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641)
너희들은 변호됐다-641화(641/641)
[역대급으로 일잘하는 특검.txt수사 15일차 첫 보고 시점까지 한 일
1. 꾀병 부리는 고상준 체포 (꿀잼이었음)
2. 그날 바로 압색 때려서 고상준 집 비밀 공간 찾음
3. 1000개가 넘는 차명계좌 무더기 + 파쇄기로 증거 갈고있는 현행범 찾음ㅋㅋㅋ
4. 고상준 고윤수 부자 나란히 구속
5. 우신 물산, 자동차, 생명, 화재 분식 회계 장부 찾음
6. 분식회계도 전부 고상준 고윤수 지시인거 드러남 (기존 혐의에 탈세, 횡령, 배임 추가)
7. 고상준, 고윤수가 지난 압수수색 때 숨긴 증거들 찾음
8. 장부에 적힌 쓰레기들 제외하고 우신한테 돈 쳐받은 정관계 인간 23명 추가로 찾음
9. 금정은행이 우신한테 압력 받아서 금융실명제 개나 주고 통장 수백개 찍어준거 드러남
10. 요정에서 성상납 받아놓고 공소시효 지났다며 밉상짓하던 백장헌 우신이 얼마전까지 개인 차량 리스비 대납해주고 있었다는 거 찾아내서 공소시효 연장시키고 구속ㅋㅋㅋㅋ (이건 방금 전 기사)
매일매일 사이다를 한됫박으로 목구멍에 꽂아줘서 여기가 내가 알던 우리나라 맞나 싶다
끝으로 고상준 영장 실질 심사 때 시민한테 뼈맞는 영상 첨부함
이번 특검 보면서 느낀건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시기관이 제도적으로 못하는게 아니었음 할수있는데 안한거였음
└재판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이런 큰 사건 수사가 이렇게 마음에 든 적은 처음임
└작정하고 터니까 줄줄 나오는데 무슨 우리 할머니 밭에서 감자 캐는 기분이었다
아직 수사기간 한참 더 남았고 RND 얘기 없는거 보면 아직도 RND가 고상준 거라는 증거는 못잡은 것 같은데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네
└그래도 일단 이세화는 한시름 놨을듯 젊은 특검 밀어줬는데 일 못했으면 같이 욕먹었을텐데ㅋㅋㅋ
└이세화가 ㄹㅇ콧노래 부르고 있을듯 잘못 건드렸다가 성과 안나오면 역풍 맞는데 칼 뽑은 보람이 있음
아무리 증거가 많았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털줄은 몰랐는데ㅋㅋㅋ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건 첨봐서 신기함
└특검 수사 개시 전에 차주한이 검사시절에 어땠고 변호사 때 어땠고 하면서 찬양하는 글 봤을땐 오바싼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진짜인가 싶어짐ㅋㅋㅋ
└차주한 혼자 잘났겠냐 파견검사들부터 ㅎㄷㄷ한 특수통들임
└누가 차주한 혼자 잘났댔냐ㅋㅋ]
“자.”
나는 강민재가 읽으라고 한 페이지를 대충 훑다가 다시 그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어, 아직 다 안 읽으신 거 아니에요? 아래 더 있어요.”
“강 변이 갑자기 휴대폰 보면서 실실 웃길래 뭔가 싶어서 쳐다본 거야. 보고 싶단 뜻은 아니었어.”
“이런 거 보면 힘 나잖아요. 변호사님은 안 그래요?”
“지지받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지만 기분 좋은 것과는 별개로, 좋은 말만 듣다 보면 해이해지기 마련이다.
“그럼 더 보세요. 아래가 더 재미있단 말이에요.”
강민재는 휴대폰 화면 스크롤을 내리며 다시 나에게 들이밀었다.
[현직 교사인데 야당 여당 구별도 못하던 학생들이 아침에 특검 얘기하는 거 보면서 좀 감동 받았다└나도 저번주에 길가는데 초딩이 고상준을 욕으로 써서 놀람ㅋㅋㅋㅋㅋ
└부모님이 집에서 고상준 욕 엄청하니까 애들은 자연스럽게 그거 듣고 배우는듯
└아니 그렇게 심한 욕을…
특검이 젊어서 그런가 첫 브리핑은 직접 해주는것도 마음에 들음
└그건 솔직히 잘한다잘한다 하니까 나대는 것처럼 보이던데ㅋㅋ
└? 뭐가 나대는거지 대변인 내세우지 않고 본인이 브리핑했다고 나댄다고 생각하는거냐 설마ㅋㅋㅋㅋㅋ
└차주한은 더 나대야함 그 얼굴로 너무 안 나대서 신기할 지경임ㅋㅋ
└중대한 수사하는데 얼굴 빨고 있는건 우리나라밖에 없을거다ㅉ
└일도 잘하는데 잘생겼으니까 반응 좋지 일 못했으면 이런 반응도 없음 그냥 연예계로 꺼지지 왜 특검하고 있냐고 했겠지
└그리고 우리나라만 이러는거 ㄴㄴ 잘생긴 건 전 세계에서 통함 외신 기사 페북 댓글에도 얼굴 얘기 한가득인데ㅋㅋㅋ 고대로 긁어왔다
megan : he’s SOOOO HOT
abigail : he looks stunning
alex : i like korean guys now<3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들한테 대답 존나 냉정하고 딱딱하게 하던데ㅋㅋ 싸가지 없는 것 같음 나이에 비해
└ㅋㅋㅋㅋㅋ그럼 특별검사가 그건 아직 수사 중이라서 알려드리기가 쫌…ㅎㅎㅎ 이해해 주세요~ㅎㅎ 이렇게 대답하냐?
└엥 미친놈인가
└에휴 별…
└범죄자들에 대해 냉정하게 말했다고 뭐라하는 놈은 지가 범죄자라서 그쪽에 이입하는거냐?ㅋㅋㅋㅋ
└말투 단호해서 존나 사이다라고 생각했는데ㅋ]
“앞이랑 내용 비슷하잖아.”
스크롤을 반쯤 내리던 나는 다시 강민재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뭐가 비슷해요. 변호사님 잘생겼다는 말이 있는데.”
“왜 자꾸 나한테 이런 반응을 보게 하는 거야? 전에 봉 변호사 인터뷰도 그렇고.”
“변호사님이 잘생겼다는 칭찬에 반응을 못 하는 게 재밌어서요.”
“반응을 못 한다기 보단 할 말이 없는 거야.”
“그게 그거죠. 그리고 할 말이 왜 없어요? 이미 알고 있는 얘기 또 해 줄 필요 없다, 내가 이 얼굴로 나대지 않는 이유는 가만히 있어도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나대기까지 하면 존재감이 과도하게 커져서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서다, 사진 가지고 놀라지 마라, 나는 실제로 보면 더 잘생겼다, 등등. 할 말 많죠.”
나는 정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싶어 강민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요? 전 제가 변호사님 얼굴이면 진짜로 저렇게 말할 건데요.”
“웃기지 마.”
“저 관종이라면서요. 관종인 제가 정말 저 말을 못 할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강민재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시끄러워. 이제 들어간다. 김수찬 도착할 때 다 됐어.”
그러자 강민재가 눈을 가늘게 뜨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에에, 도망간대요.”
“도망? 업무에 깔려서 특검팀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어 줄까?”
“죄송합니다. 파이팅 하십쇼, 특검님.”
* * *
“입 열 마음이 전혀 없는 겁니까?”
김종석이 책상 한가운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꽉 다문 김수찬을 향해 물었다.
구치소에 수감된 지 오래된 그는 한동안 염색을 못 해 군데군데 백발이 성성했다.
안색도 좋지 못했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지 뺨이 움푹 팰 정도로 살이 빠졌다.
지금까지 공개된 기사 사진이나 주민등록상의 사진과 비교하면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다.
“김수찬 씨. 우리 그만합시다. 지금 이렇게 버틴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이젠 인정하시죠.”
침묵 끝에 김종석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
하지만 김수찬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조사가 시작된 이래 신원 확인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옆에 변호인이 앉아 있긴 했지만, 그 역시 최소한의 행동만 했다.
김수찬의 변호인으로서 온 게 아니라, 감시자로서 왔다는 인상이 강하게 풍겼다.
“뭐가 무서워서 이러는 겁니까. 김수찬 씨, 정말 장기 매매 뒤집어쓸 생각이에요? 리본 의료원에서 구조된 피해자는 6살이고, 그 전에 의사 하나 장기 매매에 동원해 보겠다고 테스트에 쓰였던 피해자는 고등학생입니다. 둘 다 미성년자라고요. 집유 참작 사유도 없고, 가중 처벌 요소만 잔뜩 있습니다. 범죄 단체 조직죄, 각종 배임, 횡령, 협박까지 포함하면 김수찬 씨 돌쟁이 손자 군대 갈 때까지도 못 나옵니다.”
김수찬은 ‘돌쟁이 손자’를 언급했을 때 눈가를 가늘게 떨었다.
우신이 가족들의 안위와 미래를 보장해 줌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공포감을 심어 줬을 테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배임, 횡령도 아니고 무려 장기 매매예요. 이건 고상준이나 고윤수도 특사는 꿈도 못 꿉니다. 그런데 김수찬 씨, 본인이 중간에 나올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뒤집어쓰겠다고 버티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김수찬 씨.”
가만히 신문을 지켜보던 내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지금 구치소에 있다고 해도 이 사건의 사이즈를 모를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
“게다가 계속 버티더라도 고상준이나 고윤수가 혐의에서 자유로워지는 상황도 아닙니다. 김수찬 씨가 지금 여기서 멈추면 손자 초등학교 들어가는 건 볼 수 있습니다. 운 좋으면 유치원도.”
“…….”
“RND, 누구 겁니까.”
“저와 공원호 이사 소유 맞습니다.”
시종일관 입을 다물고 있던 김수찬이 쇳소리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수사본부에는 우신 내부에서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횡령하고, 우신 계열사 임직원들을 회유해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서 깊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건 여전하겠습니다.”
내 물음에 김수찬의 얼굴에 잠시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
김수찬과 공원호가 자수한 시점은 천사의 집을 이용한 성착취가 세상에 공개되기 전이었다.
자수 당시, 그들은 매우 강력하게 고상준은 아무것도 몰랐고, 자신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벌인 짓이라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성착취가 세상에 공개된 후 수사본부에서는 이들을 불러 이와 관련된 추가 진술을 받으려 했다.
그때부터 김수찬과 공원호는 진술 거부권을 사용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태도 변화를 내가 모를 리 없고, 오늘도 같은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새삼스러운 질문을 하는지 궁금했을 터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반성하고 있다는 주장을 버릴 순 없겠지.
김수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본인이 연관된 범죄들에 대해서는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고 원상태로 돌려놓고 싶겠습니다. 그게 진정한 반성 아닙니까.”
“……네.”
“그럼 본인이 자수하기 전에 우신 종로 사옥 주차장에서 차에 싣고 나간 박스 한 개 분량의 비자금 장부. 그건 어디다 뒀습니까? 피해 회복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 같은데.”
내 말에 김수찬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러다 바로 본인이 동요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어깨에 힘을 풀었다.
“비자금 장부라니요?”
그리고 되물었다.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면 검찰은 비자금 장부 먼저 찾으려 든다.
내가 굳이 김수찬에게 비자금 장부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걸 숨기지 않은 이유다.
“김수찬 씨가 자수하기 전날 오후 8시경에 우신 종로 사옥 주차장에서 비자금 장부 실었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사진도 받았습니다. 꽤 무거워 보이더군요. 인상을 쓰고 있던데요.”
“……상자요? 설마 그걸 비자금 장부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김수찬은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럼 뭡니까?”
“제가 자수를 결심하고 제 책상 짐 정리를 해서 가지고 나온 물건들입니다.”
“그 물건들이 뭡니까.”
“그냥 제가 쓰던 펜이나 휴대폰 충전기 같은……. ”
김수찬은 더 많이 열거하고 싶지만 딱히 생각이 나진 않는 모양인지, 말끝을 흐렸다.
기가 막힌 건 오히려 나였다.
나는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
“말장난할 시간 없습니다.”
“사실을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차량 추적해 보니 중간에 차를 바꿔 타기도 하고, 대포 차를 이용했더군요. 펜하고 휴대폰 충전기 숨기려고 그렇게까지 합니까?”
“…….”
“심지어 본인 휴대폰은 전원을 껐는지 GPS 기록이 없었습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습니까?”
“…….”
“반성하는 마음으로 자수를 결정한 사람이 물건 왜 숨겼습니까? 반성하고 있다는 사람이 저렇게 꼭꼭 숨겨 놓은 물건을 사무용품이라고 하는 상황을 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김수찬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김수찬 씨 행동은 반성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매우 상반됩니다.”
반성 여부,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 여부는 양형 인자에 속한다.
내가 이 말을 굳이 하는 이유를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너에게 구형될 징역이 1년 늘었다는 뜻이다.
“그럼 그날 차에 상자를 싣고 어디로 향했습니까?”
“…….”
“그날 귀가 시간이 새벽 2시던데. 주차장에서 출발한 시간은 오후 8시였습니다. 6시간 동안 어디서 뭐 했습니까.”
“…….”
“오후 8시부터 자수하기 직전까지 접촉한 사람을 전부 말해 보세요.”
“진술 거부하겠습니다.”
김찬영이 충신이라며 감탄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하긴, 고상준이 금고지기를 아무한테나 맡기겠는가.
어차피 오늘 한 번 불렀다고 냉큼 다 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김수찬 씨. 지금 특검이 RND 실소유주를 못 찾은 것 같아서, 계속 이렇게 거짓말하고 버티면 될 것 같죠?”
“…….”
“본인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오늘 기회 드리려고 부른 겁니다.”
이제부터 김수찬은 많이 불안해질 것이다.
내가 블러핑을 하는지, 정말로 뭘 알아서 이러는지.
그간 고상준의 지근거리에서 나를 겪어 봤으니,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 보면, 최종현이 IAIJ에서 입수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데이터를 공개한다.
그 순간 김수찬은 깨달을 것이다.
내가 그들이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고상준을 숨겨 주기 위해 발버둥 쳐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그때가 되면 자신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테고, 비자금 장부 위치도 불겠지.
“이만 조사 끝내겠습니다.”
* * *
“특검님.”
뻐근한 목 언저리를 주무르며 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이예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세웠다.
퍽 심각한 표정이라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 있습니까?”
“방금 전에 전화가 왔는데, 일단 보고부터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이게 뭔가 싶은데……. 아,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일단 들어 보세요.”
이예진은 파일을 재생시켰다.
[─네, 특검 민지윤 수사관입니다.─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보를 하고 싶은데요.
─어떤 내용 제보 말씀하시는 건가요?
─고상준의 페이퍼 컴퍼니 RND에 대한 제보입니다.
─실례지만 전화 거신 분은 누구십니까? 소속을 밝혀 주셔도 괜찮습니다.
─고상준 직계 비속입니다.
─……직계 비속이요? 혹시 본인이 누구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출석해서 밝히고 싶습니다. 허위 제보 염려로 검증이 필요하시면, 그 전에 먼저 특검 측 수사관분과 접촉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김찬영의 목소리였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