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27)
너희들은 변호됐다-627화(627/641)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 후보 3인 추천은 우리가 당초에 계획했던 대로 변협에서 맡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추천 권한을 부여받은 변협은 각 지방 변호사회를 포함한 변호사 단체에 적임자를 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아무리 변협의 소관이라고는 해도, 여론이 강력하게 원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후보에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전 국민이 수사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강력하게 감시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간 특별검사들이 특검이 끝난 후 수사 대상과 긴밀한 관계가 되는 상황을 여러 번 겪었던 탓인지, 여론 역시 자신들이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특별검사가 되기를 바랐다.
따라서 국민이 장소를 불문하고 누가 적임자인지 논의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권재록이 괜찮지 않나 경력도 길고 예전에 우신 분식회계 수사 때 강경하게 수사했었고└ㄴㄴ권재록 지금 장부에 올라간 놈들하고 엄청 친함 예전에 찍힌 사진도 돌아다님 보통 친한게 아님
이수한도 괜찮아보이는데
└이수한은 조건이 안됨 선거 출마한 적 있어서
└이수한이 선거 출마도 했었음?ㄷㄷ
└ㅇㅇ광탈ㅋㅋㅋㅋㅋ
솔직히 저는 답이 나온 것 같은데요. 차주한 말고 없어요. 오노데라가 지속적으로 고상준이 차주한 졸라 무서워한다고 여러번 언급했고..
└너무 어림
└뭔 차주한이요ㅋㅋㅋㅋ 새파랗게 어린 놈이 특검팀을 어떻게 지휘할건데 파견검사들부터 짬이 어마어마할텐데
└좀 젊긴 한데 기수로 따지면 경력 길던데 29기임 올해 입소자가 43기고
└29기 유명인 중에 봉기석 변호사(이혼 상담 프로그램 나오는 아저씨/봉변으로 알려진 사람) 있음 짬은 꽤 되는 기수긴 해
└아니 봉변이랑 차주한이 같은 기수라고?ㅋㅋㅋㅋㅋ 비주얼은 삼촌 조카 같은데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는데 삼촌 조카 너무한거 아니냐 봉변한테 사과해라
장부에 적힌 놈들이 정관계에 넓게 분포돼 있어서 짬 찬 변호사들 중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 아무리 갖다대도 안심이 안됨ㅋㅋ
└우신이 전방위로 존나 똥뿌리고 다녀서 거르기도 힘들다
└괜찮은 놈 찾아도 결격 사유에 하나씩 걸림… 그리고 찜찜한 점이 하나씩 있음
└지금까지 말 나온 사람들 중에 찜찜한 점 하나도 없는 거 차주한뿐임 (나이 빼고)
└나이 왜 뺌 은근 중요함
└봐주기 수사 할 수도 있는 사람 vs 젊은 사람 해보셈 닥후ㅋㅋㅋㅋ
이세화가 차주한 영입하려고 공들였다는 거 꽤 알려진 사실 아님? 정치색 때문에 공정 수사 위배 ㅇㅇ
└이건 뭔 개소리냐 입당을 안 했잖아 결국에 차주한이 이세화 깠잖음ㅋㅋㅋ
└입당을 안했을 뿐 그쪽이랑 정치색이 가깝다는 뜻 아님? 같은 로펌 강민재도 강관웅 손자잖아
└이새끼 순진하네 대한민국 사람이면 특히 법조인이면 정치색 없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듦 니 주변에서 정치색 아예 없는 사람 본 적 있음? ㅋㅋㅋ
└누가 맡더라도 개인적인 정치색은 있을 수밖에 없음 그니까 결격 사유도 당적을 가진 사람으로 제한한거ㅇㅇ
└강민재랑 같이 일하면 무조건 여당 지지임? 그럼 너네 회사에 민우당 지지하는 직장 동료 없음? 있으면 너도 무조건 민우당 지지겠네?ㅋㅋㅋ 논리력 무슨 일이냐ㅋㅋㅋ
차주한은 우신이 조지려고 기를 쓰고 온갖 지랄을 다했는데 아득바득 살아남은데다가 고상준한테 공포감까지 심어준 사람임. 젊다는 게 단 하나의 문제라면 맡길만하지 않나요? 이세화도 젊은 인사 좋아하고.. 민정수석부터가 40대 초반인데요ㅎ
└차주한한테 결격 사유가 왜 없음? 본인이 피해자잖아ㅋㅋ 피해자가 수사하는 거 공정 수사라고 할 수 있나? 나라면 기를 쓰고 조지려고 애쓸 것 같은데
└잘 모르나본데 판사가 피해자면 제척 사유 되는 거 맞습니다. 근데 검사는 해당사항 없음.
└왜 안됨요?
└설명하자면 긴데 모든 검사는 한몸으로 봅니다. 상명하복 질서가 빡센 이유임. 실무에서는 사건 재배당 정도로 넘어가지만 법적으로는 제척 사유가 안 됩니다. 이미 관련 판례도 나와 있어요. 무엇보다 특검법 수사 범위에는 덤프트럭 살인 청부 사건이 없음. 이미 사실 관계가 다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주한 변호사가 특검이 되더라도 수사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에요.]
“어때요?”
강민재가 건넨 휴대폰으로 웹사이트 댓글을 읽던 나는, 기대감이 가득한 그의 눈빛을 받으며 되물었다.
“뭐가 어떻냐는 거야.”
“마지막 댓글이요. 알아듣기 쉽게 설명 잘한 것 같은데. 검사동일체 원칙. 이 정도면 사람들도 이걸로 딴지 못 걸겠죠?”
“이 댓글 강 변이 쓴 거지?”
나는 댓글 내용을 다시 한번 훑으며 물었다.
그러자 강민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어떻게 아셨어요?!”
“옆에 수정 버튼 있어.”
“아……. 근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수상할 정도로 관련 지식이 많은 사람 같지 않아? 그리고 모두가 차주한이라고만 하는데 강 변 혼자 차주한 변호사라고 하는데.”
“그냥 법조인 중에 변호사님을 지지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아, 아니면 법대생.”
[└존나 잘아네 검사임?└조용히 차주한을 지지하는 검사인가봄ㅋㅋㅋ
└검사들한테 지지받는거 보면 차주환이 적임자긴 한가보다ㅋㅋㅋ 상명하복 질서에 물든 놈들이 새파랗게 어린 놈인데 인정해 준다는 거잖아
└차주환ㄴ 차주한ㅇ]
그사이 강민재의 댓글에 답댓글이 달렸다.
강민재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휴대폰 화면을 끄고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큰소리쳤다.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갔잖아요! 변호사님이 검사들한테도 지지받는다잖아요!”
강민재가 본인 아닌 척 나를 옹호하는 댓글을 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삼스럽게 나무랄 것도 아니라, 나는 그를 외면하며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금까지 봤을 때 변호사님이 특별검사로 적합하다는 말이 되게 많아요.”
강민재는 유튜브에 들어가 영상을 뒤지더니, 재떨이를 받침 삼아 휴대폰을 세워 놓고 재생시켰다.
“이게 뭔데?”
“봉 선배 인터뷰 올라온 유튜브요.”
봉 선배라면, 아까 댓글에서 언급되던 봉변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 변호사인가.
나와 연수원 동기인 건 알지만,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Q. 특별검사 임명 때문에 요즘 핫한데 혹시 아세요?)그거 모르면 간첩이죠.
(Q. 그중에 제일 핫한 분이 누구신지도 아시겠네요?)
아, 알죠. 이거 봐라. PD님이 갑자기 왜 만나자고 했는지 딱 알겠네. 차주한 변호사님 때문이죠?
(Q. 연수원 동기시잖아요. 전에 변호사님이 지나가듯이 차주한 변호사님하고 동기였다고 했던 게 요즘 엄청 화제예요!)
아, 별로 안 친한데 차주한 변호사님이 이거 보고 기분 나빠하면 어떡하죠? 그냥 유명한 사람 슬쩍 언급해 본 거였는데.
(Q. 그래도요. 차주한 변호사님이 아무래도 젊은 법조인이고, 이 정도 나이대의 법조인이 특별검사로 임명된 사례가 없다 보니까 후보로 언급되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말이 있어요.)
음, 일단 전제를 깔고 가겠습니다. 저는 차주한 변호사님이랑 안 친해요. 그래도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냥 제 의견이나 그런 걸 다 떠나서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자면……. 일을 맡기면 엄청 잘하시긴 할 겁니다.
(Q.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일단 모의재판에서 차주한 변호사님한테 KO 안 당한 사람이 없어요. 물론 특별검사가 보통은 재판까지 하진 않지만, 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분명히 피고인들은 엄청난 법조 경력을 가진 대선배들을 변호인으로 선임할 텐데,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되네요.
(Q. 오오. 또 다른 이유는요?)
또, 차주한 변호사님이 몇 년 전에 세무조사 받은 거 아시죠? 사람이라는 게 털면 무조건 먼지가 나게 돼 있잖아요. 그런데 먼지가 안 나왔다는 게 참 놀랍더라고요. 수입이 많다 보니 비용 처리를 하면 절세가 되잖아요. 아니, 이건 또 절세라고 하기도 애매하지. 그냥 당연한 거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안 하고 그냥 번 대로 다 세금 내더라고요. 비용 처리했다면 몇분의 1로 줄었을 텐데도.
(Q. 물욕이 없는 걸까요?)
글쎄요. 근데 물욕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리고 물욕 전혀 없으면 로펌을 차리진 않았겠죠? 하지만 소위 얍삽이를 안 쓰려고 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Q. 그렇군요. 하긴 세금이 또 되게 아깝게 느껴지긴 하니까요.)
또 차주한 변호사님이 검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여 준 퍼포먼스도 상당히 좋았고요. 솔직히 전무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은. 근데 이건 모두가 인정할 거예요. 차주한 변호사님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실력으로는 못 깝니다.]
영상 내내 얼굴을 보고 있지만 특별한 기억이 없고, 나에게 모의재판에서 KO를 당했다는데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봉 변호사가 나에 대해 좋은 말을 해 주는 건 알겠지만, 듣고 있으려니 낯 간지러워서 괴롭다.
나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강민재를 향해 물었다.
“이걸 왜 보여 주는 거야?”
“아, 더 보세요.”
강민재의 강요에 따라 나는 다시 영상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아, 그리고 또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Q. 그게 뭐죠?)
아니, 일단 잘생겼잖아요. 어떤 나라 가면 연예인 할 사람이 밭매고 있다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연예인 할 사람이 변호사 하고 있는 거지. 이게 바로 국격 상승 아닙니까? 외신도 주목하는 사건인데. 하하하. 농담입니다. 이상하게 편집하시면 안 돼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걸 들려주기 위해 강민재가 굳이 싫다는 나에게 영상을 끝까지 보게 했다는 게 기가 막혔다.
“변호사님은 왜 인터뷰 안 하십니까?”
강민재는 뉴스 클립 영상들을 확인하며 물었다.
“여기 보시면, 네티즌들한테 자주 언급되는 사람들은 인터뷰도 했어요. 특별검사 맡겨 주면 진짜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으로.”
그러잖아도 내 이름이 상당히 자주 거론되는 상황이라 인터뷰 요청이 전방위로 쇄도하고 있었다.
나는 최종현과 조봉준에게 배운 스킬을 활용하여,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꿔 놓고 그들의 접근을 방어했다.
“안 그래도 젊어서 걱정이라는 말이 많은데, 굳이 들뜬 것처럼 보일 만한 일은 안 하는 게 좋지. 신중해 보이는 게 좋잖아.”
“변호사님은 실제로 신중하잖습니까.”
“그러니까. 실제로 신중한데 인터뷰 요청 받아서 ‘맡겨 주시면 열심히 할 겁니다’라고 하는 건 안 신중해 보일 수 있다는 거지.”
“그건 그렇네요. 어쨌든 여론이 우호적이라 참 다행이에요. 나이 저항도 뭐, 대통령님이 워낙 젊은 인사를 단행하셨으니 다른 때보다는 덜할 거예요.”
이전 삶에서 우신 특검이 열렸던 건 2018년이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40대 중반이었다.
나는 그 당시 검사였기 때문에 특별검사가 될 수 없었지만, 변호사의 신분이었다면 조금 젊다는 말은 들어도 나이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을 듣진 않았을 정도다.
그런데 내 당초 예상보다 이번 삶은 한참이나 이르게 특검을 시작하게 되었고, 나는 특별검사가 되기엔 너무 젊은 나이가 되어 버렸다.
내 기분만 생각하면, 내 나이는 이전 삶의 10년과 이번 삶의 4년이 넘는 시간을 합해 이제 쉰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내가 새파랗게 어린놈 소리를 듣게 되다니.
* * *
대통령이 변협에 특별검사 후보 추천을 요청한 지 일주일 뒤.
변협에서는 세 명의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했다.
권학민, 승현준, 차주한.
나와 함께 추천된 다른 두 명의 후보는 당연하게도 나에게는 대선배였다.
나는 나이에 비해 사법시험에 상당히 일찍 합격한 사례라, 기수는 10, 11기 차이지만, 나이 차를 고려하면 15, 14세 차이가 났다.
그들 모두 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았고, 이번 사건의 관계인들과 대학 동문이거나, 연수원 기수가 같거나, 같은 곳에서 근무한 경험을 제외하면 두드러지는 친분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조계 현실이 그렇듯, 대학 동문과 연수원 기수가 겹치는 걸 피해 갈 방법은 없다.
나 역시 그들 중 대다수와 대학 동문이었으니까.
그나마 다른 점은 경력 차이가 있어 사건 관계자들과는 딱히 접점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변협에서 발표한 추천서에는 후보 3인의 정보가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었는데, 나를 제외한 두 명의 경력은 매우 화려했다.
고검 부장, 지청장, 지검장, 대검 중수부 과장 등의 굵직한 직함들에 비해, 내 검찰에서의 경력은 일천하기 짝이 없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이것저것 넣어 주기도 하고, 여론과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또다시 이틀이 지났다.
“곧 발표 시간 아니에요?!”
강민재와 오 사무장은 평소 같지 않게 허둥거리며 사무실 TV를 켰다.
그리고 내 방에 앉아 있던 나를 연행하듯 끌고 나와 회의실 TV 바로 앞에 앉혔다.
전원을 켜자, 원래 맞춰져 있던 뉴스 채널에서 청와대의 상징이 새겨진 발언대의 모습이 비쳐졌다.
곧이어, 청와대 대변인이 걸어 나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세화 대통령은 오늘 대한 변호사 협회에서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 3명 가운데 차주한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습니다. 청와대는 차주한 특별검사가 우신의 인신매매와 정관계 불법 로비 의혹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와! 특검이다!”
내 이름이 불리자, 강민재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쥐고 있던 서류를 허공에 던지며 소리쳤다.
“변호사님, 특별검사 임명 축하드립니다.”
종이들이 허공에 나부끼는 가운데, 그나마 이성을 잡고 있던 오 사무장은 벌떡 일어나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미 발표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왜 이러나 싶었지만 나는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아니죠. 이제 특별검사님이죠. 차주한 특검님, 축하드립니다.”
강민재도 오 사무장 옆에 서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가 청한 악수에 응하기 위해 오 사무장의 손을 놓았을 무렵이었다.
─안에 있어?
─있는 것 같은데요.
─아, 밀지 마세요!
─데스크에 사람이 없는데, 진짜 있는 거 맞아요?
─불 켜져 있잖아요.
그때, 사무실 바깥에서 상당히 다수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 사무장이 반사적으로 회의실 문 뒤에 몸을 숨기고 출입구 쪽을 확인했다.
“기자가…….”
그리고 오 사무장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강민재 역시 문 뒤에 몸을 숨기고 함께 바깥 상황을 체크했다.
그러더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좀 심하게 많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