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32)
너희들은 변호됐다-632화(632/641)
현판식이 끝난 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언론사에서는 모두 철수했다.
기용이 결정된 일부 인력들은 일주일 전부터 업무를 시작했지만, 특검팀이 전부 모인 건 오늘이 처음이다.
“안녕하십니까. 특별검사로 임명된 차주한입니다.”
특검보 3명, 파견 검사 10명, 특별수사관 50명에 달하는 대인원이 나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오늘을 기하여 공식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개시되었습니다. 특검팀은 앞으로 향후 60일, 연장된다면 90일 동안 우신의 인신매매 및 정관계 불법 로비에 대하여 수사하게 됩니다.”
나는 특검팀의 모두를 한 명 한 명 눈에 담았다.
63명 전원을 직접 선택하진 않았지만, 최선의 인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려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공무로 다망하신 와중 특검팀에 합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이건 강민재가 꼭 하라며 신신당부했던 멘트다.
“특검팀의 수사 범위가 매우 넓고, 수사 대상은 모두 정관계 곳곳에 깊게 뿌리내린 자들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신속하게 수사하고,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야 특검팀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특히 보안과 관련하여, 특검팀은 특검법에 명시된 대통령 및 국회 보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수사 중간 브리핑을 제외하고는 공개되지 않은 수사 사항에 대하여 외부에 알리는 것을 일절 금지합니다. 여기서 외부란, 특검팀을 제외한 모든 기관 및 단체, 인물입니다. 보안의 영역은 수사 내용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간접적인 정보 역시 포함됩니다.”
소환 일정이나 영장 발부 및 압수수색과 같이 특검팀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것이 아닌 내용은 당연히 공개될 수밖에 없다.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은 우신의 지령을 받고 특검팀을 몰아붙일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그 밖의 보안을 철저히 해서 수사에 장애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지켜지기 어려운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파견 공무원들이 사석에서 입을 열 수도 있고, 본인의 직속 상사에게 말할 수도 있다.
파견 검사들의 경우 검찰에 특검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렇다 보니 검찰에 알려지는 것까지는 막을 도리가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파견 검사는 본질적으로 검찰 소속이고, 어디까지나 특검팀에 파견된 형태 아닌가.
검찰 측에 검찰보다 특검팀의 명령을 우선한다는 인상을 주면 눈 밖에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미리 못 박아 두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네.”
그때 허민우와 경찰들이 대답했다.
이런 발언 시간에는 대답을 하지 않기에, 내가 미리 허민우에게 대답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생기면 모두가 대답을 하게 되니까.
“네.”
모두가 대답하는 동안, 머리 위에 63개의 단어들이 떠올랐다.
거짓의 수가 17명.
파견 검사 5명과 특별 수사관 12명 정도가 머리 위에 거짓 판정이다.
나는 그들을 모두 기억에 담아 두고 말을 이었다.
“간단한 소개와 업무 분장의 개요에 대해 브리핑하고 수사 개시하겠습니다.”
나는 가까이 서 있던 고일국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고일국 특검보님입니다. 저와 함께 공보 업무를 수행하며, 우신에게 불법 로비를 받은 고위 공무원들과 관련한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 1팀 팀장의 직책을 겸직합니다.”
고일국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하여진 특검보님입니다. 우신의 성매매, 장기 매매 등의 인신매매와 관련된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 2팀 팀장의 직책을 겸직합니다.”
하여진은 판·검사 경력이 없고, 오랫동안 인권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인물이며, 고일국 변호사를 포함한 여러 법조계 인사들로부터 ‘쉽게 볼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까지 맡아 왔던 사건들과 성과, 관련 발언 등을 살펴보았을 때 그녀 이상의 적임자가 없었기에 선정했다.
“남창욱 특검보님입니다. 우신에게 불법 로비를 받은 정계 인사들과 관련한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 3팀 팀장의 직책을 겸직합니다.”
남창욱은 검찰 출신 변호사로, 박영기와 마찬가지로 특수통으로 알려졌던 사람이다.
2000년대 초에 대기업의 대선 자금 수사에 들어갔는데, 봐주는 법 없이 밀어붙이면서 한때 자신의 직속 상사였던 북부지검 검사장이 다리를 놔 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일로 미움을 많이 사 지방 지청을 전전하게 되었는데, 그때 ‘더러워서 안 해 먹는다’는 말을 남기며 옷을 벗었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나와 표현 방법이 다를 뿐,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로스쿨 교수직을 제안받고 고민 중이었다기에, 내가 재빨리 잡아 왔다.
수사가 빨리 끝나면 다음 학기부터 출강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공소 유지를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정이다.
“우신의 인신매매 및 불법 로비에 사용된 자금 흐름 파악을 담당하는 수사 4팀 팀장, 박영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님입니다. 아울러 수사 전반을 관리하는 수사팀장직을 겸합니다.”
박영기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후로는 특검팀의 조직도 설명과 파견 검사 및 특별 수사관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특별 수사관은 경찰에서 광수대 수사본부에 파견되었던 인원을 포함하여 10명이 차출되었고, 변호사 25명, 국세청 공무원 4명, 법무사 10명, 그리고 오 사무장으로 구성되었다.
업무 분장은 이미 끝났기에 구성원 모두 본인이 어떤 팀에 속해 있는지 사전에 전달받은 상태였다.
필요하다면 파견 공무원을 더 신청할 예정이지만, 인원이 늘면 늘수록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니 우선은 지켜볼 생각이다.
“특검 전 광수대 수사본부에서 피의자 고상준을 네 차례 소환했으나,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고상준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하는 것으로 수사 개시하겠습니다.”
멘트가 끝나자 모든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향해 흩어졌다.
* * *
[법원, 고상준 체포 영장 발부] [‘지병 핑계’ 고상준, 드디어 조사받나] [특검, 수사 개시 시점부터 칼 뽑아] [고일국 특검보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여러 번 불응하며 수사 지연시키면 지체 없이 체포 영장 청구할 것”]이튿날, 법원은 고상준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고상준이 입원 중인 서울 우신 병원을 향해 경찰관 3명과 부산지검 특수부 검사가 움직였다.
그들은 고상준이 입원한 병동 건물 앞에 선 카니발에서 모두 뛰어내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인신매매 사건 직후 한산해졌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한 손에 꼽히는 대형 병원인 서울 우신 병원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용객 모두 걸음을 재촉하는 수사관들의 가슴께에서 펄럭이는 명찰을 확인하고 수군거렸다.
“여깁니다.”
고상준이 입원한 VIP 병동은 지상 12층에 도달했다.
입원실로 들어가는 통로에는 스피드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무슨 용무이십니까?”
관계자를 부를 것도 없이 수사관들이 스피드게이트 앞에 서기가 무섭게 보안 직원이 뛰어나왔다.
“고상준 씨 여기 입원 중이죠?”
“…….”
“체포 영장 집행하러 왔습니다. 문 여세요.”
검사가 영장을 내밀자, 보안 직원이 군말 없이 카드를 찍고 게이트를 열어 주었다.
고윤수마저 구속되었고, 검찰까지 가기도 전에 특검이 열렸다.
여기서 또 협조하지 않는 기색을 보이면 아무리 우신이라도 문제가 생길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체포 영장이 나왔다면 강제 개문 절차를 밟아도 할 말이 없으니, 저항이 무의미하기도 했다.
보안 직원은 군말 없이 고상준이 입원한 병실까지 안내해 주었다.
드르륵.
“고상준 씨. 체포 영장 집행하겠습니다.”
병실 문을 열자, 고상준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정장으로 갈아입고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있었다.
곁에 있던 변호사가 수사관들을 의식하며 표정을 굳혔다.
검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상준에게 영장을 내밀었다.
“고상준 씨를 2012년 12월 3일 오전 11시 43분, 미성년자 인신매매 및 뇌물 증뢰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당신의 진술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수사관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수갑을 채우려 하자, 고상준이 입을 열었다.
“수갑 안 채우고 가면 안 됩니까. 안 도망갑니다.”
“수갑 채우세요.”
지켜보던 검사가 싸늘하게 말했다.
고상준은 느릿하게 젊은 검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 고요한 행위는 너를 기억해 두겠다는 듯한 엄포로 느껴졌다.
곁에 있던 의료진은 고상준을 휠체어로 옮겼고, 변호사가 그의 수갑을 자신이 두르고 있던 머플러로 가렸다.
고윤수가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수갑까지 찼던 모습을 떠올리니 아무래도 수치심이 들어 끔찍한 모양이었다.
병원 1층에 도달하자, 특검 수사관들이 고상준의 병실에 체포 영장을 들고 올라갔다는 소식 때문인지 벌써부터 기자들이 집결해 있었다.
다만 회장님의 개망신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보안 인력들이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통로를 확보한 상태였다.
수사관들은 그를 차에 싣고 특검 사무실이 있는 테헤란로로 향했다.
“고상준이다!”
특검 사무실 1층 건물 앞에 도달해 차량에서 내리자, 병원에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운집한 취재진들이 셔터를 눌렀다.
“관련 혐의 아직도 부인하십니까?”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길목에 모여 있던 기자들은 고상준에게 한마디라도 듣겠다는 일념으로 질문을 던져댔다.
하지만 고상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반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상준과 그의 변호사, 특별 수사관들을 실은 엘리베이터가 조사실이 마련된 층으로 올라갔다.
변호사가 밀어 주는 휠체어에 탄 채 승강기 밖에 내린 고상준은 짤막한 한숨을 쉬었다.
입구에 위치한 현판이 눈에 들어왔던 탓이다.
[우신의 인신매매 및 정관계 불법 로비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차주한]기어이 여기까지 왔는가.
고상준은 비식거리는 듯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자신이 차주한을 의식할 때마다 ‘새파랗게 어린 변호사 놈은 신경 쓰지 마시라’며 조언했던 참모 몇몇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이래도 의식하지 말았어야 했던가.
그놈 눈에, 그 나이대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독기가 가득했는데.
아무리 밟으려고 해도 안 밟아지던 그 잡초 같은 놈이, 특별검사가 돼서 나타났는데.
“…….”
어느덧 그는 조사실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안에 모여 있던 고일국과 박영기, 이예진, 그리고 강민재를 발견했다.
고일국 판사.
차주한의 화려한 변호사 데뷔를 도운 인간.
박영기 차장검사.
명화제약 건으로 차주한을 스타로 만든 인간.
차주한만 아니었더라도 박영기는 지금쯤 장남 마약 유통 문제로 옷 벗고 얼굴도 못 들고 다녔을 것이다.
이예진 부부장 검사.
검찰을 나온 차주한에게 지금껏 내부 소식을 전달해 주었던 정신 빠진 인간.
검찰에서 차주한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았을 때에도 끝까지 차주한의 편을 들었다.
강민재 변호사.
차주한을 수렁에 던질 때마다 건진 놈.
제 할애비가 죽고 제 머리통에서 피가 철철 나도 계속 덤비는 꼴이 차주한과 똑같은 놈.
모두 우신에서 뿌리는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조사실 공기가 낯설었다.
분식회계 건으로 검찰 조사실에 들어갔을 때와 판이하게 다른, 고상준으로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분위기였다.
“…….”
조사실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음에도 고일국이나 박영기가 조사 책상 앞에 앉지 않았다.
다만 이예진이 노트북 앞에 자리했을 뿐이었다.
고상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어쩌면…….
끼이익.
그때, 조사실 문이 열리며 키가 훌쩍 큰 남자와 이 안으로 저벅저벅 들어왔다.
그는 고상준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를 빼고 앉았다.
“얼굴 뵙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
그는 고상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고상준 씨 조사를 맡은 특별검사 차주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