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14)
너희들은 변호됐다-614화(614/641)
[고윤수, 오노데라 총리에게 무릎 꿇고 고개 조아려 “장기 매매 미뤄 사죄”] [충격적인 우신 장기 매매… 성공 위해 청부 살인 시도] [고상준, 日 총리와 직접 만나 장기 매매 논의한 정황 포착돼] [오노데라 日 총리 “조선 반도인, 사죄할 땐 무릎 꿇어라”] [우신 주요 계열사 사이트 항의로 전산 마비] [고상준·고윤수, 대국민 사과하나?] [우신, “추가 입장 발표 예정 없다”] [최종현·조봉준, 유튜브 실시간 시청자 국내 최고 기록 경신] [고상준·고윤수 피의자 전환] [차주한 변호사 청부 살인 배후, 日 총리와 고상준] [차주한 살해 실패하자 청부 업자도 살해 시도해 ‘충격’] [차주한 변호사 살해 실패한 日 총리, 뒤처리는 고윤수가?]대한민국이 뒤집어졌다는 상투적인 표현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사람이 모이는 모든 곳에서 우신 이야기를 했다.
방송 이튿날 오후에는 고상준과 고윤수가 피의자로 전환되었다.
[수사본부, 고상준·고윤수 父子 소환] [고상준·고윤수 경찰 소환 4일 뒤로 잡혀] [우신 사옥 고상준·고윤수 집무실로 압수수색 영장 발부] [법원, 우신 복지 재단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우신 총수 일가의 수난] [“우신 제품 못 쓴다” 고가 컴퓨터 박살 내는 사람들] [우신 자동차 중고 매물 쏟아져]그다음 날, 여러 인권 단체에서 성명문을 발표했고, 우신 사옥 앞에서 입장 발표를 촉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도 슬슬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나흘째 되는 날,
[오늘 오후 5시 오노데라 사퇴 발표한다네요]키리하라 기자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 * *
일본 총리 관저.
응접실에 코바야시를 포함한 여당 의원들과 오노데라가 마주 앉아 있다.
“총리님. 그러게 제가 진작 사퇴하시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코바야시가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경민회 의원들과 보좌관들마저 오노데라에게 사퇴를 권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입장 한번 내지 않고 총리 관저 내부에서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며 버텼다.
물론 오노데라 시즈카가 장기 매매 혐의로 붙잡힌 상황에서 사퇴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사퇴에도 종류가 있다.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사퇴, 그리고 재기할 수 없는 사퇴.
당연히 오노데라가 원하는 건 전자였다.
그래서 ‘딸의 단독 범행이고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주장하며 불쌍한 척을 해도 되는지 분위기를 보고 있었다.
한국에서 김수찬과 공원호의 자수를 믿는 분위기가 되면, 고상준과 고윤수도 피의자가 되는 일은 없을 것 아닌가.
그러면 오노데라 마사오 본인도 안전할 터였다.
게다가 보도 직후에는 ‘오노데라 시즈카 때문에 봉변당한 총리가 불쌍하다’는 여론도 꽤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오랫동안 자숙하고 나면 다시 총리가 되는 건 힘들더라도 재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녹음 파일이 터지기 전에 사퇴하셨다면 이런 상황도 안 나왔을 겁니다. 이제 여당 지지율까지 뚝 떨어졌는데…….”
그러나 며칠 전 김미자가 폭로한 음성 파일로 인해 더는 사퇴를 미룰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오노데라는 은둔을 끝내고 여당 내 다른 파벌의 거두들을 만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녹음 파일. 증거 능력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의원 한 사람이 물었다.
“도청입니다.”
“도청이라니요? 오다 토미코 씨가 그걸 도청했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오노데라의 말에 코바야시가 한숨을 쉬었다.
묘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오다 의원이 그렇게 말하던가요?”
“네. 오다 토미코가 지금 미국으로 도망친 상태긴 하지만, 고발 조치할 겁니다.”
“총리님, 그 말을 믿으십니까? 진심으로요?”
코바야시의 말에 오노데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뜻입니까?”
“역시 소문은 당사자가 가장 늦게 안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닌가 봅니다.”
연이어 다른 의원이 중얼거렸다.
오노데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오다 토미코가 그 파일을 제보하기 한참 전부터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오다 사토시가 총리님한테 버려질 걸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카드가 있다고요.”
“그게 무슨…….”
“오다 토미코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그 소문을 아는 사람들은, 특히 야당에서는 오다 의원이 갖고 있다는 그 카드가 뭔지 알아내려고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오다 의원과 자리를 마련하려는 경쟁까지 붙었답니다. 술을 잔뜩 먹여서 취하게 한 다음에 실수로 키워드라도 흘리게 하려고 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의원들이 연이어 말하자, 오노데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문이 와전된 것 같습니다. 하, 이렇게 된 마당이니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그런 대화 내용이 들어 있는데, 오다 사토시가 미쳤다고 그걸 녹음합니까. 유출되는 순간 본인도 끝나는데.”
“총리님. 까놓고 말해서, 따님이 한국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 들렸을 때요. 오다 의원한테 뒤집어씌울 생각 안 하셨습니까? 오다 의원 방패 삼아서 폭격 피해야겠다는 생각 안 하셨어요?”
코바야시의 물음에 오노데라는 입을 다물었다.
“저도 아는 걸 오다 의원이 몰랐겠습니까? 그런 날이 오면 혼자는 못 죽는다는 생각으로 녹음했겠죠.”
김미자가 방송에 등장했을 때, 오노데라는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 녹음 파일에 대해 뭐라고 설명했는지 들은 후에는 코바야시와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설마 싶었다.
오다 사토시는 결단코 아니라며 펄쩍 뛰었고, 고상준 쪽에서도 그 변호사의 수작질일 거라는 의견이었다.
“그게 정말 도청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총리님, 오다 의원은 당연히 곤란해지기 싫으니 녹음 안 했다고 하겠죠. 그 말을 믿어 주시면 안 됩니다.”
“…….”
따지고 보면 김미자는 도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고상한 척 교수 놀음을 하고 있지만, 일자무식에 가깝다.
그럴 깜냥도, 용기도 없다.
요정 관리를 맡고 있다고는 해도, 술이나 음식, 접대하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게 고작 아닌가.
무엇보다 요정에 출입할 때마다 가드들은 탐지기를 이용해서 전자 기기 반입을 막았다.
그뿐만 아니라 혹시 모를 도청에 대비한다며 방 안까지 전부 체크했다.
하지만 운영 주체에 가까운 오다 사토시는 그런 절차에서 자유로웠을 수도 있다.
실제로 오노데라는 한 번도 오다 사토시가 그런 검사를 받는 걸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김미자가 오다 사토시 몰래 그곳을 도청하려면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기계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녀가 대체 무슨 수로 구한단 말인가.
또, 김미자가 인터뷰에서 밝힌 파일의 출처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경찰이 서버 기록만 뒤져 봐도 금세 파악할 수 있는 정보다.
역시 오다 사토시, 그 개자식이…….
“설마 총리님, 그 녹음 파일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믿으셔서 사퇴 회견 때 책임을 회피하실 작정이십니까?”
코바야시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미 그걸 들은 사람은 많습니다. 증거 능력이 사라지면 들은 사람의 기억도 사라집니까? 고상준과 고윤수가 피의자로 전환됐습니다. 총리님은 이제 재기를 생각하실 때가 아닙니다. 말년을 댁에서 보낼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합니다.”
그 기자 놈들은 파일이 더 남았다고 했지만, 그날 공개된 대화 외에 대부분은 고상준이나 관계자와 직접 통화했다.
이건 유출될 일이 없다.
그러니 수사가 시작되면 대화 짜깁기나 조작으로 밀어붙여 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정말 오다 사토시가 녹음한 게 맞다면?
오노데라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걸 제3자에게 유출한 책임을 묻게 하는 것뿐이었다.
“총리님. 더는 당에 누를 끼치지 말아 주십시오. 다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물러나 주십시오. 재기를 생각하신다고 해도 그렇게 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
“지금도 우신과 소통 중이시라면, 이제 차단하십시오. 믿을 사람들이 못 됩니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총리님 뒤에 숨으려고 한 거 아닙니까. 그 녹음 파일 폭로가 없었다면 비서들만 다치고 고상준은 멀쩡했을 겁니다. 하지만 총리님이 사퇴해야 하는 것엔 변함이 없고요. 그건 총리님만 다 잃는 결과 아닙니까?”
“차라리 고상준이 총리님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했다고 하시죠. 손자를 낫게 해 주고 싶은 할아버지의 마음을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다음 총선 때 정권 교체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코바야시가 힘주어 말했다.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후 5시, 총리 관저에서 오노데라 마사오가 사퇴 입장을 밝히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사건 보도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날이었다.
“……아픈 손자를 낫게 해 주고 싶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손자 걱정에 이용당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국민께서 보내주신 신뢰를 저버렸습니다.”
키리하라는 키보드에서 손을 내렸다.
예상 범위 내의 변명만 가득한 입장이다.
영양가도 없는 말들을 손 아프게 받아적을 필요는 없다.
“……이에 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총리대신직에서 사퇴하겠습니다. 국민께 면목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오노데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고는 단상 옆으로 걸음을 옮긴 뒤 대뜸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의 정수리 위로 플래시가 터졌다.
사실 이번 사태는 오노데라 혼자 무릎을 꿇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나라 망신에 반인륜적인 행태를 보인 오노데라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은 이미 90% 가까이 되었고, 여당 또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도 6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
바닥에 이마를 대고 납작 엎드린 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오노데라는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그는 벌게진 얼굴로 사죄드린다는 말을 반복하다 연단을 떠났다.
당연히 질문은 받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키리하라 역시 오노데라가 사라지자 더는 볼 일 없다는 듯 기자들 사이를 헤치고 관저를 나왔다.
그리고 차에 오르며 코바야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원님, 접니다. 키리하라. 전화를 엄청 많이 하셨더라고요.”
─기자님. 오다 토미코 씨 어디 있는지 아시는 거 없습니까? 지나가듯이 들은 얘기도 없어요?
전화를 받기가 무섭게 코바야시가 다다다 질문을 쏟아부었다.
“정말 모른다니까요. 저도 계속 알아보고 있어요. 그런데, 오노데라는 정말로 오다 의원이 녹음해 놓은 거 몰랐다고 하던가요?”
키리하라의 물음에 코바야시가 한숨을 쉬었다.
─뭐, 그렇죠. 오다 사토시가 아주 격렬하게 도청이라고 주장했답니다. 그래도 말이 안 통하진 않았습니다. 저나 다른 의원들이 들은 이야기를 해 주니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더군요. 그러니까 사퇴 발표 때도 고상준 탓으로 돌린 거 아니겠습니까. 한심합니다. 그렇게 눈치가 없으니 이렇게 되죠. 남들 다 아는 얘기를 본인은 이제서야 알다니…….
그는 혀를 쯧쯧 찼다.
키리하라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녀가 기자들과 정계 인사들을 있는 대로 쑤시고 다니며 소문을 낸 건 사실이지만, 그 소문이 퍼지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코바야시였다.
코바야시에게 오다 사토시가 준비해 놓은 카드가 있다는 말을 꺼내자, 그는 군침을 흘리며 알려 달라고 성화였다.
키리하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며 주변에 물어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의원님이 잘 모르는 걸 알면 말 안 하려고 할 수도 있으니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씀해 보세요’라고 조언했더니, 그가 단정적으로 떠들고 다녔다.
게다가 소문이라는 건 발원지를 찾기 힘들지 않은가.
몇 바퀴 돌고 나면 살이 붙어서 원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하고.
물론 키리하라 사치코가 잔뼈 굵은 정치통인 데다, 없는 말을 지어낼 사람은 아니라는 믿음 덕분에 확산 속도가 더 빨랐던 것도 사실이다.
─오다 토미코 씨 어디 있는지 알게 되면 저한테 가장 먼저 알려 줘야 합니다.
“물론이죠. 이대로 오노데라만 사퇴하고 끝나면 안 되잖아요. 약한 개도 같이 정계를 떠나야죠. 그러려면 오다 토미코 씨가 필요하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합시다.
키리하라는 전화를 끊고 조수석에 휴대폰을 던져 버렸다.
이쯤 되면 세탁기 잘 돌린 것 같은데.
성능이 아주 좋았다.
“차 변호사 위험한 사람이네. 거물 정치인들을 다 장기말로 만들어 버리고.”
절대 적으로 두면 안 될 사람이다.
“내 편이라 다행이다.”
* * *
“변호사님, 전화 오는데요.”
테라스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상길이 충전기에 꽂아 두었던 내 휴대폰을 가져왔다.
“저장 안 된 번호인데.”
며칠 전 나에게 살인 청부 업자를 보낸 게 오노데라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한동안 조용하던 휴대폰에 다시 불이 났었다.
하지만 일절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어제부터는 다시 조용해진 상태였다.
쌓인 문자 내용으로 보아서는 대개 인터뷰 요청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 사이에만 걸려 왔던 걸 봐서는 더더욱.
그런데 지금은 저녁 8시다.
중요한 전화일지도 모르겠다.
“차주한입니다.”
─하.
전화를 받자마자 나지막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음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 것 같았다.
발신자가 누구인지.
─고윤수입니다.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