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1)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1)화(11/207)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살펴보자.’
나는 책을 가볍게 팔랑팔랑 넘겨보았다.
처음 이 책을 펼쳐봤을 때만 해도 모든 글귀가 외계어 같았다. 하지만 요 몇 달간 책에 코를 파묻고 타임리프를 연구한 가닥이 있어서인지, 이제는 아는 술식이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글씨는 단정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악필이다. 글을 휘갈겨 쓰는 편이신 것 같은데, 처음엔 엄마가 출신지에서 쓰시던 이국의 언어인 줄 알았다. 내용이 어려운 데다 글씨까지 개발새발이라 정말 읽기 힘들었다.
‘그래도 계속 보니 읽어지긴 하지만…….’
악필이라도 패턴이 있는 악필이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난 책을 후루룩 넘기며 엄마가 메모해둔 마법들의 이름과 내용을 살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마법이 있었다.
고양이 털을 뭉치는 마법, 알의 부화를 막는 마법, 탈모 속도를 증폭시키는 마법……?
‘으음, 알 수 없네…….’
엄마가 뭘 하려고 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 대부분은 저런 마법들이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데 습득은 어렵고 마력은 대단히 많이 소모된다. 하지만 가끔은 유용한 것도 있었다.
‘어, 이건 좋아 보인다.’
<하급 마법 : 쥐와 새의 귀>
세 번째 귀를 만들어서 몰래 돌아다니게 할 수 있는 염탐 마법이었다. 이거면 하인들이 내 방에 들어올 때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아도, 모든 소문을 속속들이 엿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난 눈을 반짝였다. 이런 게 하급 마법이라니.
‘이런 마법이 하급인데, 왜 탈모 마법이 상급 마법인 거지?’
아무튼, 술식은 복잡하지만 난 불가능한 마법인 타임리프도 성공했으니까 열심히 공부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귀퉁이를 작게 접어서 페이지를 표시한 후 뒤로 넘어갔다.
이외에도 변신 마법이나, 환영 마법처럼 유용해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신성력은 치유와 파괴만 할 수 있는 데 반해, 마법은 왜 이런 게 가능한 걸까 싶은 것도 가능했다. 자유롭고 변칙적인 그들의 능력엔 한계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끔찍한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성물을 훔치거나, 신전을 테러하거나, 사제들을 살해한 악랄한 범죄들. 마녀들이 일으키는 일들은 하나같이 앞뒤가 맞지 않고 흔적을 남기지 않아 방식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신전이 그토록 마녀들을 경계하는 것이다.
“으응…….”
‘하지만 그 사건들을 전부 마녀들이 일으킨 게 맞기는 한가?’
황실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사람들은 제일 먼저 날 의심했었다. 하지만 나는 맹세코 아무도 해친 적이 없다. 나는 음식에 독을 섞는 방법도, 물건을 훔치는 방법도 모르는걸. 내가 사용한 마법이라 해봐야…….
나는 책을 한 번에 넘겨 가장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타임리프 이론>
상급 마법도 아니고 그냥 ‘이론’. 엄마 머릿속의 가능성만으로 존재하던 마법이다.
난 이제는 익숙해진 마법진과 술식을 한 번 더 훑어 넘겼다.
엄마는 이 이론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위험하고, 변수가 많으며, 너무 많은 마력이 요구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이 걸림돌들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두셨다. 마녀의 힘이 강해지는 날이나, 마력을 끌어 올려주는 보조 아이템 같은 것들.
‘사바나무의 심지로 만든 양초……. 고모가 힘들게 구해주셨지.’
길헬름의 뒷골목에 있는 정보 길드에서 구했다고 하면서, 가는 방법까지 자세히 알려주셨다. 이 정보는 언젠가 써먹을 일이 있겠지.
그리고 끝에는 이런 주의사항을 붙였다.
[만에 하나 이 마법을 시전하는 것에 성공한대도, 심각한 위험성이 따른다. 시간은 모순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은 시간 여행자를 공격할 것이다.]‘타임 패러독스.’
이를테면, 시간 여행자가 과거의 자신과 접촉하는 것이 그랬다.
한 시간대에 같은 사람이 둘 이상 존재하게 되면, 타임 패러독스가 일어나 과거에서 튕겨 나가게 될 것이라고. 엄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과거에서 튕겨 나간다’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엄마도 알지 못했다. 다시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오게 될 수도 있고, 시간의 틈에 갇히거나, 존재가 완전히 제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과거를 바꾸면 시간 여행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만약 과거의 내가 상처를 입으면, 미래의 나 또한 흉터를 얻게 되는 식이었다.
엄마는 이게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다고 말했지만, 몹시 타당한 가설이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이 타임 패러독스를 피하고자 내가 태어나기 전 시간대로 왔다.
‘만약 6년 뒤, 내가 태어나면…….’
그땐 무슨 일이 생길지 나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게 확실히 주어진 시간은, 6년.
이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결판을 내야 했다.
‘이 마법을 성공하면, 모두 없던 일이 되는 거야. 과거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되는 거야. 돌아가서, 네 엄마를 찾아가!’
엄마를 찾으라는 고모의 유언.
엄마가 수도에 오는 건 3년 뒤, 황궁에서 개최되는 연회에서다.
‘이델리 탈출 작전.’
나는 과거로 오기 전 미리 암기한 지식을 하나씩 떠올렸다. 마녀 이델리는, 할스테리어에서 대사제를 시해하려다 잡힌 세계적 범죄자다.
신성연합국은 제국 예하드와 7개의 소국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통일국가였다. 이 8개 나라에는 각각 땅을 수호하는 성물이 있었다. 이 성물은 대사제가 꾸준히 신성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제대로 기능했기에, 대사제는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그래서 대신전은 출입 기준도 까다로웠고 대사제에게는 많은 호위가 따라붙었다.
그런데 이 대신전에 숨어든 마녀가 감히 대사제를 죽이려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사제는 죽지 않았으나, 이 사건으로 할스테리어에서는 <마녀를 마수로 간주하는 법률>이 힘을 얻게 된다.
테헤라 정교는 철저한 불살주의를 표방하지만, 마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년 뒤인 882년, 이델리는 제국에서 붙잡힌다. 그리고 할스테리어에 이송되기 전, 마녀들이 연회에 쳐들어온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대마녀 린제나 그레인저도 섞여 있었다.
‘3년만 기다리면, 무조건 엄마를 볼 수 있는 건가.’
물론 3년 동안 마냥 기다릴 생각은 없다. 원래 계획대로 성녀 행세를 하며 사람들을 포섭하고, 미심쩍은 부분들을 캐낼 것이다. 삼촌을 포함한 저들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엄마가 죽은 정황은 어떠했는지, 그 끔찍한 참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야지. 그리고 최대한 빨리 엄마를 만날 방법도 찾아보고.
‘예상 못 한 장애물이 생기긴 했지만…….’
난 고사리 같은 손바닥을 내려봤다. 이걸로 뭘 잡을 수나 있을까 싶은 손이다.
대단한 마법을 썼으니 대단한 대가가 따를 수 있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이런 몸으로 부모님을 지켜드릴 수 있겠냐고.
“아휴우.”
작고 유약한 내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왔지만 어쩔 수 있나. 난 책을 꾹 잡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오늘도 해냈으니까. 이대로 쭉 부족한 피지컬은 신성과 마력으로 커버하는 전략으로 간다.
난 손으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들었다. 마력으로 허리 주변에 두른 원을 지탱하고 섰다.
“이따.”
양손으로 책을 움켜쥐고 다리를 움직여 한발 두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나, 두…….”
‘운동 되겠다, 이거 계속하면 걷기를 터득할 것 같은데.’
그로부터 두 시간쯤 걸었을까.
‘사천백삼, 사천백사…….’
난 치명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신성력이 없어.’
“헥, 헥.”
신성력이 다 떨어져서, 권능으로 체력을 회복할 수가 없다.
나는 아쉬운 대로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 잠깐 숨을 돌렸다. 고개를 들자 깜깜한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마력이 문제가 아니었어.’
성물의 빛을 유지하는 데도 신성력이 든다. 체력 회복을 위해 쓰기도 부족할 것 같아서, 성물을 밝히지 않고 발걸음 수에만 의지해서 걷고 있었다.
‘책을 보고 너무 흥분했었나?’
신성이 넘치는 태양궁이라, 일부러 신성력보단 마력을 모으는 데 집중해왔는데……. 오히려 신성력이 부족해지다니.
‘졸려.’
지쳐서 눈이 자꾸 감겼다. 낮잠 많이 자고 왔는데, 부족했나 보다. 여기서 잤다간 린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빈 아기침대를 발견하게 될 텐데…….
‘상관없지 않나…….’
마녀와 사제의 혼혈 같은 거 상상도 못 할 시대인데, 날 새삼 마녀로 의심할 리도 없고. 꼬리를 잡혔다가 머리가 날아갈까 늘 겁에 질려 있던 미래보다 훨씬 상황이 나았다. 불살주의 국가니까 비밀통로를 쓰다 걸려도 소피아가 한 것처럼, ‘신께서 이부엔나를 부르셔쯤니다.’ 해주면 넘어갈 거 같기도.
난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랬다가 누가 이상을 눈치채면 어떡해?’
일견 말랑말랑해 보이지만, 22년 뒤엔 파국을 맞이하게 될 나라다. 멀쩡했던 나라가 고작 22년 사이에 그 난리가 날 리 없다. 천천히 쌓아온 앙금이 있었던 거다. 무엇보다, 삼촌에게 내 패를 들켰다간 원래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미래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린다가 나 때문에 책임을 물게 될지도 모르고…….’
주위에 피해를 주는 건 나쁜 일이니까. 난 고개를 붕붕 저어 잠기운을 털어내고 바닥을 짚었다.
발바닥이 욱신거려서 마력으로 더 단단히 보호했다. 그리고 힘차게 발을 디뎠다.
그렇게 열심히 나아가자 곧 끝이 가까워졌다.
‘오천오백십구…….’
마지막 숫자를 외우며, 나는 우뚝 섰다.
“휴야아.”
‘오천오백이십!’
마지막 신성력을 쥐어짜자, 가장 가까이 있던 성물이 반짝 빛을 냈다. 어둡던 시야가 훅 밝아져서 난 눈을 찌푸렸다.
‘벽이다.’
빛은 금방 꺼졌지만, 난 빠르게 내 방과 통하는 문을 찾아냈다. 마법서는 통로 안에 잘 숨겨두고, 문을 밀어젖혔다.
“꺄.”
밖으로 나오자 어슴푸레한 달빛과 상쾌한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이제, 마지막 마력을 짜내서 아기침대로 돌…….’
돌…아…가…면…….
되는데 쟤는 왜 여기 있냐.
“너, 너는.”
“우븝.”
옅은 달빛 사이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에메랄드색 눈, 반짝이는 금발.
어정쩡한 자세로 나를 가리키고 있는 앳된 소년은 바로 파리엘 삼촌이었다.
“그, 성녀?”
그는 무척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서 나타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