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31)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29)화(131/207)
“그날은…….”
후작 부인은 목이 타는 듯 차를 마시다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그즈음에 들어서 후작저에 여러 사고가 있었어요. 한 번도 실수한 적 없던 집사가 고양이를 잃어버린다든지, 유모가 엘리엇을 창문 아래로 떨어뜨릴 뻔 한다든지…….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사고를 일으킨 이들에게서…… 데런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지 후작 부인의 몸이 떨렸다. 나는 부인의 어깨 위에 담요를 덮어주고 그녀의 손등에 내 손을 겹쳤다.
“다들 환영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압니다,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였겠지요……. 하지만 나는, 엘리엇을 죽이려는 원한을 똑똑히 느꼈습니다……. 내가, 이 두 눈으로 봤으니까. 그리고 어느 날부턴…… 들렸어, 데런의 목소리가.”
부인은 고개를 숙인 채 가느다란 목소리로 속삭였다.
“뛰어내려, 디아나. 네가 있으면 아기가 죽어.”
스산한 목소리에 한기가 돌았다.
아이를 죽이겠다는 협박으로 자살을 종용하다니. 악귀 같은 협박이다.
그녀는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고 집안과 연을 끊은 사이 오빠가 죽었다. 그 죄책감이 부인에게 데런의 환상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데런은 저를 마녀라고 불렀어요.”
“…마녀, 라니요?”
후작 부인이 괴로운 얼굴로 머리를 감쌌다.
“내가 저주받은 마녀라서 사람들이 이상해지는 거라고. 네가 있으면 엘리엇도 마녀의 피를 이어받은 괴물로 지탄받게 될 거라고.”
“디아나님은 신관…….”
“압니다, 나도 처음에는 무시했어요. 아마 내가 미친 게 맞을 테니까! 하지만 상황은 방치할수록 나락으로 떨어졌죠. 결혼 전부터 함께했던 시녀들이 전부 이상해진 겁니다……. 물건이 없어지고, 아기가 다치고, 유모를 세 번이나 갈아치우면서……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저주를 받았다는 걸. 이대로 두면 엘리엇까지 잃게 될 거라고!”
부인은 절규처럼 외쳤다. 잔기침하는 그녀에게 나는 내 몫의 찻잔을 들려주었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어. 매일 밤 기도를 올리고… 남편에게 부탁해서 교구의 성물까지 방에 들여놓았죠. 하지만 무엇도 통하지 않았고… 데런의 분노만 자극할 뿐이었습니다……. 이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데런의 말을 따르는 것이었군요.”
후작 부인은 핏기 없는 얼굴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죽은 형제의 목소리를 들으며 창밖으로 몸을 던졌던 후작 부인의 모습을 눈으로 본 것처럼 선명히 떠올릴 수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내 어머니의 죽음을 상상할 때처럼.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무모했어요.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그래서 엘리엇을 지킬 수 있다면 상관없어.”
후작 부인이 날카롭게 내 말을 잘랐다. 내가 작게 어깨를 떨자, 부인은 표정을 바꿔 온화한 미소를 걸쳤다.
“이런 내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나는 엘리엇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정말로 뭐든지. 그 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미래를 태워 발밑에 깔아줄 각오도 되어 있죠. 어머니의 사랑이란 건….”
“저도 알아요.”
나는 견디지 못하고 작게 헐떡였다.
“부인에게는 못 미칠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도 있어요. 내가 사라져도 좋으니 사랑하는 사람이 살았으면 하는 마음 정도는.”
왜 모르겠는가. 내가 이 시대, 오멘 후작 부인의 곁에 앉기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그 마음 때문이었는데. 나는 입술을 달싹이다 말했다.
“저는 사실 부모님이 없어요, 디아나님.”
“…뭐라고요?”
“제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어머니가 목을 매셨죠.”
“맙소사.”
후작 부인은 전에 없이 허둥거리는 기색으로 손수건을 꺼내서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뒤늦게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 미안해요, 나는 전혀…….”
“저도 알아요. 아마 저희 어머니도 저를 지키려고 하신 거겠죠. 디아나님처럼.”
내 말에 눈물을 닦아주던 부인의 손짓이 우뚝 멈췄다. 나는 두서없이 말을 쏟았다.
“부모님의 신분 차이가 크게 났거든요. 어떻게 결혼까지는 했지만, 핍박이 심했을 거예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다른 곳으로 도망치지 않으셨어요. 아마 저 때문이었겠죠,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신 건.”
“캔디 양.”
“스스로의 존재 자체가 죄스럽게 느껴지는 마음을 디아나님은 모르시죠.”
후작 부인의 어깨가 움찔 튀었다.
그녀는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아니, 그녀는 내가 아니라 엘리엇의 미래를 보고 있으리라. 내가 그녀에게서 엄마의 과거를 보는 것처럼.
“어머니의 사랑은 대단하다… 정말 그래요, 대단하시죠. 하지만 종종 생각해요. 내가 없었으면 어머니의 삶은 더 낫지 않았을까, 하고…….”
“그런,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나는 지나버린 시간 속 엄마의 손을 잡고 말했다.
“만약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꼭 말하고 싶었어요.”
그날, 성탑의 꼭대기에서 쏟아낸 비수 같은 말들 아래 감춰둔 진심을.
“나를 낳지 않아도 좋으니까 살아가라고.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고… 꼭 행복해지라고요.”
“이런, 세상에.”
후작 부인이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그녀의 품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죄송해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하지만 그러지 마세요, 디아나님.”
“나, 나는.”
“엘리엇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필요해요.”
나를 비춘 녹색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후작 부인은 복잡한 얼굴로 입술을 꾹 다물다가, 이내 무언가를 삼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게요, 캔디 양. 아이와 미래를 함께할 수 있게, 견뎌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