. 부모님하고 작은 오빠 가족 서울로 올라갔다고.
도청 음성을 공개할 때가 가까워 오면서, 무평에서 지내는 김미자의 가족들을 서울에서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평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미자의 작은오빠가 잠시 휴직을 하거나, 전출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 전출이 가능한 시기는 아니라서, 결국 휴직을 결정했다.
“네. 저희 직원들이 이사 도와드리고 잘 지내시는지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계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네, 잘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녀는 가족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것에 큰 부담을 갖고 있었다.
가뜩이나 그녀의 부모는 자신의 부주의로 자식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말하면 그녀의 부모는 죄책감이 짓눌릴 게 뻔했다.
─성매매 이야기를 꺼낼 때가 걱정되긴 하지만, 일단은……. 이 정도부터 시작해 볼게요.
김미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살아 온 세월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다만, 우신에 대한 폭로를 할 예정이라고만 알렸다.
가족들 역시 그녀의 남편이 일본 국회의원이라는 것도, 우신이 일본 총리에게 불법 장기 이식을 해 주려다가 발각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충은 이해한 것 같았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제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저희 가족 잘 부탁드릴게요. 번번이 신세만 지네요.
“아닙니다. 아, 혹시 오다 사토시 쪽에서 연락이 오진 않았습니까? 메일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연락이 왔을 것 같은데요.”
그녀의 가족을 지키고 있는 직원들은 아직까지 수상한 접근이 목격된 적은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그게 김미자가 의심받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미자가 일본을 떠난 직후 장기 매매가 발각되었고, 그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오다 사토시 측의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상황 속에서 연락마저 되지 않으니 오다 사토시는 학교에 김미자의 출장지를 물어봤을 게 뻔하다.
당연히 출장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는 대답이 돌아왔겠지.
그러면 천치가 아닌 이상 기밀을 누설한 게 김미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만 김미자가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듯했다.
김미자의 가족들과 백금도에서 만난 이웃에게도 비밀을 유지해 달라고 말해 두었는데, 아직까지는 잘 지켜진 듯하다.
─메일이 왔을 것도 같네요. 그런데 IP가 남을 수도 있다고 해서 기자님이 학교 계정 이메일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안 들어갔죠.
“다행입니다.”
─네. 앞으로도 안 들어갈 생각이에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지금쯤 벌벌 떨고 있을 텐데, 상상만 해도 재미있네요. 그 맛에 살아요, 요즘.
김미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도 나와 비슷한 취미가 있는 것 같다.
* * *
“들어가 보셔도 됩니다.”
청와대 경호원이 내 몸에서 금속 탐지기를 거두며 공터에 세워진 의전 차량을 가리켰다.
내가 뒷좌석 문 앞에 서자 경호원이 문을 열어 주었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네.”
차 안에 앉아 있던 이세화가 나를 발견하고 씨익 웃었다.
“차 변은 내가 별로 안 반가운가 봐요.”
“반갑습니다.”
“안 그런 것 같은데.”
내가 옆자리에 앉자, 이세화가 입을 열었다.
“김수찬하고 공원호가 자수한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 차 변 쪽 움직임이 없어서 얘기 좀 들어 볼까 싶어서 불렀어요. 오늘 마침 근처에서 공식 일정이 있었거든요. 밥 먹자고 하면 싫어할 거잖아?”
이세화는 이번 수사를 전폭적으로 밀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김수찬과 공원호가 자수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으니 전처럼 잠자코 기다리기만 할 순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음성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건 아니죠?”
“아닙니다. 우신이 어디까지 하나 싶어서 이번 주까지 지켜볼 생각이었습니다. 어차피 도청 파일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밑 작업도 해야 하고요.”
처음 도청을 시작할 땐, 이 파일 자체를 증거로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그들의 작당 모의를 파악해서 위험 요소를 줄여 보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너무 엄청난 이야기들이 나오는 바람에 도청 파일을 증거로 써야 하는 상황이 왔다.
도청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이다.
불법으로 규정된 수많은 행위 중에는 위법성 조각 사유를 두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도청은 없다.
물론 통신비밀보호법은 형법총칙에 따라야 하기에 정당행위로 인정받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2012년 현 시점에선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지극히 드문 사례이고, 현실적으로 무조건 불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심지어는 증거로 활용하지 않고 단순히 공개하기만 하더라도 고발 대상이다.
따라서 적당한 조치가 필요하다.
“차 변이 있지도 않은 패로 나를 속인 적이 있다 보니, 또 속을까 봐 무서워서 체크하게 되네.”
이정찬을 민우당에서 배제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패로 블러핑해서 이세화를 움직인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이세화는 거짓말쟁이가 되었고.
하지만 덕분에 이세화가 5년이나 이르게 이 의전 차량에 타고 있는 것 아닌가.
“도청 파일을 합법적인 증거로 만들지 않으면 김미자 씨한테도 큰 부담이 되잖아요. 솔직히 김미자 씨가 처한 상황 때문인지 자꾸 신경이 쓰여서.”
“문제없습니다. 우신이 계속 거짓말하면서 자기 무덤 팔 때까지 기다린 건데, 이제 뽑을 만큼 뽑은 것 같습니다. 조만간 결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요. 고생이 많네요. 아, 최 기자하고 조봉준 씨한테 방송 잘 보고 있다고 전해 주고요. 역시 재밌더라.”
“알겠습니다. 아, 대통령님.”
“응?”
“청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이세화가 웃음을 터트렸다.
대박집에서 허민우를 만났을 때 그가 했던 말이 이 순간 떠오르지만 않았더라도 굳이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차 변 이제 보니 정치하면 안 되겠네. 청탁을 너무 좋아해. 들어나 보죠. 뭔데요?”
“수사본부의 수사 권한은 장기 매매 사건에 국한되어 있다 보니 페이퍼 컴퍼니 조사에 한계가 있습니다. 장기 매매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RND까지가 수사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음, 무슨 말인지 알아요. 요컨대 RND가 KDL컴퍼니의 후신이라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더라도 L&B하고 KDL컴퍼니 수사를 수사본부에서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이잖아요.”
“맞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있나. 도청 공개하고 나면 바로 특검법 발의할 거고, 곧 특검팀에서 같이 수사하게 될 텐데. 그래서 안 끊기게 쭉 이어 가려면 차 변이 얼른 도청 파일을 공개해야 하는 겁니다.”
“여당 의원들이 특검법을 발의하더라도 법사위에서 시간이 오래 끌리지 않겠습니까. 특검팀 발족 전까지 수사 공백을 막으려면 수사본부의 권한을 넓히는 게 낫다는 판단입니다.”
이정찬 전 대표의 뇌물 수수가 확실하기에 특검법의 수사 대상을 단지 우신 그룹 내부인에 국한할 수 없다.
여당에도, 야당에도 찔리는 사람들은 있지 않겠는가.
특검법 발의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세부 조항을 두고 지난한 시간을 보낼 공산이 컸다.
“그쪽은 나한테 맡기고. 수사 공백 없게 할 겁니다.”
[진실]그러나 이세화는 자신 있는 모양이다.
이미 여당의 당론은 어느 정도 정리된 게 아닐까 싶다.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요.”
짧은 대화가 끝난 뒤, 이세화의 차량이 청와대로 떠났다.
나는 내 차로 향하면서 키리하라 사치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렇게 자신하는데 나도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기자님, 이제 슬슬 음성 풀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세탁기 돌리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