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40)
너희들은 변호됐다-640화(640/641)
그는 송요섭 검사.
남부지검 금융조사부에서 파견 나온 연수원 35기 평검사다.
남부지검 금조부라고 하면 여의도 금융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송요섭은 금조부에서도 눈에 띄는 능력을 보였고,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해 파견을 요청했다.
나는 내색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불편했을 텐데 확인시켜 줘서 고맙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감찰팀을 구성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나한테 직접 이런 거 보여 줘야 하는 상황은 없을 겁니다. 모두 나가도 좋습니다.”
검사들이 회의실을 떠난 뒤, 나는 일부러 티 나게 담뱃갑을 들고 흡연 구역으로 향했다.
그렇게 반 정도 피웠을 무렵.
송요섭이 조용히 흡연 구역으로 들어왔다.
그는 흡연 공간에 아무도 없는지 주변을 살핀 뒤,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지체 없이 깊게 허리를 숙였다.
“특검님,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그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90도로 몸을 꺾은 그는 고개를 들 생각도 없어 보였다.
나는 필터 앞까지 담배가 타들어 갈 때까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물었다.
“송 검사. 허리 안 아픕니까.”
“…….”
“허리 펴란 소립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뒷짐을 지고 섰다.
“압박을 받았습니까?”
“……네. 하지만 그걸로 변명하진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실]“특검팀 수사 내용을 보고하는 대가를 받았거나, 약속된 게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건, 그건 절대 없습니다.”
[진실]“전혀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닙니다. 어차피 특검이 끝나면 송 검사는 다시 남부지검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
“송 검사가 금정환 지검장에게 보고한 즉시 고상준의 귀에 압색 소식이 들어갔습니다. 이건 금정환 지검장이 우신에게 돈을 받았다는 소리겠죠?”
“…….”
“송 검사가 남부지검으로 돌아갔을 때 금정환 지검장은 자리에 없을 겁니다. 이 정도면 압박을 견딜 동력이 되겠습니까?”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를 잔류시키실 겁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약속하면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특검 수사가 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쫓겨난 파견 검사라는 타이틀, 그 이상의 치욕이 있겠는가.
압박을 받지 않았는데도 보고했거나, 대가를 약속받았다면 바로 해임했을 것이다.
“절대……. 절대 그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진실]“다시 압박이나 유혹을 받는 일이 있다면 즉시 특검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진실]김종석과 박영기가 준 목록에서 파견 검사들을 골랐지만, 모두가 무결할 거라고 여기진 않았다.
오히려 그 목록에서 골랐기에 다행히 고쳐 쓸 수 있는 사람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있었으니 앞으로 내부 감찰팀에서 송 검사를 주시할 수 있습니다. 억울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네, 물론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부 감찰팀이 송 검사를 주시하고 있다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른 검사들 앞에서 알리지 않으신 점에 대해서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실망하시는 일 없게 하겠습니다.”
[진실]“앞으로 계속 얼굴 봐야 하는데 동료끼리 의심하면 피곤하잖습니까. 불필요한 상황 만들 필요 있습니까.”
나는 그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우신 전략실, 우신 화재, 우신 생명에 압수 수색 영장 청구할 겁니다. 송 검사가 영장 쳐요.”
“제가, 말씀이십니까?”
“방금 내가 너무 쉽게 믿어 준다고 생각했습니까?”
“……죄송하지만, 그랬습니다.”
“그럼 지금 내가 믿기로 한 게 잘못된 선택입니까?”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송 검사에 의해 샌 게 밝혀지면 언론에 알려서 개망신을 줄 겁니다. 그래도 송 검사가 영장 칠 겁니까?”
“……네. 맡겨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절대, 절대 외부에 새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제 모든 걸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진실]이 정도 확인했으면 됐다.
“뭐 합니까. 지금 가서 영장 치세요.”
“아, 네!”
그는 다시 한번 깊게 고개를 숙이더니 특검 사무실을 향해 뛰어갔다.
아, 역시 많은 사람이랑 일하는 건 힘들구나.
나중에 인력이 많이 필요해져도 정도는 계속 소수 정예로 가야겠다.
* * *
[특검, 우신 전략실 外 5곳 기습 압수수색… 이번에는 정보 안 샜다] [우신 법무팀장 처조카 집까지 압색… 뭐가 있길래] [특검의 과도한 압수수색 남발] [진상규명 명분 아래 사생활 침해 심각] [특검, 금정 은행 우신 사옥 출장소 지점장 소환] [우신 전략실 및 계열사 압수 품목 1t 트럭 3개 분량]고상준 자택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차명 계좌, 김찬영이 넘긴 문서를 기반으로 일괄적으로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보안을 위해 수사관들에게도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어디로 가는지 알리지 않았다.
김찬영이 넘겨준 문서에 표시된 은닉 위치는 총 12군데.
그중 4군데는 한 차례 더 옮긴 것인지 이미 비어 있었지만, 나머지는 전부 찾았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나 일중일보를 포함한 일부 언론사는 과도한 강제 수사라며 비난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특검들에 비해 그렇게 많은 압수 수색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그 외 언론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현상을 정반대로 보는 수많은 언론사의 관심 속에 특검팀은 전에 없이 바빠졌다.
압수 품목에서 나온 정보를 기반으로 수많은 참고인과 피의자들이 생겨났고, 크고 작은 압수 수색이 이어졌다.
파쇄 문서 복구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프로그램조차도 포기한 문서가 몇 개 있긴 했지만, 건진 게 훨씬 많았다.
그렇게 숨 가쁜 일정을 보내다 보니 보름 주기로 진행되는 첫 정례 브리핑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오 사무장이 문을 열자, 고일국과 하여진, 그리고 강민재가 서 있었다.
“특검님, 내일이 첫 수사 브리핑입니다. 아시죠?”
“설마 모르시려고요. 요 며칠 내내 자정까지 계시던데.”
고일국의 물음에 하여진이 받아쳤다.
그녀는 수사 공식 개시일부터 천사의 집과 서울 우신 병원 참고인 조사로 정신이 없었다.
수사본부 시절에 관련 수사를 많이 진척시켜 놓긴 했지만, 일본 수사기관과 공조가 시작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 아닌가.
일본 수사기관에서 쏟아지는 자료를 분석하고, 피해자 송환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그녀의 수사 2팀 업무다.
피해자들은 한국 출입국 관리소에 잡아두고 있는 신가쿠 대학 병원 의사들, 오노데라 시즈카와 교환하는 형태로 협상 중이다.
“첫 브리핑인 만큼 큰 성과를 보고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브리핑 특검님이 직접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제가요?”
“특검님 출근하실 때 뭐 입었는지, 시계 뭐 찼는지까지 기사가 나는 마당인데, 수사 결과 보고 때만 브리핑하는 건 좀 아깝잖습니까.”
“……그건 기현상 아닙니까.”
“기현상이라기보단, 국민이 특검에 워낙 큰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사소한 것도 궁금해한다고 생각하시죠. 하하.”
하여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종종 나에게 내 패션 기사를 보여 주며, ‘아들이 특검님 입으신 거 브랜드 좀 물어봐 달래요’라는 말을 하곤 한다.
“공보는 고일국 특검보님 업무인데, 제가 과도하게 나선다는 인상을 주진 않겠습니까?”
“오히려 특검님이 직접 브리핑하시면 일도 열심히 하고, 신경 많이 쓴다고 여길 겁니다. 강 변이 브리핑 내용 초안 줬는데, 꽤 내용이 좋아요. 저하고 하 특검보님이 좀 손봤습니다.”
고일국의 말에 강민재가 내 책상 위에 글씨가 빽빽하게 적힌 A4 용지 두 장을 올려놓았다.
“이미 특검보님들은 마음을 다 정해 놓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같이 왔죠. 남 특검보님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여진이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 * *
특검 사무실에 마련된 브리핑실.
기자들이 브리핑실 바깥까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브리핑이 시작되기 전, 사전 준비를 하던 강민재가 마이크를 쥐었다.
“오늘 수사 보고 정례 브리핑은 첫 브리핑인만큼 차주한 특별검사가 직접 진행하겠습니다.”
짤막한 안내 후, 강민재는 발언대에 놓인 브리핑 대본을 확인하고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바깥에 있던 내가 안으로 들어섰다.
찰칵, 찰칵! 타다다닥!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고, 나는 무사히 발언대 앞에 도착했다.
나는 약간 어긋나 있는 두 장의 대본을 가지런히 정렬한 뒤 입을 열었다.
“2012년 12월 18일 정례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미 공개된 내용은 시간 관계상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수사 진행에 관해 말씀드립니다.”
나는 잠시 기자들과 눈을 맞춘 뒤, 다시 말을 이었다.
“특검은 지난 압수 수색을 통해 우신 그룹 전략실이 은닉했던 고상준과 고윤수 집무실 PC 하드디스크, 국내 차명 계좌 1081개, 차명 주식 등을 발견하였습니다. 또한 고상준의 지시로 전략실을 통해 각 계열사에서 비자금 조성 목적으로 실시한 분식 회계 장부를 입수하였습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가득한 가운데, 나는 다음 문단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렇듯 고상준은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를 제외하고도 국내에 상당한 차명 재산을 보유하였으며, 이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국내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증뢰하는 데에 사용하였습니다. 이 중 대검찰청 중수부장 윤태용, 구진 고등검찰청장 진희각, 민우당 원내대표 나상민, 국토해양부 장관 박용수, 서울남부지검장 금정환은 혐의를 극구 부인하였으나, 다방면의 추적을 통하여 이들이 전략실 소속 임원과 지방 모처의 골프장에서 만나 금품을 받았음이 확인되었기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였습니다.”
고위공직자 5명의 이름을 나열하기가 무섭게 기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무표정하고 피곤에 찌들었던 이들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거나, 입을 쩍 벌리며 타이핑 속도를 더했다.
현직 검찰 고위급 인사가 셋이나 포함된 점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송요섭에게 다시 남부지검으로 돌아갔을 때 남부지검장은 자리에 없게 하겠다고 말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이들 외에도 5천만 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공직자 18명을 특정하였으며, 조사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질문 받겠습니다.”
브리핑이 끝나자 기자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우신 그룹이 은닉한 증거 위치를 알려 준 제보자에 대해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말씀하신 18명과 5명, 총 23명은 요정 출입 장부에 적힌 공직자들을 제외한 인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이 23명 외에도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가 더 있을까요?”
“데이터 검증 작업 중인 내용까지 포함하면 더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비서팀의 김수찬과 공원호가 고상준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본인들이 장기 매매 사업을 지시했고, 리본 의료원 부지의 소유주인 RND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진술을 바꾸진 않았습니까?”
“김수찬과 공원호는 지금까지의 진술을 뒤집는 일체의 발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을 고려할 때, 김수찬과 공원호의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첫 브리핑이어서 그런지 질문을 하기 위해 몸을 들썩거리는 기자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아무래도 질의응답이 길어질 듯하다.
“아직 주요 증인인 김미자 씨에 대한 참고인 소환이 없었는데요. 고상준과 대질은 예정에 없습니까?”
“김미자 씨는 수사본부 시절 충분한 진술을 했지만, 필요하다면 추가로 출석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대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상준의 변호인단은 고상준의 건강 악화로 인해 구속 집행 정지를 신청한 상태인데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속 집행 정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이나, 고상준은 소환 당시 증거가 명백한 상황에도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는 대답만 반복하며 기만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동시에 압수 수색에 대비하여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닉 및 인멸한 것이 확인되었기에, 구속 상태를 유지함이 마땅하다는 의견입니다.”
이후로도 20분간 질의응답을 하고 나서야, 나는 브리핑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탈리아 날씨 진짜 좋아요 한국은 너무 추웠는데 여긴 좀 따뜻하네요ㅋㅋ 이스타 허가도 났는데 여기 좀만 더 있다가 넘어가려고요]방으로 들어와 휴대폰을 확인하는데, 김찬영에게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김찬영이 출국한 지 며칠 흘렀으니 미국 입국도 가능해진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슬슬 김수찬을 압박해도 되겠는데.
“사무장님.”
“네.”
“구치소에 있는 김수찬 소환하겠습니다.”
아직 특검이 RND와 고상준의 해외 계좌를 못 찾았다고 계속 덮어쓴 채로 있으려는 모양인데.
최종현이 터트리기 전에 지금이라도 번복하는 게 좋을 거다.
덤으로 비자금 장부 위치도 알려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