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05)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03)화(105/207)
<전임 교황, 셀라디온 탄닌의 장례식에서 일어난 마수 출몰 사건(사망자 1명)>
▷해결, 요한(사망자 추정) 생존!
내 손끝을 따라 펜이 움직이며 기록에 선을 죽죽 그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해결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만족스럽게 노트를 덮자, 비밀통로에 설치된 성물들이 표지의 글씨를 비추었다.
<901년까지의 기록>
응접실에서 훔쳐 온 이 노트에는 그간 내가 조금씩 기록해온 미래의 역사가 소상히 기록되어 있었다.
이번처럼 마수로 인한 사망자가 생기는 일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들, 자연재해, 흉년이나 풍년이 드는 시기, 요직에 자리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일으킨 성과와 문제들…….
타임리프 계획을 세운 순간부터 열심히 외워두었던 향후 19년의 역사를.
나는 책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이거라면…….”
앞으로 2년 뒤, 아빠는 황제가 된다. 그러면 아빠도 이 비밀통로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혹시나 내가 타임 패러독스에 휘말려서 잘못된대도, 이것만 있으면 부모님이 앞으로의 역사를 알 수 있으실 거야.’
시간 여행자가 사라져도 타임리프의 영향력은 남는다. 나는 엄마의 마법서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이 법칙을 확인했다.
마법서가 사라진 이후에도 에코는 내게 마법서에 대해 추궁했고, 목걸이의 로켓에는 아직 마법서의 마석에 부딪힌 흔적이 남아 있었으니까.
‘물론 내가 계속 부모님 곁에 남아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내가 태어나기까지 고작 3년밖에 남지 않았다.
갑자기 아기가 되거나, 부모님이 혈투를 벌이거나, 갖은 문제를 마주치니 마음이 불안해졌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 정도의 안전장치는 만들어 놔야지. 계획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니까.
‘그럼 이걸로 타임리프 계획의 반은 성공한 셈인가?’
내 목표는 과거로 가서 부모님을 죽음으로부터 구하는 것. 그리고 부모님께 미래의 역사를 알려주어 앞으로 일어날 온갖 참사를 막도록 도와드리는 것이었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말도 못 하는 아기라 무척 당황했었는데……. 매번 덜컹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여기까지 와서 다행이었다.
‘이제 남은 건, 부모님의 죽음.’
그 일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유는 명명백백했다. 엄마의 죽음으로 마음의 병을 얻어 천천히 스러져가던 모습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었다.
‘엄마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걸까?’
엄마를 만나기 전에는, 상처가 많고 여린 분이라 그런 죽음을 맞이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엄마는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엄마는 아름답고 인망이 두터우며 프라이드가 높은,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엄마와 더 오래 함께하다 보면 엄마의 마음속에 숨겨진 상처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엄마를 더 깊이 알게 될수록 오히려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다.
내가 지켜본 엄마는 어떤 문제를 만나도 부서질 때까지 부딪히는 분이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짚이는 데라면, 엄마가 마법사라는 부분밖에 없는데…….’
문제가 그거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국민들이 마법사에게 더 적대감을 느끼지 않도록 그들이 치는 사고를 미리 막는 것 정도일까.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 전 세계에 팽배하게 퍼진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선, 지난하고 긴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슬슬 정보 길드도 가봐야겠어.’
마탑 내부에서 원인을 찾기 힘들다면 외부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
부모님도 많이 가까워지셨으니까. 조만간 내 정체를 말씀드리고 협조를 구해 정보 길드에 가봐야겠다.
계획을 정리하고 통로를 나서는 내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드디어 불의 날, 마탑에 가는 날이었다.
***
[오랜만이야, 이브.]“교황 성하가 돌아가셨다며, 괜찮니?”
“안녕, 원피스 잘 어울린다.”
“어서 와!”
나를 환영해주는 많은 목소리 사이에서 나는 들판에 나온 강아지처럼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지난주에는 왜 안 왔어?”
나를 마중 나와 새침데기처럼 묻는 에밀리를 보며 나는 잠깐 놀랐다가 이내 미소 지었다.
“안녕, 에밀리. 일이 쫌 이써떠.”
“흐응, 얘네가 너한테 할 말이 있대.”
그러자 에밀리의 뒤에 있던 아이들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안녕, 이브.”
“그땐 사과를 제대로 못 한 거 같아서.”
낯이 익다 했더니 예전에 에밀리와 함께 뒷말을 하던 친구들이었나 보다. 아이들은 이후에 사비나에게 엄청 깨졌다고 말하면서 내게 재차 사과해왔다.
웬일인지 엄마는 외출 중이었다. 나는 엄마를 마중 나갈 겸 아이들과 함께 광장에 가며 통성명을 했다.
“메리, 세라.”
“응.”
“맞아.”
에밀리가 원반에서 내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메리는 온 가족이 마법사야.”
“헉, 지짜?”
“온 가족이라 봤자 엄마, 아빠와 나. 세 명뿐이야.”
“그래두 엄청나!”
나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그러면 가족이 전부 마탑에서 사는 거야?”
“아하하, 그건 아니야. 부모님은 13지부에 계시거든.”
메리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하게 눈을 깜빡였다.
“마탑이 여기 말구 또 이써?”
“아니, 이브는 아직 모르는구나. 지부라는 건 땅에 있는 작은 마법사 조합 같은 거야.”
“마법사 조합?”
“응, 어린 마법사를 구해서 마탑에 보내기도 하고. 마법사에 대한 소문을 모아서 마탑에 알려주기도 해. 오늘도 마탑주님이 지부에서 연락을 받고 내려간 거야.”
“헉, 그래떠? 메리 부모님 머찌다. 가치 못 사는 건 아쉽지만…….”
좋은 일을 하시는 것 같지만, 역시 가족이 다 마법사인데도 함께 살 수 없다는 건 약간 안 됐다. 그런 마음이 티가 났는지 그 애가 작게 웃었다.
“그래도 지금이 나아. 원래는 농부였거든.”
“농사를 지으셔떠?”
“응, 얼마나 고생했는지.”
메리가 말도 말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밭매고 써레질하고 이삭 줍고…… 밤에는 좁아터진 방에서 세 가족이 같이 잤어. 일손이 부족해서 하루 종일 같이 일했는데, 진짜 힘들었어.”
“하루 종이 가치?”
나는 메리의 말을 따라 하며 눈을 깜빡였다. 상상의 나래가 제멋대로 펼쳐졌다.
화창한 태양 아래, 공기 좋은 시골에서 터를 잡고 사는 우리 가족의 모습. 온종일 함께 밭을 일구고 그늘에서 땀을 닦으며 새참을 먹는 모습. 좁은 방에 오순도순 모여 엄마 아빠와 손을 잡고 자는 상상을…. 농사는 고되겠지만 무르익어가는 황금빛 밀밭을 보면 보람찰 것이다. 집이 좁아서 손만 뻗으면 언제든 서로를 만질 수 있겠지. 손끝에 닿는 온기와 부모님의 웃음소리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렇게 부대껴 살 수 있다면, 정말…….
“낭만적이다.”
나는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핫하고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아이들이 다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머쓱해져서 사과했다.
“미안, 메리. 힘들어따구 했는데.”
“아, 아냐. 내가 괜한 말을 해서…….”
“이브, 이리 와.”
메리와 사과를 주고받는데 갑자기 에밀리가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당황한 채 눈을 깜빡였다.
에밀리는 첫인상과 다르게 스킨십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근데 언제 놔주는 거지?’
나는 에밀리에게 안긴 채 새로 사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엄마가 지부에서 연락을 받고 내려간 거면, 지금은 새 마법사를 데리러 간 걸까?’
그러고 보니 광장이 복작복작했다. 마치 내가 처음 마탑에 왔던 날처럼.
‘엄마는 어떻게 마법사를 데려오시는 걸까?’
마탑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가 데려왔다고 했다.
나처럼 우연히 맞닥뜨려서 달랑 데리고 오는 경우는 드문 것 같던데.
마법사 조합이 직접 마탑주를 부를 정도로 소문이 난 상태면, 해당 국가의 신전이나 왕실에서도 소문의 진원을 파악하지 않았을까?
“어, 공간 이동진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가 말했다.
고개를 들자 광장의 한가운데에서 열린 검은 균열이 보였다. 광장에 몰린 마법사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곧 균열 속에서 아이를 끌어안은 새까만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 위에 쓴 새까만 모자에는 악마의 상징인 오망성이 새겨져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와 걸레짝이 된 로브가 흔들렸다. 그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몸에 끼얹은 진득한 액체에서 진흙과 피비린내가 풍겼다.
피 냄새를 맡은 마법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세상에나, 탑주님!”
“다치신 거예요?!”
“내 피 아니야.”
엄마는 마법사들의 호들갑을 가볍게 응수하곤 마법을 풀었다. 그러자 머리끝에서부터 마력이 물결처럼 흔들리며 변신 마법이 해체되었다. 검은 머리칼이 원래의 분홍색으로, 검은 로브와 옷이 가벼운 연녹색 원피스로 바뀌었다.
몸에 달라붙은 액체도 깨끗하게 치워버리고 나자, 다시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