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37)
너희들은 변호됐다-637화(637/641)
“압색 끝날 때까지 특검 사무실에서 기다린 거야?”
“아니에요. 내일 이예진 선배 고상준 영장 실질 심사 들어가시잖아요. 그거 준비하느라 바빴어요.”
“그래서 그 준비는 끝났어?”
“대충은 끝났고, 마무리만 남았다고 먼저 가라더라고요. 압색 끝난 것 같으니까 변호사님 특검 사무실에 못 나오게 납치하라고.”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강민재는 신호에 걸린 사이 정말 그걸 몰라서 묻느냐는 듯 나를 돌아보았다.
“사무장님도 이 선배도 변호사님 오래 본 사람들인데 변호사님 성격을 몰라요? 압수품 확인도 하고 영장 실질 심사 준비도 체크하려고 하셨겠죠.”
나는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강민재는 어깨를 으쓱였다.
“변호사님이 어떤 마음인지는 대충 알아요. 솔직히 저도 그렇거든요. 우신 관련된 일은 항상 보안 빡세게 유지하면서 우리끼리만 확인해 왔고, 수사 기관도 못 믿어서 도움 청할 생각도 안 해 봤잖아요. 저도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인신매매 얘기하고, 비자금 얘기하는 거 진짜 어색합니다.”
“그래도 영장 실질 심사 준비 서면은 내가 봐야지.”
“이 선배가 오늘 자정까지 보내 주신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강민재가 물었다.
“손바닥은 왜 그런 거예요?”
“아, 이거.”
조사 끝나자마자 압수 수색 현장에 나가느라 밴드도 제대로 붙이지 못했다.
밴드를 붙이면 더 눈에 띌 것 같기도 했고.
“현장에서 다쳤어.”
“압색 현장에서요? 아니, 어쩌다가요?”
“비밀 공간 문 딸 때 잠금장치 쇠붙이가 남아 있었는데, 내가 그걸 모르고 만져서.”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조사실에서 고상준 얼굴 보고 발작의 조짐이 보여 만년필촉으로 손바닥을 쑤셨다는 얘기를 어떻게 하겠는가.
“잠금장치 쇠붙이요? 파상풍이라도 걸리면 어떡해요! 지금이라도 병원 가서 파상풍 주사 맞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일 아침에 병원 들러서 맞으면 되지.”
“상처가 깊어 보이는데요?”
“제대로 보지도 않았으면서 뭐가 깊어 보여.”
“그럼 제대로 보게 보여 주세요.”
“강 변 호들갑 떨 것 같아서 안 돼.”
“호들갑 안 떨게요.”
“그게 강 변 마음대로 되는 거였으면 여태까지 내가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할 때마다 왜 말을 안 들었던 거야?”
강민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차피 일부러 왼손을 찌르기도 했고, 손을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는 이상 큰 고통은 없다.
“음?”
집 앞에 도착해 문을 열자, 집 안에서 음식 냄새가 풍겨 왔다.
우리 집에서 좀처럼 맡기 힘든 냄새라 의아했다.
의심해 볼 수 있는 건 하나다.
태식이 내 집에서 야식을 먹고 있는 게 아닐까.
이미 퇴근하고도 남았을 시각에 왜 내 집에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 변호사님 오셨다.”
부엌 쪽으로 다가가자 나를 등지고 식탁에 앉아 있는 태식의 우람한 등이 보였다.
옆에는 상길도 함께 앉아 있었다.
“왜 야식을 우리 집에서…….”
“주한이 왔어?”
그들에게 한마디 하기도 전에, 팬트리 공간을 열고 익숙한 사람이 나타났다.
……어머니였다.
“어머님이 맛있는 거 해 주신다고 해서 퇴근 좀 미뤘어요. 변호사님들이 너무 늦는다고 저희라도 먼저 먹으라고 하셔서……. 빨리 앉으세요. 진짜 맛있어요.”
나는 식탁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솥을 내려다보았다.
메뉴는 닭볶음탕인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영업용이 아닌가 싶은 양이다.
“변호사님들 위해서 다리 남겨 놨어요.”
나는 얼결에 손만 씻고 식탁 앞에 앉았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그제야 내가 압수 수색 현장에 7시간이나 있느라 저녁을 먹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
“얼른 먹어.”
“힘드실 텐데 이런 것까지 하셨어요?”
“힘들긴. 집에서 노는 게 더 힘들어. 좀이 쑤시더라. 아, 반찬도 해 왔으니까 챙겨 먹어. 최근에 레시피를 바꿨는데 되게 맛있다?”
“네.”
“근데 너희 아빠는 왜 이렇게 안 오니? 너 오기 직전에 호출 와서 문 열어 줬는데.”
“아버지도 오셨어요?”
“응. 종량제 봉투가 떨어졌길래 사 오라고 보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시작했다.
내가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태식은 추가로 세 그릇이나 더 먹었다.
분명히 처음 태식을 보았을 때 그의 앞에 닭 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보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식사를 끝냈을 무렵, 아버지가 종량제 봉투 묶음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건물 구조가 복잡해서 한참 찾았다, 야. 저기 어디냐. 수영장 있는 쪽까지 갔다 왔네.”
“수영장까지요? 엄청 돌아오셨네요. 전화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럼 모시러 갔을 텐데.”
강민재가 아버지의 손에서 종량제 봉투를 받아 들며 말했다.
“그래도 구조가 복잡스러운 게 보안이 엄청 좋아 보이더라.”
“변호사님한테는 최적의 집, 허업!”
태식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상길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중요한 내용이 다 전달된 다음이었기 때문에, 분위기는 매우 숙연해졌다.
“그래도 변호사님이 특별검사도 되고 해서, 이제는 좀 한숨 돌리고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심지어 대통령님이 변호사님 건강 챙기라면서 공진단을 100환이나 보내 주셨다니까요.”
수습은 강민재의 몫이었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굳은 표정을 풀고 선선히 대답했다.
“그래. 건강 챙기면서 열심히 해라.”
“……네.”
“너야 알아서 잘 하겠지만, 같이 일하는 분들, 아무리 직급상 네가 위라고 해도 존중하면서. 알았지?”
“그럴게요.”
“특검팀 인선 보니까 다들 대단하신 분들 같더라. 뉴스에서 보니까 어려운 결정들 해 주신 것 같던데, 감사한 마음 잊지 말고.”
“…….”
“응?”
“아, 네.”
대답이 한 박자 늦었다.
지금 이 모습은 이전 삶에서 수도 없이 상상했던 장면이라,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말았다.
너무 상상을 많이 했던 탓에 이번 삶에서 환영이 보이는 건가 싶어, 현실감이 없기까지 했다.
“…….”
이전 삶에서 나는 안트로졸 알파 조사부터 시작해 2018년 우신 특검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특검팀에 파견되면서 드디어 내가 부모님을 뵐 면목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특검팀이 발족되던 날,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신 봉안당으로 차를 몰았다.
빈손으로 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 빵집에서 좋아하시던 빵도 샀다.
솔직히 말해, 나는 끔찍하게도 무심한 아들이었기 때문에 좋아하셨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의 이름이 새겨진 봉안함 앞에 빵을 펼쳐 놓고 비 맞은 중처럼 주절주절 떠들었다.
처음엔 담담하게 말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울고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래 걸려서 죄송하다고, 어떻게든 우신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런 추태를 부리고 나서 집에 돌아왔을 땐 이미 해가 져 있었다.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건 나에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날따라 이상하리만치 낯섦을 느꼈다.
집이 너무 어둡고 조용했다.
우리 아들 고생 많았다고, 건강 챙기면서 하라고 해 주셔야 하는 부모님이 안 보였다.
잘 먹지도 않는 반찬을 냉장고 가득 채우면서 잔소리하셔야 하는데, 왜 곁에 아무도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그로부터 얼마 뒤, 봉안당에서 부모님께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죽었다.
“주한아, 더 안 먹어? 밥 더 있는데.”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단팥빵 있잖아요.”
그리고 대뜸 물었다.
“응?”
“단팥빵이요. 그거 좋아하세요?”
“갑자기 웬 단팥빵이야. 뭐, 좋아한다기보단 출출할 때 먹으면 맛있지.”
“어머니는요. 깨찰빵 좋아하세요?”
“깨찰빵? 뭐, 괜찮지. 제일 좋아하는 건 밤식빵. 네 아빠는 단팥 도너츠를 더 좋아하지. 맞지, 주한 아빠?”
“그치.”
부모님은 지금 내가 가장 바랐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 주셨는데.
결국 그때 내가 봉안당에 사 간 빵은 부모님이 원하시던 게 아니었구나.
“그건 갑자기 왜?”
“아뇨,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요. 앞으론 기억해 둘게요. 단팥 도너츠, 밤식빵.”
“그런 거 기억 안 해도 돼. 특검에만 신경 써. 네가 하고 싶어 했던 일이고, 인정도 받았으니 제대로 끝을 봐야지. 엄마, 아빠도 응원할게.”
그럴게요.
돌아가신 부모님이 좋아하지도 않는 빵을 사 놓고 봉안당에서 우는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게.
* * *
이튿날, 법무부 마크가 찍힌 구치소 호송 차량이 법원 앞에 멈춰 섰다.
뒤이어 도착한 차량에서는 고상준의 구속 영장 실질 심사를 위해 동원된 변호인단이 내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오로지 호송 차량을 향해 있었다.
그 안에서 구치소 교도관과 고상준이 내렸다.
특검 사무실에 체포되어 도착했을 때와 동일하게 수척하고 아파 보이는 모습.
그러나 구겨지지 않은 정장 위에 어두운색의 코트를 걸친 그는 호송 차량에서 내리지만 않았더라면 자택에서 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깔끔했다.
수갑을 찬 손목에는 입은 코트와 비슷한 색의 천을 둘러 놓았기에 잘 보이지 않았다.
미결수의 경우 외출할 때 수의 대신 사복을 입을 수 있다.
다만 포승줄에 묶여야 하는데, 고령자는 포승줄 없이 수갑만 차도 된다는 규정이 있다.
70대 중반에 이른 고상준은 포승줄을 거부하고, 사복 차림을 선택한 듯했다.
개돼지들 앞에 미결수 수의를 입은 모습이 노출되는 것만큼의 굴욕도 없을 터였다.
단지 굴욕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의를 입은 모습이 대중에게 각인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죄수 고상준’의 이미지가 명확히 남는다.
이미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증거들이 공개되어 그의 흉악한 범죄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상준 구속하라!”
“살인자 새끼!”
그때 운집해 있던 사람들이 목이 찢어지라 소리쳤다.
곳곳에서 선명하게 문구가 인쇄된 펼침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애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대국민 사과해!”
“부끄럽지도 않냐, 뻔뻔한 새끼야!”
“깨끗하게 인정하고 빌어!”
고상준이 법원 건물로 들어가는 길에 운집해 있던 사람들은 그가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간 다음에도 계속 소리쳤다.
타다다다닥!
고상준이 프레스 라인 앞에 도착하자, 플래시가 터지며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마이크를 들이댔다.
“천사의 집 아이들을 이용한 인신매매 본인이 지시하셨습니까?”
“비서팀 임원들에게 인신매매 혐의 대신 자수시키신 겁니까?”
“일본 요정에서 고상준 씨를 만났다는 정관계 인사들의 진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상준은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국민에게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하루 속히 사실 관계가 파악될 수 있도록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다만 의례적인 거짓말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고상준은 마지막 질문에만 갈라지는 목소리로 느릿느릿 대답했다.
그리고 취재진을 뚫고 한 걸음 내디뎠다.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는 새끼가 증거를 인멸하냐?”
“너네 집 파쇄기가 웃겠다!”
“임원들한테 떠밀지 말고 인정해!”
그때, 법원 밖에 있던 군중들 쪽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점점 많아지고, 과격해졌다.
교도관들은 돌발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해 고상준을 신속하게 안으로 들여보냈다.
* * *
특검팀에서 영장 실질 심사를 위해 동원한 파견 검사는 5명이었고, 고상준의 변호인단 중에서는 8명이 출석했다.
영장 실질 심사는 6시간 동안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인신매매의 경우 이미 비서팀 소속 임원들이 자수를 했고, 그들이 증거까지 제출했기 때문에 고상준을 피의자로 구속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상납의 경우 특정 인물의 자백만 있을 뿐 물적 증거가 없으며, 그들의 진술은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고상준에게 악의를 품었음을 증명하겠다며 여러 증언이 담긴 녹취록을 제출했다.
고상준이 일본으로 출국한 것은 출장 때문이었고, 얼마든지 우연히 겹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해당 시기에 우신 일본 현지 법인에 고상준이 방문한 기록과 회의록도 제출했다.
김미자가 수사본부에 했던 진술에 대해서는, 그녀가 본인의 가해 사실을 덮기 위해 고상준을 끌어들여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김미자의 녹취록은 그녀가 앙심을 품어 조작하고 도청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변호인단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법리적으로는 고상준의 구속 영장이 기각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피해자들의 진술, 일부 공범의 자백, 수많은 정황 증거, 증거 인멸 시도, 심지어는 주요 참고인의 살해를 모의한 정황까지 있다.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고상준이 그간 정관계에 뿌려 온 돈에 기대를 거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가능성이 없다.
법원이 왜 이른바 ‘높으신 분들’에 대한 구속 영장 심사 결과를 새벽에 통보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여론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지금 고상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우신 창업 이래 최악이다.
[법원, 고상준 구속 결정] [우신父子, 나란히 구치소行] [고상준·고윤수, 다른 구치소에 수감된다] [법원, 고상준 ‘죄질이 나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 인정] [특검의 고상준 자택 압수 수색 ‘신의 한 수’였다]자정을 넘어선 시각, 법원은 결국 고상준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재벌 총수 부자가 나란히 구속된,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