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18)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16)화(118/207)
그새 마도구를 어디로 치우기라도 했는지, 그의 몸에선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곁에 선 레온이 약간 놀란 얼굴로 악수하는 니르겐과 나를 보았다. 그가 놀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 또한 놀란 상태였다.
‘미래에 길드장이 바뀐 거구나.’
작은고모가 내게 레온의 외관을 알려준 건, 그가 20년 이상 ‘밤부스의 숲’에서 길드장으로 있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 시대에 그는 부길드장이고, 니르겐이 길드장이었다면.
‘이맘때쯤 길드장이 교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레온이 길드장이 된 후에 의도적으로 니르겐의 존재를 은폐한 건가?’
니르겐은 끽해야 20살쯤 되어 보였고, 레온과도 나이대가 비슷해 보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길드를 물려준 건 아닐 것이다.
‘배신? 사고?’
설마, 죽나?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밤부스의 숲은 꽤 공들여 만든 길드처럼 보였다. 이런 곳을 두고 젊은 길드장이 물러난 것이라면 역시 당사자가 죽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나.
“그래서, 의뢰 내용이 뭡니까?”
생각에 빠져 있던 사이, 레온이 인사와 함께 나가고 방에는 니르겐과 나만 남아 있었다.
내 눈앞에 있는 이 뻔뻔한 청년이 곧 길드장 자리에서 끌어내려진다는 것을 알게 되자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뢰부터 해야겠지.
“의뢰를 받는 기준이 까다롭다고 하시던데. 그래도 일단 받아주기만 하면 어떤 의뢰든 해결해준다는 소문이, 정말인가요?”
“글쎄요, 일단 위험도와 상관없이 의뢰를 받기는 합니다.”
그러면서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오만하게 속삭였다.
“내 흥미를 끌기만 한다면요.”
위험하고 흥미로운 의뢰, 라는 걸까.
그런 성미라면, 내 의뢰를 거절할 리는 없을 거다. 내가 찾는 사람은 위험하고 특별하니까.
훗날 신성연합국의 세 방벽이 무너지는 데에 신호탄의 역할을 맡은 인물. 대륙을 뒤흔든 세계적 범죄자이자…….
최초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마녀.
“이델리.”
아니나 다를까, 내 입에서 나온 이름에 니르겐이 고개를 든다.
“마녀 이델리의 현재 위치를 원해요.”
“할스테리어 대신전의 지하 감옥이죠.”
니르겐이 맥 빠진 얼굴로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건 여기까지 안 와도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냐고 따지는 눈치였다.
자세히 의뢰하면 내 목적이나 정체가 드러날 것 같아 주저되었다. 하지만 정보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난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그 감옥에 갈 수 있는 루트요.”
마녀가 감옥에 갇힌 동료를 구하려 든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델리에 관해 물으면 저 길드장이 나를 마녀로 의심할까 봐 걱정되었다.
나를 의심할까, 겁낼까, 아니면 흥미를 보일까.
조마조마한 시선 끝에서 니르겐이 작게 어깨를 떨었다.
“푸핫!”
그러고는 참는 데 실패한 것처럼 웃음을 터뜨린다.
……웃을 줄은, 또 몰랐는데.
“농담이 아닌데요.”
“크흐흑.”
어쩐지 내가 말할 때마다 니르겐의 웃음은 더 짙어졌다. 고개를 파묻으며 웃는 모습을 보고, 나는 할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한참 뒤에야 겨우 진정한 그가 웃음기가 잔뜩 남은 얼굴로 말했다.
“보기와는 달리 호기가 대단하시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의뢰가 들어왔군요!”
니르겐은 신난 기색으로 의자를 바짝 당겼다.
“그래서, 목적이 마녀 이델리와의 접촉입니까, 아니면 구출?”
나를 대하는 니르겐의 태도는 의뢰 내용을 듣기 전과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친절해진 것 같다……. 자기 눈앞에 있는 게 마녀일 수도 있는데.
‘접촉이냐 구출이냐, 라니. 요령 좋아 보이는 물음이네.’
이와 비슷한 일을 해본 적이 있기라도 한가. 어쩌면 마도구를 유통하니까, 마녀들을 자주 만나봤던 걸까. 나는 니르겐의 얼굴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답했다.
“……그냥, 알아낼 게 있어서요.”
내가 알던 미래에서, 이델리는 마녀들에 의해 구출되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종적을 감추었다가, 883년 여름에 갑자기 나타나 못다 한 일을 이룬다.
‘할스테리어의 대사제 살인 사건.’
이 사건에서 대사제를 포함하여 총 세 명의 고위 사제가 마녀 이델리에게 살해당했다.
죽은 대사제는 심장에 끔찍한 창상을 입은 모습이었다. 마지막까지 저항한 흔적인 듯 그의 손에는 할스테리어의 성물인 서리검이 쥐어져 있었다.
제국이 아닌 국가에서 대사제는 왕과 같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마수로부터 실질적으로 나라를 지켜주는 게 대사제이기에 그 인기는 왕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았다.
할스테리어의 분노는, 생전 그가 받았던 사랑만큼 컸다.
‘마녀를 즉결 심판하지 않고 만용을 부리다가 대사제님이 살해당했다!’
할스테리어를 주축으로, 명목상의 법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행해지지 않았던 마녀법이 본격적으로 집행되기 시작한다. 신성제국의 마녀법 또한 한층 더 엄격한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마녀를 발견하면 즉결심판이 가능하도록.
우리 황실은 할스테리어가 새로운 대사제를 얻고 다시 안정될 때까지 어마어마한 지원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원성을 다 잠재우지 못했다. 황실의 위세를 지키기 위하여, 할아버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대륙에서 가장 사랑받는 성자에게 황제의 관을 물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랬다. 아빠가 황제가 되는 계기가 된 사건도 이 할스테리어의 대사제 살인 사건이었다.
이것이 마녀 이델리가 세계적 범죄자로 이름을 날리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서 마녀 이델리는 구출되지 못했고 할스테리어의 지하 감옥에 있다. 통일절 연회 날, 내가 지하 감옥에 숨어들어 엄마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대로 역사가 바뀌고 대사제가 무사하면, 다행이지만.’
대사제는 이델리의 손에 직접 살해당했지만 다른 두 명의 고위 사제는 ‘이델리가 사악한 저주를 걸어 살해했다’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이델리가 마녀가 아니라고 했어.’
단지 마녀를 욕보이기 위하여, 신전이 사건을 조작하고 일개 범죄자를 마녀라고 선전한 것이다. 성신의 이름을 건 신전이 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열한 수작이었다.
그렇다면 두 고위 사제는 어쩌다 죽은 걸까?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 많았다.
엄마와 아빠가 각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이 사건을 파헤쳐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일단은 접촉이군요.”
니르겐의 대답에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아, 원하는 시행일이 있으십니까? 준비 기간이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 같은데.”
“일주일?”
“물론 고객님께서 원한다면 더 빨리도 가능합니다.”
나는 약간 놀랐다. 준비 기간이 일주일이라고?
지금부터 곧장 할스테리어로 가는 데만 그 정도가 걸릴 텐데. 고작 일주일 만에 어떻게 할스테리어 지하 감옥의 구조를 파악하고 숨어드는 방법을 알아낸다는 말인가?
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말을 하면서도 니르겐은 조금도 으스대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 싱글벙글했다.
그에 나는 미심쩍어졌다. 그냥 술이 덜 깨서 아무렇게나 호언장담하는 거 아닌가?
“제가 의심스럽나 보군요.”
헉, 독심술 하나.
놀라서 고개를 들자, 불퉁한 얼굴의 니르겐이 보였다.
“참나, 못 믿겠으면 마시죠. 밤부스의 숲이 의뢰가 부족한 길드도 아니고. 저도 바쁜 사람입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팩 고개를 돌려버린다.
‘……삐졌어?’
다 큰 성인 남자가 초면에 이렇게 유치하게 구는 건 처음 봤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나랑 그렇게 차이 나 보이지도 않는데.
나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고개를 저었다. 니르겐의 말마따나 밤부스의 숲은 제국에서 유일하게 마도구를 유통할 정도로 실력 있는 길드였다. 내가 도움받을 수 있는 유일한 끈인데, 길드장에게 밉보일 순 없지.
“아니에요, 그냥. 보수가 걱정되어서요.”
“거짓말, 돈 많잖습니까.”
…나 돈 많은 거 어떻게 알았지? 최대한 소탈하게 차려입고 왔는데.
제국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 길드의 대장님은 눈썰미 또한 범인의 영역이 아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