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9)
너희들은 변호됐다-9화(9/641)
‘뭐?’
“제가 두 분 죽였어요.”
“…….”
“형 말처럼, 친척들 말처럼, 제가 평소에 두 분이 형만 편애해서. 그게 너무 화가 나서 죽였어요! 유산도 탐나고요. 두 분 돈도 많잖아요.”
“…….”
“제가 입양해서 키워 주신 은혜도 모르고 그랬다고요!”
그 말을 끝으로, 김연준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위에 뜬 문자는 한 번도 빠짐없이 모두 거짓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큰 혼란에 빠졌다.
분명 미래에는 김연준이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을 살게 된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지?
김연준이 자신의 입으로 부모를 죽였다고 하는데도, 편애를 당해서, 유산이 탐나서 죽였다고 하는데도, 모두 거짓 판정이다.
이 능력이 잘못된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여태까지 수십, 수백 번 테스트해봤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김연준 씨.”
“……변호사님이 원하시는 대답이 됐나요?”
울음을 삼키며 김연준이 물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그러세요.”
“김철환, 여희숙 씨를 직접 죽이지는 않았어도, 죽음에 이르게 만든 건 아닙니까?”
“제가 죽였다고 했잖아요!”
[거짓]“아니, 김연준 씨는 두 분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내 말에 김연준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복잡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앞서 친척들도, 형도 입을 모아 자신이 부모를 죽였다고 말했다고 했으니 이미 세상 사람들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찼을 터.
경찰과 검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긴급 체포를 했다는 건, 현행범이었을 가능성이 크니까.
죽이지 않았다고 단언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일지도 모른다.
“죽음에 이르게 만든 사실이 있습니까?”
김연준이 한참 후에 대답했다.
“없습니다.”
[진실]“미안하지만, 정말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네.”
“김연준 씨가 두 분이 살해당한 일에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습니까?”
“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 때문에 형이 자극 받은 것 같습니다…….”
“형이 자극을 받았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그러고 보니, 이 사건 당시 김연준이 자백하기 전에 계속 형이 진범이라고 주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증거가 너무도 명확해서, 김연준의 말은 그저 양부모의 친아들에 대한 반발심에 하는 소리로 취급받았다.
여론이 시끄러워질 것을 걱정해서, 검찰과 경찰에서는 해당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고.
“김연준씨는 지금 형이 두 분을 살해한 진범이라고 말하는 겁니까.”
“네.”
“형이 두 분을 살해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까?”
“네.”
절로 탄식이 나오는 대답이었다.
진범은 두 사람의 친아들인 형이었고, 입양아인 동생이 대신 범인으로 몰린 상황이다.
검찰은 이를 믿지도 않았으며, 밝혀내지 않았고, 계속해서 몰리다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동생은 본인의 짓이라며 자백했다.
그것이 미래, 아니, 나에게는 과거에 벌어졌던 일이다.
“변호사님, 저를 믿어 주시는 겁니까?”
“네.”
나는 단언했다.
“내가 김연준 씨를 변호하겠습니다.”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 한다.
* * *
“저는 도곡동 집에서 나와서 고시원에서 살고 있었어요. 카페 맞은편 건물에 있는.”
“도곡동과 멀지 않은데 왜 나와서 살고 있었습니까?”
“집에다가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 통학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사실은 형 때문이었어요.”
“형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술 먹고 들어오면 엄마 아버지한테 왜 저를 입양해서 헛돈 쓰냐, 왜 보육원에 기부를 하고 지랄이냐, 행패를 부렸거든요.”
김연준이 울먹이며 대답했다.
“그 뒤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집에 들렀어요. 아니, 한달에 두 번일 때도 있었고. 그런데 집에 갈 때마다 꼭 형이 엄마하고 아버지를 밀치고 때리더라고요.”
“이유가 뭐죠?”
“모르겠어요. 엄마하고 아버지한테 따로 여쭤봤는데, 끝까지 말씀을 안 하시고. 형도 엄마 아빠를 때릴 땐 왜 저를 입양해서 헛돈 쓰느냐는 소리만 했었고요……. 부모님 말씀 들어보면, 제가 그 집에 올 때마다 형이 그랬다고 했어요. 저 없을 땐 때리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김연준이 있을 때만 그랬다?
왜일까. 김연준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너 때문에 네 부모가 이렇게 맞고 사니까 그냥 사라지라는 경고?
“그래서 아예 나와 살까 생각했는데, 엄마 아빠는 그래도 가족이 다 같이 앉아서 밥도 먹고 해야 한다면서 가끔이라도 들르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날도……. 흑. 저 때문일 거예요. 흐흑.”
힘겹게 그친 눈물이 다시 터져 나오는지, 김연준은 고개를 들어 올리며 한동안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부모님한테 형과 인연을 끊고 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 제 처지가……. 아시다시피, 입양된 입장이라 친아들과 연을 끊으라고 하면 오해받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말은 차마 못 했고, 그냥……. 형한테 그만하라고만 했어요. 그때, 그때 제대로 말렸어야 했는데…….”
“체포됐을 당시, 야구 배트는 왜 들고 있었습니까?”
“경찰이 문을 열라고 문을 두드리니까, 형이 저한테 야구 배트를 넘겼어요. 얼결에 받아 들었는데, 형이 문을 열더니 갑자기 경찰들한테 제가 부모님을 죽였다면서, 살려 달라고…….”
“야구 배트에서는 김연준 씨의 지문만 발견되었다는데 그 이유는 뭡니까?”
“자, 잘 모르겠어요. 저도 거의 패닉에 빠져 있어서……. 형을 말리다가 저도 많이 맞았거든요.”
김연준이 수의 단추를 풀어 자신의 상체에 든 멍을 보여 주었다.
야구 배트가 범행 도구인 것은 확실한데, 김연준의 지문만 나왔다면?
김형준은 지문이 없거나, 장갑을 끼고 있었거나. 둘 중 하나다.
그 와중에 지문을 제거할 시간은 없었을 테니까.
장갑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진다.
“형 이름이 뭐죠?”
“김형준이요.”
“그래, 김형준 씨가 왜 부모님을 죽였는지는 모른다는 거죠?”
“네. 마구 때리다가 실수로 그렇게 된 것 같긴 한데…….”
김연준도 김형준의 범행 동기를 모른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은 김형준의 범행 동기와 김형준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는 것이다.
“일단 조사를 좀 더 해 보고, 진척이 생기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네. 하지만 가능할까요?”
“뭐가 말입니까?”
“무죄 입증이요. 제 편이 아무도 없을 텐데…….”
김연준의 얼굴은 많은 감정으로 얼룩져 있었다.
기대감과 불신.
상반되는 두 개의 감정이 얼굴에 확연히 드러났다.
원래 감정을 잘 못 숨기는 성격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걱정은 제가 하겠습니다. 김연준 씨는 나갈 생각만 하세요. 영치금 필요하면 말씀하시고요.”
“아, 아뇨. 아저씨가 이미 많이 넣어 주셨어요.”
“아저씨?”
“카페 사장님이요.”
하긴, 현행범 구속까지 당한 김연준이 그럴 리가 없다며 울던 양반이다.
건물도 갖고 있는 넉넉한 사람이 아끼는 사람을 위해 영치금 하나 안 넣어 줬을까.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앞으로도 몇 번 더 올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이 조사하시는 데 도움되는 거면 수백 번을 오셔도 감사하죠. 오히려 여기까지 와 주시는 게 감사할 뿐이고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계십시오. 정신 건강에 도움이 안 됩니다.”
“네. 들어가세요, 변호사님.”
접견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바로 전화가 울렸다.
황영찬 부장이었다.
“네, 부장님.”
-차 프로. 아니, 차 변. 자네 많이 힘들어?
나중에 변호사 사무실 개업하면 화환이라도 하나 보내겠다던 양반이 소식 하나 없었는데, 이런 일엔 또 기가 막히게 빨랐다.
나는 오늘 바로 국선 변호사를 해임하고, 새로 변호사 선임 신청서를 쓰게 했다.
그 소식이 벌써 검찰에까지 넘어간 모양이었다.
“아뇨. 별로 힘들진 않습니다.”
-그런데 김철환 부부 사건, 용의자 변호 맞는 건 뭐지? 속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내 기분 탓인가?
“제가 의뢰인 선정 방식까지 부장님께 보고 드려야 합니까?”
-그거 우리 관할이라는 거 차 프로도 알잖아?
“이제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첫 사건부터 이렇게 부딪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전 또, 앞으로 여론을 등진 의뢰인 변호하느라 고생할 제가 걱정돼서 전화하신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네요.”
내가 황영찬이 키우던 놈이라는 건 이미 알 사람은 다 알 테니, 아무래도 한마디 나온 모양이었다.
결국 자신의 처지가 난감해진 것을 두고 화풀이를 하려는 것이다.
-서운하군. 굳이 그렇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텐데.
“지금 조사 나와 있어서, 이만 끊어야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인근 편의점에서 주스 세트를 사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이 아파트는 한 층에 두 집만 있는 구조.
뉴스에서는 처음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 옆집이라고 했으니…….
띵동.
“계십니까.”
-누구세요?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변호사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주부가 나왔다.
경계하는 듯 문을 반만 열고 고개를 빼꼼 내민 상태였다.
“옆집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면, 경찰한테 얘기 다 했는데요?”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나는 주부에게 명함을 내밀었고, 그녀는 한참 뜯어보다 주변을 휘휘 살폈다.
누군가 들을까 의식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옆집은 현재 사건 현장으로 비어 있는 상태인데.’
그녀는 곧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