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32)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29-1)화(132/207)
4. 망자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
그 대화를 한 후로, 나는 더욱 오멘 후작가와 우리 가족을 동일시하게 되었다. 그래서 후작가를 구하는 일을 마치 과거의 우리 가족을 구하는 일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치열한 사명감이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 창문 밖으로 자기 몸을 던지다니. 그런 건 미친 짓이야.’
설마 우리 엄마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속이 끓었다.
엄마는 버려진 땅에서도 살아남은 현명하고 강한 마탑주였다. 그런 분이 나 같은 걸 지키겠다고 목숨을 걸었다니. 그런 끔찍한 손실은 일어나선 안 됐다.
‘아예 아빠를 못 만나게 해서 초장에 싹을 잘라버린 내 판단이 역시나 옳았어.’
후작 부인 또한 뛰어난 고위 사제였고, 우리 엄마처럼 따뜻하고 강한 분이셨다. 그런 분이 이런 같잖은 저주 때문에 목숨을 잃게 놔둘 순 없었다.
‘범인이 누구든, 이 사건은 반드시 막아야 해.’
나는 오멘 후작에게 경비를 강화할 것을 설득해서 혹시 모를 침입에 대비했다. 낮 동안 후작 부인의 말동무 노릇을 하다가 밤에는 길드로 돌아와 사건을 조사했다. 그러면서도 후작저 구석구석에 설치한 염탐 마법을 통해 감시하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처음 며칠간은 저녁 이후 대신전 지하 감옥으로 출근해서 이델리를 만났다. 여전히 대화가 잘 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먹을 것을 가져다주며 얼굴을 익히자, 그녀도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는 어릴 적에 나샤에서 왔다.”
홀로 나샤에서 할스테리어에 온 후 이델리는 나름대로 잘 적응해 살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대신전에 갔다가 나쁜 사제에게 걸려 호되게 맞았다고 했다. 그 사제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부르며 부당하게 감옥에 가두었단다.
이야기에 뭉뚱그린 부분이 많아서 그녀가 왜 대신전에 갔는지, 어쩌다 폭력을 당했고, 나쁜 사제가 누구인지 같은 구체적인 부분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추론은 얻어낼 수 있었다.
할스테리어 내의 나샤민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것. 대신전에 갔다고 사람을 때리다니. 아마도 이델리가 이상해진 건 억울하게 폭력을 당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사제가 자신의 폭행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대사제를 죽이려 한 마녀라는 누명을 씌우고 감옥에 가뒀을 수도 있었다.
‘내가 처음에 추론했던 것과 얼추 비슷해.’
‘할스테리어의 대사제 살인 사건’에서 이델리는 운 없이 걸린 무고한 시민이리라는 추론 말이다.
첫 만남 때는 이델리가 나를 공격해서 당황했지만, 역시 그녀는 아픈 것일 뿐이었다. 살인이 일어난 후 신전에 의해 범인 역할을 맡을 인물로 이용당했을 뿐. 사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결론을 내린 후로는 이델리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감옥에 홀로 있는 이델리가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사건을 파악하는 게 급했다. 당장 일어날 살인 사건을 막아야 그녀가 사상 최악의 마녀라는 오명을 쓰고 처형당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누명을 벗도록 도와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약속이 이델리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이델리의 감옥에도 염탐 마법은 설치해두었지만, 며칠 내도록 관찰해도 고요하기만 했다. 이후에는 니르겐과 대사제를 만나는 등의 여러 커다란 일들에 정신이 팔려 감시도 소홀히 했다.
니르겐과 대사제님을 만나 뵙던 날에는 잔뜩 긴장했다.
할스테리어의 대사제는 이 살인 사건의 중요한 피해자인데도 직급 문제로 만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번 만남에 최대한 많은 것을 파악해두려고 했다. 이 기회는 두 번 이용할 수 없는 용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사제님을 불러낸 용건이 ‘우리가 약혼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였으니까.
“네가 아비나 출신의 영애와 사랑에 빠지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니르겐은 진중하게 답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와 시선을 맞추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 고개를 숙였다.
내가 성인 남자의 시선을 유독 두려워하는 것도 있었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이 아니었다.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가 진심으로 사랑해 마지않는 것을 보듯 녹아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대신전에 오기 전에 미리 말을 맞추었다. 그래서 연기인 걸 뻔히 아는데도, 순간적으로 그가 나를 귀애하는 줄 착각할 뻔했다.
‘저, 정보 길드장은 연기까지 잘해야 하는구나.’
나는 소름을 참으며 손끝으로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애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니르…….”
물론 저 길드장이 시킨 일이었다. 연기까지는 안 시킬 테니 자신이 쳐다보면 친근하게 애칭을 부르라고.
그러자 머리 위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저만한 연기 능력자라면 내 어설픈 연기가 웃기긴 할 것이다.
머쓱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갑자기 이마 위로 부드러운 감촉이 닿으며 쪽 소리가 났다.
그게 이마에 입맞춤할 때 나는 소리라는 걸 인식하는 데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삐걱거리며 고개를 들자, 훌륭한 연기자 니르겐이 내 손을 그러잡았다.
“걱정하지 마, 내 사랑. 이곳에서 결혼할 수 없다면 모든 걸 버리고 함께 도망가자. 그대의 곁이 나의 집이니까.”
“…….”
그렇게 말하는 표정이 참 애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