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wo Will Give Birth To Me In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34)
두 분은 훗날, 저를 낳습니다 (131)화(134/207)
떠오른 추론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말도 안 돼…….”
훗날 대마녀라는 칭호도 얻을 이델리가 대사제의 딸이라니. 황당한 상상이라 웃어넘기고 싶지만, 도저히 웃음이 안 나온다. 나부터가 교황의 딸이자 마녀니까.
떨리는 손으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더듬어 넘기고 시동어를 외웠다.
“마못, 프레리도그.”
후작 부인과 대사제의 방에 설치한 귀들이 꾸물거리며 깨어났다.
-안 돼, 데런…….
모두가 잠든 밤. 내리깔린 적막 속에서 악몽을 꾸는지 죽은 형제의 이름을 읊조리는 후작 부인의 목소리만이 이따금 들렸다.
나는 염탐 마법을 배경 음악처럼 켜놓고 길드원들이 깔끔하게 모아준 자료를 다시 바닥에 흐트러뜨렸다.
이델리의 나이는 서른넷. 나는 34년 전 대사제의 행보를 되짚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대사제님의 존경받아 마땅한 업적들은 제자들의 전기에 소상히 나와 있었다. 34년 전, 아직 젊은 성기사였던 게릴 젠트스가 선파사로서 나샤의 작은 마을인 리밸디에 머물며 성신의 뜻을 전파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 시절들이. 그는 몇 년 동안 마물과 싸우고 마을을 보호하며 널리 성신의 뜻을 전파했다. 리밸디 마을 사람들은 모두 게릴을 존경하며 열렬히 그의 가르침을 따랐다.
하지만 그가 할스테리어로 돌아오던 해, 리밸디는 심각한 수해를 당했다. 마을은 물론이고 대사제와 신관들도 목숨을 잃을 뻔했다.
결국 그가 신관들과 함께 할스테리어에 돌아왔을 때, 나샤에서 구조해온 난민의 수는 0명.
-…레이.
“……!”
나는 서류를 뒤지다 말고 흠칫 놀랐다.
이건 후작 부인의 목소리가 아니다.
-레이나…….
나지막하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대사제의 목소리였다.
안개 속을 헤매는 듯 막막한 부름은 멈추지 않는 누군가를 쫓는 듯 애절한 데가 있었다. 나샤에서의 꿈이라도 꾸는 걸까. 대사제가 부르는 게 이델리의 어머니 이름은 아닐까, 하는 억측이 잠깐 스쳤다.
-레이나.
-……데런.
나지막한 대사제의 목소리가 후작 부인의 목소리와 겹쳤다. 두 목소리는 닮은 부분이 많았다. 한때 가까웠던 사람을 부르는 듯한 격의 없는 친근감. 그리고 그 기저에 안개처럼 깔린 공포심.
아주 옛날에도 이와 비슷한 목소리를 들은 적 있었다.
엄마를 잃은 후, 하루하루 야위어가던 나의 아빠.
제국 최고의 전력, 전쟁 영웅, 제국의 태양, 무패의 전사라 불리던.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었던 우리 아빠는 속에서부터 좀먹어 죽어가는 병에 걸렸었다.
악몽을 꾸며 자꾸만 잠에서 깨고, 모든 음식을 게워내고.
허공을 보며 멍하니 엄마의 이름을 부르고 대화를 나눈다든지…….
“아니.”
나는 내가 무엇을 부정하는지도 모른 채 고개를 저었다.
문득 펼쳐진 노트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이델리와 처음 만나고 난 다음 날 정리한 전염병들의 감염 경로가 그려져 있었다.
문득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거…….”
나는 대륙의 피부병과 전염병은 모조리 살펴보았었다. 이델리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마녀가 아니라 병에 걸린 환자일 뿐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
과거 자료를 훑을 때, 스치듯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역사에 자살 사건이 묘하게 많네.’
어쩌면 내가 찾아야 했던 건 피부병처럼 미시적인 조건 따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살인 사건? 아니야, 고위 사제와 연관된…….’
차갑게 식은 관자놀이 위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할스테리어의 땅을 밟은 직후부터 쭉 긴장 상태였다.
엄마와 헤어지고, 부모님의 안전을 확신한 이후로 이토록 무언가에 몰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오멘 후작가를 구하는 것이 마치 과거의 우리 가족을 구하는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왜냐면.
‘너무 비슷했으니까.’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어린 부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아내의 자살, 고위 사제의 죽음.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건 사이에는 20년 이상의 시간 차이가 있고 인위적으로 이런 조건을 맞출 수는 없으니까.
“고위 사제의 죽음, 주변인의 자살.”
나는 그 두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다. 조건에 맞는 것은 수백 년 전의 사료라도 수집해서 노트에 표기했다.
나샤가 몰락하기 직전, 대륙이 8개의 국가로 나뉘어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사건까지 모조리.
오멘 후작가와 우리 가족의 사건이 아주 우연히 닮은 것뿐이라 생각했던 내 추론과 달리, 이상할 정도로 겹치는 사건이 많았다.
‘고위 사제들은 수명이 짧다…….’
왜일까. 신이 아끼는 이를 먼저 곁으로 데려간다던, 세간의 낭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깃펜을 든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곧 하얀 지도가 내가 그린 표시로 새까맣게 채워졌다.
“왜.”
펜을 떼어낼 때는, 턱 끝에 땀이 맺혀 있었다. 마침내 그려진 지도를 내려다보는 입술이 잘게 떨렸다.
“…왜 똑같은 거지?”
바닥에 깔린 것은 두 개의 지도.
하나는 전염병의 감염 경로, 하나는 300년 전부터 일어난 ‘고위 사제 주변인의 자살 사건’에 대한 표기였다.
지도에 따르면, 자살 사건은 서서히 아래로 전파되고 있었다. 마치 전염병처럼.
‘자살이 전염되고 있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내내 생각했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거라고.
악마에게 영혼을 판 마녀들이 사제를 살해하고 연합국의 안전을 뒤흔들고 있다는 신전의 주장.
그리고 이 모든 주장이 근거 없는 누명일 뿐이며 자신들은 무고하다던 마탑의 주장.
둘 중 거짓말을 하는 쪽이 범인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모두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뭔가가… 있어.’
자살 사건은 마치 전염병의 감염 경로처럼, 북부에서 시작되어 남부로 내려온다.
나는 이 종착지를 알았다.
예하드 황후의 자살과 황제의 죽음.
“읏…….”
나는 작게 헐떡이며 지도를 손으로 쓸었다.
누가 그런 게 가능할까?
300년 동안 고위직 사제의 주변인들을 자살로 몰아가고, 기어코 당사자까지 죽음으로 내모는 일 같은 건.
나의 엄마는 마법사들의 왕이자 마탑의 주인이었고, 나의 아빠는 모든 사제의 우상이자 성자인 신성 황제였다.
신전이나 마탑이 벌인 일이 아니다.
‘기막힌 우연, 이 아니라면….’
무언가가 있다.
신관도 마법사도 아닌, 이 땅 아래 똬리를 틀고 있는 무언가가.
***
나는 아빠의 손을 잡고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스치며 뺨을 적시고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흐드러지는 매화 향기, 눈처럼 불어오는 이름 모를 꽃들의 홀씨.
나는 습관처럼 물었다.
“성아, 이부 어디 가요?”
내 목소리에 아빠가 고개를 돌렸다. 눈 부신 햇살을 등지고, 언제나처럼 깨끗하고 수려한 얼굴이 보였다.
아빠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성아라니. 아빠라고 해야지, 이브.”
“우응?”
“우리는 엄마에게 가고 있단다.”
“녜에?”
당황해서 반문하고 있자, 갑자기 누군가가 어깨에 푹신한 숄을 덮어주었다.
“아기님, 날이 추워요.”
“유, 유모?”
“그래, 감기라도 걸려서 언니에게 옮기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반디?!”
저 갈색 머리를 얌전하게 하나로 묶은 여자와 눈가에 별을 박은 초록 머리 마법사는 각각 린다 유모와 반디였다.
이 둘이 왜 여기 있지. 그러면 안 되지 않나? 하지만 두 사람은 오히려 놀라는 내가 이상하다는 듯 의아한 눈을 했다.
“역시 저기 있군.”
그때 바로 위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흠칫 놀라 아빠를 올려다봤다.
“처자식도 내팽개치고… 아니 처자식은 아닌가. 하여간 딸린 식구도 있는 여자가 일 년 가까이 감감무소식이라 바람이 났나 했는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맞잡은 아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많이 화가 났는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빠의 새하얀 목에 핏대가 섰다.
“이 나를 두고 한눈을 팔 정도라니 얼마나 잘난 놈인가 했다. 입 안의 혀처럼 유들유들하게 구는 동부 연상남일까, 야성적이고 자유로운 매력을 가진 남부 연하남일까. ……그런데 만난다는 게 저따위 끔찍한 추남이었나?”
나는 화들짝 놀랐다. 공명정대하신 우리 교황 성하께서 별안간 인신공격을?
하지만 그만큼 호기심도 들었다. 나는 아빠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두 사람을 태운 배가 있었다. 하나는 엄마였고. 상대는…….
반대편 자리를 노려보던 내 입이 무심코 벌어졌다.
“머야, 저 개물은?”
***
“이, 이번에는, 이부가…….”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부가 해치우께!”
굳은 다짐과 함께 몸을 벌떡 일으킨 직후, 니르겐의 얼굴이 보였다.
꿈을 꾸다가 잠꼬대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당황할 정신조차 없었다. 그저 주변의 모든 것이 멈춘 기분이었다. 정지한 시선 위로,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는 것을 니르겐도 느꼈을 것이다.
한참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드, 들으셨나요?”
“뭘 말입니까?”
“그, 그…….”
니르겐은 내가 진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천천히 입매를 휘었다.
“아무것도 못 들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헉, 저, 정말요?”
“물론이죠, 이부 아가씨.”
“…….”
나는 아연하게 입을 다물었다. 작금의 사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대륙 최고의 정보 길드장에게 본명을 들켰다.’
왜, 왜 그런 잠꼬대를 해서. 혀짤배기소리 안 한 지 얼마나 됐는데.
“어젯밤은 성과가 있으셨나 보군요.”
머리를 감싼 채로 시선을 들자 니르겐이 바닥에 어수선하게 흐트러진 필기를 한데 모아 살피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지도를 보자 어젯밤의 일이 떠올랐다.
나는 급격히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는 했어요.”
“역시 고객님은 솔로 플레이가 적성에 맞으시군요.”
“솔… 네?”
“혼자 일할 때 더 능률이 높아지는 성향이라는 뜻입니다.”
니르겐이 나를 보며 픽 웃었다. 그 말을 듣자 그가 어제 사람들을 몰아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설마, 일부러…….”
“길드장님.”
그때, 노크 소리가 울렸다. 니르겐이 내게 양해를 구하고 몸을 일으켰다.
나는 뒤늦게 어깨 위에 모포가 덮어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꿈속에서 유모가 덮어준 숄이 이거였나?’
니르겐이 덮어준 걸까.
아빠와 함께 배를 타러 가던 기억.
아빠가 돌아가신 후 잊을 만하면 그 기억은 한밤의 꿈이 되어 나를 찾아왔다. 내가 잊어버린 아빠의 얼굴은 늘 햇살에 가리어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똑바로 얼굴을 마주쳤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내 눈에 한쪽에 걸린 달력이 들어왔다.
나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꿈에 나오신다 했더니, 불의 날이네.”
매주 불의 날, 만나자는 약속.
하지만 그 약속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엄마가 황실을 찾지 않은 지 벌써 10개월. 바쁜 우리 부모님은 그 짧은 만남 따위는 다 잊어버렸을 테다.
내가 만든 상황인데도, 어쩐지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괜히 그런 꿈을 꿔서…… 보고 싶게.’
“캔디 양 앞으로 전보가 왔다고?”
그때 문득 내 이름이 귀에 들어왔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문밖에서 길드원이 난처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네, 제국 지부에서 급한 내용이라며 전달받았다고…….”
“누가 보낸 건데요?”
니르겐의 팔 너머로 고개를 빼고 묻자, 길드원이 어쩐지 불안하게 니르겐의 눈치를 살폈다. 니르겐이 인상을 찌푸리자, 길드원은 눈을 질끈 감고 내지르듯 답했다.
“따, 따님께서 보내셨다고 합니다!”