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34)
너희들은 변호됐다-634화(634/641)
“네. L&B라고 적혀 있네요. 고상준 씨가 스스로 본인 소유 회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허가만 했고 그 이후로는 전혀 관여하지 않은 유학 프로그램 후원사에 왜 L&B의 이름이 있습니까?”
“…….”
“전혀 관여하지 않은 거 맞아요?”
내 물음에 고상준은 한숨을 쉬며 깍지 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변호사님.”
“특별검사입니다.”
“……아, 이런. 실수했네요. 특검님.”
그는 ‘특검님’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L&B가 제 소유인 건 맞지만, 관리를 제가 하진 않았습니다. 특검님도 제가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는 관련 지식이 풍부한 직원에게 맡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그래서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L&B 이름이 왜 있는지는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굳이 생각해 보자면 L&B 폐업 전 관리하던 직원들이 종종 여러 절차상 필요하다며 일정량 자금을 이동해도 되는지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문제 생길 일이 없다면 앞으로는 일일이 묻지 말고 처리하라고 대답한 적은 있습니다.”
[거짓]그럼 그렇지.
고상준은 RND의 지분을 가진 페이퍼 컴퍼니 중 하나를 김찬영에게 넘기는 것조차 한참을 재 보고 따져서 겨우 결정했다.
그런 인간이 실무자에게 일일이 묻지 말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럼 고상준 씨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직원의 의지로 L&B가 유학 프로그램의 후원사가 되었다는 뜻입니까.”
“직원의 의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제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데에 쓰이는 걸 알았다면 허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L&B의 관리를 돕던 직원들은 누굽니까.”
고상준은 시선을 허공으로 보내며 침음했다.
이건 기억 안 난다고 대답하기 위한 준비 운동이라고 보면 된다.
이전 삶의 특검에도 똑같은 짓을 했었다.
허민우에게 들으니, 이 개수작을 고윤수도 전수받은 모양이던데.
“……폐업한 지 시간이 좀 흘러서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최소 수백억이 넘는 돈이 담겨 있던 법인 아닙니까. 심지어 대선 주자 정치 자금 지급에 사용되기까지 했고요. 깊은 신뢰를 가졌던 사람에게 맡겼던 것 아닙니까?”
“…….”
“L&B의 존재를 들키면 본인 일신상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에, 누구에게 실무를 맡기고 접근 권한을 줬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게 말이나 됩니까.”
김수찬과 공원호 핑계를 대면 시나리오는 완벽해진다.
L&B를 담당하던 김수찬과 공원호가 고상준이 L&B를 폐업 처리하자 그 모델이 아까워서 후신인 RND를 세웠다고 하면 자연스러우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특검팀은 그 당시에는 지금 같은 직급이 아니었던 두 사람이 과연 고상준의 곳간 열쇠를 쥘 정도였는지 여러 방면으로 검증할 것이다.
그러다 구멍이라도 하나 나오면 거짓 진술이 들통나 버리지 않은가.
괜히 거짓말하지 않고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는 게 아니다.
“제 주변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습니다. 일일이 기억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나는 그 대답을 들으며 내 쪽에 쌓여 있던 서류철 중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
건물이나 토지 등의 사진과 함께 등기 사항을 정리해 놓은 파일이었다.
나는 그중 첫 번째 사진을 가리켰다.
“여기 어딘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요정입니다. 천사의 집 아이들이 성착취를 당했던 곳입니다.”
“……그렇군요.”
“지금은 요정의 건물과 부지 주인이 바뀌었지만, 원래는 KDL컴퍼니였습니다. 이 건물의 건축주도 KDL컴퍼니였고요. 고상준 씨 소유의 L&B가 경영권 가지고 있는 회사죠. 이 부지는 왜 샀고, 요정은 왜 지었습니까?”
“…….”
나는 서류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여긴 어딘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천사의 집 피해자들이 거주하던 곳입니다. 일본 경찰들이 천사의 집 피해자들을 구조한 곳은 다른 장소지만, 원래는 여기에서 지냈다고 하더군요. 건물을 철거했더군요. 하지만 등기 사항은 남아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부지와 건물을 KDL컴퍼니가 매입했네요. 왜 매입했습니까?”
“…….”
“기억이 안 나시는군요.”
나는 또다시 다음 장으로 넘겼다.
“여긴 어딘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에 위치한 오카시마 병원입니다. 이 병원의 병원장은 오다 사토시의 동생인 오다 노부오입니다. 누군지 모릅니까?”
“모릅니다.”
“원래 오노데라 마사오의 손자, 오노데라 히로키의 수술은 이곳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더군요. 피해자 박 양과 임현일, 우신 병원 의료진들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요.”
“…….”
“이 오카시마 병원 부지도 KDL컴퍼니 소유였습니다. 이 부지에 꽤나 규모가 큰 병원이 들어섰는데, 땅 주인이 이걸 모를 수가 있습니까? 일본에서 넘어온 자료에 의하면 오카시마 병원이 KDL컴퍼니 측에 막대한 임대료를 지급해 왔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습니까.”
“…….”
“지금까지 언급한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 돈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억은 되겠습니다. 100억씩이나 쓰는데 고상준 씨가 그 소상한 내용을 모를 수가 있습니까? 100억이라는 돈은 푼돈이라 실무자가 고상준 씨의 허락받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여도 되는 돈입니까?”
“…….”
“고상준 씨, 수사에 협조할 마음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고상준이 느릿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왜 L&B와 관련한 서류를 임의 제출하라는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압수 수색을 받았습니까? 100억이라는 돈이 실무자가 고상준 씨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돈이었는지는 특검이 판단합니다. L&B 관련 서류 전부 제출하세요.”
“관련 서류는 폐업과 함께 전부 처분해서 제출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거짓]어딘가에 아직 자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걸 찾아내면 고상준이 뭐라고 하는지, 무슨 표정을 짓는지 꼭 확인하고 싶어졌다.
“보관 기한도 지키지 않고 전부 없앴다는 겁니까? 증거 인멸 목적입니까?”
“……실무자의 실수였습니다.”
어차피 계속 몰아붙여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는 질문의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임현일, 본명 하야시 켄이치는 본래 신가쿠 대학 병원 소속이었지만, 이곳에서 흉부외과의로 근무했더군요. 일본 수사 기관이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임현일은 용인 우신 병원에 있다가 서울 우신 병원으로 넘어왔고, 오노데라 히로키의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하려고 했습니다. 고상준 씨와 연관이 매우 깊어 보이는데, 임현일과 무슨 사입니까?”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임현일의 경력을 보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는 마치 계속 우신 병원에서 근무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임현일의 다른 이름인 하야시 켄이치는 계속 신가쿠 대학 병원에서 근무한 것처럼 보입니다. 한 사람이,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두 나라를 오가면서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고상준은 아예 입을 다물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그럴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이건 진술 아니잖습니까. 그냥 의견 물어보는 겁니다. 편하게 대답해 보세요.”
“그쪽으로는 아는 바가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간단한 것도 모르시는 분이 어떻게 그 큰 기업을 경영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물리적으로 그럴 수가 없습니다.”
나는 한 번 더 서류를 넘겼다.
이번에는 사진으로 가득 메워진 페이지가 나타났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그냥 자동 반사로 모른다고 하지 마시고 정성껏 확인해 보세요.”
타이핑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던 이예진도 짜증을 느꼈는지, 노트북 화면 위로 고상준을 넘겨다보며 말했다.
“……사람 이름, 기업이나 단체명이 새겨진 동판 같습니다.”
“네. 신가쿠 대학 병원 메인 홀에 있는 명예의 전당입니다. 고액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 놨습니다. 눈에 익은 이름들이 있죠? 오다 사토시도 있고요.”
나는 사진 위에 붉은 네임펜으로 동그라미 치며 말했다.
그러다 가장 아랫줄 맨 끝에 자리한 동판을 가리켰다.
“이거 한번 읽어 보십시오.”
“…….”
“읽어 보십시오.”
고상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말라 있던 그의 입술이 갈라지며 피가 비쳤다.
“아까 읽으신 거랑 똑같은데, 갑자기 못 알아보시겠습니까?”
“L&B라고 적혀 있습니다.”
고상준이 짓씹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L&B는 왜 신가쿠 대학 병원의 고액 기부자 명단에 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기부를 했으니 무려 명예의 전당에 올랐겠죠? 우신 병원에도 명예의 전당 있잖습니까. 기부 안 했는데 이름 막 올려 주고 그럽니까?”
“…….”
“아, 이것도 누군지 기억 안 나는 직원이 기부 좀 하겠다고 한 다음에 고상준 씨와 상관없이 그냥 한 겁니까? 고상준 씨, L&B는 회삿돈 빼돌리려고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아니에요? 기부는 왜 한 겁니까. 비자금 운용하는 데 기부가 절차상 필요합니까? 이게 고상준 씨한테 허락받지 않고 실무자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영역입니까.”
“…….”
“임현일과 관련해 모종의 거래를 한 건 아닙니까?”
“…….”
“리본 의료원에서 검거된 의료진 중 일본 국적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공교롭게도 신가쿠 대학 병원 소속이더군요. 고상준 씨, 처음에 천사의 집 유학 프로그램 후원사에 L&B 이름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천사의 집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인신매매 일어나는 것도 전혀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불법 장기 이식에 동원된 자들이 있던 신가쿠 대학 병원에 기부 왜 했습니까? 임현일이 오카시마 병원과 신가쿠 대학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우신 병원에서 일했다고 경력 위조는 왜 해 줬습니까?”
“…….”
나는 테이블에 펼쳐 놓았던 서류철을 치우고 다음 서류철을 펼쳤다.
“전 국세청장 편익수 씨가 고상준 씨에게 현금 2억 원을, 우미 갤러리를 통해 5억 상당의 그림 하나를 받았으며 일본 요정에서 고상준 씨와 수차례 만났다고 진술했습니다. 고상준 씨, 2009년 5월 23일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오래전의 일이라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네. 그래서 제가 찾아보니 일본에 계셨습니다.”
나는 서류 위에서 편익수의 일본 출입국 기록과 고상준의 일본 출입국 기록 중 겹치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을 가리켰다.
“편익수 씨가 요정을 방문해 고상준 씨를 만났다고 했던 날들입니다. 편익수 씨는 기억이 다 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장부를 보더니 인정하더군요. 그리고 이 시기에, 고상준 씨도 똑같이 일본에 있었네요. 2009년 5월 23일도 그날들 중 하나입니다.”
“…….”
“다음 장도 보죠. 지금은 사표를 낸 금감원장 반정현 씨가 요정에서 고상준 씨에게 성접대를 받았다고 자백한 시기의 출국 기록입니다. 고상준 씨도 이날 일본에 있었네요. 이 둘뿐이겠습니까?”
“…….”
“장부 속에 적힌 사람의 극히 일부가 자백했는데도 일일이 나열하기도 번거로울 만큼 겹칩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우연의 일치입니까? 우연이 이렇게까지 겹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나는 펼쳐 놓은 서류철을 치우고, 다른 파일을 그의 앞에 펼쳐 주었다.
“일본에서 구조된 천사의 집 피해자들의 진술입니다. 56명 중 48명이 고상준 씨를 요정에서 보았고, 똑똑히 기억한답니다. 천사의 집에서 지내던 시절에 고상준 씨 얼굴을 사진으로 많이 봤고, 직접 본 적도 있어서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답니다. 나머지 8명은 고상준 씨 못 본 거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설마 고상준은 아니겠지 싶었거나, 요정에서 성착취당했던 경험이 너무 충격적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답니다.”
“…….”
“이래도 선량한 고상준 씨는 단지 부하 직원들을 믿었을 뿐인데 배신당한 겁니까? 인신매매가 벌어지는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런 부하 직원들은 누군지도 기억이 안 납니까? 기억나는 건 오로지 김수찬, 공원호뿐입니까? 김미자 씨는 고상준 씨를 허위 사실로 모함한,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까?”
“…….”
“대답하세요.”
고상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대답 안 합니까.”
내가 한 번 더 묻자, 고상준은 별안간 눈을 질끈 감으며 휘청였다.
“회장님!”
그런 고상준을 곁에 있던 변호사가 재빨리 붙잡았다.
꼴값도 이런 꼴값이 없었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변호사의 물음에 고상준은 떨리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괜찮다는 손짓이었지만, 변호사는 병약한 고상준이 너무나도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특검님.”
변호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고상준 씨는 고령이기도 하고, 본래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던 도중 체포되었습니다.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 조사를 이어 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습니까.”
“……네.”
“고상준 씨가 지속적으로 진술을 거부해서 고상준 씨에게 유리한 진술이 없었습니다. 이 점 상관없으시면 오늘 조사는 여기서 마치고 피신조서도 마무리하겠습니다.”
어차피 오늘이 아니라도 고상준은 조사를 몇 번이나 더 받아야 한다.
지금 이건 국민의 공분을 산 주요 범죄에 대한 첫 조사일 뿐이니까.
유리한 진술이야, 태광 변호사들과 같이 머리 맞대고 소설 써서 다음 조사 때 늘어놓겠지.
고상준은 변호사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조사를 여기서 종료하는 데 동의했다.
“특검님.”
조사 종료에 필요한 서류들에 서명을 받고 있었는데, 강민재가 문서 두 장을 들고 조사실로 들어왔다.
나는 내용을 훑어본 뒤, 그중 한 장을 고상준에게 건넸다.
“고상준 씨. 범죄의 중대성, 증거 인멸, 참고인 등의 위해 우려로 구속 영장 청구했습니다. 영장 실질 심사 일정 확인하시고, 구치소에서 대기하다가 내일 출석하세요.”
아직 체포 영장에 의해 구금할 수 있는 시간인 48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구속 영장을 청구했으니, 영장 실질 심사 전까지 구치소 등에 수감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조사 일찍 끝낸다고 좋을 거 하나 없다니까.
“밑에 법무부 차량 와 있을 겁니다.”
내 말에 고상준과 변호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조사실을 떠났다.
그러자 강민재가 내 손에 들린 나머지 한 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고상준 집에 압수 수색 영장 나왔다는 얘기는 안 해도 돼요? 피압수자 참여권 걸고넘어질 것 같은데.”
조사가 끝나갔을 무렵 법원에서 고상준의 가택에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시간을 보니 수사관들이 이제 막 집 앞에 도착했거나, 압수 수색 중일 것 같은데.
“실무상 체포나 구속된 피의자 참여권은 변호인이나 가족한테 넘어가기도 하고.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피압수자 참여권 배제되잖아. 우신 사옥 압색 때 한 차례 증거 인멸해 놔서 좋은 명분도 있고. 이 증거 인멸 우려가 대표적인 급속을 요하는 때 아니야?”
고상준 가택 압수 수색은 원래는 특검이 시작되기 전에 진작 해야 했던 것인데, 피의자로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늦었다.
이미 그들은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을 번 셈이다.
“저놈들이 뭘로 트집 잡아서 위법 수집 증거 어쩌고 할지 알 수 없으니까 걱정돼서요.”
“괜찮아. 현장에는 누가 갔어?”
“김종석 부장님하고 민우 형이요. 그리고 수사관들.”
“그래? 차 한 대 남았나?”
“왜요?”
“나도 가게.”
고상준 집 쑥대밭 만드는 일에 내가 빠져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