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15)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13)화(115/207)
2. 네 번째 가출
“하아…….”
나중의 일은 미뤄두고, 나는 다시 유희 마법을 썼다. 빛나는 마법진 사이에서 눈을 뜬 4살의 나를 황궁으로 떠밀어 보내고 등을 돌렸다.
저 마법 덕분에 운신이 무척 자유로워졌다.
나는 비밀통로의 지름길을 가로질러 태양궁을 벗어나 황궁의 가장자리로 향했다.
‘아기 모습일 땐 한 세월 걸리던 거리가 어른의 몸으로는 금방이네.’
뭘 하든 피지컬이 중요하다. 역시 어른들은 아기에 비해 인생을 쉽게 사는 게 맞았다.
부지런히 발을 옮기자, 비밀통로와 연결된 황궁의 대피로가 보였다. 나는 마법을 발동하며 거리낌 없이 황성에서 빠져나왔다.
“냐아-”
새하얀 고양이로 변신한 나는 최대한 천연덕스럽게 성벽을 돌아갔다.
다행히 작은 고양이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총총 황성을 벗어나 번화한 시내로 왔다. 조용히 골목길로 들어가 모습을 도로 바꾸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었다. 혹여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도록 하얀 로브로 머리칼과 몸을 단단히 가리고.
눈에 띄는 오드아이를 가리기 위해서 색안경도 썼다. 너무 멋 부리는 것 같이 보여서 부끄럽긴 하지만, 영혼의 창인 눈은 색을 바꾸는 데에도 많은 마력이 소모되어서 마법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워서 말이지.
이번이 벌써 네 번째 가출이었다.
“어서 오세요~ 폐점 세일합니다.”
“얘들아, 우리 저기 가보자.”
“엄마 나 저거 사줘!”
아무리 신성제국의 수도라도 가게가 잔뜩 몰린 번화가는 마냥 얌전하고 신실하지만은 않았다. 작게 다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떼를 쓰는 아이도 있고, 어딘가를 다급히 달려가는 소녀들도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길거리의 생기가 피부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미래에서는 늘 황성에 갇혀 있기만 해서 이렇게 북적거리는 세계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내가 기억하는 수도 광장은 늘 누군가가 처형당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잔뜩 움츠러들어 고개를 조아리기 바빴다.
이렇게 다양한 표정이 있는 사람들이었구나.
내가 아빠만큼 능력 있고 현명한 황제였더라면, 내 시대의 사람들도 그랬을까.
“어서 오세요!”
마차를 타고 수도를 벗어나 도착한 곳은 비교적 골목 가에 있는 펍이었다.
성년의 날을 맞자마자 과거로 와서 계속 아기로 살았더니 술집에 오는 것은 조금 꺼려졌지만, 내가 찾는 정보 길드의 장이 여기 단골이라고 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여기는 무알코올 음료를 팔아서 좋다.
“또 오셨네요. 이번에도 알코올 없는 주스로 드릴까요?”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바텐더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나는 당황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네, 네에…….”
어, 어떻게 나를 알아봤지? 고작 세 번째 오는 것뿐인데…….
이런 게 바텐더의 수완이라는 거구나. 사람 얼굴 외우는 능력이 엄청나다. 손님이 많지 않은 곳이라 더 그런 거 같았다.
“여기 있습니다.”
한참 뒤 음료가 나왔다. 그런데 치즈가 끼워진 과일 카나페가 함께였다.
“저, 이건 시킨 적 없는데.”
“단골이시니까, 서비스예요.”
“가,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옮기는데, 나를 살피는 바텐더의 시선이 느껴졌다. 새, 색안경 때문에 이상해 보이는 걸까…….
“혹시 사람을 찾으시나요?”
“네에?”
갑작스러운 질문에 움찔 놀라 되묻자, 그녀가 빙긋이 미소 지었다.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요. 요전부터 계속 혼자 오셔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 같던데. 혹시 친구가 필요한가 해서. 제가 마침 퇴근 시간이거든요.”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다정한 분이구나.
나는 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괘, 괜찮습니다.”
“으음, 그래요.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요.”
바텐더가 머쓱하게 물러났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벽 쪽으로 바싹 붙었다.
사람 얼굴을 잘 외우는 바텐더라면 지금 내가 도움을 구하기 가장 적절한 상대일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무심코 거절해버렸다.
엄마와 헤어진 이후로, 새로운 사람들과 엮이는 게 무겁게 느껴진다.
“하…….”
차가운 벽에 머리를 대고 있자 정신이 좀 드는 것 같다. 약한 소리 그만하고 길드장이나 찾아보자.
“아하하하하!”
“세상에, 에런 좀 봐, 너무 귀엽다~!”
그때,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귀를 때렸다. 평소에는 한적한 곳이었는데 오늘따라 안쪽 테이블에 취객들이 잔뜩 몰린 듯했다. 나는 혹시 내가 찾는 사람이 있을까 하며 소란스러운 곳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저 남자… 식사하는 테이블에 발을 올리고 있네.’
주변에 레이디들도 많은데 어떻게 저런.
절대 기사는 아닌 것 같았다. 주변 여자분들은 그와 막역한 사이인 건지 저런 모습을 보고도 즐거워하며 웃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 우리 아빠가 있었더라면 절대 용납하지 않으셨을 무례였다.
나는 옷자락을 올려 얼굴을 완벽히 가렸다. 저런 남자와는 눈도 마주치지 말아야지.
‘휴우, 한적한 곳이라도 술집은 술집이구나.’
내가 이런 곳에 온 것은… 그 ‘정보 길드’.
작은고모가 타임리프 마법을 쓸 때 필요한 마도구를 공수해 온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엄마가 아빠와 결혼하지 않으면, 엄마는 죽지 않는다. 엄마가 죽지 않으면 아빠도 마음의 병에 걸리지 않는다. 지상에 임하신 태양이라 불리는 아빠가 죽지 않으면 신성연합국도 쇠망의 길로 접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 분 관계를 파투 내었고 이렇게 세상을 구했다, 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미래에 일어나는 골치 아픈 비극은 내 부모님의 죽음 외에도 여럿 있었다.
예를 들어 신성연합국의 북쪽 방벽이라고 불리는 세 나라가 무너진 사건 같은 것 말이다.
큰 줄기의 역사라면 나도 대강 알았으나 이 시대에 실제로 뛰어들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여태까지 여러 정보 길드에 방문했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역시 작은고모가 일러준 정보 길드, ‘밤부스의 숲’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마도구를 구할 수 있을 만큼 마탑과 끈이 있는 곳이라면 필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보 길드에 대해선 길헬름의 뒷골목에 있다는 것밖에 아는 게 없었다. 나는 수도에 있는 정보 길드를 닥치는 대로 들러서 수소문해보았다. 내 미숙한 행동거지를 보고 사기를 치거나 무시하는 길드들도 있었지만, 남들보다 많은 돈을 내밀면 어떻게 의뢰까진 해낼 수 있었다.
‘밤부스의 숲? 제국에서 가장 뛰어난 길드라고 할 수 있지. 정보 길드의 신화 같은 곳이야.’
‘어떤 의뢰도 해결해주지만, 워낙 까다롭게 굴어서 의뢰하기가 쉽지 않다던데.’
‘예전에는 여기 뒷골목에 있었는데. 주기적으로 길드를 이전해서,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그 길드장! 듣기로는 엄청난 바람둥이라던데. 자주 다니는 술집이 하나 있어.’
쓸데없는 과거 정보와 길드장의 사생활을 제하면, ‘밤부스 숲’의 길드장이 이 펍의 단골이라는 것만 겨우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길드장에 대해선 고모에게 들은 바가 있어서 다행이다.
‘길드장은 갈색 머리에 초록 눈, 이름은 레온. 키는 180 초반 정도의… 서글서글한 남자야.’
…그 특성이라는 게 너무 흔해서 문제였지만.
그래도 다행히 우리 신성제국의 국민분들은 참 친절했다. 비슷한 외모의 남자를 발견할 때마다, 내가 다가가 쭈뼛거리며 이름을 물어보면 다들 상냥하게 대답해주셨다. 역시 성신을 믿는 나라여서 그럴까. 아니면 이 펍이 좀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라서 그런 손님들만 오는 걸지도.
“와하하하하학!”
……오늘은, 조금 시끄럽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안쪽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보니 정말 번잡스러워 보이는 테이블이었다. 다인용 테이블 여러 개를 이어 붙여서 커다랗고 길게 만들었는데 그 위가 온통 술병과 안주로 가득했다. 특히 가운데 앉은 남자의 근처에는 빈 술병이 아빠 서재의 트로피만큼 쌓여 있었다.
‘저, 저게 다 몇 병이야.’
테이블을 둘러싼 인원은 남자 하나와 여자 여럿이었다. 내 자리와는 완전히 반대편인 데다가 가게 조명이 어두워서인지 남자의 머리 색은 그저 새까맣게만 보였다. 남자가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올릴 때 언뜻 보니, 눈에는 붉은 기가 도는 듯했다.
‘갈색 머리에 초록 눈은, 아니네.’
게다가 들려오는 말소리에 의하면 아마 그의 이름은 에런인 듯했다. 난 저 요란한 사내가 내가 찾던 길드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일단 안도했다.
마음을 놓고 보니, 그 테이블은 여자들이 즐겁게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듯 보였다. 그러다가도 간혹가다 남자가 입을 열기라도 하면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꺄르륵거리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그 남자의 모습이 묘하게… 낯익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