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3)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21)화(123/207)
나는 가만히 이델리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머리 뒤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단단히 고정되어 있던 재갈과 안대를 풀었다.
“잠깐…!”
니르겐의 놀란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몸이 훌쩍 공중으로 들렸다.
“너 미쳤어?”
날 일으켜 세운 니르겐이 등 뒤에서 물었다.
나는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분명 문가에 서 있었는데 언제 여기까지…….
“물면 어떡하려고!”
“그래도 사람을 이렇게 두고 어떻게 대화를 해요…?”
“아니, 나한테 부탁하면 해줬……!”
“……스, 에…….”
실랑이를 시작하려던 나와 니르겐은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이델리가 입을 열고 있었다.
난 그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다시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어쩐지 니르겐도 나와 이델리의 사이에 앉았다.
나는 이델리의 손을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하지만 니르겐이 내 손을 저지했다. 약간 당황했지만 일일이 다툴 수도 없어서, 그대로 손을 무릎 위에 놓은 채 이델리를 불렀다.
“이델리.”
“내, 말…….”
“듣고 있어요. 말씀하세요.”
“…….”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는데, 이델리는 다시 입을 닫았다. 나는 일어나서 철문을 열어보고 간수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돌아와 물었다.
“간수는 지금 여기 없어요. 저기, 이델리가 대신전에 숨어들어 대사제님을 공격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
“괜찮아요. 저는 이델리를 믿으니까, 있는 그대로 말하셔도 돼요.”
신전이 무고한 환자를 잡아다가 대사제를 살해하려 한 마녀라는 누명을 씌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그녀는 모든 것이 두렵고 의심스럽겠지. 세상 전체가 적진처럼 느껴지는 불안감은 나도 잘 알았다.
자세를 바짝 낮춘 채 이델리의 답을 기다렸다. 그녀가 용기를 낸 듯 입을 열었을 때, 나는 내심 그녀가 억울함을 호소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하스터의 신성 교주는 천박한 악마다.”
마침내 뱉어낸 이델리의 목소리는 악에 받친 듯 갈라져 있었다. 그러나 발음만큼은 기이할 정도로 또박또박해서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멍청하게 되물었다.
“네?”
“연합국은 모두 속고 있다. 그놈은 마신의 사, 사주를 받은 악마야. 나만이 진실을 알아. 황제국의 지하 감옥에서, 놈은 내게 마녀를 보내 암살하려고 했다. 그 마녀도 가아릴의 딸이겠지!”
이델리가 내게로 손을 뻗었다. 멱살을 틀어쥐는 이델리의 손은 억세고 강했다.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병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쓰러지는 충격에 눈을 가리던 색안경이 날아갔다. 나는 선명한 시야로 이델리를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녀는 형형한 보라색 눈동자를 내 코앞까지 들이민 채, 또박또박한 어투로 뇌까렸다.
“그래서 내가 가아릴을 죽이려고 한 것이었어.”
“이델리!”
니르겐이 이델리의 어깨를 잡아끌어 내게서 떨어뜨렸다. 나는 작게 헐떡이며 몸을 일으켰다.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했지만 내 눈은 정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니르겐이 내 손을 잡아서 나를 일으켜주었다.
“그만 나가는 게 좋겠군요. 시간을 너무 오래 끌면 이상하게 생각할 겁니다.”
“네…….”
나는 반쯤 넋이 나간 채 니르겐에게 이끌려 감옥을 나왔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는 길 내내, 이델리의 목소리만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스터의 신성 교주’라는 건 ‘할스테리어 대사제’를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가아릴은 대신관 게릴 성하를 뜻하는 것일 테다.
이델리의 단어 선택은 전반적으로 어딘가 엇나가 있었다. 그녀의 화법도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오랜 감금 생활 때문에 어딘가가 잘못된 건지…….
그렇다면 ‘황제국의 지하 감옥에서 만난 대신관이 보낸 마녀’는 우리 엄마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엄마가 이델리를 확인할 때, 그녀도 우리 엄마를 보았을 테니까.
엄마는 이델리가 마녀가 아니라고 했다. 통일절의 지하 감옥에서, 엄마는 이델리와 무슨 대화를 한 걸까?
“맞다, 여기 약속했던 골드예요.”
“아, 감사합니다.”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숙소로 돌아가는 마차에서 니르겐에게 대금을 전달했다. 하지만 니르겐은 몹시 위험한 의뢰의 대가를 받은 사람답잖게 시큰둥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잠깐 보다가 부탁했다.
“혹시 대륙에서 도는 피부병에 대한 자료를 구해다 줄 수 있나요?”
“그거야 어렵지 않죠.”
“고마워요. 도움을 많이 받네요.”
“아까는 거칠게 말해서 미안했습니다.”
나는 갑작스러운 사과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가 이델리의 감옥에서 나를 다그쳤던 것을 기억해냈다.
“아니에요. 당황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그런 것으로 사과하다니 조금 의외네…….
나는 이델리를 만난 충격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니르겐이 놀란 와중에 내게 반말을 했던 사소한 일 정도는 금방 다시 잊어버렸다.
***
다음 날, 나는 밤부스의 숲이 매우 국제적인 길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부스의 숲 지부는 할스테리어에도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눈에 익은 남자가 나를 맞이해주었다.
“안녕하세요, 레이디.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부길드장 레온입니다. 대륙에서 도는 피부병에 관련된 정보를 요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아요.”
“적법한 의뢰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희 길드원들도 힘이 많이 났어요. 본인 취향 위주로 의뢰를 받는 길드장을 둔 덕에 고객님들도 저희를 순 모험적인 해결사 집단처럼 여기시거든요. 하지만 정보 길드의 전문 분야라면 역시 정보죠.”
레온의 응대는 무척이나 싹싹했다. 하지만 내가 소심해서인가. 그의 ‘적법한 의뢰’에 대한 감사 인사가 마치 일전의 불법적인 의뢰에 대해 눈치를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긴 정상적인 부길드장이라면 길드장이 그런 의뢰를 받는 걸 달가워할 리 없겠지……. 내 시대에 니르겐이 밤부스의 숲에서 사라진 건 부길드장과 길드장의 의견 차이 때문이었을까.
나는 니르겐이 뒤통수를 맞고 길드장 자리에서 끌어내려진 것이리라는 추론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만약 정말 배신이라도 당한 거라면, 유력 후보는 두 번째 머리인 저 부길드장이 된다.
‘저 서글서글한 얼굴 아래로 반역의 칼날을 갈고 있으실지도 몰라…….’
나는 내심 긴장한 채 레온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용히 뒤를 따랐다.
긴 복도를 걸어 도착한 서고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학술 정보와 기록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상 앞으로 나를 안내한 레온은, 마치 신사들이 식사 전에 하듯 의자를 빼주었다. 얼떨떨한 얼굴로 의자에 앉자 그가 제일 위에 있던 서류를 잡아 건넸다. 그것은 모아둔 자료의 순서를 정리한 목록이었다.
“자료별로 라벨을 표시해 두었습니다. 상위에 있을수록 유명하고 잘 정리된 최신 자료고, 하위로 갈수록 산발적인 대신 희소성이 높아요. 이것들은 그냥 신문 스크랩을 모아둔 건데, 꽤 재미있을 거예요.”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어젯밤에 의뢰한 건데…….”
“정보 길드니까요.”
레온은 복도를 걸었을 때 했던 이야기를 재차 말했다. 나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정말 놀랍네요. 고마워요, 밤새 힘드셨을 텐데…….”
“어후, 이런 의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에요. 저희는 옆 방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세요.”
그는 마지막까지 싹싹한 태도로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방에 혼자 남은 나는, 심호흡하고 상위에 정리된 자료부터 훑어보았다.
니르겐에게 의뢰한 내용은 ‘대륙에 도는 피부병’에 관한 것이었는데, 자료들은 피부 변색을 동반하는 온갖 전염병에 대해 포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배려와 센스가 다분히 느껴지는 자료집이다. 니르겐 역시 내 옆에서 이델리를 보았으니까,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았겠지.
‘어쩌면 사려 깊으신 분일지도…….’
온갖 피부병들의 사례를 보자 자연히 이델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델리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해서 알면 그녀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델리와 그녀의 병이 어디서 왔는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나는 수북이 쌓인 자료집을 보며 작게 주먹을 쥐었다.
“이걸 다 읽으면, 뭔가는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